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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캠핑,기타자료/한국의 캠핑장

[한국의 캠핑장]씨앗이 움터 나오는 곳, 양주 씨알농장캠핑장

by 시리우스 하우스 2011. 9. 9.

[한국의 캠핑장]씨앗이 움터 나오는 곳, 양주 씨알농장캠핑장

 

씨알농장 5만평 중 약 1만5000평이 캠핑장으로 사용된다. 사진은 제1야영장 모습. /이윤정 기자

 

2월은 설득의 귀재입니다. 고작 28일을 가지고 은근슬쩍 동장군을 몰아냅니다. 봄처녀의 비단치마를 펼치지는 않지만 동장군의 옆구리를 살살 구슬러 어느새 저만치 흘러가게 만듭니다. 남들보다 짧아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 같아도 할 것은 죄다 하고야 마는 2월의 중턱. 겨울이 마지막 눈을 게워내기 직전 양주의 한 농장을 찾았습니다. 이름도 열매를 뜻하는 ‘씨알’농장. 아직 씨앗을 움트기는 이르지만 농장은 마치 시크릿가든이라도 되는 양 신비로운 안개를 휘감았습니다. 뽀얀 안개를 헤치고 농장으로 들어서자 점점이 알록달록 텐트가 보입니다. 농장보다 더 유명한 ‘씨알농장 오토캠핑장’입니다.

구룡골 골짜기, 저수지를 품에 안고

씨알농장 저수지가 꽁꽁 얼어붙었다. /이윤정 기자


널찍한 도로에 아파트 단지가 보입니다. 경기도 양주시 광사동. 여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 속에 캠핑장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따라옵니다. ‘씨알농장’을 가리킨 내비게이션은 큰 길에서 연신 U턴을 시키더니 아파트 단지를 끼고 난 좁은 길로 안내합니다. 큰길에서 채 1km도 떨어지지 않은 곳. 도회지에서 조금 벗어났을 뿐인데 겨우내 쌓인 눈이 하얗게 길 위에 뿌려졌습니다.

씨알농장에 다다르기 전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알록달록한 텐트였습니다. 농장 입구부터 30여 동이 둥지를 틀었죠. 크게는 2개의 야영지로 구성됐지만 1만5000평 부지에 자유롭게 텐트가 자리 잡습니다. 농장 중심부에 있는 청기와한옥집에서 캠핑장지기이자 농장주인 허길진 사장(62)을 만났습니다. 허 사장은 “4년 전 친구의 권유로 이곳에 들어왔어요. 이 골짜기가 구룡골로 불리던데 아마 아홉용이 있었다 해서 붙은 지명이겠죠”라고 말합니다. 구룡골 지명처럼 산자락이 구불구불 농장을 감쌌습니다. 농장 한가운데는 마치 용이 알을 품은 것처럼 저수지가 들어섰고요. 물이 샘솟아 생긴 저수지에는 10년 전 풀어놓은 잉어, 붕어, 민물새우 등이 보금자리를 틀었다죠. 꽁꽁 언 저수지가 녹으면 캠핑객은 너도나도 강태공이 됩니다.

씨앗 심고 열매 맺는 녹색 캠핑장

봄날은 온다 / 유독 동장군의 기세가 거셌던 올겨울. 그래도 봄날은 오려나보다. 망울망울 새순이 돋아나고 있다. /이윤정 기자


씨알농장 캠핑장은 원래 주말농장으로 문을 연 곳입니다. 지금도 약 5만평 대지 중 대부분이 주말농장으로 사용됩니다. 흰눈으로 뒤덮인 밭 위를 걸어보니 지난해 부단했던 농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았습니다. 봄바람이 불면 밭에는 온통 새싹이 돋아나고 저수지에는 연꽃이 자태를 뽐냅니다.

4년 전부터 주말농장이 캠핑장으로 운영되자 시너지효과를 일으켰죠. 주말을 이용해 밭을 일구러 온 사람들이 텐트를 치고 자연 속에 머무르기 시작했습니다. 허 사장은 "농장만 할 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찾아와요. 봄·가을에는 주말마다 100팀도 넘게 옵니다"라고 말합니다. 주말농장으로 시작한 씨알농장이 씨앗 심고 열매 맺는 녹색 캠핑장이 된 거죠.

풍경·시설·편의를 모든 갖춘 곳

무엇이 아이들을 웃게 만들까 / 캠핑장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하나같이 밝다. 학원 가방을 들고 도심을 누비는 아이들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다. 캠핑의 무엇이 아이들을 웃게 만들었을까. 사진은 (앞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정지빈(10) 정지누(14) 황준서(11). /이윤정 기자


그렇다면 캠핑객이 직접 느끼는 씨알농장은 어떨까요. 가족과 함께 캠핑을 온 황선종씨는 씨알농장을 자주 찾는 캠핑객입니다. 황씨는 "주말마다 올 때도 있어요. 우선 캠핑부지가 넓어서 사이트 구축이 편하고요. 여름에는 나무가 많아서 그늘 걱정도 안 해요. 아이들과 주말농장을 가꾸는 것도 별미고요"라고 말합니다.

캠핑객들이 꼽는 씨알농장의 장점은 꽤 많았습니다. 우선 풍경이 좋습니다. 산수를 모두 갖췄죠. 산으로 둘러싸인 농장은 가운데 저수지를 품고 있습니다. 낚시는 씨알농장 캠핑장의 빼놓을 수 없는 놀이입니다. 정지빈군(10)은 "여름에는 물고기 잡고 올챙이 잡고 민물새우 낚시도 해요"라며 씨알농장 캠핑의 즐거움을 늘어놓습니다. 겨울이 되면 저수지 낚시는 할 수 없지만 곳곳에 눈썰매장이 생깁니다. 여기저기서 썰매판을 들고 다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번집니다. 또 씨알농장 캠핑장에서는 화로·전기 사용이 가능합니다. 샤워실 화장실 모두 깨끗한 편이고 24시간 온수도 나옵니다. 황선종씨는 "씨알농장은 다갖춘 캠핑장으로 표현하죠. 풍경·시설이 모두 좋고 게다가 캠핑장지기도 친절하니까요"라고 말합니다.

가는길/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나 동부간선도로를 타고 양주시청 방향으로 온다. 양주시청 못미쳐 외미교차로에서 레이크우드CC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씨알농장은 신도브레뉴8차아파트 단지 옆으로 난 좁은 길로 들어가야 한다. 큰 길을 따라 양주2동 주민센터 앞에서 유턴해 다시 신도브레뉴아파트 방면으로 돌아오는 방법이 빠르다. 신도브레뉴아파트 앞 4거리에서 바로 좌회전해 들어올 수 없기 때문이다. 내비게이션에는 '경기도 양주시 광사동 295'를 입력하면 된다.

기타정보/
씨알농장 오토캠핑장은 2개 구역으로 운영된다. 1야영장은 단체캠핑객이 많이 찾고 2야영장은 가족단위 캠핑객만 머무를 수 있다. 2야영장이 조금 더 조용하고 아늑하다. 캠핑객이 많을 때는 저수지 옆 등 한가한 곳에서 사이트를 구축하는 캠핑객도 꽤 된다. 이용료는 1박에 2만원. 전기 사용료는 추가 5천원을 내야 한다. 농장 규모만 5만평. 캠핑장은 1만5000평 부지를 사용한다. 캠핑장이 넓어 부담없이 사이트 구축을 할 수 있다. 24시간 온수가 나오는 샤워실과 화장실 시설을 갖췄다. 저수지에서는 낚시도 가능하다. 붕어, 잉어, 민물새우 등이 잡힌다. 주말농장을 가꾸는 것도 가능하다. (문의: 031-847-9655)



캠핑Tip/ 겨울과 봄 사이 ‘2월 캠핑’ 주의사항



봄캠핑은 겨울캠핑을 준비해서 다녀야 합니다. 옷은 여름 되기 전까지는 우모복 등을 꼭 챙겨가야 합니다. 입고 가는 것은 얇게 입고 가더라도 한 겨울 추위에 대비해야 합니다. 핫팩 등 보온용품도 차에 실어놓는 것이 좋습니다. 난방도 중요합니다. 2~3월에는 영동지방에 폭설이 잦기 때문에 텐트 내부에 난방을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눈이 갑자기 오더라도 텐트 안에 난방을 해두면 텐트 위로 쌓인 눈이 바로 녹기 때문입니다. 날씨가 따뜻해졌다해서 내부에 난방을 안 할 경우 폭설이 오면 텐트 위에 눈이 쌓여 텐트가 붕괴되는 사고로 이어집니다. 봄에는 텐트 팩을 잘 사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밤사이 땅이 얼기 때문인데요. 특히 펙이 땅과 함께 얼어서 텐트 철거 시 애를 먹기 일쑤입니다. 펙을 쉽게 철거하려면 펙을 박을 때부터 완전히 땅에 박지 말고 펙 윗부분을 조금 남겨놓습니다. 캠핑이 끝나고 텐트를 철거할 때 위에 남겨진 펙을 땅에 다시 두들겨 박으면 펙 주위에 얼어붙었던 땅과 얼음이 깨집니다. 이때 다시 펙을 위로 잡아당기면 손쉽게 펙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안개 낀 구룡골 / 씨알농장이 자리 잡은 곳은 양주시 광사동. 농장주이자 캠핑장지기인 허길진씨(62)는 “이곳이 예부터 구룡골이라 불렸다”고 설명한다. 안개가 자욱이 낀 구룡골을 카메라에 잡았다. /이윤정 기자



지난 가을/ 눈이 그렇게 많이 왔는데도 지난 가을 땅에 떨어지지 않은 나뭇잎이 있다. 씨알농장 캠핑장은 산에 포근히 둘러싸였다. 여름에는 시원한 나무그늘이 드리울 것이다. /이윤정 기자



아직은 겨울 캠핑/ 날이 좀 풀렸다싶어 캠핑장을 찾았지만 양주 씨알농장은 아직 한겨울이다. 1인용 장비를 들고 온 솔로캠핑객의 텐트도 보인다. /이윤정 기자



아찔한 썰매 타기/ 겨울에는 썰매판을 갖고 다니는 캠핑객이 많다. 아이들을 위해서다. 경사진 눈밭은 어디나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다. /이윤정 기자



해먹을 치고 / 아직은 춥다 싶었는데 벌써 해먹이 등장했다. 바람이 잦아들면 아이들이 나와 해먹 위에 앉는다. /이윤정 기자



굴 같은 텐트/ 텐트 2동이 붙은 듯 길게 연결됐다. 취재를 다니다보면 캠핑객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놀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이윤정 기자



제2야영지/ 씨알농장 캠핑장은 크게 2개의 야영지로 나뉠 수 있다. 2야영지는 가족 캠핑객만 받는다. 조용히 지내다 갈 수 있다. /이윤정 기자



청기와집/ 캠핑장지기가 머물고 있는 청기와집. 원래 있던 한옥을 내부만 조금 고쳐 쓰고 있단다. 풍경과 어울려 멋스럽다. /이윤정 기자



씨알농장 저수지/ 씨앗이 움트는 씨알농장을 겨울에 들른 것은 왠지 미안한 일이다. 씨알농장의 저수지는 붕어, 잉어, 민물새우 등 낚시터로도 훌륭하다고 한다. 지금은 꽁꽁 얼어붙어 눈을 즐겁게 한다. /이윤정 기자



눈밭이 온통 놀이터/ 캠핑장을 누비는 아이들. 썰매를 서로 끌어주며 놀이에 한창이다. /이윤정 기자



씨알농장 진입로 / 씨알농장은 아파트단지와 불과 1km가 채 떨어져있지 않다. 그런데 씨알농장 쪽으로 들어서면 바로 시골길이 펼쳐진다. 갑자기 안개가 자욱해지면서 새로운 세상에 들어온 느낌이 든다. /이윤정 기자



여름에는 수영장 겨울에는 공놀이장/ 여름에는 어린이 수영장으로 쓰이던 곳이 겨울이 되자 공놀이장으로 변했다. 아이들이 신나게 공놀이를 한다. /이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