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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캠핑,기타자료/한국의 캠핑장

[한국의 캠핑장]눈 내린 바닷가에 서서, 인천 왕산가족오토캠핑장

by 시리우스 하우스 2011. 9. 9.

[한국의 캠핑장]눈 내린 바닷가에 서서, 인천 왕산가족오토캠핑장

 

눈 내린 바닷가에 서서/ 눈 내린 바닷가를 걸어본 적이 있는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눈이 만나 낭만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이윤정기자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인천 영종도에 그림 같은 해수욕장이 있습니다. 백사장과 낙조가 아름다운 왕산해수욕장이 새하얀 눈을 머금고 캠핑객을 반깁니다.

팔·다리를 대(大)자로 펼칩니다. 서걱서걱 소리가 나는 눈 위에 그대로 누워봅니다. 눈은 마치 솜이불마냥 푹신하게 자리를 냅니다. 나풀나풀 토끼털같은 새하얀 눈 위로 그림 같은 집을 짓고픈 어릴 적 꿈. 스노캠핑은 눈에 얽힌 동심과 맞닿아 있습니다. 눈을 지치고 튼튼한 집을 지어 동화같은 하룻밤을 보내는 스노캠핑의 계절이 찾아왔습니다. 인천 영종도 서쪽에 위치한 왕산가족캠핑장으로 올해 첫 스노캠핑을 떠났습니다.

공항 가는 길, 비행기가 보이는 캠핑장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길. 겨울의 정점에 선 고속도로는 시퍼런 한파를 안고 있습니다. 공항을 지나 영종도 서쪽 옛 용유도로 내달립니다. 영종도와 용유도는 공항부지로 매립되기 전 인천에서 배를 타고 가야하는 섬이었습니다. 용유도 서쪽에 자리한 왕산해수욕장은 깨끗한 백사장과 아름다운 낙조로 유명했던 곳이죠. 그러나 요즘 왕산해수욕장까지 가는 길은 심심하기 그지없습니다. 인천국제공항을 지나면 북쪽 방조제는 모두 철조망이 드리웠습니다. 2001년 군부대가 들어서면서 해수욕장 들머리 참나무와 소나무를 베어내고 철조망을 설치했기 때문입니다.

살얼음판 도로를 지나 왕산해수욕장으로 들어서니 식당이 즐비했습니다. 바닷가가 보이는 명당은 죄다 식당 차지입니다. 왕산가족오토캠핑장은 식당가를 지나 군부대쪽으로 들어와야 보입니다. 새하얀 눈밭에 캐러밴(자동차에 매달아 끌고 다니는 이동식 집) 40여대가 그림같이 서있습니다. 주말을 맞아 형형색색 텐트 30여동도 눈 위에 보금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설경과 캐러밴은 A, 시설과 풍경은 B

눈밭위에 텐트를 친 모습. 스노캠핑은 눈부터 즐겁다. /이윤정 기자


왕산가족오토캠핑장은 캐러밴 제조업체인 제스트캠핑카에서 운영하는 사설캠핑장입니다. 바다를 테마로 지난해 여름 문을 열었습니다. 4년 전부터 국산 기술로 직접 캐러밴을 제작하고 있는 제스트캠핑카 지원규 사장을 캠핑장에서 만났습니다. 지 사장은 “캠핑이 좋아서 독일에 직접 가 기술연수까지 받았어요. 여러차례 시행착오를 겪고나서야 우리 기술로 캐러밴을 제작할 수 있게 됐죠”라고 말합니다.

때마침 왕산캠핑장에는 부엉이캠프 동호회 20여팀이 캠핑을 왔습니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기 위해 왕산캠핑장을 찾은 거죠. 리더 김형석씨는 “왕산캠핑장은 수도권과 인접해 교통이 편리해요. 또 캐러밴 시설이 함께 있어 겨울철 텐트를 치기 힘든 가족도 캠핑을 즐길 수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매서운 한파에 내릴 때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눈밭은 왕산캠핑장의 첫째 매력으로 꼽혔습니다. 50여를 걸어가면 하얀 눈을 머금은 바닷가가 한적하게 펼쳐지는 것도 멋스럽습니다. 식당가를 벗어난 곳에 위치해 조용하고 아늑합니다. 밤이 되면 서해 하늘을 수놓은 별들이 텐트 위를 한껏 장식합니다. 아이들은 눈위를 마음껏 뛰어다니며 썰매를 타고 팽이놀이를 즐깁니다.

왕산해수욕장/ 영종도 서쪽에 자리한 왕산해수욕장. 하얀 눈을 머금었다. /이윤정기자


그러나 단점도 있습니다. 우선 캠핑장에서 바로 바다가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겨울바다를 바라보며 텐트를 치겠다는 기대는 접어야 합니다. 또 비행기 이착륙 소리가 캠핑장에서 들립니다. 비행기가 뜨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밤늦게까지 솟아오르는 비행기 소리를 감내해야 하는 단점도 있습니다. 24시간 온수가 나오는 샤워장은 화장실과 함께 있어 다소 불편합니다. 사설 캠핑장치고 A급 시설은 아닙니다. 그래도 캠핑장지기의 배려만큼은 A급입니다. 캠핑객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지원규 사장은 주말내내 캠핑장을 지킵니다. 불편을 겪고 있는 캠핑객이 있다면 바로 와서 도와주는 캠핑장 지기 덕에 겨울밤이 든든합니다.

갑각류처럼 까칠하던 아토피 피부가 깨끗해졌어요

캐러밴에서 포즈를 취한 황보민(13), 황보윤(11), 최다빈(12), 천세진(11), 김재우(11) 어린이.(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윤정 기자


2년2개월 동안 미국 월든 숲에서의 삶을 바탕으로 책 '월든'을 써내며 자연예찬론을 펼쳤던 핸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온갖 세속적인 얽힘에서 벗어나 산과 들과 숲 속을 걷지 못한다면 나는 건강과 영혼을 온전하게 보존하지 못할 것 같다’고. 갑자기 왜 소로우의 이야기를 꺼내냐고요? 실제로 캠핑을 다니며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은 사례를 소개하기 위해서입니다.

아토피로 고생을 했던 김재우군(11)을 왕산캠핑장에서 만났습니다. 재우는 “친구들이 갑각류라고 놀릴 정도로 아토피가 심했어요. 밥도 잘 못 먹을 정도로 신경이 쓰였어요"라고 말합니다. 재우의 부모는 캠핑을 다니며 아토피가 나았다는 캠핑객의 말을 듣고 캠핑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3주는 전혀 진전이 없는 듯 보였지만 캠핑을 다닌지 한달이 넘으면서 재우의 피부가 깨끗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아토피를 앓았던 흔적도 찾기 힘듭니다. 아토피를 치료한 힘은 어디에 있을까요. "공부 이야기를 듣지 않고 뛰어놀 수 있는 게 가장 좋아요"라고 외치는 아이들의 웃음 속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캠핑Tip/ 눈위에 텐트치기


눈이 이미 어느 정도 쌓인 곳에서 텐트를 치는 것은 낭만적이지만 보통 불편한 일이 아닙니다. 우선 어떻게 텐트를 칠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리빙쉘(거실형 텐트)을 치고 내부에 이너텐트를 설치할 거라면 바닥공사를 하기 전에 눈을 어느 정도 쓸어내야 합니다. 텐트 내부에서 난방을 하면 바닥에 있던 눈이 녹기 때문에 땅을 질퍽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바닥공사를 하지 않고 야전침대를 사용하면 눈을 치우는 부담이 적습니다. 날씨가 춥다고 텐트 하단의 스커트를 눈 속에 파묻는 것은 위험합니다. 텐트 내부의 환기구멍을 차단하기 때문이죠. 스커트를 통해 환기가 될 수 있도록 설치해야 합니다. 텐트 스트링을 고정하는 펙은 평소보다 길고 튼튼한 것을 사용해야 합니다.


가는길/
인천공항고속도로를 통과해 가면 톨게이트비가 편도 7000원을 넘는다. 내비게이션에 '인천광역시 중구 을왕동 893-27'라고 입력하고 국도우선으로 지정하면 북인천IC를 경유하는 길로 안내한다. 톨게이트비가 절반에 가까운 3600원이다. 조금 돌아가는 느낌이어도 공항 톨게이트비를 아끼고 싶다면 참고할 것.

시설정보/
캠핑장 이용료는 텐트 한 동에 2만5000원이다. 사설캠핑장이라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24시간 온수가 나오고 전기도 사용할 수 있다. 단 샤워장과 화장실이 붙어있어 배수시설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진다. 개수대는 깨끗하지만 온수를 따로 퍼서 써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캐러밴 이용료는 1박에 10만원이다. 굳이 캠핑장에서 사용하지 않고 직접 차에 연결해서 가지고 나갈 수도 있다. 제스트캠핑카에서 직접 제작한 캐러밴은 깨끗하고 관리 상태가 양호하다. 왕산가족캠핑장은 전체적으로 볼때 그늘이 부족하다. 눈이 내려 사이트 전체가 새하얀 겨울에는 풍경이 좋지만 여름에는 다소 심심한 풍경이 될 수도 있다. 밤늦게까지 들리는 비행기 소음소리도 감내해야 한다.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점은 매력적이다.


왕산가족오토캠핑장/ 왕산해수욕장에서 군부대쪽으로 50여들어오면 캠핑장이 보인다. 캐러밴 40여 동과 알록달록 텐트가 하얀 눈밭에 자리잡았다. /이윤정기자



문패/ 아토피 완치를 경험한 김재우군(11) 가족의 문패. 부엉이캠프 동호회원들이 사용하는 문패다. /이윤정기자



아빠는 힘들다/ 캠핑장 눈밭으로 썰매를 끄는 캠핑객. 아빠는 힘들지만 아이들은 신이 났다. /이윤정기자



캐러밴 vs 텐트/ 겨울철에는 캐러밴에서의 하룻밤 캠핑도 괜찮다. 친척 단위로 캠핑을 온 경우에는 캐러밴과 텐트를 모두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와 여성 캠핑객은 캐러밴에서 지내면 편리하다. /이윤정기자



자연 속 캠핑/ 캠핑을 다니면 가장 좋은 점이 자연 속에 파묻힐 수 있다는 점이다. 사이트 바로 옆 얼어붙은 연못에 오리 가족이 자리를 잡았다. /이윤정기자



캠핑장 풍경/ 장작 위에 눈이 쌓이고 어린이는 화로에서 고구마를 굽는다. 눈이 즐겁고 마음이 들뜨고 몸이 건강해진다. /이윤정기자



"제가 캠핑을 다니자고 했어요."/ 불을 능숙하게 피우는 황석현군(14). TV에서 캠핑을 다니는 가족을 본 뒤로 부모님을 졸라 캠핑을 다니기 시작했단다. 덕분에 온가족이 주말마다 자연을 찾아 캠핑을 즐기고 있다. /이윤정기자



호기심 천국/ 캠핑을 나오면 아이들이 가장 즐겁다. 단순한 팽이치기 놀이가 컴퓨터 게임보다 즐거워지는 곳이 캠핑장이다. /이윤정기자



국산 캐러밴을 제작하는 지원규 사장/ 캐러밴제조업체인 제스트캠핑카의 지원규 사장은 캠핑이 좋아서 캐러밴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국산기술로 캐러밴을 만들기까지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한다. /이윤정기자



이동하는 집/ 지원규 사장이 캐러밴의 구석구석을 소개해준다. 캐러밴은 집을 축소해놓은 것과 같다. 사진은 오·폐수를 처리하는 상자를 꺼내고 있는 모습. /이윤정기자



샤워장과 화장실/ 왕산가족캠핑장 샤워장은 24시간 온수가 나온다. 단 샤워장과 화장실이 붙어있어 배수시설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진다. A급 시설은 아니지만 깨끗하게 관리돼 있다. /이윤정기자



개수대/ 개수대도 비교적 깔끔하다. 개수대에서 바로 온수가 나오지 않고 뒤에 따로 온수를 모아놓은 바구니에서 퍼서 써야 한다. /이윤정기자



영종도와 용유도를 다니던 배/ 공항이 들어서 섬 아닌 섬이 된 영종도와 용유도. 1992년 영종도와 용유도가 매립되기 전에는 배를 타고 섬을 오갔다. /경향신문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