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캠핑장]씨앗이 움터 나오는 곳, 양주 씨알농장캠핑장
씨알농장 5만평 중 약 1만5000평이 캠핑장으로 사용된다. 사진은 제1야영장 모습. /이윤정 기자
2월은 설득의 귀재입니다. 고작 28일을 가지고 은근슬쩍 동장군을 몰아냅니다. 봄처녀의 비단치마를 펼치지는 않지만 동장군의 옆구리를 살살 구슬러 어느새 저만치 흘러가게 만듭니다. 남들보다 짧아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 같아도 할 것은 죄다 하고야 마는 2월의 중턱. 겨울이 마지막 눈을 게워내기 직전 양주의 한 농장을 찾았습니다. 이름도 열매를 뜻하는 ‘씨알’농장. 아직 씨앗을 움트기는 이르지만 농장은 마치 시크릿가든이라도 되는 양 신비로운 안개를 휘감았습니다. 뽀얀 안개를 헤치고 농장으로 들어서자 점점이 알록달록 텐트가 보입니다. 농장보다 더 유명한 ‘씨알농장 오토캠핑장’입니다.
씨알농장 저수지가 꽁꽁 얼어붙었다. /이윤정 기자
널찍한 도로에 아파트 단지가 보입니다. 경기도 양주시 광사동. 여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 속에 캠핑장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따라옵니다. ‘씨알농장’을 가리킨 내비게이션은 큰 길에서 연신 U턴을 시키더니 아파트 단지를 끼고 난 좁은 길로 안내합니다. 큰길에서 채 1km도 떨어지지 않은 곳. 도회지에서 조금 벗어났을 뿐인데 겨우내 쌓인 눈이 하얗게 길 위에 뿌려졌습니다.
씨알농장에 다다르기 전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알록달록한 텐트였습니다. 농장 입구부터 30여 동이 둥지를 틀었죠. 크게는 2개의 야영지로 구성됐지만 1만5000평 부지에 자유롭게 텐트가 자리 잡습니다. 농장 중심부에 있는 청기와한옥집에서 캠핑장지기이자 농장주인 허길진 사장(62)을 만났습니다. 허 사장은 “4년 전 친구의 권유로 이곳에 들어왔어요. 이 골짜기가 구룡골로 불리던데 아마 아홉용이 있었다 해서 붙은 지명이겠죠”라고 말합니다. 구룡골 지명처럼 산자락이 구불구불 농장을 감쌌습니다. 농장 한가운데는 마치 용이 알을 품은 것처럼 저수지가 들어섰고요. 물이 샘솟아 생긴 저수지에는 10년 전 풀어놓은 잉어, 붕어, 민물새우 등이 보금자리를 틀었다죠. 꽁꽁 언 저수지가 녹으면 캠핑객은 너도나도 강태공이 됩니다.
씨앗 심고 열매 맺는 녹색 캠핑장
봄날은 온다 / 유독 동장군의 기세가 거셌던 올겨울. 그래도 봄날은 오려나보다. 망울망울 새순이 돋아나고 있다. /이윤정 기자
씨알농장 캠핑장은 원래 주말농장으로 문을 연 곳입니다. 지금도 약 5만평 대지 중 대부분이 주말농장으로 사용됩니다. 흰눈으로 뒤덮인 밭 위를 걸어보니 지난해 부단했던 농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았습니다. 봄바람이 불면 밭에는 온통 새싹이 돋아나고 저수지에는 연꽃이 자태를 뽐냅니다.
4년 전부터 주말농장이 캠핑장으로 운영되자 시너지효과를 일으켰죠. 주말을 이용해 밭을 일구러 온 사람들이 텐트를 치고 자연 속에 머무르기 시작했습니다. 허 사장은 "농장만 할 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찾아와요. 봄·가을에는 주말마다 100팀도 넘게 옵니다"라고 말합니다. 주말농장으로 시작한 씨알농장이 씨앗 심고 열매 맺는 녹색 캠핑장이 된 거죠.
풍경·시설·편의를 모든 갖춘 곳
무엇이 아이들을 웃게 만들까 / 캠핑장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하나같이 밝다. 학원 가방을 들고 도심을 누비는 아이들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다. 캠핑의 무엇이 아이들을 웃게 만들었을까. 사진은 (앞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정지빈(10) 정지누(14) 황준서(11). /이윤정 기자
그렇다면 캠핑객이 직접 느끼는 씨알농장은 어떨까요. 가족과 함께 캠핑을 온 황선종씨는 씨알농장을 자주 찾는 캠핑객입니다. 황씨는 "주말마다 올 때도 있어요. 우선 캠핑부지가 넓어서 사이트 구축이 편하고요. 여름에는 나무가 많아서 그늘 걱정도 안 해요. 아이들과 주말농장을 가꾸는 것도 별미고요"라고 말합니다.
캠핑객들이 꼽는 씨알농장의 장점은 꽤 많았습니다. 우선 풍경이 좋습니다. 산수를 모두 갖췄죠. 산으로 둘러싸인 농장은 가운데 저수지를 품고 있습니다. 낚시는 씨알농장 캠핑장의 빼놓을 수 없는 놀이입니다. 정지빈군(10)은 "여름에는 물고기 잡고 올챙이 잡고 민물새우 낚시도 해요"라며 씨알농장 캠핑의 즐거움을 늘어놓습니다. 겨울이 되면 저수지 낚시는 할 수 없지만 곳곳에 눈썰매장이 생깁니다. 여기저기서 썰매판을 들고 다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번집니다. 또 씨알농장 캠핑장에서는 화로·전기 사용이 가능합니다. 샤워실 화장실 모두 깨끗한 편이고 24시간 온수도 나옵니다. 황선종씨는 "씨알농장은 다갖춘 캠핑장으로 표현하죠. 풍경·시설이 모두 좋고 게다가 캠핑장지기도 친절하니까요"라고 말합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나 동부간선도로를 타고 양주시청 방향으로 온다. 양주시청 못미쳐 외미교차로에서 레이크우드CC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씨알농장은 신도브레뉴8차아파트 단지 옆으로 난 좁은 길로 들어가야 한다. 큰 길을 따라 양주2동 주민센터 앞에서 유턴해 다시 신도브레뉴아파트 방면으로 돌아오는 방법이 빠르다. 신도브레뉴아파트 앞 4거리에서 바로 좌회전해 들어올 수 없기 때문이다. 내비게이션에는 '경기도 양주시 광사동 295'를 입력하면 된다.
기타정보/
씨알농장 오토캠핑장은 2개 구역으로 운영된다. 1야영장은 단체캠핑객이 많이 찾고 2야영장은 가족단위 캠핑객만 머무를 수 있다. 2야영장이 조금 더 조용하고 아늑하다. 캠핑객이 많을 때는 저수지 옆 등 한가한 곳에서 사이트를 구축하는 캠핑객도 꽤 된다. 이용료는 1박에 2만원. 전기 사용료는 추가 5천원을 내야 한다. 농장 규모만 5만평. 캠핑장은 1만5000평 부지를 사용한다. 캠핑장이 넓어 부담없이 사이트 구축을 할 수 있다. 24시간 온수가 나오는 샤워실과 화장실 시설을 갖췄다. 저수지에서는 낚시도 가능하다. 붕어, 잉어, 민물새우 등이 잡힌다. 주말농장을 가꾸는 것도 가능하다. (문의: 031-847-9655)
봄캠핑은 겨울캠핑을 준비해서 다녀야 합니다. 옷은 여름 되기 전까지는 우모복 등을 꼭 챙겨가야 합니다. 입고 가는 것은 얇게 입고 가더라도 한 겨울 추위에 대비해야 합니다. 핫팩 등 보온용품도 차에 실어놓는 것이 좋습니다. 난방도 중요합니다. 2~3월에는 영동지방에 폭설이 잦기 때문에 텐트 내부에 난방을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눈이 갑자기 오더라도 텐트 안에 난방을 해두면 텐트 위로 쌓인 눈이 바로 녹기 때문입니다. 날씨가 따뜻해졌다해서 내부에 난방을 안 할 경우 폭설이 오면 텐트 위에 눈이 쌓여 텐트가 붕괴되는 사고로 이어집니다. 봄에는 텐트 팩을 잘 사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밤사이 땅이 얼기 때문인데요. 특히 펙이 땅과 함께 얼어서 텐트 철거 시 애를 먹기 일쑤입니다. 펙을 쉽게 철거하려면 펙을 박을 때부터 완전히 땅에 박지 말고 펙 윗부분을 조금 남겨놓습니다. 캠핑이 끝나고 텐트를 철거할 때 위에 남겨진 펙을 땅에 다시 두들겨 박으면 펙 주위에 얼어붙었던 땅과 얼음이 깨집니다. 이때 다시 펙을 위로 잡아당기면 손쉽게 펙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안개 낀 구룡골 / 씨알농장이 자리 잡은 곳은 양주시 광사동. 농장주이자 캠핑장지기인 허길진씨(62)는 “이곳이 예부터 구룡골이라 불렸다”고 설명한다. 안개가 자욱이 낀 구룡골을 카메라에 잡았다. /이윤정 기자
지난 가을/ 눈이 그렇게 많이 왔는데도 지난 가을 땅에 떨어지지 않은 나뭇잎이 있다. 씨알농장 캠핑장은 산에 포근히 둘러싸였다. 여름에는 시원한 나무그늘이 드리울 것이다. /이윤정 기자
아직은 겨울 캠핑/ 날이 좀 풀렸다싶어 캠핑장을 찾았지만 양주 씨알농장은 아직 한겨울이다. 1인용 장비를 들고 온 솔로캠핑객의 텐트도 보인다. /이윤정 기자
아찔한 썰매 타기/ 겨울에는 썰매판을 갖고 다니는 캠핑객이 많다. 아이들을 위해서다. 경사진 눈밭은 어디나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다. /이윤정 기자
해먹을 치고 / 아직은 춥다 싶었는데 벌써 해먹이 등장했다. 바람이 잦아들면 아이들이 나와 해먹 위에 앉는다. /이윤정 기자
굴 같은 텐트/ 텐트 2동이 붙은 듯 길게 연결됐다. 취재를 다니다보면 캠핑객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놀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이윤정 기자
제2야영지/ 씨알농장 캠핑장은 크게 2개의 야영지로 나뉠 수 있다. 2야영지는 가족 캠핑객만 받는다. 조용히 지내다 갈 수 있다. /이윤정 기자
청기와집/ 캠핑장지기가 머물고 있는 청기와집. 원래 있던 한옥을 내부만 조금 고쳐 쓰고 있단다. 풍경과 어울려 멋스럽다. /이윤정 기자
씨알농장 저수지/ 씨앗이 움트는 씨알농장을 겨울에 들른 것은 왠지 미안한 일이다. 씨알농장의 저수지는 붕어, 잉어, 민물새우 등 낚시터로도 훌륭하다고 한다. 지금은 꽁꽁 얼어붙어 눈을 즐겁게 한다. /이윤정 기자
눈밭이 온통 놀이터/ 캠핑장을 누비는 아이들. 썰매를 서로 끌어주며 놀이에 한창이다. /이윤정 기자
씨알농장 진입로 / 씨알농장은 아파트단지와 불과 1km가 채 떨어져있지 않다. 그런데 씨알농장 쪽으로 들어서면 바로 시골길이 펼쳐진다. 갑자기 안개가 자욱해지면서 새로운 세상에 들어온 느낌이 든다. /이윤정 기자
여름에는 수영장 겨울에는 공놀이장/ 여름에는 어린이 수영장으로 쓰이던 곳이 겨울이 되자 공놀이장으로 변했다. 아이들이 신나게 공놀이를 한다. /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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