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등산,캠핑,기타자료/한국의 캠핑장

[한국의 캠핑장]살만한 둔덕에 머무르다 ‘홍천 살둔마을 캠핑장’

by 시리우스 하우스 2011. 9. 8.

[한국의 캠핑장]살만한 둔덕에 머무르다 ‘홍천 살둔마을 캠핑장’

  • 글자크기
  • 폐교된 지 약 20년. ‘반공’ '방첩‘ 팻말을 내건 홍천의 한 폐교가 시간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홍천 살둔마을 생둔 분교 터가 오토캠핑장으로 각광을 받으면서부터입니다.

    ‘살만한 둔덕’이라서 ‘살둔마을’이라 불린 곳. 그러나 살둔마을에 이르는 길은 순탄치 않습니다. 구불구불 산길을 오르락내리락. ‘하늘아래 첫 동네’라도 가는 양, 산길의 심기는 영 불편해 보입니다. 산과 산이 서로의 몸뚱이를 부대끼고 밀쳐내 만든 내린천은 마을을 끼고 흐릅니다. 이쯤 되면 과거에는 오지 중의 오지로 꼽힐 만도 했겠습니다.

해발 1000m 산줄기가 포근히 안은 마을

1993년 폐교된 생둔분교.시간이 멈춘 듯 ‘반공’ ‘방첩’ 팻말이 걸려 있다./이윤정기자


446번 지방도로를 따라 산골 깊숙이 자리한 살둔마을이 들어섰습니다. 굳이 순서를 따지자면 도로는 2001년에 개통됐으니 마을 한가운데 도로가 난 것이겠죠. 도로가 뚫리기 전 마을은 두메산골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방태산(1444m) 줄기인 숫돌봉에 포근히 안긴 살둔은 월둔, 달둔과 함께 '정감록'에 피난처로 기록됐습니다. 해발 500m 위 작은 산골마을에는 40 가구 남짓 드문드문 집이 들어섰습니다.

마을의 시작은 조선시대 아스러진 왕의 이야기가 함께 묻혀있습니다. 조선 제6대 왕인 단종이 숙부인 수양 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자, 단종의 복위를 꾀하던 사람들이 방태산 골짜기에 숨어들었던 곳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마을은 ‘이곳에 오면 사람이 산다’는 의미를 담아 ‘살둔’이라 불렸습니다. 오랜 시간 외지인의 손길이 닿지 않던 산골에는 알음알음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1985년 지어진 살둔산장이 언론사 선정 ‘한국인이 살고 싶은 집 100'에 선정되면서 외지인의 관심이 일었습니다. 2009년에는 살둔마을에서 문암마을에 이르는 트레킹 코스가 방송에 소개됐습니다. 오로지 걷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도 속속 생겨났습니다.

시간이 멈춘 생둔분교, 캠핑의 낭만이 흐르다

생둔분교 운동장부터 내린천 둔치까지 사이트가 이어진다.여름에는 내린천이 내려다보이는 자리 인기가 높다./이윤정기자

 
요즘 살둔마을에 활기를 가져다주는 것은 1993년 폐교된 생둔분교입니다. 1948년부터 515명의 학생을 배출한 학교는 ‘반공’ ‘방첩’ 문구를 내건 채 시간을 막아섰습니다. 그런데 을씨년스러울 것만 같던 폐교에 주말이면 어김없이 캠핑 장비를 실은 차량이 속속 들어옵니다. 캠핑객은 이내 텐트를 치고 화로에 불을 붙입니다. 폐교 터에 캠핑의 낭만이 넘칩니다. 멈춘 시간이 다시 흐르는 순간입니다.

마을 사무장을 맡고 있는 이태호(40)씨는 “원래 폐교 운동장에서 종종 야영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러다 작년 여름부터 마을에서 폐교 터를 활용해 캠핑장을 열었죠.”라고 말합니다. 주민이 직접 벤치, 새집, 썰매, 뗏목 등을 만들었습니다. 24시간 내내 뜨거운 물이 나오는 샤워시설은 물론 화장실과 개수대도 깨끗하게 정비했습니다. 이씨는 “이곳은 원래 조용한 시골마을이었어요. 그런데 캠핑객이 찾아오면서 활기를 찾고 있죠. 마을 주민이 직접 나서 야영장을 꾸미고 행사도 마련하고요.”라며 자랑을 늘어놓습니다.

캠핑장은 생둔분교 운동장부터 내린천 둔치까지 이어집니다. 사이트가 따로 나뉘어있지 않아 텐트와 타프를 자유자재로 칠 수 있습니다. 마을 측에서는 성수기에도 30동으로 예약을 제한합니다. 살둔마을을 찾은 캠핑객에게 여유로운 시간을 주고 싶어서입니다. 여름에 가장 인기 있는 사이트는 단연 내린천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둔치입니다. 내린천 둔치부터 자리가 차기 시작해 운동장을 빙 둘러 텐트가 자리 잡습니다. 겨울에는 강바람을 피하기 위해 운동장부터 텐트가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전기 시설이 갖춰져 있어 한겨울에도 캠핑객이 속속 모여듭니다.

방태산과 내린천, 천혜의 자연이 만드는 즐길거리

내린천 낚시/생둔분교 바로 옆에 내린천이 흐른다.이곳에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포인트가 있다.내린천에는 갈겨니,모래무지를 비롯해 열목어까지 보인다./이윤정기자


생둔분교 바로 옆에 내린천이 흐릅니다. 강원 홍천군 내면에서 출발해 인제군 기린면으로 빠져나가기에 두 지명의 첫 자를 따 '내린'천이라 합니다. 총 70㎞이어지는 물줄기 의 상류가 살둔을 지납니다. 이곳에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내린천에는 갈겨니, 모래무지를 비롯해 열목어까지 보입니다. 나진근(42)씨는 “견지낚시를 하러 몇 번 살둔마을을 오가다가 처음 캠핑을 왔어요. 내린천의 물소리를 들으며 자연 속에서 잠든 어젯밤이 참 행복하더라고요.”라고 말합니다. 살둔마을에서는 겨울이면 꽁꽁 얼은 내린천에 이글루를 만들고 캠핑객에게 썰매와 스케이트를 무료로 대여해줍니다. 여름에는 구명조끼를 빌려주고 뗏목 체험 시설도 갖춥니다.

살둔마을을 감싼 산줄기에는 천혜의 트레킹코스가 있습니다. 살둔마을에서 홍천 문암마을로 넘어가는 길입니다. 살둔마을에서 호랑소를 지나 시멘트포장도로가 끝나면 문암마을 삼거리까지 자갈길과 흙길로 이어지는 총 4km의 트레킹코스가 시작됩니다. 걷기 부담된다면 생둔분교에 비치돼 있는 자전거를 이용해 다녀올 수도 있습니다. 걷다보면 어느새 민가와 펜션들은 사라집니다. 호젓한 그 길에는 내린천이 오밀조밀 발길에 따라붙어 살만한 둔덕의 맛을 실감케 합니다.

캠핑 Tip. 캠핑장 요리/



캠핑장에서 바로 해 먹는 요리는 캠핑의 묘미입니다. 화로를 이용한 요리는 슬로푸드가 적합합니다. 더치오븐 등을 이용해 찜, 스튜 등 오랜 시간 조리해야 할 때 유용합니다. 또 바비큐 등 숯불 요리도 화로에서 바로 해 먹을 수 있습니다. 그 외에 빠르게 조리해야 하는 요리는 스토브를 이용합니다. 간단히 해먹을 수 있는 라면, 카레 등은 물론이고 스파게티, 탕, 전골 등 다양한 캠핑 요리를 즐기는 캠핑족도 많습니다. 캠핑장에서 요리를 편하게 하려면 재료는 미리 집에서 손질해오는 것이 좋습니다. 껍질이 있는 식재료의 경우 손질 과정에서 쓰레기가 많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양념은 되도록 동일한 크기의 용기에 각각 담는 게 좋습니다. 수납하기에도 편리하고 양념을 빠트리고 오는 실수도 적어지기 때문입니다. 캠핑장 근처 특산물이 있다면 특산물을 활용한 요리를 하는 것도 좋습니다. 아침은 뜨끈한 국물요리를, 점심은 남은 재료를 활용한 볶음밥이나 주먹밥 등을, 저녁은 화로에서 해 먹는 요리로 식단을 미리 구성해놓으면 편리합니다.



가는 길/
서울~춘천고속도로 동홍천IC로 나와 56번국도 양양 방면을 따라 간다. 홍천군 내면 지나 광원리에서 우회전하면 446번 지방도를 만난다. 굽이치는 도로를 8km 정도 가면 살둔마을 표지판이 보인다. 영동고속도로 진부IC에서 31번 국도를 따라 운두령을 넘어가 56번 국도를 갈아타도 된다. 대중교통은 상봉이나 동서울터미널에서 고속버스와 직행버스를 이용해 홍천읍까지 간다. 홍천읍에서 내면 율전리행 버스가 약 1시간 단위로 운행된다. 2시간 소요. 살둔마을 캠핑장은 생둔분교터에 있다. 내비게이션에는 ‘홍천군 내면 율전리 221-4’를 입력하면 된다. 살둔마을 6km 이내에 매점과 식당이 없기 때문에 필요한 물품이나 음식을 꼼꼼히 챙겨서 들어와야 한다.

시설정보/
캠핑장 예약은 마을 홈페이지 (http://saldun.invil.org/theme/autocamp/season_camp/contents.jsp)에서 가능하다. 7~8월에는 1동 당 2만5천원, 그 외 계절에는 1동 당 2만원이다. 여름 성수기에도 캠핑객의 편의를 위해 30동으로 예약을 제한한다. 겨울에도 온수가 나오는 샤워실과 개수대가 있다. 단 샤워실과 개수대가 함께 있어서 샤워 시 유의해야 한다. 화장실도 깨끗한 편. 텐트 사이트에서 전기 사용가능하다. (문의:033-434-3798)

추가정보/
사이트는 구획이 따로 없어서 텐트와 타프를 자유롭게 칠 수 있다. 생둔분교 운동장부터 바로 옆 내린천 둔치까지 사이트가 이어진다. 여름에는 둔치 쪽 자리 인기가 높아 둔치부터 텐트가 설치된다. 겨울철 강바람을 피하려면 운동장에 텐트를 치는 것도 좋다. 사이트마다 전기가 들어오지만 강 둔치 쪽까지 연결하려면 전기릴선을 챙겨야 한다. 생둔분교 인근에서는 무선인터넷도 잡힌다. 마을에서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해준다. 여름에는 구명조끼를 빌려 입고 뗏목 체험을 할 수 있다. 또 운동장에 스크린을 설치해 영화상영도 해 준다. 겨울철 내린천이 꽁꽁 얼면 스케이트와 썰매를 즐길 수 있다. 마을에서는 이글루를 설치하고 음악회도 연다. 살둔마을 캠핑객에게는 모든 체험이 무료다. 생둔분교 인근에는 산둔산장을 비롯해 새로 생긴 펜션과 민박이 있다. 살둔마을 트레킹 코스는 생둔분교에서 걸으면 문암마을까지 왕복 13km가 넘기 때문에 도로가 끝나는 지점까지 차를 몰고 가서 왕복 8km코스만 걷는 것도 괜찮다.


446번 지방도로가 나기 전/2001년에 살둔마을을 지나는 446번 지방도로가 개통됐다.사진은 도로가 나기 전 1999년 사진이다.방태산자락에 포근하게 마을이 들어섰다.저 아래 생둔분교 건물도 보인다./경향신문 자료사진



주민이 직접 만든 새집/살둔마을 야영장을 꾸미는 건 주민 몫이다.주민들이 직접 벤치,새집,썰매,뗏목 등을 만들었다.야영장은 물론 마을 곳곳에 아기자기한 손길이 느껴진다./이윤정기자



내린천 뗏목체험/여름에는 강을 가로지른 줄로 연결된 뗏목 체험을 즐길 수 있다.현재는 지난 홍수에 뗏목이 떠내려간 상태다.마을에서는 여름이 오면 다시 뗏목을 만들 계획이다./살둔마을 제공



운동장 사이트/강바람이 센 겨울에는 운동장에 텐트를 치는 것도 좋다.전기시설도 가까이 있어 편리하다./이윤정기자



한여름 밤의 음악회/여름이면 생둔분교 운동장에서 한여름 밤의 음악회가 열린다./살둔마을 제공



캠핑장 풍경/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풍경 중 하나가 캠핑장에 줄을 매달아 침낭이나 빨래를 말리는 모습이다.바로 뒤 생둔분교가 보이는 모습이 이색적이다./이윤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