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캠핑장]달달한 머루향에 잠들다, 파주 산머루농원 캠핑장
‘머루’라는 단어는 왠지 익숙하지 않죠? 재배 품종인 ‘포도’가 더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머루는 우리땅에서 나던 토종 식물입니다. 고려 가요인 청산별곡은 이렇게 시작하죠.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멀위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여기서 ‘멀위’는 머루를 뜻하는데요. 이미 오래 전부터 산과 들에서 향긋하게 익던 산머루를 찾아 캠핑을 떠났습니다.
탱글탱글 산머루가 익어가는 감악산 자락
캠핑장 바로 옆 덩굴에서 산머루가 탱글탱글 익어가고 있다. /이윤정 기자
서울에서 자유로 끝자락으로 달렸습니다. 파주의 속살인 감악산 자락에 들어섭니다. 감악산은 경기도 파주시, 양주시, 연천군 사이에 있죠. 그중 파주쪽 감악산 자락에 산머루가 자라고 있습니다. 원래 산머루는 재배를 하지 않았습니다. 껍질이 얇고 수분이 많아서 쉽게 뭉개지기 때문인데요. 또 따자마자 발효가 돼 상품으로는 큰 가치가 없었습니다. 감악산 자락에서 처음 머루가 재배된 것은 1979년입니다. 산머루농원의 창업자 서우석 대표(64)가 우연히 야생 산머루를 보고 재배기술을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현재는 파주 적성면에서 50여 가구가 산머루를 재배합니다. 적성면 객현리는 아예 ‘산머루마을’로 불리기 시작했죠.
산머루는 쉽게 무르는 대신 당도가 높아 와인의 재료로는 손색이 없습니다. 머루의 당 성분이 발효되면서 그대로 알코올 성분으로 변하기 때문인데요. 서양에서 생산되는 와인처럼 깨끗하고 상큼한 포도향이 그대로 살아납니다. 2010년 감악산머루주는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과실주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산머루농원에서는 직접 산머루를 재배해 와인을 만드는 전 과정을 볼 수 있는데요. 특히 캠핑장 주변에도 산머루를 심은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9월 재배를 앞두고 한창 산머루가 탱글탱글 익어가고 있는데요. 알갱이 전체가 동시에 익는 포도와 달리 산머루는 알갱이가 제각각 익습니다. 그 모습이 더욱 ‘야생’의 느낌을 더하는데요. 8~9월이 산머루를 볼 수 있는 적기입니다.
산머루 와인·즙·비누…없는 게 없네
감악산 머루주 와이너리. 지하에 60여m 토굴을 뚫었다. /이윤정 기자
산머루 와이너리체험은 캠핑객에게 인기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4시, 와인 가공공장과 와이너리, 즉 와인저장고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특히 산머루농원의 와인저장고는 지하에 60m 길이로 토굴을 파 제작한 건데요. 일년 내내 15~18도의 온도를 자연적으로 유지하면서 술이 숙성되기 좋은 조건을 제공합니다. 한여름에 저장고에 들어가면 시원할 정도로 선선한 공기에 알싸한 머루주 냄새가 온몸을 휘감습니다. 와인을 담은 오크통은 이국적이면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요. 이곳에 1979년부터 담기 시작한 감악산 머루주가 저장돼 있습니다. 매년 9월 재배시기에는 직접 머루를 따서 술을 담그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머루와인은 어떤 맛일까.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머루주를 맛볼 수 있습니다. 깨끗한 맛이 일품인 머루주 뿐 아니고 머루즙, 머루잼, 머루비누 등 관련 상품도 다양합니다. 머루가 얼마나 당도가 높은지는 머루즙을 마셔보면 알 수 있는데요. 포도즙보다 몇배는 더 단 맛이 입안을 감돕니다. 또 머루에는 항암효과가 뛰어난 안토시아닌 성분이 일반 포도의 세 배 이상 함유돼 있죠. 요즘에는 머루 자체가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계곡으로, 산으로 더위를 피해요
산머루농원 전경/ 원래 농원 안에 캠핑장이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농원 위쪽에 부지를 따로 만들었다. 계단식으로 조성돼 위쪽 사이트에서 캠핑장 아래쪽이 내려다보인다. 캠핑장 주변에는 머루 덩굴을 심었다. /이윤정 기자
원래 산머루농원 캠핑장은 농원 안에 있었습니다. 올해부터 부지를 확장해 농원 위쪽에 자리 잡았는데요. 사이트는 모두 4구역으로 나뉩니다. 가장 아래쪽에 사무실과 매점이 있는 본부가 자리 잡았고, 위쪽으로 산토끼·다람쥐·고라니·도토리 구역이 차례차례 나타납니다. 한 구역당 텐트 5~14개 동을 설치할 수 있습니다. 캠핑장 부지만 약 2000평이지만 45동까지만 예약을 받습니다. 캠핑객이 여유있게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겁니다. 구역이 계단식으로 구성돼 있어 제일 높은 도토리 구역이 전망이 좋습니다. 그러나 화장실과 샤워실, 개수대 등은 고라니 구역에 있어 편의성을 생각할 때는 고라니 구역 근처가 좋습니다. 캠핑장의 단점은 그늘이 없다는 것입니다. 조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무가 부족한 건데요. 바닥에 자갈을 깔아 배수 상태는 좋습니다. 캠핑장 옆으로 난 산책로에 나무가 빼곡하게 있어 주로 이곳에 해먹을 설치합니다.
물놀이/ 캠핑장에서 50m 정도 올라가면 계곡이 있다. 계곡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한여름 더위가 시원하게 날아간다. /이윤정 기자
여름캠핑에서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는 낮에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고 저녁 때 텐트로 돌아오는 곳이 좋습니다. 산머루농원 캠핑장 위쪽에는 감악산 산책로가 있는데요. 위로 50m만 올라가면 계곡이 나타납니다. 예부터 검은색과 푸른빛이 도는 바위 덕에 감악산이라 불렸는데 이 바위 위로 맑은 물이 흐릅니다. 한여름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시릴 만큼 시원한 물줄기에 더위가 저만치 달아납니다.
무더운 찜통더위가 시작됐습니다. 조금 더 시원하게 캠핑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캠핑 전문가들은 그늘을 찾아 무턱대고 나무 밑에 텐트를 치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라고 말합니다. 돌풍이 불면 나뭇가지가 부러져 텐트 위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인데요. 텐트 손상은 물론 사람도 다칠 수 있습니다. 또 나무 위에서 해충이나 새들의 분비물이 떨어질 수 있어 나무 바로 밑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여름에 사이트를 구축할 때는 되도록 강을 건너지 않도록 합니다. 폭우가 쏟아지면 고립되기 때문인데요. 평지에 사이트를 구축할 때는 텐트 남쪽에 나무나 구조물 등 그늘이 생길 만한 것이 있으면 좋습니다. 해가 동쪽에서 남쪽 하늘을 지나 서쪽으로 지기 때문이죠. 구조물의 북쪽에 텐트를 치면 그늘이 자연스럽게 생기면서 조금 더 시원하게 캠핑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텐트 아래라도 한여름에는 매우 뜨겁기 때문에 낮에는 더위를 잊을 수 있는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고 저녁에 텐트 안에서 생활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름 텐트 선택도 중요합니다. 보통 우리나라는 여름용, 사계절용 텐트 2개 제품이 많이 쓰이는데요. 여름용은 플라이가 짧고 천장 부분이 그물망으로 돼 있습니다. 통풍에 신경을 쓴 제품인데요. 우리나라는 여름에 소나기가 잦기 때문에 여름용 텐트만 가지고 다니면 위험합니다. 4계절용 텐트나 타프를 같이 가지고 다니는 게 좋습니다. 텐트를 고를 때는 내수압을 고려해야 하는데요. 내수압은 물에 견디는 정도입니다. 보통 내수압이 높은 것이 비싼 제품이지만, 방수처리는 천에 열을 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천 자체가 더 약해질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보통 내수압 1500mm이상이면 비가 새는 일이 없다고 조언합니다.
자유로에서 당동IC로 나와 37번 자유로를 탄다. 전곡, 적성, 문산 방면 우측 방향이 37번 국도다. 산머루농원 이정표를 따라 객현리로 들어서면 된다. 내비게이션에는 ‘산머루농원’ 또는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객현리 67-1’을 입력.
[기타정보]
캠핑장 부지는 약 2000평. 모두 45동을 칠 수 있다. 가장 아래쪽에 사무실과 매점이 있는 본부가 자리 잡았고, 위쪽으로 산토끼·다람쥐·고라니·도토리 구역이 차례차례 나타난다. 한 구역당 텐트 5~14개 동을 설치할 수 있다. 화장실과 샤워실, 개수대 등은 고라니 구역에 있다. 시설은 모두 깨끗한 편. 온수도 24시간 나온다. 사이트마다 전기 사용 가능. 전망은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도토리 구역이 좋다. 단 모든 사이트에 그늘이 부족하다. 나무가 없기 때문. 타프를 꼭 챙겨야 한다. 바닥에는 자갈이 깔려 있어 배수가 좋다. 한 가족 당 캠핑장 이용료는 3만원. 산머루농원 체험비가 포함돼 있다. 산머루와이너리 체험만 신청할 경우 1인당 3000원이다.
오토캠핑문의 031-958-9558
산머루농원 체험문의 031-958-4558
와인 저장고/ 산머루농원 입구에 있는 와인 저장고. 지하에 토굴을 만들어 와인을 저장한다. 저장고 안은 1년 내내 온도 15~18도가 유지된다. 산머루와인 맛의 비밀이 숨어있는 곳이다. /이윤정 기자
감악산 머루주/ 1979년 산머루농원의 창업자인 서우석 대표가 처음으로 산머루를 재배해 머루주를 담그기 시작했다. 와이너리에는 처음 담갔던 와인이 보관돼 있다. /이윤정 기자
도토리야영장/ 산머루농원 캠핑장은 아래부터 계단식으로 4개의 구역으로 나뉜다. 구역 이름을 산토끼, 고라니, 다람쥐, 도토리 등으로 붙였다. /이윤정 기자
텐트가 나란히 / 여름이 되자 텐트의 색이 더 돋보인다. 초록빛으로 물든 산과 푸른빛 하늘 아래 텐트 2동이 형제처럼 자리를 잡았다. /이윤정 기자
나비가 날아드는 곳/ 산머루농원 인근 들꽃에 나비가 날아들었다. 감악산 아래 청정한 자연을 느낄 수 있다. /이윤정 기자
텐트 속 수영장/ 여름이 왔다. 캠핑객들은 저마다 더위를 이길 만한 캠핑 비법을 알고 있는 듯 보인다. 텐트 속에 간이 수영장을 설치해 아이들이 놀 공간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윤정 기자
캠핑장 수영장/ 여름에는 캠핑장 사무실 옆에 수영장을 설치한다. 아이들이 놀기에 좋다. /이윤정 기자
하늘을 이불삼아/ 산머루농원 캠핑장은 그늘이 부족하다. 텐트를 치기 전에 타프부터 꺼내 펙을 박았다. 잠시 타프 아래 누우니 하늘을 이불로 덮은 듯 시원한 그늘이 생긴다. /이윤정 기자
산머루농원 체험/ 산머루농원 체험을 신청하면 와인을 만드는 과정부터 와이너리 투어까지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캠핑객에게는 산머루농원 체험이 무료다. /이윤정 기자
감악산 머루주/ 산머루농원 체험 마지막에는 시음을 해볼 수도 있다. 2010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과실주부문 대상을 수상한 만큼 깔끔한 향과 맛이 일품이다. /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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