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등산,캠핑,기타자료/한국의 캠핑장

[한국의 캠핑장]작지만 더 바랄 것이 없는 ‘양평 분지울작은캠프장’

by 시리우스 하우스 2011. 9. 9.

[한국의 캠핑장]작지만 더 바랄 것이 없는 ‘양평 분지울작은캠프장’

 

양평 분지울마을에 들어선 분지울작은캠프장. 20팀까지만 예약을 받는 아담한 야영장이다. /이윤정 기자

 

양평 분지울작은캠프장은 이름처럼 ‘작은’캠프장입니다. 보통 15팀, 많아야 20팀이 예약가능한 사설야영장이지만 자연과 시설이 어우러져 특A급 점수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스치기만 해도 베일 듯 바람에 날이 섰습니다. 하얗게 변한 세상을 제 모습으로 되돌리지 않을 것처럼 고집 부리는 혹한 속에 양평을 찾았습니다. 강원도 홍천과 맞닿은 양평의 북쪽자락. 단월면 명성리는 ‘분지울’이라는 고운 우리말 이름을 지녔습니다. 소리산 자락에 둘러싸여 동이처럼 움푹 파인 지형 덕에 생긴 이름입니다. 마을은 홍천 대명비발디파크 입구에 자리했지만 시끌벅적한 분위기 대신 아늑한 고요함을 풍깁니다. 작지만 더 바랄 것이 없는 ‘양평 분지울작은캠프장’으로 조촐하게 캠핑을 떠났습니다.

게을러지라, 한 번도 바쁘지 않았던 것처럼

게으르무르/ 분지울작은캠프장 장홍익 사장. “캠핑장에 오면 일단 게을러지라”는 게 그의 모토다. 캠핑객에게 줄 문패를 직접 제작하고 있는 모습. 작업실에 걸린 ‘게으르므루’ 팻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이윤정 기자


내비게이션에 ‘양평 단월면 명성리 54-1’번지를 치고 따라갔더니 자꾸 엉뚱한 곳으로 안내합니다. 번지에 ‘산’ 54-1를 찍지 않아서라는군요. 여러 차례 전화로 확인을 거듭하며 어렵사리 야영장을 찾아냈습니다. 눈 쌓인 분지울 마을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서자 아기자기한 팻말이 야영장 입구를 안내합니다. 한눈에 들어오는 주황색 돔하우스가 ‘여기부터가 캠핑장입니다’를 말해주는 듯합니다.

분지울작은캠프장은 이름에 괜히 ‘작은’이 들어간 것이 아닙니다. 정말 아담한 야영장이기 때문이죠. 대지 1500평 규모에 계곡을 끼고 있는 야영장에는 하루 15팀 정도로만 입장이 제한됩니다. 캠핑장지기 장홍익 사장은 2008년 취미 삼아 분지울에 오토캠핑장을 열었습니다. 28년 동안 어린이에게 미술을 가르쳤던 그가 분지울에 터를 잡은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장 사장은 “오랜 시간 캠핑을 하면서 ‘반달곰’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어요. 그러면서 선후배들이 편안하게 묵을 수 있는 야영장을 만들겠다 생각하게 된 거죠”라고 말합니다.

장 사장의 사심(?) 가득한 야영장의 모토는 ‘게으르무르’입니다. 쉽게 말해 ‘캠핑을 오면 게을러지라’는 뜻입니다. 돔하우스로 제작된 작업실부터 개수대와 화장실까지 모두 ‘게으르무르’가 적혀있습니다. 작고 조용한 야영장에서 한 번도 바쁘지 않았던 것처럼 한없이 게을러져 보라는 의도입니다.

밝은 별 아래 샘이 솟는 마을

분지울의 겨울 계곡 모습. 분지울은 지형이 움푹 파였다는 뜻이라는데 ‘샘이 솟는 곳’이라는 뜻도 있다고 한다. /이윤정 기자


동이처럼 움푹 파인 지형 덕에 ‘분지울’이라 불리는 명성리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바로 ‘샘이 솟는 마을’이란 뜻입니다. 산에서부터 흘러내리는 실개천은 여름에는 더위를 식혀주고 겨울엔 운치를 자아냅니다. 요즘 분지울 계곡은 마치 ‘얼음땡’ 놀이라도 하듯 꽁꽁 얼어붙었다가 졸졸 노래를 부르며 흐르다가를 반복합니다. 소복이 내린 눈이 그대로 쌓인 계곡 모습에 나도 모르게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됩니다.

분지울작은캠프장의 또다른 매력은 밤하늘입니다. ‘밝은 별 마을’이라는 뜻의 명성리(明星理)란 이름처럼 분지울의 밤하늘은 행여 쏟아질세라 있는 힘껏 별들을 잡아둡니다. 친구 5명과 함께 캠핑을 온 ID 셀모는 “이곳은 무엇보다 아늑하고 조용해서 좋습니다. 평소에도 15팀으로 입장 제한을 하다보니 시끌벅적한 적이 없어요. 마음의 나사를 풀고 게으름을 만끽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여름에는 물놀이, 겨울에는 스키·보드

설국/ 며칠 전 내린 눈이 전혀 녹지 않았다. 올 겨울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혹한은 분지울작은캠프장 풍경을 새하얗게 만들었다. /이윤정 기자


취재간 날 오토캠핑동호회에서 분지울로 릴레이캠핑을 나왔습니다. ID 밤별, 다강, 아띠고을 등의 회원들에게 직접 캠핑장의 매력을 들어봤습니다. 캠핑객들은 분지울 캠핑장에 특A 점수를 흔쾌히 줬습니다. 특히 항상 깨끗하게 관리되는 개수대, 샤워실, 화장실 등 부대시설이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화장실에는 비데까지 설치돼 있을 정도입니다. 마치 캠핑장 호텔에 온 느낌입니다.

주변 환경도 후한 점수의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여름에는 분지울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고 겨울에는 인근 스키장에서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습니다. 낮에는 스키·보드를 타고 밤에는 캠핑을 즐기는 캠핑객도 많습니다. 단점으로는 야영장 규모가 작다는 점, 여름에는 그늘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가장 좋은 점은 캠핑장지기의 세심한 배려가 꼽혔습니다. 직접 캠핑을 다니며 캠핑객에게 필요한 시설을 마련한 세심한 손길이 ‘작지만 더 바랄 것이 없는’ 캠핑장을 만든 요인입니다.

<디지털뉴스팀 이윤정 기자 yyj@khan.co.kr>

가는길/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홍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홍천 스키장 가는 버스를 타고 명성1리 입구 굴업리회관에서 내리면 된다. 차로 갈 때는 팔당대교를 건너 6번 국도를 탄다. 44㎞정도 길을 따라 오다가 단월1교에서 비발디파크 방향으로 좌회전한다. 약 600가 지난 지점에서 명성1리(분지울마을)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길을 따라 약 700 정도를 더 오면 ‘분지울작은캠프장’ 표지판이 보인다. 내비게이션에는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명성리 산 54-1번지를 입력하면 된다.

추가정보/
분지울작은캠프장은 조용한 사설야영장이다. 평소에는 15팀 정도로 예약을 제한한다. 단체 캠핑이라도 20팀까지만 입장할 수 있다. 화장실, 샤워실, 개수대에는 24시간 온수가 나온다. 화장실에는 비데가 설치돼 있을 정도로 A급 시설을 자랑한다. 전기도 사용 가능하다. 1박에 1가족 당 3만원(전기 포함)이다. 대형 트레일러도 2대 설치돼 있다. 이용 가격은 1박에 10만원이다. 인근에 대명비발디파크가 있어 겨울에 올 경우 스키나 보드를 타러 가기 편하다. 여름에는 그늘이 조금 부족한 편이다.


캠핑Tip. 반달곰 장홍익 사장이 전하는 캠핑 주의사항 및 에티켓


분지울작은캠프장 장홍익 사장은 매주 캠핑을 다니던 캠핑 마니아였습니다. 캠핑 노하우를 모아 장 사장이 직접 유의사항을 당부했습니다. 우선 동계캠핑 와서 난방으로 ‘차콜’ 연료를 사용할 때 텐트 내부에서 사용하지 말 것을 조언합니다. 백탄(차콜이 하얗게 변한 것)은 유해가스가 나오지 않을 거라 생각해 내부에서 사용하면 100% 질식사고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또 참나무 장작이나 밤나무 장작을 연료로 사용할 때 연기를 너무 많이 맡으면 며칠간 두통이 이어질 수 있으니 환기에 특별히 유의하라고 당부합니다. 또 전기난방기구는 전기요 정도만 사용할 것을 조언합니다. 전기히터가 전력량이 많다보니 캠핑장 전체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캠핑객의 편의까지 생각하는 게 캠핑 에티켓의 시작이라는 것이죠. 또 캠핑을 매주 다닌다면 가족캠핑, 동호회캠핑 등 테마를 가질 것을 조언합니다. 한 달에 한번 정도는 다른 캠핑객과 어울리며 정보를 교환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게 좋습니다. 또 아이들은 바깥에서 뛰어놀 수 있도록 집에서 즐기던 게임기 등을 가져오지 않는 것도 좋다고 당부합니다. 썰매타기, 팽이치기 등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전통놀이를 추천합니다.


‘작은‘ 캠프장/ 분지울작은캠프장은 경기 양평군 단월면 명성리 산 54-1번지에 자리잡고 있다. 내비게이션에 ’산‘을 입력하지 않으면 엉뚱한 곳을 헤매게 된다. 캠프장 이름에 ’작은‘이 들어간 건 작고 아담한 규모의 야영장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1500평 규모에 최대 20팀까지만 예약을 받는다. /이윤정 기자



문패/ 장홍익 사장이 만든 문패. 닉네임 ‘반달곰’으로 활동하는 그답게 곰 발바닥을 함께 새겼다. /이윤정 기자



눈 속에 파묻힌 듯/ 올해 유독 추운 날씨 덕에 캠프장은 ‘설국’이 돼버렸다. 며칠전 내린 눈이 전혀 녹지 않아 제대로 스노캠핑을 즐길 수 있다. /이윤정 기자



텐트 vs 트레일러/ 날이 추워지자 텐트와 트레일러를 모두 사용하는 캠핑객이 늘어났다. 잠은 트레일러에서, 식사와 놀이는 텐트에서 하는 캠핑객이 많다. /이윤정 기자



대형 트레일러 내부/ ID 셀모인 캠핑객과 친구 5명이 함께 캠핑을 왔다. 텐트를 치기 전 트레일러 안에서 몸을 녹이고 있는 모습. /이윤정 기자



트레일러 안 진공관 앰프/ 분지울작은캠프장에는 대형 트레일러가 2대 있다. 미술을 전공한 반달곰 장홍익 사장이 직접 꾸민 트레일러 안은 아기자기한 맛이 넘친다. 그 중 하나가 진공관 앰프다. /이윤정 기자



캠프장 모습/ 분지울작은캠프장은 산속에 파묻혀있다. 캠프장 바로 옆에는 계곡이 흐른다. 사진 속 오른쪽 나무 옆에 계곡이 있다. 여름에는 발을 담그고 더위를 식히기에 그만이다. /이윤정 기자



돔하우스/ 캠핑장지기가 사는 돔하우스. 집 앞에 큰 개가 묶여있다. 덩치와 다르게 온순하다. 사진기를 들자 포즈를 취했다. /이윤정 기자



이제 시작인 야영장/ 분지울작은캠프장은 2008년 처음 문을 열었다. 홍천 대명비발디파크와 가까운 거리에 있어 펜션과 함게 운영하려고 야영장을 열었다. 장홍익 사장은 나무를 심고 시설을 더 확충해야 한다며 아직도 정식 오픈을 한 게 아니라고 말한다. /이윤정 기자



캐러밴으로 바람을 막아라/ 찬바람이 유독 거셌던 날. 캐러밴 4대가 가운데 텐트를 에워쌌다. 바람이 심할 땐 차로 텐트를 막아주는 것도 좋다. / 이윤정 기자



비데 있는 캠핑장 화장실 보셨나요/ 분지울작은캠프장은 작지만 시설 면에서는 특A급이다. 개수대, 샤워실, 화장실이 모두 깨끗하다. 게다가 화장실에 비데가 설치돼 있다. /이윤정 기자



센스 ‘돋는’ 멘트들/ 찍고 나서 보니 화장실 사진이 많다. 캠핑을 다니면서 이렇게 화장실이 깨끗하고 아름다운 곳은 처음이다. 게다가 장 사장의 센스 멘트가 웃음을 자아낸다. /이윤정 기자



개수대/분지울작은캠프장의 시설은 어디를 둘러봐도 깨끗하다. 절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윤정 기자



지렁이가 정말 자라고 있을까/ 야영장 구석에 있는 지렁이 양식장. 팻말이 귀엽다. / 이윤정 기자



분지울 계곡/ 눈이 소복이 쌓인 분지울 계곡. 야영장 바로 옆으로 흐른다. /이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