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캠핑장]특별한 추억을 쌓는 곳, 공주 이안숲속 캠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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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숲속 캠핑장은 원래 식물원이었습니다. 캠핑객들의 요청으로 오토캠핑장을 연 이안숲속은 계룡산의 너그러운 풍광과 식물원의 아기자기한 시설이 조화를 이룬 곳입니다.
특별한 날 어떤 추억을 만드시나요. 지난 24일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두고 공주 이안숲속 식물원에 다녀왔습니다. 크리스마스에 웬 식물원이냐 싶지요. 하지만 도심을 벗어난 식물원은 이미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흠뻑 취해있었습니다.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식물원 구석구석에 텐트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한낮에도 영하 10도 안팎을 오르내리는 강추위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계룡산 자락 절경을 품에 안고
계룡산 자락에 위치한 이안숲속 캠핑장. 26만평 식물원 안에 200여 동의 텐트를 칠 수 있다. /이윤정 기자
계룡산이 도로 사방을 둘러싸기 시작합니다. 갑사로 향하는 길목, 식물원은 좀처럼 보이질 않습니다. 식당가를 지나 한적해지기 시작한 도로변에 커다란 표지판이 눈에 띕니다. ‘이안숲속 식물원’ 표지판을 따라 들어서자 큰 장승이 위엄있게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여름의 푸르른 녹음을 잃었지만 식물원은 심심한 분위기가 아닙니다. 연못의 분수대는 한 겨울에도 뽀얀 입김을 뿌려댑니다. 허브상점 안팎으로 크리스마스 장식이 불을 밝힙니다. 식물원 곳곳에 아기자기한 멋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주차장을 지나 식물원으로 들어서자 진풍경이 펼쳐집니다. 양지바른 잔디광장에 텐트가 옹기종기 자리를 잡았습니다. 춥지만 바람이 없는 날, 야영하기엔 그만입니다. 이안숲속 식물원을 관리하는 박병인 부장(67)을 야생화전시관에서 만났습니다. “식물원은 7년 전 문을 열었어요. 안승찬·이영자 부부가 운영한다고 해서 이름 앞 글자를 따 ‘이안’숲속이라 이름 붙였다죠”라고 말합니다. 식물원 정상에 올라서자 총 26만평(약86만㎡)의 부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밤나무가 그득한 계룡산 자락에 포근히 안긴 형상입니다.
특별한 추억을 만드는 사람들
김준모씨가 크리스마스 장식을 텐트 안에 설치하고 있다. /이윤정 기자
오후가 되자 더 많은 캠핑객이 식물원에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캠핑동호회 ‘부엉이캠프’ 회원 200여 가족이 크리스마스 캠핑에 도전했습니다. 김준모씨(39·일산)는 5년째 크리스마스 캠핑을 다니고 있습니다. 가족이 오기 전에 텐트를 설치해놓고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마무리를 합니다. 김씨는 “가족끼리 외식을 하는 것도 좋지만 특별한 날에는 이렇게 캠핑을 와요. 가족끼리 얼굴을 마주보며 오랜 시간 대화도 나누고 특별한 추억을 만드는 거죠”라고 말합니다.
수원에 사는 이병철씨는 친구와 캠핑을 나왔습니다. 식물원 가장 높은 곳에 자리를 잡은 이씨는 이안숲속에만 30번 넘게 찾은 단골입니다. "우선 이안숲속은 식물원 시설이 좋고요. 저처럼 캠핑카를 갖고 다니는 사람은 넓은 사이트가 편하니까요"라고 말합니다. 실제 이안숲속 식물원은 약 10만평 정도를 캠핑장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200팀 정도만 입장을 허용합니다. 덕분에 사이트 구성을 넉넉하게 할 수 있습니다. 단 겨울에는 샤워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애초 식물원으로 문을 열었기 때문에 온수시설이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숲속 식물원, 캠핑을 풍성하게 하다
이안숲속 식물원이 오토캠핑장으로 문을 연 이유는 캠핑객들의 요청 때문입니다. 우연히 이안숲속에서 야영 행사를 연 캠핑객들이 지속적으로 캠핑을 하고 싶어 식물원에 요청을 해왔죠. 3년 전부터 식물원 잔디광장 등에서 캠핑을 할 수 있게 됐는데, 여름 성수기에는 주말마다 200팀이 넘게 식물원을 찾습니다.
인공동굴관/ 이안숲속 야영장은 볼거리가 풍부하다. 다양한 형태의 종유석으로 꾸며진 인공동굴관은 어린이에게 인기가 높다. /이윤정 기자
이안숲속은 식물원 시설만 둘러보더라도 알찬 나들이를 즐길 수 있습니다. 실내 식물원 관람 시설은 총 3곳으로 세계야생화전시관, 열대식물관, 인공동굴관 등입니다. 몇천만원~몇억원을 호가하는 희귀식물도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전시행사에 출품된 작품도 꽤 됩니다. 태백산·지리산에 서식하는 우리나라 고유의 야생화부터 아프리카 한복판에서 자라는 희귀식물까지 식물원 내부를 둘러보는 내내 눈이 즐겁습니다. 인공동굴관에는 세계각국의 종유석이 으리으리하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인공동굴이지만 잘 갖춘 시설 덕에 실제 동굴과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 있는 곳입니다.
식물원 외부에는 그네처럼 설치돼 흔들거리는 펜션부터 미니 절·성당·교회, 인공 폭포, 산책로, 하늘공원 등 둘러볼 곳이 많습니다. 미니골프장과 야외수영장 등 즐길거리도 넘쳐납니다. 천천히 식물원을 둘러보다보면 소나무, 단풍나무. 이팝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주는 풍경에 매혹됩니다. 식물원 안승찬회장(71)의 꿈이 식물원을 잘 가꿔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라고 하니 아기자기한 식물원의 풍광은 어느 곳 하나 어그러져 보이지 않습니다.
겨울철에는 텐트 구성에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타프를 별도로 설치해 부엌으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죠. 3~4인의 가족이 캠핑을 간다면 겨울에는 거실형 텐트 안에 이너텐트를 별도로 설치해 공간을 분리하는 것도 좋습니다. 김영미씨 가족은 이너텐트로 침실과 거실 공간을 나눴습니다. 거실에는 테이블과 의자 높이를 낮추고 동선을 최소화했습니다. 김씨는 “겨울에는 텐트 내부 공간이 좁아지기 때문에 가구를 낮추는 게 넓게 쓰는 방법이 되기도 하더라고요”라고 말합니다. 버너 등 조리기구는 테이블에 설치하고 거실용 난로는 화재 위험을 대비해 보호철망을 주변에 설치했습니다. 아이들이 난로를 넘어뜨리거나 실수로 난로에 부딪혀 화상을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텐트 내부 습도를 조절하기 위해 난로 위에는 물을 담은 냄비나 주전자를 올려놓습니다. 이너텐트 바닥에는 전기장판이나 스팀장판을 설치해 난방을 따로 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유성 IC에서 나와 923번 국도를 타고 공주방향으로 향한다. 마티터널을 지나 갑사 가는 산길로 들어서면 이안숲속 표지판이 보인다. 내비게이션에는 ‘충남 공주시 반포면 마암리 산 106-6’을 입력하면 된다.
시설정보/
캠핑장 이용료는 사이트 한 곳에 1만5000원이다. 입장료는 성인 1인당 3000원, 초중고등학생은 1인당 2000원이다. 캠핑을 하지 않고 식물원만 둘러볼 경우 성인 6000원, 청소년 5000원, 어린이 4000원, 유치원생 3000원이다. 캠핑장 곳곳에 화장실 및 개수대가 각가 8개씩 있다. 샤워시설은 겨울에는 사용할 수 없다. 온수가 제공되지 않는다. 가장 인기가 많은 사이트는 식물원 중심에 있는 ‘이브의 언덕’ 앞 잔디밭이다. 매점과 실내식물원이 지척이다. 특별한 공간을 원한다면 식물원 위쪽 잔디공원이 좋다. 높은 곳으로 갈수록 바람은 거세지지만 계룡산 자락에 위치한 식물원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전기는 어느 곳에서나 사용가능하다. 가족이 많다면 펜션을 함께 빌려 캠핑을 하는 것도 좋다.
이안숲속 캠핑장/ ‘이안숲속’은 7년 전 식물원으로 문을 열었다. 캠핑객을 받기 시작한 것은 3년 전의 일이다. 캠핑동호인들이 캠핑장으로 이용하겠다고 나서서다. 식물원 위 너른 잔디에 텐트가 자리를 잡았다. /이윤정 기자
특별한 추억/ 취재를 간 날은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이었다. 텐트마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아기자기하게 설치됐다.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 ‘부엉이캠프’ 동호회 회원 200여 가족이 이안숲속으로 모여들었다. /이윤정기자
캠핑장에서 크리스마스를 / 부엉이캠프 회원들은 매년 크리스마스 캠핑 모임을 갖는다. 어린이들에게 직접 산타클로스 복장을 입고 선물을 나눠준다. /오토캠핑 제공
이안숲속 야영장/ 이안숲속은 원래 식물원으로 문을 열었다. 총 26만평 부지에 열대식물관, 테마공원, 인공동굴관 등의 시설을 갖췄다. /이윤정 기자
스노캠핑의 계절/ 이안숲속 야영장으로 취재를 간 날 눈 소식이 있었다. 그러나 강추위만 이어질 뿐 아쉽도록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 사진은 작년 눈 내린 이안숲속 야영장 모습. /이안숲속 제공
열대식물관/ 열대식물관에는 전세계 희귀식물이 전시돼있다. 사진은 남녀 형상을 한 희귀식물/ 이윤정 기자
이안숲속에만 30번째/ 수원에 사는 이병철씨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친구와 단둘이 이안숲속 야영장을 찾았다. 이안숲속에만 30번 야영을 온 이씨는 전망이 좋은 정상 부근에 자리를 잡았다. /이윤정 기자
옹기종기 텐트/ 이안숲속 야영장에서 가장 좋은 자리는 어디냐고 물어봤지만 의견이 제각각이었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자리는 식물원 바로 위 잔디밭이었다. /이윤정 기자
하늘마루 앞 공원/ 풍차가 돌아가는 공원에 특이한 소나무가 한 그루 있다. 풍차 왼쪽에 있는 소나무는 맨 밑부터 해송, 오엽송, 조선송이 차례로 접붙임 됐다. /이윤정 기자
겨울 텐트 습도 조절/ 겨울에는 텐트 내부도 매우 건조하다. 김영미씨 가족은 난로 위에 물을 데워 습도를 조절한다. /이윤정 기자
겨울에는 거실 가구를 낮춰요/ 김영미씨(사진)가 “겨울에는 텐트 내부의 가구를 낮추는 게 좋아요. 겨울에는 실내에 캠핑 도구를 모두 가지고 들어오기 때문에 동선을 짧게, 가구는 낮게 하는 것이 넓게 쓸 수 있는 지혜죠”라고 설명한다. /이윤정기자
식물원 입구/ 겨울이지만 식물원 곳곳은 볼 것이 많다. 아기자기하게 꾸민 구석구석 시설물이 캠핑의 즐거움을 더한다. /이윤정 기자
방한방풍 대비 / 겨울 캠핑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추위와 바람에 대비하기 위해 비닐로 텐트를 꽁꽁 싸맸다. /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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