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캠핑장]넓고 깊은 어머니 산에 눕다, 지리산 달궁자동차야영장
봉우리가 이어지는 지리산/ 지리산 시암재휴게소에서 구례 쪽을 내려다봤다. 구름이 봉우리 바로 위까지 내려앉고 마을은 봉우리에 파묻혔다. 어미가 자식을 낳듯 지리산은 봉우리를 낳았다. /이윤정 기자
지리산은 80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가 쉴 새 없이 이어집니다. 마치 어미가 아이를 낳듯 산은 계곡과 고개를 키웠습니다. 꽃봉오리 같은 산봉우리들과 꽃받침 같은 골짜기들이 백두산으로부터 흘러내려와 솟구쳤기 때문에 ‘두류산’(頭流山)이라고도 부릅니다. 징검다리처럼 봉우리를 옮겨 다니는 등산로는 지리산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지리산 종주 산행은 등산객에게는 성지순례와도 같습니다.
지리산 산행코스는 20여개에 달합니다. 경남 진주·하동·함양의 동부권, 전남 구례의 서부권, 전북 남원의 북부권 등 3개 권역으로 구분되는데요. 지리산국립공원에서 운영하는 야영장만 모두 8곳에 이릅니다. 경남 산청군의 내원야영장·소막골야영장·중산리야영장, 경남 함양군의 백무동야영장, 전북 남원시의 덕동야영장·달궁야영장·뱀사골야영장, 전남 구례군의 황전야영장 등입니다. 그중 달궁야영장에 텐트를 펼쳤습니다.
옛 궁궐터가 현대식 야영장으로
달궁캠핑장 모습. 차를 세우고 캠핑을 할 수 있도록 사이트가 구성됐다. /이윤정 기자
달궁자동차야영장은 지리산국립공원이 관리하는 야영장 중 대표적인 곳으로 꼽힙니다. 모두 400동 정도 텐트를 수용할 수 있어 규모 면에서도 으뜸입니다. 원래 ‘달궁’은 지금으로부터 2000여년 전 삼한의 하나인 마한의 효왕(6대 30년)이 진한의 침략을 받고 피난해 살던 곳입니다. 그 당시 궁궐 이름을 달에 있는 궁으로 높여 불러 ‘달궁’이라 했습니다. 지금도 야영장 인근에 궁궐터 흔적이 남았습니다.
야영지는 집회장을 사이에 두고 양 날개로 구성됩니다. 매점 쪽으로는 전기를 쓸 수 있는 사이트가 20곳 정도 됩니다. 다른 곳에서 전기를 쓰면 과태료를 물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자동차를 바로 옆에 주차하고 텐트를 칠 수 있는 사이트도 있지만 텐트만 칠 수 있는 사이트도 있습니다. 캠핑장 옆 도로로 낮에는 차가 꽤 다니기 때문에 되도록 안쪽에 텐트를 치는 것이 좋습니다.
계곡 따라 길 따라 지리산 여행
달궁계곡. 캠핑장에서 찻길 건너편에 계곡이 흐르고 있다. /이윤정 기자
달궁자동차야영장은 예약이 되지 않습니다. 선착순 입장이기에 성수기에는 자리를 잡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달궁야영장에서 찻길 건너에도 일반야영장 시설이 마련돼 있습니다. 자동차를 주차장에 세워두고 텐트만 가지고 들어갈 수 있죠. 달궁에서 약 2km떨어진 곳에는 덕동자동차야영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달궁은 찻길 건너에 계곡이 있지만 덕동야영장은 바로 옆에 계곡이 지납니다. 규모는 더 작지만 달궁과 형제의 느낌이 나는 야영장입니다.
야영장 옆 길을 따라서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합니다. 달궁에서 성삼재와 정령치 등으로 드라이브를 가는 것도 좋습니다. 노고단까지의 산행도 추천합니다. 노고단에서 내려가는 하산길에는 천년고찰 화엄사가 있습니다. 또 지리산둘레길 3코스가 지척이라 걸어볼만 합니다. 계곡 따라 길 따라 지리산 여행이 캠핑의 맛을 더합니다.
여름 캠핑에서는 ‘비’가 빠질 수 없습니다. 일부러 빗소리를 들으러 우중캠핑을 떠나는 캠핑객도 있죠. 그러나 악천후가 이어지면 주의해야 할 것도 많습니다. 텐트를 언제 치고 언제 걷어야 하는지 아는 이가 캠핑 고수라고 하죠. 비나 눈은 캠핑을 낭만적으로 만듭니다. 그러나 ‘바람’은 피해야 합니다. 캠핑의 적은 ‘바람’입니다. 태풍주의보가 발령됐을때에는 캠핑을 떠나면 안됩니다. 평소 맑을 때도 계곡 근처에서 캠핑할 경우 사이트 구축을 잘 해야 합니다. 경치가 좋다고 계곡 너머 안쪽에 텐트를 치면 갑작스런 폭우에 고립될 수 있습니다. 또 물이 고였던 흔적이 있는 곳에는 텐트를 쳐서는 안 됩니다. 가느다란 펙보다는 넓은 펙을 사용합니다. 지반이 땅 때문에 약해져 있는 경우에는 텐트와 연결된 스트링을 나무나 큰 바위 등에 묶는 것도 좋습니다. 비가 내리고 있는데 텐트를 쳐야한다면 타프를 먼저 설치하고 그 아래 장비들을 내려놓은 뒤 텐트를 치면 조금 더 편합니다.
88올림픽고속도로를 경유해 지리산 IC로 나와 천왕봉로를 지나 달궁자동차야영장에 다다른다. 또는 남원에서 19번 국도를 타고 오는 방법도 있다. 단 구례방면에서 올 때 861번 지방도로를 타고 천은사 방면으로 오는 길은 피할 것. 천은사 측에서 도로를 막아놓고 돈을 받는다. 입장료가 아닌 문화재보호 명목으로 받는다. 천은사를 가지 않는 사람에게도 막무가내로 돈을 받으니 이 길만 피하면 된다. 내비게이션에는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 덕동리 294’를 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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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는 400동 정도 칠 수 있다. 예약을 따로 받지 않으니 좋은 자리를 먼저 잡으려면 일찍 가야한다. 전기는 매점 인근 20동만 사용할 수 있다. 매점은 7~8월 성수기에만 운영. 꽤 넓은 사이트도 있으나 작은 텐트 한 개만 칠 수 있는 사이트도 있다. 보통 도로와 멀리 떨어져 있는 사이트가 베스트로 꼽힌다. 9~10번 야영지가 그늘도 많다. 개수대는 총 5곳. 화장실은 4곳. 비교적 깨끗한 편이다. 주차료와 야영비를 따로 받는다. 주차료는 성수기 기준 승용차 5000원, 경차는 2000원이다. 야영비는 성인 1인당 2000원이다.
오토바이에 여행을 싣고/ 지난밤 비가 많이 내렸는데도 캠핑객들은 자리를 지켰다. 한 캠핑객이 오토바이에 텐트와 타프를 싣고 달궁캠핑장을 찾았다. 오토바이 한 대에 여행이 실렸다. /이윤정 기자
풍성한 그늘/ 달궁캠핑장은 나무그늘이 풍성하다. 타프를 치지 않고도 그늘을 즐길 수 있다. /이윤정 기자
달궁 유적지/ 달궁은 2000여년 전 삼한의 하나인 마한의 효왕(6대 30년)이 진한의 침략을 받고 피난해 살던 곳이다. 그 당시 궁궐 이름을 달에 있는 궁으로 높여 불러 ‘달궁’이라 했다. 지금도 야영장 인근에 궁궐터 흔적이 남았다. /이윤정 기자
날갯짓/ 달궁 유적지에서 새 한 마리가 카메라 셔터 소리에 놀라 황급히 날갯짓을 하며 날아가고 있다. /이윤정 기자
전기사이트/ 매점 부근 20개 사이트는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그 외의 지역은 전기를 사용하면 과태료를 물 수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이윤정 기자
야영사이트/ 차를 바로 옆에 세우지 않는 일반 야영지도 있다. 이쪽 사이트는 영지가 그리 넓지 않아 텐트와 타프를 모두 펼치기는 무리다. /이윤정 기자
우중캠핑/ 요즘 비를 맞지 않는 캠핑은 상상할 수 없다.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이 대부분이다. 비가 꽤 내리더라도 바람이 불지 않으면 캠핑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폭풍 주의보 등 ‘바람’이 분다면 빨리 텐트를 철수해야 한다. /이윤정 기자
스크린 타프 아래/ 여름철에는 사방이 막혀있는 스크린 타프가 요긴하다. 모기장을 사방으로 쳐놓고 벌레 걱정 없이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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