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캠핑장]배낭 하나에 일상을 털다, 강화 함허동천 야영장
- 가족과 함께 하는 캠핑도 좋지만, 때로는 혼자 훌훌 일상을 털어버리고 싶은 때가 있습니다. 야영 장비를 배낭 하나에 털어 넣고 마니산 함허동천에 올랐습니다.
배낭 하나로 길 떠나보셨나요. 오토캠핑이 각광을 받는 요즘 ‘불편함’을 자처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훌훌 털어버린 일상을 가방에 넣은 채 혼자 나만의 캠핑장으로 떠나는 사람들. 바로 ‘백패킹족’인데요. '야영생활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떠나는 등짐여행'인 백패킹(backpacking)은 등산과 트레킹을 모두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장비를 가방 하나에 의지해야 하다 보니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는데요. 그래서 백패킹족에게 추천을 받았습니다. 백패킹을 처음 한다면 이곳을 찾아라. 바로 강화군 마니산 자락에 위치한 ‘함허동천 야영장’입니다.
손수레 vs. 배낭, 야영장 오르는 길
가방 하나를 메고 마니산을 오르는 백패킹족. /이윤정기자
주차장에서부터 진풍경이 펼쳐집니다. 어디선가 등장한 손수레, 일명 ‘리어카’가 눈에 띕니다. 주차장부터 등산로 입구까지 100여 미터. 무거운 오토캠핑 장비를 준비한 캠핑객은 여간 난처한 게 아닙니다. 한 번에 짐을 싣지 못하면 손수레로 오가기를 몇 차례. 텐트를 치기도 전에 이마엔 구슬땀이 맺힙니다.
손수레가 난무하는 틈 사이로 배낭을 멘 캠핑객이 산길을 오릅니다. 유유자적 길을 나선 김충식(43)씨는 나홀로 캠핑족입니다. “아침 일찍 텐트를 쳐놓고 산을 올라요. 가족과 캠핑도 좋지만,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거든요.”라며 발길을 재촉합니다. 백패킹족은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아늑한 곳에 텐트를 칩니다. 마니산이 만든 천연 침실에 잠시 잠깐 일상을 묻어 둡니다.
함허동천 야영장은 산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매표소까지 손수레로 짐을 날라야 합니다. 매표소에서 산 위 1km까지 야영장 4곳이 펼쳐집니다. 매표소 바로 앞에 위치한 제1야영장에는 오토캠핑객이 주로 묵습니다. 장비 나르는 부담이 적기 때문이죠. 계곡길을 따라 발길을 옮기면 차례로 야영장이 나타납니다. 조용한 곳을 선호한다면 제 3야영장이 좋습니다. 4개 야영장에 모두 80개의 평상이 설치돼 있지만 평지에 텐트를 설치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한여름이면 200동이 넘는 텐트가 함허동천 야영장을 물들입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 잠겨 있는 곳, 함허동천
함허동천(涵虛洞天)/ ‘함허’는 조선 전기의 승려 기화(己和)의 당호다. 마니산 계곡에서 수도를 하던 기화가 마니산에 정수사를 중수한 사실은 익히 알려진 이야기다. 계곡 너럭바위에 기화가 직접 새긴 ‘함허동천(涵虛洞天)’ 글자는 지금도 찾아볼 수 있다. /강화군 시설관리공단 제공
함허동천(涵虛洞天)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 잠겨 있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함허’는 조선 전기의 승려 기화(己和)의 당호입니다. 마니산 계곡에서 수도를 하던 기화가 마니산에 정수사를 중수한 사실은 익히 알려진 이야기죠. 계곡 너럭바위에 기화가 직접 새긴 ‘함허동천(涵虛洞天)’ 글자는 지금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함허동천 야영장은 1988년 7월 처음 문을 열었습니다. 계곡길을 따라 펼쳐진 야영장에 몸을 누이면 산과 계곡에 잠겨 있는 느낌입니다. 암반과 나무가 적절히 어우러진 마니산 자락이 아늑한 캠핑장을 선사하기 때문입니다. 매주 함허동천에서 야영을 즐기는 김애라씨 가족은 “집이 인천이라 야영장이 가까워서 좋고요. 자연에 폭 파묻힌 이 느낌도 다른 곳과는 차별화된 매력이에요.”라고 말합니다. 야영장 곳곳에는 취사장을 비롯해 족구장, 놀이마당 등이 갖춰져 있습니다. 야유회 장소로 함허동천을 찾는 사람도 많습니다. 수도권과 가까운데다 다목적 광장이 있어 단체 행사에도 종종 이용됩니다.
근육질 산맥에 숨겨진 꽃등산로
근육질 등산로/ 야영장에서 마니산 정상까지 흙길로 된 잔잔한 등산로가 부드럽게 안내하는가 싶더니 이내 바위가 불쑥 불쑥 나타난다. 부드러운 곡선미를 지닌 암릉이 날카로운 산세로 변했다가 다시 뽀송뽀송한 흙과 낙엽이 등산객의 용기를 북돋는다. ‘근육질에 숨겨진 부드러운 산심(山心)’이 느껴진다. /이윤정기자
함허동천 야영장은 마니산 등산로와 바로 연결됩니다. 야영장에서 천천히 2시간 정도 걸으면 마니산 정상(469.4m)인 참성단에 닿습니다. 두악산(頭嶽山), 또는 마리산으로도 불린 마니산은 ‘머리’를 뜻하는 이름처럼 민족의 영산으로 일컬어져 왔습니다. 단군 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위해 쌓았다는 참성단까지의 등산로는 모두 3코스입니다. 야영장에서 정상을 거쳐 918계단을 따라 화도면까지 내려오는 1코스, 정상에서 단군로를 따라 372개 나무계단으로 화도면까지 내려오는 2코스, 정수사에서 함허동천 등산로를 거쳐 화도면으로 내려오는 3코스입니다.
야영장에서 정상까지 직접 걸어봤습니다. 흙길로 된 잔잔한 등산로가 부드럽게 안내하는가 싶더니 이내 바위가 불쑥 불쑥 나타납니다. 부드러운 곡선미를 지닌 암릉이 날카로운 산세로 변했다가 다시 뽀송뽀송한 흙과 낙엽이 등산객의 용기를 북돋아 줍니다. ‘근육질에 숨겨진 부드러운 산심(山心)’이 느껴집니다.
친구 3명이 함께 캠핑을 나선 이상규(43)씨 일행은 최소한의 장비만 꾸려 캠핑에 나섰습니다. 주목적은 ‘등산’입니다. 이씨는 “주말 내내 집에 있으면 TV 리모컨으로 채널 돌리는 게 일이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나오면 등산도 하고 캠핑도 하고 몸이 절로 건강해지는 느낌입니다.”라고 말하며 마니산 등산로에 몸을 던집니다.
겨울 캠핑에서 가장 큰 고민은 아무래도 ‘추위’에 대비하는 일입니다. 흔히 ‘동계형’ 텐트가 따로 있다고 알고 있지만 따로 계절별 텐트가 출시되는 것은 아닙니다. 텐트 본체를 덮는 지붕인 ‘플라이’에 따라 여름용과 겨울용에 맞춰 쓸 수 있습니다. 플라이 하단에 ‘스커트’를 덧대 바람이 텐트 밑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제품이 겨울용으로 사용하기에 바람직합니다. 반대로 여름용 플라이는 하단이 뚫려 통풍이 잘 되는 것이 좋습니다. 텐트는 전실과 침실이 함께 구성되는 거실형 텐트가 겨울에 쓰기 더 편합니다. 난로 및 조리 기구를 텐트 안에 설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화로나 그릴은 텐트나 타프 안에서 사용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만약의 화재 사고에 대비해 소화기를 갖고 다니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자기 전에는 난로를 끄는 게 화재 예방 및 질식사 방지에 도움이 됩니다. 겨울철 바닥 냉기를 줄이려면 야전침대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두툼한 침낭과 핫팩을 사용하는 것도 겨울밤을 따뜻하게 보내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핫팩이 없다면 1.5리터 페트병에 70~80℃의 뜨거운 물을 넣은 뒤 수건으로 감싸서 사용해도 됩니다.
행주대교 남단에서 김포방향 48번 국도를 탄다. 김포시내를 통과해 누산4거리에서 352번 지방도로로 빠진다. 초지대교를 건너 강화군 온수리까지 연결된다. 초지입구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가다보면 전등사가 나타나는데 전등사 주차장을 끼고 좌회전해 강화장 150m전방에서 우측 길에 접어든다. 길상과 화도를 연결하는 다리인 길화교를 지나면 함허동천 야영장 표지판이 보인다. 내비게이션에는 ‘인천광역시 강화군 화도면 사기리 340-5’를 입력하면 된다.
시설정보/
함허동천 야영장은 매표소에서 오르막길로 1km 구간에 총 4곳이 이어진다. 화장실 6곳, 취사장 6곳, 족구장 4곳, 매점 1곳, 식당 1곳 등의 부대시설이 있다. 화장실과 취사대는 깨끗한 편. 샤워시설은 여름에만 이용할 수 있다. 텐트 1동당 시설이용료는 6000원이다. 제1야영장 전기가 들어오는 평상 4곳은 각각 이용료가 8000원이다. 야영 장비가 많다면 매표소와 가까운 제1야영장에 텐트를 치는 것이 좋다. 백패킹을 하기 위해 조용한 곳을 찾는다면 3야영장이 좋다. 1박을 하지 않고 등산만 하려면 마니산 입장료 어른 1500원, 어린이 500원을 내면 된다. 연간 215,831명이 마니산을 찾는다.
기타정보/
주차요금은 무료이나 주말에는 등산 인파가 몰려 주차장이 만석이다. 주말 캠핑을 즐기려면 아침 일찍 서두르는 것이 좋다. 함허동천 야영 시 등산은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이 외에도 전등사, 광성보, 초지진, 동막해수욕장, 황산도 갯벌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손수레로 캠핑 장비를 날라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함허동천 야영장은 자연 속에 폭 파묻힌 느낌이 든다. /이윤정기자
등산로와 이어지는 자연 속 캠핑장/ 캠핑을 다니면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 ‘뭐가 좋냐’는 것이다. 저렇게 우거진 낙엽 속에 파묻혀 하룻밤을 지낸다는 것 자체가 좋다. 자연을 눈에 담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에 담아가는 느낌이다. /이윤정기자
매주 함허동천을 찾아요/ 김애라씨 가족은 매주 함허동천 야영장을 찾는다. 인천이 집이어서 가깝기도 하고, 자연 속에 폭 파묻힌 느낌이 좋단다. /이윤정기자
캠핑의 주목적은 ‘등산’ /친구 3명이 함께 캠핑을 나선 이상규(43)씨 일행. 주목적은 ‘등산’이다. 이씨는 “주말 내내 집에 있으면 TV 리모컨으로 채널 돌리는 게 일이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나오면 등산도 하고 캠핑도 하고 몸이 절로 건강해지는 느낌입니다.”라고 말하며 마니산 등산로에 몸을 던진다. /이윤정기자
함허동천 계곡/ 여름이면 함허동천 계곡의 물줄기가 시원하게 더위를 식혀준다. 야영장은 계곡을 따라 길게 이어진다. /강화군 시설관리공단 제공
참성단/ 두악산(頭嶽山), 또는 마리산으로도 불린 마니산은 ‘머리’를 뜻하는 이름처럼 민족의 영산으로 일컬어져 왔다. 사진은 단군 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위해 쌓았다는 참성단. /경향신문 자료사진
휴식/ 텐트를 치도록 설치해놓은 평상에 등산객이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희뿌옇게 안개가 온 산을 뒤덮었지만 색동옷을 곱게 입은 단풍의 자태는 감추지 못한다. /이윤정기자
마니산 천연 침실/ 함허동천 야영장은 손수레로 짐을 날라야 하는데다 전기가 들어오는 사이트도 4동 뿐이어서 편한 캠핑장은 아니다. 그러나 마니산이 만든 천연 침실은 잠시 잠깐 일상을 묻어 두게 해준다. /이윤정기자
전기 사이트/ 마니산은 암반으로 이뤄진 산이다. 그래서 야영장에 전기 시설을 갖추려면 설비가 꽤 든단다. 현재는 시범적으로 제1야영장 4동만 전기가 들어온다. /이윤정기자
동막해수욕장/ 함허동천야영장에서 차로 5분 거리에 동막해수욕장이 있다. 취재를 간 날은 해무가 짙게 드리운 날이었다. 그래도 갯벌에서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는 사람들의 발길을 묶어 두진 못했다. /이윤정기자
야유회/ 함허동천 야영장은 캠핑객도 많이 찾지만 일반 야유회 장소로도 인기가 많다. /이윤정기자
꽃게 라면/ 야유회를 즐기던 관광객이 건낸 꽃게 라면. 근처 어시장에서 꽃게와 대하를 사와 거나하게 한 상 차렸단다. 직접 맛을 보니 꽃게를 넣고 끓인 라면은 맛이 환상적이었다. /이윤정기자
족구장/ 야영장 곳곳에는 족구장, 놀이마당, 다목적광장 등이 갖춰져 있다. 그래서 야유회 장소로 함허동천을 찾는 사람도 많다. / 강화군 시설관리공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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