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이나 업소를 다니다보면 구석 한쪽에 말라 비틀어져 죽어있는 난초 화분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개업이나 승진 등 축하해줄 일이 있으면 언제부터인가 난 화분을 선물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았지만 정작 선물 받은 난을 정성껏 잘 키우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 멀쩡한 고가의 난 화분을 고사시키는 것은 철저하게 관심부족과 이해부족에서 비롯된다.


생기 있게 잘 자라는 난 화분이 책상에 놓여 있으면 그 책상 주인이 왠지 성실하고 부지런할 것이란 선입견을 갖게 된다. 선물로 난을 받게 됐다면 정성껏 키워 꽃도 피우고 촉수나누기(분주)를 해서 또 하나의 화분을 만들어 타인에게 또 선물을 줄 수도 있다. 일부 마니아층에서만 키우는 것으로 인식됐던 동양란이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서서히 관심이 높아지고 실제로 키우는 가정과 사무실로 분포가 확산되고 있다. 직접 키워보면 하루가 다르게 재미가 붙는 동양란 키우기. 지금 바로 시작해보자.

난은 동양란과 서양란으로 구분되는데 일반적으로 지칭되는 난은 동양란을 일컫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양란은 키우기가 까다롭고 어렵다고 알려져 있지만 키워보면 동양란처럼 생명력이 강하고 잘 자라는 식물도 없다. 동양란을 잘 키우는 방법을 알아보자.

동양란은 배수가 잘 돼야 자라는 특성이 있어 일반적인 식물처럼 흙에 심지 않는다. 난석이라는 작은 알갱이의 돌에 심는 것이 원칙이다. 바짝 말라있는 상태의 난석에 물을 뿌리면 물을 빨아들이는 소리를 내며 적셔진다. 한 번 물을 머금은 난석은 대개 1주일 정도 젖은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난에 물을 주는 주기는 대개 1주일 정도가 적당하다. 양동이에 물을 채우고 난 화분을 3~5분 담갔다가 배는 것이 좋은 물주기 방법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일률적으로 며칠에 한 번 물을 준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화분이 놓인 장소의 습도, 온도, 통풍정도, 채광 등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대개 온도가 0℃~5℃이면 15~20일에 한 번, 5℃~10℃이면 1주일에 한 번, 10℃~15℃이면 4~5일에 한 번, 15℃~20℃이면 3일에 한 번이면 적당하고 20℃~25℃이면 매일 주어도 좋다.

   
 
실내에 동양란을 둘 때는 햇빛을 직접 받는 곳보다는 밝지만 빛이 직접 들지 않는 곳을 택하는 것이 좋다. 거름이나 비료를 직접 주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고 6개월에 한 번 꼴로 깨끗한 흙에 물을 붓고 흙을 걸러낸 물을 난에 주는 정도면 거름기가 충분하다.


동양란을 기르면서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은 분주와 분갈이이다. 분주란 기르면서 불어난 촉수를 나누어 주는 작업을 말한다. 분갈이란 많은 촉수로 늘지 않았더라도 3년 이상 같은 화분에서 자라면 과다한 산성과 여러 유해성분이 유출돼 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줌으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화분을 적기에 한 번씩 갈아주는 일이다. 난의 원활한 성장을 위해 분주와 분갈이는 반드시 필요하다.

분갈이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기의 선택이다. 대개 기상 조건이 좋은 봄과 가을에 실시하게 되는데 봄에는 춘분 전후, 가을에는 추분 전후가 적당하다. 봄에는 신아(新芽)가 나와 분갈이를 해도 무방한지 염려하게 되는데 신아와 신근(新根)이 다치지 않게 주의한다면 분갈이를 해도 무방하다. 다만 화예품은 꽃망울이 상하거나 꽃망울의 생육을 방해해 애서 나온 싹을 못 볼 수도 있으므로 개화기가 끝난 이후에 실시하는 것이 좋다.

동양난을 처음 키우는 초보자라면 값이 저렴하고 키우는데 까다롭지 않고, 번식이 잘 되고 꽃도 잘 피는 종류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여러 동양란 중 선택을 잘 해 20여 분을 고루 갖추고 가꾸기를 시작하면 1년 내내 난꽃의 아름다움과 향기를 즐길 수 있다.

봄에는 한국춘란 무늬종과 소심, 중국춘란 송매, 집원, 용자, 대부귀, 노문단소, 장하소, 대만춘란 사란, 설란, 아리산춘란 등이 꽃을 피운다.

여름에는 풍란과 옥화, 건란, 가을에는 관심소음, 대둔소심, 설월화, 겨울에는 제주한란, 일본한란, 산천보세 등이 꽃을 피운다.
 

수만 종류의 난 ··· 구분은 단 두가지?

韓·中·日 등지서 자생하는 동양란 ··· 열대서 자라는 서양란으로 구분돼

   
 
고등식물에 속하는 난은 3000속, 3만 여 종이 방대한 무리를 이루어 남극이나 북극을 제외한 지구 전역에 분포돼 있다. 엄청난 종류의 난은 크게 동양란과 서양란이라는 구분으로 나뉜다.


◆동양란
동양란은 흔히 동양에서 자라는 난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일반적으로 서양란으로 분류되는 심비디움, 덴드로비움, 파피오페딜룸, 팔레놉시스 등도 본래 자생지가 동양이다.

일반적으로 부르는 동양란이란 서양란에 비해 과묵하고 검소한 느낌이 드는 난의 무리이다. 한국춘란을 비롯해 일본춘란, 중국춘란, 한란, 혜란, 금릉변란, 풍란, 석곡 등이 속한다.

춘란, 한란, 금릉변란 등의 동양란은 잎의 폭이 좁고 긴 장침형으로 잎의 기부(基部)가 벌브(bulb, 공 모양의 뿌리)를 감싸고 있다.

벌브에서 굵은 뿌리가 흙 속 또는 나무에 착상해 양분과 물을 섭취하며 생육한다.
석곡이나 풍란 같은 종류는 따뜻한 지역에서 바위나 나무에 착상해 살아가며 향이 진한 꽃이 핀다.
풍란은 잎이 두껍고 벌브가 없으며, 석곡은 대나무 모양 10~30㎝ 크기의 벌브를 가지고 있다.

◆서양란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서 자생하는 심비디움 속의 동양란을 제외한 난을 지칭한다. 대개 다른 나라에서 들여온 난이다.

일반적으로 난 과 식물들은 습성상 다른 식물보다 변화가 풍부해 세계적으로 어디서든지 키울 수가 있다. 이 중 꽃이 화려한 재배종의 서양란들은 카틀레야, 심비디움, 덴드로비움, 반다 등이 있다.

화훼적 가치가 있는 서양란의 원산지는 적도를 낀 남위, 북위 30도 사이의 열대 및 아열대권이다.
서양란은 생육되는 장소에 따라 착생종과 자생종으로 구별된다.

착생종은 보통 화초처럼 땅에 뿌리를 박지 않고 수목의 줄기나 나뭇가지, 바위 등에 뿌리를 펼치고 생육한다.

자생종은 응달진 삼림이나 초원에서 뿌리를 박고 살며 뿌리가 너무 건조하지 않도록 해주면 비교적 잘 자란다.

김도운 기자 (퍼온글-금강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