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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캠핑,기타자료/수도권 명산 30선

(20) 강화 마니산

by 시리우스 하우스 2011. 9. 23.

<수도권 명산 30選>하늘에 제사하던 ‘氣의 산’… 한눈에 보이는 서해낙조 ‘아∼’

(20) 강화 마니산

문화일보 | 엄주엽기자 | 입력 2011.09.23 14:41


참성단(塹星壇)의 문이 열렸다. 단군 왕검 당시 지어진 것으로 전해지는 강화 마니산(摩尼山·468m)의 참성단은 훼손우려 때문에 2004년 8월부터 출입을 통제했고, 매년 12월31일과 1월1일의 해넘이와 해맞이, 개천절 의식과 전국체전 성화채화 때만 개방해 왔다. 이로 인해 연간 40만명 이상이나 되는 마니산을 찾는 사람들의 원성이 높았다. 참성단 개방은 강화군청이 공지한 적이 없었다. 가을 초입의 분위기가 물씬 하던 지난 20일 찾았을 때 참성단의 문이 열려 있어 깜짝 놀랐다.

↑ 오는 29일 경기도 전국체전 성화채화를 앞두고 20일 선녀옷을 입은 여학생들이 참성단에서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 강화 = 김낙중기자

↑ 마니산 등산에서는 서해를 바라보며 걷는 능선길이 가장 큰 매력이다. 20일 찾은 마니산에서 흥왕리 마을의 논과 서해 갯벌이 맑은 가을바람 속에 한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서해낙조가 ‘명품’이다. 왼편 봉우리에 참성단이 있다. 강화 = 김낙중기자 sanjoong@munhwa.com

한 달 전쯤 한 지방 신문에 '내년부터 개방한다'는 기사가 '강화군 관계자에 따르면…'이라는 식으로 났었다. 이날 참성단에 들어가 보니 초로의 남성 감시원 한 명이 지키고 있다. 여쭤보니, "9월부터 개방했다"고 들려준다. 슬그머니 '사실상' 문을 연 모양이다. 어쨌든 반갑다.

과거 참성단의 훼손은 소수의 특정 종교 광신자들에 의해 저질러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막기 위한 출입통제가 이해는 가면서도 참성단에 둘러쳐진 철책이 몹시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마니산에 오르려면 1500원의 입장료를 낸다. 입장료 수익 중 일부로 요즘 흔해 빠진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감시원을 두면 될 텐데도 흉물스럽게 막아놓은 것은 말 그대로 행정편의적 발상이다. 이에 항의가 끊이지 않자 개방을 결정한 것 같다. 연말까지 철책도 걷어낼 모양이다.

단군이 참성단을 지었다는 기록은 세종실록에 처음 등장한다. 그 모양과 크기가 구체적으로 묘사돼 있고, "조선 단군이 하늘에 제사하던 석단(石壇)이라고 세상에서 전한다"고 적고 있다. 앞서 고려시대에도 이색(李穡)과 이강(李岡)의 시에 참성단이 등장한다.

이들은 왕을 대신해 제를 올리기 위해 이곳까지 찾았던 만큼 참성단의 역사적 연원은 꽤 깊다. 정사(正史)에서는 배척하는 '환단고기'에는 "광개토대왕이 마니산에 들러 하늘에 제를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세종실록 등 조선왕조실록에는 '마니산'이 '마리산(摩利山)'으로도 기록돼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실록'에서 '摩尼山'이란 기록이 23건, '摩利山'이 16건이 검색된다. 1990년 YMCA의 명예총무였던 전택부씨를 위원장으로 하는 '마리산 이름되찾기 국민대회준비위원회'가 역사·국어학자 등이 중심이 돼 만들어져 개명운동을 활발히 벌였다. 백두산처럼 '머리''으뜸'의 의미가 있는 '마리산'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언론에서 큰 논란을 빚은 끝에 마침내 강화군이 소속된 인천시도 1995년 개명을 결정, '마리산'이 될 뻔했다. 막판에 '태클'을 건 곳은 중앙지명위원회였다. 이미 자리를 잡은 지명이고, 개명론자들의 주장이 학술적 토대가 약하다는 게 이유였다.

이 과정에서 종교적 배경도 없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기독교 사회단체의 '수장'이었던 전택부씨는 1992년에 쓴 '토박이 신앙산맥'이란 책에서 최남선의 고증을 근거로 조선시대 강화 유수(留守·지방관리)가 붕괴된 참성단을 승군(僧軍)을 시켜 보수했는데, 보수가 끝나고 장계(狀啓·지방관리가 왕에게 올리는 보고)를 만드는 과정에서 승려들이 리(利)자를 '석가모니'(釋迦牟尼)의 '니'(尼)로 슬쩍 고쳤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반대 입장에서 보자면, 리(利)자는 그리스도의 한자 음역인 '基利斯督'(기리사독→기독) 중 한 글자여서 껄끄럽긴 비슷하다.

마니산은 한반도 배꼽에 자리잡고 있다. 산 정상에서 남쪽 한라산과 북쪽 백두산까지의 거리가 같다. 1999년 풍수전문가들이 전국의 기(氣)가 센 지역을 선정해 지기(地氣)를 측정한 결과 참성단이 가장 많은 기를 분출하는 생기처(生氣處)로 나타났다고 한다. 강화군은 2008년에 '마니산 기(氣)축제'를 개최하기도 했으나 인천시의 지역축제 통합에 따라 바로 사라졌다.

서울에서 마니산 가는 길은 더욱 빨라졌다. 얼마전 올림픽대로가 끝나는 부분부터 강화도로 이어지는 해안도로가 일부 개통됐기 때문이다. 이 도로가 2015년 전체 개통되면 서울서 한 시간 이내에 마니산에 닿을 수 있을 것 같다.

마니산은 높진 않지만 암릉으로 이뤄진 주능선이 바다를 따라 있어 한눈에 서해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가장 긴 종주코스는 화도버스터미널 부근 매표소에서 단군등산로를 따라 참성단을 거쳐 마니산 정상에 오른 뒤 계곡과 야영장이 있는 함허동천 또는 정수사 방면으로 내려오는 길이다.

참성단에서 마니산을 거쳐 절고개로 이어지는 능선은 암릉지대면서 좌우로 강화도 전체와 서해바다를 번갈아 보면서 탈 수 있는 손에 꼽을 만한 '명품코스'다. 특히 이 능선에서 바라보는 서해낙조는 견줄 바가 없다.

넉넉히 3시간 반이면 탈 수 있다. 원점회귀를 위해서는 보통 단군로를 지나 능선고개에서 왼쪽 방향으로 참성단에 오른 뒤 마니산을 둘러보고 되돌아 나와 참성단에서 1004계단길로 내려오는 등산로가 애호된다.

강화 =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 코스

▲ 매표소 - 1004계단 - 참성단 - 마니산 - 함허동천 ▲ 매표소 - 단군로 - 참성단 - 마니산 - 함허동천 ▲ 매표소 - 단군로 - 참성단 - 마니산 - 1004계단 - 매표소

<수도권 명산 30選>이러면 곤란하죠?… 훼손된다며 출입 막더니… 참성단 뒤편은 쓰레기장 ?

문화일보 | 엄주엽기자 | 입력 2011.09.23 14:41

참성단 얘기를 더 해보자. 20일 참성단을 찾았을 때 오는 29일로 예정된 경기도 주최 제92회 전국체전 성화채화와 곧바로 개천절을 앞두고 개막되는 개천대제(단국대제·10월1~3일) 행사 준비를 하느라 선녀옷을 차려입은 여학생들이 연습을 하고 있었다.

체전의 상징인 '성화(聖火)'를 이곳에서 채화한다는 것은 이곳이 한국인의 마음속에 '성지(聖地)' 같기 때문일 터다.

이날 단군등산로를 거쳐 참성단으로 향하다가 직전에 조금 길을 잘못 들어 등산로가 아닌 참성단 뒤편을 우연히 보게 됐다.

그런데 눈에 잘 띄지 않는 참성단 뒤편에는 검고 커다란 비닐과 부서진 창틀, 건축폐자재 같은 것들이 쌓여 있는, 말 그대로 쓰레기장이었다. 못볼 것을 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 참성단을 일반인의 출입까지 막아가며 보호해 왔는데 실상은 쓰레기장처럼 다뤄온 셈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참성단 개방을 요구했지만 눈 하나 깜짝 않던 강화군 아닌가. 큰 행사들을 앞두고 있으니 지금은 쓰레기를 치웠을 것으로 믿고 싶다.

마니산은 강화군 산하 시설관리공단에서 관리하고 있다.

마니산의 관리는 입장료가 없는 다른 수도권 근교산에 비교해도 형편없다. 마니산을 찾았을 때마다 혀를 차게 만드는 것이 있다. 정상 능선 부근 가파른 지역의 단군등산로가 몹시 훼손돼 있다. 등산객들이 많이 다니다 보니 등산로가 지나치게 다져지고, 등산로상에 있는 나무들은 애처롭게 뿌리를 드러내고 있다. 이 경우 나무들이 제대로 살 수 없을뿐더러 비나 눈이 오면 등산객들이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요즘 웬만한 근교산들은 이같은 등산로에 지자체가 나무 계단 등을 설치해 훼손을 막고 있는데, 가장 기초적인 설비조차 방치하면 이렇게 망가진다는 걸 단군등산로가 보여준다.

마니산에는 입구에 흔한 급수대조차 한 곳 없다. 매표소 밖으로 내려와서 슈퍼에서 사먹어야 한다. 입장료를 받는다면 그만한 서비스가 이용객에게 돌아와야 하지 않을까.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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