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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디 오/오디오 이야기

오디오 소스 기기

by 시리우스 하우스 2010. 4. 13.

 

음의 출구에서부터 거슬러온 오디오 컴포넌트의 시발점, 음이 최초로 시작되는 곳이 바로

소스기기(source)이다. 사람에게 들려주기 위해 키워내고 다듬어내기 이전의, 가장 본원적인

소산이라는 점에서 소스기기 고유의 영역이 있다. 끝이 좋아야 모든 게 좋다지만, 시작이 좋지

않으면 이후의 모든 것들이 나빠질 수도 있다.

 

 

 

소스기기의 변화


넓은 의미에서 보면, 소스기기라는 것은 하이파이 시스템에 편입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용되는 포터블 기기들까지 포함된다. 워크맨이나 휴대용 디지털 플레이어, 라디오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라 하겠다. 이런 기기들 또한 자체적인 진화가 진행됨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가져왔다. 시청품질을 높이기 위해 헤드폰, 이어폰 등의 주변기기를 고급화한 것은 물론이고, 기존의 오디오와 표준화된 규격을 통해 연결하여 오디오 컴포넌트화하기 위한 접근을 하기도 하였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포터블용 도킹 시스템, 혹은 PC-FI(PC와 HI-FI가 합성된 신조어, 컴퓨터를 오디오와 연결하여 HI-FI급 고음질 음악을 듣는다는 의미)가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이들은 그 명칭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이미 고전적인 ‘하이파이 오디오’와 중첩되기 시작했고 조만간 기존 오디오 문화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런 맥락을 염두에 두고 고전적인 음악감상용 소스기기에는 어떤 것들이 있어 왔는지 그 종류와 특징을 살펴보기로 한다. 오디오 애호가라고 해서, 그리고 다양한 소스기기를 갖추고 있다고 해서 모든 소스기기를 골고루 시청하는 일은 드물다. 언제나 그렇듯이 사용자는 각자 고유의 성향을 감안해서 최적의 소스를 선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튜너, 라디오 DJ가 들려주는 무한한 음악의 매력

튜너란 방송을 수신하는 장치로서, 휴대용이 아닌 거치형 고성능 라디오를 의미한다.

전자의 파동 성분 속에 섞어서(변조) 송신된 음악신호를 추출해서(복조) 시청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라디오 방송에는 AM(Amplitude Modulation)과 FM(Frequency Modu lation)의 두 가지

전송 방식이 있는데, 일반적인 튜너는 AM과 FM을 수신할 수 있다. FM 방식이 잡음이나 왜곡이

적어 음악감상용에 선호되지만, 이 또한 수년 내(2013년 예정) 디지털 방송 방식으로 개편될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라디오 방송이 도입되지 않은 현재까지는 튜너는 소스 특성상 특별히 변동요인이 적어 개발시점부터 본질적인 변화는 많지 않았다. 물론 모양이나 튜닝 방식 등에는 여러 변화가 있었지만 말이다. 사용자가 특정 음악을 선곡한다거나 스스로 프로그램을 편집할 수는 없지만, 음반을 구매하지 않은 채로 방송국에 모든 것을 맡기고 무한대의 음원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튜너에 있다.

 

아울러, 음악 이외에도 사람의 목소리와 메시지를 접할 수 있다. 성능 좋은 튜너를 갖출 경우, 웬만한 소스기기로 시청하는 품질을 뛰어넘을 수 있는데, 최소한 방송국의 재생 시스템을 그대로 재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종종 바로 옆에서 속삭이는 듯한 진행자의 목소리를 듣는 재미만으로도 고급 튜너를 갖추는 경우가 많다.


 

 

 

레코드 플레이어, 복고파들의 벗

레코드판을 시청할 수 있는 아날로그 플레이어. 흔히 ‘턴테이블’이라는 말로 불리우지만, 턴테이블은

정확히는 LP플레이어(레코드 플레이어)의 회전판만을 의미한다. CD 플레이어의 편리성에 밀려

번거로운 퇴물로 전락하는 듯 했으나 음질과 취미성을 근거로 애호가들에 의해 보전되어 몇 년 전부터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국내산 플레이어가 다시 제작되기 시작했고 LP매장이

다시 늘어가는 복고현상을 보이고 있다.

 

LP 플레이어는 모터의 회전 이외에는 원심력, 마찰력, 미세한 상하좌우 운동 등 물리적 제어에 의존하는

기계장치이다. 이에 따라 설치에서부터 운용에 이르기까지 상당 부분 손의 감각에 의존하게 되며 익숙한

사용자에게는 즐거움이 되지만, 초심자의 경우 종종 난감한 상황에 빠진다. 플레이어는 모터의 회전력을

턴테이블에 전달하는 방식에 따라 벨트드라이브(모터의 구동력을 벨트로 전달)방식과

다이렉트 드라이브(회전축과 모터가 직결)방식으로 구분된다. 가정에서의 감상용으로는

벨트 드라이브 방식이 일반적이고, 방송국이나 DJ 등의 프로용으로는 다이렉트 드라이브가 선호된다.

역회전(스크래칭, scratching)을 시킨다던가 장시간의 연속 사용 등의 환경에 적합하게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음반의 신호를 읽어내는 카트리지(cartridge)는 바늘의 구동방식에 따라 크게 MM(Moving Magnet)과

MC(Moving Coil)의 두 가지로 크게 나뉜다. 섬세한 재생에 유리한 MC방식은 출력전압이 약한 관계로

부가 장치들이 필요하지만 적절히 세팅되었을 경우 MM의 다이나믹스를 겸비할 수도 있다.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출력을 보완한 고출력 MC 카트리지도 있다.

 

LP 플레이어는 조작의 재미와 더불어 기기 자체의 존재감, 회고적 매력을 선사하는 데 비해서,

CD를 대체한다거나 하여 다시 보편적 재생장치의 위치로 복귀할 수는 없는 기기다. 플레이어

자체의 단가도 높고, 사용하기 불편하며, 대부분 중고에 의존해야 하는 레코드 판의 수급문제 또한

대중적 접근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테이프 데크, 거의 사라진 소스기기

좁은 의미로는 카세트 데크(cassette deck)를 의미한다. 원래는 음반제작용 마스터 테입을 편집 및 기록할 수 있는 프로용 장비인 오픈 릴 데크(open reel deck)의 기능과 크기를 축소시킨 장치이다. 80년대만 해도 LP와 차별화되는 컴팩트 소스의 대표격이었으며, 소스기기 중 유일하게 재생 및 기록(recording)을 할 수 있는 획기적인 장치였다. 튜너와 LP가 주요 재생장치이던 시절에 이런 소스를 개인 사용자가 녹음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편리성과 흥미성을 겸비했지만 태생적인 고주파 노이즈가 단점으로 지적되어 영국의 ‘돌비’나 미국의 ‘dBX’같은 잡음감소(Noise Reduction) 시스템이 채용되기도 했다. 저장매체인 카세트 테이프는 작은 크기로 보관과 사용이 편리한 반면, LP에 비해 장기간의 보존이 어렵다는 단점도 있었다. 편리성과 더불어 이동 중에도 시청을 할 수 있는 장치의 개발과 함께 다양한 사용환경에 걸쳐 광범위한 지지기반을 구축했지만, 밀레니엄을 전후해서 같은 용도의 디지털 플레이어들에 의해 대체되며 빠른 속도로 사라져 갔다.



 

 

 

CD 플레이어, 현재의 주력 소스기기

디지털 재생기술이 꽃을 피운 최초의 소스기기이다. 지휘자 카라얀과 소니-필립스 연합에 의한

공동작업의 산물로서, 편리성과 더불어 LP에 비해 대용량의 포맷과 우수한 다이나믹 레인지 특성을

앞세워 빠른 속도로 LP를 잠식해갔다. 연속적인 아날로그 신호를 2진법에 기초한 비트단위로 변환시켜

기록하고 재생하는 획기적인 방식으로서, 1초를 44.1kHz의 주파수(샘플링 주파수)로 잘게 나누고

16비트, 즉 2의 16제곱 단위로 음의 세기를 구분하는 등의 디지털 표준화 규격을 만들어냈다.

이에 따라 LP 플레이어가 CD 플레이어로 대체되었음은 물론이고, 포터블 플레이어 또한 워크맨 이래의

아날로그 방식을 포기하고 디지털 포터블 플레이어에 주도권을 넘겨주게 되었다.


 

 

 

 

한편, CD는 개발 이래 한 세대 가까이 디지털 재생의 표준으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했으나,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보조를 맞추어 규격을 발전시키는 시도에는 인색했다. 디지털 음원 파일 자체는

디지털의 추출 및 기록방식이 발전함에 따라 샘플링 주파수도 44.1kHz에서 192kHz를 상회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고, 양자화 비트수도 16비트에서 24비트 이상으로 확장되었다. 이에 따라 CD 플레이어

제조사들은 CD 음질을 알고리즘을 통해 인위적으로 개선하여 재생할 수 있는, 업샘플링(Upsampling)

및 업비트 기술을 탑재한 기기들을 출시하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최초의 CD 규격,

즉 ‘44.1kHz, 16비트, 2채널 스테레오’라고 적혀진 붉은 표지의 책자(Red Book, CD 규격서의 별칭)를

완전히 뛰어넘는 이렇다 할 대안은 제시되지 못했다.

 

대신 CD의 틀 안에서 규격 자체를 발전시키려는 노력, 즉, CD와 동일한 사이즈를 유지하며 사양을

고급화시킨 고성능 CD를 개발하려는 시도들이 있었다. 몇몇 어느 정도 의미있는 개선을 가져오긴 했지만,

시장 표준을 놓고 장시간의 공방을 하는 사이에 어느 하나가 큰 주류로 자리잡지는 못했다. 통합을

기다리다 지친 제조사들은 모든 규격을 재생할 수 있는 유니버설 플레이어를 출시하기도 했다.

CD 형태로의 재생을 전제로 한 대표적인 차세대 규격에는 SACD, DVD-AudioXRCD, HDCD 등이 있다. 

참고로 현재까지도 이들 차세대 규격의 전망을 밝게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도 알아두자.

  

 

 

 

 

디지털 플레이어, 미래의 소스기기? 

성공적인 차세대 규격을 제시하지 못한 이유로 인해 CD의 운명 자체마저 예측불허의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에 따라 인터넷과 디지털의 발전방식과 조화되는 형태의 디지털 재생기기들의 출현은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한 포맷은 주로 압축 정도에 차이를 둔 디지털파일들로 일괄된다.

그 대표격인 MP3는 파일을 편집 및 저장하기 쉬운 크기로 줄여줌으로써 MP3플레이어와 같은

휴대용 디지털 플레이어를 대중화시킬 수 있었다.

 

MP3 플레이어는 앞으로 기능이 강화되면서 고유의 영역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장의 위협이 많아 그리 순탄치 만은 않다. 휴대용 시장에서는 고성능 핸드폰이 포터블

플레이어의 기능을 흡수하고 있으며, 가정에서는 컴퓨터가 음악 재생기기로의 역할을

확장시켜가고 있는 중이다.

 

특히 컴퓨터는 이미 음악 소스기기로써 CD플레이어의 존재를 위협할 만큼 무섭게 발전하고 있다. 이런 발전에는 재생 프로그램과 더불어 대용량의 파일 저장매체의 발달도 기여한 바 크지만, 여기에 결정적인 촉매 역할을 한 것은 컴퓨터용 DAC(디지털-아날로그 컨버터, Digital-Analog Converter)라는 기기의 등장이다. 

 

DAC는 음악 재생기기로서의 컴퓨터가 갖는 한계였던 고품질의 음질 재생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해 주었다. 이로써 일반 사용자로 하여금 디지털 파일의 품질(손실 압축이냐 무손실 압축이냐 등)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그 우열관계를 따지게 만들었다. 이에 따라 언젠가부터 오디오제작사들은 컴퓨터용 고급 DAC 제작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고, PC-FI(컴퓨터기반 하이파이)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전통적인 오디오애호가와 컴퓨터를 이용한 음악감상자 사이의 경계를 허물기 시작했다.


 

 

 

소스기기의 종류와 발전은 그대로 오디오의 변혁의 역사, 오디오의 미래

소스기기의 종류와 발전은 그대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뭔가 새로운 변혁이

있을 때마다 그 지표가 되어왔고, 지금부터는 이전과 비교 불가 수준의 빠르고 다양한 변화들이

펼쳐질 것이다. 디지털의 조류변화를 놓치고 있으면 음악감상조차 뒤쳐질 정도로 그 개념 자체가

빠르게 변하고 있고, 그 중심에 소스기기들이 있다.


 

 

 

오승영 / 오디오 평론가, 전 <스테레오뮤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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