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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캠핑,기타자료/한국의 캠핑장

[한국의 캠핑장]하늘·산·바람이 잠긴 물길에서, 영동 송호국민관광지 야영장

by 시리우스 하우스 2011. 9. 9.

[한국의 캠핑장]하늘·산·바람이 잠긴 물길에서, 영동 송호국민관광지 야영장

하늘과 산을 삼킨 강/ 늦은 오후 송호리 양강 풍경. 온 세상을 강이 집어삼켰다. /이윤정 기자

 

야영을 다니다보면 한국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많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비단물결 금강 중에서도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영동 송호국민관광지를 찾으면 넉넉한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하늘과 땅 사이 은빛 경계가 흐릅니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강인지 모를 몽롱한 빛깔의 비단물길. 가만히 보면 물길은 하늘빛이자 풀빛이고 바위색이면서 꽃색입니다. 온 세상이 금강에 풍덩 빠진 격. 금강에 비친 세상은 진짜 세상보다 더 영롱합니다. 그 물길을 따라 야영에 나섰습니다.

천내강과 양강의 감미로운 바람을 타고

풀 뜯는 소 / 천내강변에서 소가 유유히 풀을 뜯는다. 소 주인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늘 그래왔다는 듯 태연하게 풀을 뜯는 소가 천내강과 어우러진다. /이윤정 기자


금산 IC에서 68번 지방도로에 올랐습니다. 금강 상류 물줄기가 길옆으로 따라붙습니다. 까마득하게 높은 바위벽이 강줄기를 에워싸고 물살은 이리저리 산을 휘감습니다. 며칠 전 내린 소낙비 덕에 물소리는 한껏 풍성합니다. 갈대와 수풀이 우거진 천변, 사진을 찍기 위해 멈춘 곳에서 눈을 의심했습니다. 어미소와 새끼소가 끈도 묶지 않은 채 유유히 풀을 뜯습니다. 주인은 간데없고 소들만 서성입니다. 이곳의 시간은 옛 농촌에 묶인 듯 감미로운 강바람만 얼굴을 스칩니다.

지도상엔 금강이지만 주민에겐 천내강으로 불리는 곳. 금산을 적시며 흘러온 강물이 영동으로 빠져나가기 직전 금산군 제원면 천내리 주변에 형성된 강입니다. 물줄기가 영동군 양산면에 다다르면 ‘양강’으로 이름을 달리합니다. 금강은 이렇게 양산 송호리 주변에 양산팔경을 만들고 다시 옥천과 보은을 지나 대청호로 이어집니다. 대청호를 거치면 다시 공주와 부여, 군산을 통해 서해로 흘러드는 ‘젖줄’. 그 중에서도 송호리의 물길 ‘양강’은 몽롱할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1000그루 소나무 사이로는 시원한 그늘

천내강을 따라 조성된 송호국민관광지에는 400년 넘은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이윤정 기자


‘국민관광지’라는 이름이 세련되진 않지만 풍광만큼은 내로라할만합니다. 눈부신 물길 옆으로 1000여 그루의 소나무가 하늘을 위협합니다. 최고 수령 400여 년에 이르는 소나무가 우아한 춤을 추듯 가지를 뻗습니다. 황해도 연안부사였던 박응종이 가져온 솔방울이 지금의 송호리 송림을 이루는 씨앗이었습니다. 지금도 송호리 관광지 일대는 밀양 박씨 가문의 땅입니다. 마을에는 밀양 박씨 문중 20여 가구가 명맥을 이어갑니다.

소나무숲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관광지 면적은 총 28만4290㎡. 이곳에 양산8경 중 3곳이 있습니다. 송호리에서 양강 건너편인 봉곡리에 있는 ‘강선대’는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전설이 내려옵니다. 그래서 송호리 양강 물속에 우뚝 솟은 기암은 하늘로 오르려던 용이 선녀가 목욕하는 것에 반해 오르지 못하고 떨어진 것이라며 ‘용암’으로 부르죠. 또 용암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한 여의정은 박응종이 말년에 후학을 가르친 곳입니다.

오토캠핑 대신 ‘아날로그’ 야영을…

송호리 야영장 모습. 하늘과 산이 모두 천내강에 잠겼다. /이윤정 기자


송호리 야영장은 ‘차’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입구 앞에 주차를 한 뒤 손수레를 이용해 캠핑장비를 옮겨야 합니다. 오토캠핑객에게는 다소 불편한 점이 야영장 풍광을 지키는 열쇠입니다. 몇백년 수령의 소나무가 늠름하게 지켜 설 수 있던 이유랍니다. 야영 사이트는 따로 구분되지 않습니다. 소나무 사이에 자유롭게 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양강이 보이는 솔밭은 명당으로 꼽힙니다. 2000년대 들어 운영된 야영장은 예약 시스템이 아닙니다. 300동까지 선착순으로 입장합니다. 야영을 하기 전에 송호국민관광지 관리사무소에 미리 전화를 하면 야영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송호리에서는 어쩔 수 없이 ‘아날로그’ 야영을 해야 합니다. 전기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죠.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호사 대신 불편을 자처합니다. 그런데 불편함보다는 넉넉함이 흐릅니다. 유유히 흐르는 양강을 따라 산책하는 길은 맑은 자연이 깔립니다. 조각공원, 방갈로, 족구장, 물놀이장, 운동장 등에서 ‘전기’를 이용하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놀이를 찾을 수 있습니다. 특히 아침, 저녁으로는 양강 앞에 자리를 잡고 앉으십시오. 양강 그득히 하늘과 산이 비치면서 온 세상이 강 속으로 잠겨드는 운치에 흠뻑 젖을 수 있습니다.

캠핑Tip/ 타프 종류와 설치1. 사각타프



봄 햇살이 여름 햇살로 바뀌는 시기. 이제부터 그늘막 타프는 꼭 챙겨야 하는 아이템입니다. 타프의 사전적 정의는 방수포입니다. 즉 물이 스며들지 않는 천막인데요. 신발을 벗고 드나들어야 하는 텐트와 달리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는 공간 구성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타프는 초창기에는 사각형이 주를 이루다가 최근에는 6각형의 헥사타프, 사방이 막힌 스크린타프 등 종류가 다양해졌습니다.

우선 사각타프를 치는 방법부터 살펴봅니다. 사각타프와 헥사타프 모두 원리는 동일합니다. 타프 칠 자리를 결정하고 중간 지점에 타프를 쭉 폅니다. 메인폴대 2개를 조립해서 타프 끝부분(폴대를 꼽을 부분)에 수직으로 길게 뉘어 놓습니다. 메인팩 폴대 끝 좌우 1.5 지점에 펙을 각각 박습니다. 펙은 줄이 당겨지는 방향으로 약 45도나 60도로 기울여 박는 게 좋습니다. 줄을 펙에 걸고 타프와 메인폴을 모두 줄로 연결한 다음 폴을 비스듬하게 세워봅니다. 반대쪽 폴대도 같은 방향으로 세웁니다. 균형이 잡히도록 팽팽하게 줄을 조절하면서 나머지 사이드폴을 세우면 됩니다.


가는길/
금산IC에서 나와 68번 지방도로를 타고 충북 영동군 양산면 방향으로 향한다. 천내강과 양강을 끼고 양산에 다다르면 ‘송호국민관광지’표지판이 보인다. 내비게이션에는 ‘충청북도 영동군 양산면 송호리 299-1’을 치면 된다.

기타정보/
송호국민관광지 야영장은 오토캠핑장이 아니다. 매표소 앞 주차장에 차를 대고 손수레를 이용해 캠핑 장비를 날라야 한다. 전기도 사용할 수 없으므로 ‘아날로그’ 캠핑을 준비할 것. 입장료와 야영비, 텐트 사이트 이용료가 각각 나뉘어 있다. 관광지 입장료는 성인 1000원, 청소년 800원, 어린이 500원이다. 2박3일 기준 야영비는 성인 9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400원이다. 2박3일 기준 텐트 사이트 이용료는 리빙쉘과 같은 대형텐트 3000원, 3인용 이하 소형 텐트와 타프는 1500원이다. 화장실은 수세식이고 깨끗하지만 전체 야영장에 2곳 밖에 없다. 개수대 3곳. 샤워장은 물놀이장이 문을 여는 여름철에만 이용할 수 있다. 매점이 있어 장작 구매 가능. 화로를 사용해서 모닥불을 피워야한다. 송림이 우거져서 그늘이 풍부하다. 소나무 사이사이에 사이트를 구축할 경우 타프가 필요 없을 정도. 강이 보이는 사이트는 풍광이 좋지만 타프를 따로 쳐야 한다. 조각공원, 방갈로, 족구장, 물놀이장, 운동장 등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예약은 받지 않고 선착순 입장이다. 야영 가능 여부를 송호국민관광지 관리사무소(043-740-3228)에 문의하고 찾는 것이 좋다.


2000년 천내강변 / 11년 전 경향신문에 실린 천내강변 사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이곳의 풍경은 그대로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일품 소나무/ 송호리 송림은 으리으리하다. 우아한 춤을 추듯 가지를 흔들며 소나무가 하늘로 솟았다. 송림 왼편 족구장의 사람들이 작게 보일 정도다. /이윤정 기자



야영장/ 송호리 야영장에서는 사이트를 자유자재로 구축할 수 있다. 강을 바라보는 곳에 텐트를 치고 의자에 앉았다. 물길을 흐르는 바람소리가 어찌나 감미로운지 와본 사람만이 안다. /이윤정 기자



용암/ 하늘로 오르려던 용이 선녀가 목욕하는 것에 반해 오르지 못하고 떨어졌다는 바위 /이윤정 기자



젖줄 금강/ 금강이 왜 ‘젖줄’로 불리는지 이 강에 서보면 안다. 유유히 굽이치는 천내강을 따라 바위산이 절경을 이루고, 그 강에 터전을 둔 생명이 움터난다. /이윤정 기자



여의정/ 약 400년 전 황해도 연안부사였던 박응종이 가져온 솔방울이 지금의 송호리 송림을 이루는 씨앗이었다. 박응종은 여의정에서 말년에 후학을 가르쳤다. /이윤정 기자



방갈로/ 송호리 국민관광지에는 방갈로도 설치돼 있다. 텐트가 없다면 방갈로를 이용할 수 있다. /이윤정 기자



자전거길 / 관광지를 따라 자전거길이 잘 조성돼 있다.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서 강을 보며 자전거를 타다 보면 풍경에 이내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이윤정 기자



차는 진입금지 / 송호리국민관광지 야영장은 오토캠핑장이 아니다. 매표소 앞에 차를 주차하고 캠핑 장비는 손수레로 옮겨야 한다. 전기도 사용할 수 없으니 참고할 것. /이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