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캠핑장]파도소리에 잠들다, 태안 학암포캠핑장
- 태안이 검은 기름으로 뒤덮인 지 3년, 자연의 자정 작용은 태안을 생명의 땅으로 되살려 놓았습니다. 태안 해안국립공원은 되살아난 태안을 알리기 위해 2010년 4월 학암포에 오토캠핑장을 열었습니다.
온종일 해무가 일었습니다. 서해안을 감싼 안개가 자동차 앞 유리에 부딪혀 사라집니다. 오밀조밀한 해안선이 뽀얗게 절경을 숨긴 날, 태안을 찾았습니다. 충청남도 북서단에서 서해를 향해 돌출한 태안반도는 이름처럼 ‘크게 편안한 곳(泰安)’이었습니다. 해양 생태계의 보고이자 빼어난 경치를 안고 있어 1978년 13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죠. 충청남도 태안군과 보령시에 속한 326㎢에는 26개 해수욕장과 72개 섬이 자리 잡았습니다.
생명이 살아나는 땅, 태안 학암포
학암포/ 학암포 오토캠핑장에서 뒤쪽 출입구로 나오면 해변이 펼쳐진다. 캠핑객들은 낚시 도구를 챙겨와 강태공의 여유를 즐기기도 한다. /이윤정기자
2007년 12월 기름 유출사고를 겪기 전까지 태안은 천혜의 피서지로 꼽혔습니다. 검은 기름을 걷어낸 지 3년, 태안지역의 대기와 토양 그리고 해안의 유류 유해성분 노출 수준은 사고 이전으로 회복됐습니다. 그러나 옛 명성을 되찾기까지는 갈 길이 멀었죠. 태안 해안국립공원은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고자 태안반도 북쪽의 학암포에 오토캠핑장을 꾸렸습니다. 원래 야영장이 있었던 학암포에 독립된 주차공간과 캠핑 사이트, 전기시설과 샤워장 등을 갖춰 2010년 4월 오토캠핑장으로 새롭게 문을 연 것입니다.
학암포 오토캠핑장은 하얀 백사장 안쪽으로 총 70개 사이트가 자리했습니다. 깔끔한 시설로 캠핑객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주말마다 만석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해수욕장까지는 도보로 5분. 낚시 장비를 챙겨와 강태공의 여유를 즐기는 캠핑객도 많습니다. 캠핑장과 1km거리에 학암포 자연관찰로가 조성돼 있습니다. 서해안 갯벌의 무한한 생명을 느낄 수 있도록 자연 해설 프로그램도 진행됩니다. 자연이 살아난 태안의 땅을 자연스레 알아가는 것이 학암포 캠핑장의 매력입니다.
여성 캠핑객도 편안하게 사용하는 오토캠핑장
여성캠핑객 이희정씨 자매. 학암포 오토캠핑장은 여성 캠핑객도 이용하기 편한 곳이다. /이윤정기자
주말에 학암포 캠핑장은 70개 사이트가 꽉 찹니다. 20곳은 예약제로 운영됩니다. 나머지 사이트는 선착순 입장입니다. 가족 캠핑객도 많지만 친구끼리 지내기 위해 찾아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여성끼리만 캠핑을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희정(32)씨 자매는 3년 전부터 캠핑을 시작한 여성 캠핑객입니다. 안전과 편의를 고려해 시설이 잘 갖춰진 오토캠핑장을 선호합니다. 이씨는 “학암포는 인터넷에서 우연히 알게 됐어요. 샤워시설은 물론 전기를 사용할 수 있어 여성이 캠핑하기에도 무리가 없어요. 낮에는 낚시도 했는데 물고기도 곧잘 잡히네요.”라고 말합니다.
학암포 캠핑장을 이용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모닥불 피우기입니다. 불을 피울 때는 반드시 화로를 사용해야 합니다. 지면에 바로 불을 피우는 ‘캠프파이어’를 하면 자연 훼손의 주범이 됩니다. 특히 리지나 뿌리 썩음병의 균은 평상시 포자가 흙속에 잠자고 있다가 캠프파이어나 취사 행위로 지면온도가 40~60℃로 올라가면 발아합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 그루만 피해가 발생해도 주변 나무 수십 그루까지 전염돼 함께 말라 죽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태안 해안국립공원의 임남희주임은 “캠핑은 자연을 느끼기 위해 하는 것인데 오히려 자연을 훼손해선 안 된다”며 “어렵게 살아난 태안의 자연을 보호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솔밭과 백사장의 향연, 몽산포는 어때요
몽산포의 저녁. 캠핑 트레일러와 소나무, 바다가 만드는 풍경이 멋지다. /이윤정기자
태안 해안국립공원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은 두 곳입니다. 반도의 북쪽에 위치한 학암포와 중반부에 위치한 몽산포입니다. 몽산포는 1990년대부터 야영장으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하얀 백사장과 푸른 소나무의 향연이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하기 때문이죠. 굳이 학암포와 몽산포를 비교하자면, 학암포 오토캠핑장은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만 백사장과 조금 떨어져 있어 인공적인 느낌이 듭니다. 반면 몽산포 캠핑장은 솔밭에 바로 텐트를 칠 수 있어 자연미가 물씬 풍깁니다. 바다와 인접해 바람이 심할 경우에는 솔밭 안쪽에 자리를 잡으면 좋습니다.
학암포에서 만난 이상희(34)씨는 “작년에는 몽산포에서, 올해는 학암포에서 캠핑을 하고 있어요. 몽산포는 솔밭과 백사장의 느낌이 아늑하고 운치 있어 좋고요. 학암포는 백사장과 조금 떨어져있어 바람이 덜 불고 시설이 깔끔해 사용하기 편리합니다.”라고 말합니다. 특히 몽산포에 어둠이 깔리면 장관이 연출됩니다. 텐트의 조명과 소나무의 문양, 파도의 노래가 어우러져 캠핑의 밤을 물들입니다.
캠핑의 즐거움 중에서는 ‘불놀이’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캠핑장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모닥불 풍경은 그야말로 낭만, 그 자체입니다. 그러나 주의할 게 있습니다. 지면에 바로 불을 붙이는 ‘캠프파이어’는 환경 파괴의 주범이 되기 때문에 지양해야 합니다. 나무를 죽이는 균의 포자가 평상시 흙속에 잠자고 있다가 캠프파이어나 취사 행위로 지면온도가 40~60℃로 올라가면 발아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불놀이’를 할 때는 반드시 화로와 그릴을 사용해야 합니다. 화로는 불을 피울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그릴은 조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불을 쉽게 피우려면 착화제나 잔가지를 이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화로와 그릴을 사용하고 난 뒤에는 재를 제거하고 물로 깨끗하게 씻어 보관합니다. 특히 고기를 주로 굽는 그릴에는 재와 함께 기름때가 남아서 사용 후 제거해주지 않으면 다음 사용 시 불편을 겪게 됩니다.
서해안고속도로에서 서산IC로 나와 태안방면 32번 국도를 탄다. 남문지하차도에서 우회전해 학암포 방향으로 향한다. 태안읍에서는 634번 지방도를 타면 학암포에 갈 수 있다. 내비게이션에는 ‘태안군 원북면 방갈리 515-79’를 입력하면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태안 버스터미널에서 학암포행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40분 정도 소요된다.
학암포는 태안반도 북쪽에, 몽산포는 중반부에 위치해있다. 몽산포는 내비게이션에 ‘충청남도 태안군 남면 신장리 354-3’을 입력하면 된다.
(이용정보)
*학암포
성수기에는 승용차 1대당 1박 이용요금이 11,000원, 승합차는 17,000원이다. 전기 사용시 2,000원이 추가된다. 샤워장은 1회 이용 시 어른 1,0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400원을 내면 된다. 취사장과 화장실이 각각 2곳, 샤워시설과 음수대가 각각 1곳이 있다. 총 70사이트 중 예약은 20사이트만 가능하다. 학암포분소(041-674-3224)에서 전화 예약이 가능하다. 태안 해안국립공원에서 진행하는 자연해설프로그램 신청도 가능하다. (041-672-9737)
*몽산포
태안 기름유출사건 이후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야영장 시설은 몽산포 지역주민들에게 위탁 운영되고 있다. 오토캠핑의 경우 1박에 만원, 일반 야영의 경우 성수기 어른 2,000원의 이용료가 부가된다. 예약제가 아닌, 선착순 입장으로 이용가능하다. 전기를 이용할 경우 5,000원이 추가된다. 원래 오토캠핑장은 아니지만 나무와 나무 사이 공간에 주차하고 캠핑하는 경우가 많다. 바다 바람이 셀 경우 솔 밭 안쪽에 텐트를 치는 것이 좋다. (041-674-2608)
(추가정보)
태안반도 해변을 따라 30여 곳의 해수욕장이 포진해있다. 북쪽부터 학암포를 시작으로 구례포-구름포-의항-백리포-천리포-만리포-어은돌-파도리-연포-도장골갯벌-굴혈포-몽산포-달산포-청포대-마검포-곰섬-송화염전-삼봉-기지포-안면-밧개-두여-방포-꽂지-샛별-장삼포-장돌-바람아래 등으로 이어진다. 7~8월은 대부분의 야영장에서 취사와 야영이 가능하다. 그 외 기간에 야영을 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연중 운영하는 곳은 몽산포다. 학암포는 11월까지만 운영계획이 잡혀있다. (관련문의: 041-674-3224) 태안 해안국립공원 내에서 화로를 이용하지 않고 지면에서 바로 캠프파이어를 할 경우 과태료 50만원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파도소리에 잠들다/ 학암포 오토캠핑장을 취재하고 몽산포에 들렀다. 날이 추워서 캠핑객이 없으리라는 생각은 선입견에 불과했다. 100동이 넘는 텐트가 몽산포를 물들인 것. 짙은 해무 속에 솔밭을 밝히는 텐트의 조명이 운치 있다. /이윤정기자
학암포 오토캠핑장/ 태안 해안국립공원은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고자 태안반도 북쪽의 학암포에 오토캠핑장을 꾸렸다. 원래 야영장이 있었던 학암포에 독립된 주차공간과 캠핑 사이트, 전기시설과 샤워장 등을 갖춰 2010년 4월 오토캠핑장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일부러 생각을 비우기 위해 캠핑을 다녀요/ 학암포에서 만난 이상희(34)씨 일행. 친구 두 명이서 짐을 꾸려 캠핑을 다닌단다. 심심하지 않냐고 물으니 “일부러 아무 생각 안 하려고 캠핑 오는 거니까요. 이 심심함을 즐기는 거죠”라고 대답한다. /이윤정기자
여성 캠핑객의 보금자리/ 텐트를 멀리서보고 예쁘다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여성 캠핑객의 텐트다. 크기도 아담하고 색깔도 알록달록하다. 이제 텐트와 살림살이만 봐도 캠핑객의 취향을 대충 알 것 같다. /이윤정기자
캠핑장 풍경/ 캠핑을 오면 아이들이 가장 신난다. 배드민턴 하나에도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윤정기자
사이트 구성/ 학암포 오토캠핑 사이트가 그리 넓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대형텐트를 설치하려면 카라반 사이트를 빌리는 게 좋다. /이윤정기자
캠핑장 해넘이/ 텐트 위로 해가 지고 있다. 어둑어둑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캠핑의 운치가 더욱 빛을 발한다. /이윤정기자
학암포의 저녁/ 여름 피서객으로 붐볐을 해변이 한산하다. 3년 전 기름유출사건으로 태안의 경기는 침체됐다. 최근 태안군 조사에 따르면, 태안지역의 대기와 토양 그리고 해안의 유류 유해성분 노출 수준은 사고 이전으로 회복됐다고 나타났다. 태안반도가 다시 옛 명성을 찾길 기대한다. /이윤정기자
불 피우기/ 캠핑에서 ‘불놀이’는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그러나 불을 피울 때는 반드시 화로를 사용해야 한다. 지면에 바로 불을 피우는 ‘캠프파이어’를 하면 기름과 재로 자연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특히 몽산포의 경우 소나무 숲을 파괴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이윤정기자
몽산포의 밤/ 몽산포를 찾은 저녁, 감탄이 절로 나왔다. 빼곡한 소나무 사이로 텐트의 향연이 펼쳐졌다. 거센 바다 바람과 짙은 해무는 캠핑객에게는 방해 요소가 되지 않는 듯 보였다. /이윤정기자
자연이 만드는 캠핑 사이트/ 몽산포 캠핑장에서는 소나무 사이사이에 자리를 잡고 텐트를 쳐야 한다. 그런데 자연이 만드는 이 캠핑 사이트가 매우 매력적이다. 바람이 거센 날에는 바닷가 쪽보다는 솔밭 안쪽에 텐트를 치는 것이 좋다. /이윤정기자
캠핑카/ 영화에서나 보던 캠핑카를 요즘 국내 캠핑장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캠핑문화가 점점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윤정기자
몽산포 야영장/ 몽산포는 1990년대부터 야영장으로 인기가 높았다. 하얀 백사장과 푸른 소나무의 향연이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태안해안국립공원 제공
학암포 오토캠핑장 전경/ 학암포 오토캠핑장에는 총 70개 사이트가 있다. 20개는 예약제로 운영된다. 대형텐트의 경우 카라반 사이트를 빌리는 것이 좋다. /태안해안국립공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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