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캠핑장]야생 캠핑을 즐겨라, 남양주시 팔현 캠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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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첩첩산중에 들어가 캠핑을 하면 어떨까요? 물도 직접 길어야하고 장작으로 불을 때서 음식을 해야 한다면 어떨까요? 이른바 캠핑 고수들이 추천하는 캠핑장은 이렇게 불편한 곳이었는데 바로 그것이 캠핑의 매력이라고 합니다.
취재를 갔던 날은 아침부터 하늘이 예사롭지 않더니 결국 비가 주룩주룩 내렸습니다. 텐트치고 화로에 이것저것 구워 먹으려고 준비도 좀 했는데 말입니다. 게다가 이번에 찾아간 곳은 잣나무와 밤나무가 가득한 남양주시 오남읍의 캠핑장, 물도 산 아래서 길어오고 간이 화장실을 이용해야하는 야생의 숲입니다.
숲속의 캠핑장, 불편함이 오히려 매력
울창한 숲 속에서 캠핑을 한다. 아이들에겐 자연 놀이터다. / 이다일기자
캠퍼들과 같이 만들어온 캠핑장
타프와 텐트를 설치하면 캠핑준비의 절반은 끝난다. / 이다일기자
캠퍼들이 하나둘씩 찾아오다보니 자연스레 캠핑장이 됐습니다. 요즘 생겨난 샤워장에 비데까지 있는 캠핑장과 시작부터 다릅니다. 그저 숲이 좋아서 모인 사람들이 캠핑장을 만들어갔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이 있습니다. 자연 그대로를 즐기는 소위 ‘야생’ 캠핑입니다. 지금은 주말마다 캠퍼들로 가득한 인기 캠핑장이니 시설도 보수하고 산 속 깊숙이 캠핑장을 넓힐 만도 하지만 오랫동안 이곳을 찾아왔던 캠퍼들이 반대합니다. 오히려 불편함이 매력이라고 주인 내외를 설득합니다.
팔현 캠핑장에서 가장 불편해 보이는 산 속, 잣나무 숲에 텐트를 쳤습니다. 비가 올 거란 소식에 배수까지 고려해서 팽팽하게 줄을 당겼습니다. 타프 아래에 릴렉스체어를 놓고 앉으니 비가 나무에, 텐트에 부딪혀 내는 소리가 즐겁습니다. 화로대에 올려놓은 참나무 장작은 이제 막 불이 붙었습니다. ‘슉슉’하는 소리를 내며 타들어갑니다. 이따금 ‘툭’하는 소리와 함께 잣이 떨어집니다. 부지런히 주워왔습니다. 산길 따라 10분만 산책해도 수북하게 잣을 주워올 수 있습니다. 잘 준비, 먹을 준비도 끝났으니 낮잠을 청합니다. 여섯시가 다가오자 산에는 어둠이 내립니다.
캠핑의 맛은 밤에, 매력은 새벽에
비가 예보돼있어 방수포를 깔고 침대를 준비했다. / 이다일기자
작은 코펠에 국을 끓이고 화로에 얹은 석쇠에는 고기를 구워봅니다. 캠핑 장비가 좋아져서 힘들이지 않고 준비할 수 있습니다. 테이블에는 비 오는 숲속의 만찬이 차려졌습니다. 20년 전 돌 위에 고기를 구워먹던 시절과는 풍류만 닮았습니다. 비가 온다고 해서 야전 침대도 준비했습니다. 또 리빙쉘 텐트에 침낭까지 준비했으니 가을 새벽의 쌀쌀함도 문제될 것 없습니다. 주변이 어두워지자 가스랜턴과 화로가 유일한 빛입니다. 숲속 캠핑장이라 옆 텐트와의 거리도 넉넉합니다. 다른 텐트의 불빛이 멀리 희미하게 보이니 정말 야생의 느낌이 듭니다. 새벽까지 꽤 많은 비가 왔습니다. 잣이 떨어지는 소리에 두어 번 깼지만 상쾌하게 숙면을 취했습니다. 숲에서 자고 일어나는 이 맛에 캠핑을 한다고 합니다. 찌뿌드드한 느낌 없이 상쾌합니다. 비가 와서 산책은 미뤘습니다. 대신 화롯불을 살렸습니다. 팽팽하게 쳐 놓은 타프 아래 의자에서 삼림욕을 합니다.
여느 캠핑장이나 비슷하겠지만 초등학생 아이들의 쉬는 토요일에는 사람이 많습니다. 게다가 날씨까지 맑으면 선착순으로 입장하는 팔현캠핑장에는 자리가 없을 수 도 있습니다. 산 높은 곳에도 승용차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울퉁불퉁 돌이 튀어나온 곳은 조심해야 합니다. 차에서 짐을 내려 바로 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어서 편리합니다. 자리도 널찍해서 칸칸이 텐트를 쳐야하는 일반 캠핑장과 차별화 됩니다. 토요일은 다음 캠퍼들을 위해 오후 1시면 철수해야 하지만 일요일은 여유가 있습니다. 천천히 식사도 하고 오후 늦게까지 산책을 하다 돌아가도 좋습니다. 설거지는 차를 돌려 나갈 때 입구에서 하면 편리합니다. 승마공원, 광릉수목원 등이 인근에 위치해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캠퍼들은 깔고 자기 위한 조건을 만드는 것. 쉽게 말해 침대, 매트를 구성하는 것을 ‘바닥공사’라고 부릅니다. 겨울에는 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우리나라 캠퍼들이 특히 겨울철 캠핑을 즐긴다고 합니다. 한국의 겨울은, 특히 산 속이라면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단단히 준비해야 합니다. 일단 매트를 잘 깔아야 합니다. ‘발포매트’라는 것은 습한 공기를 막아줘 편리합니다. 하지만 겨울철에 온기를 제공하지는 못해서 겨울캠핑엔 부적격입니다. ‘사계절매트’라고 불리는 것은 매트의 상, 하단에 방수처리가 됐습니다. 습기와 냉기를 막아주고 두께도 발포매트의 보다 두 배나 두꺼운 1cm입니다. 따라서 냉기를 막아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겨울철 강력한 무기로는 ‘보일러매트’가 있습니다. 물을 끓여서 매트 아래로 강제순환 시킵니다. 배터리가 내장된 모터가 있어서 이틀 정도는 전기가 없어도 따뜻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전기요를 사용하거나 집에서 쓰던 장판을 가져가기도 합니다. 캠핑장에 대부분 전기가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겨울철에는 기본 캠핑장비외에 난방용 장비가 추가되므로 안전사고에도 유의해야 합니다.
캠핑사이트: 150개
이용요금: 텐트 1동 1박에 2만원, 2박에 3만5천원 (4인 가족기준, 선착순입장), 전기이용료 3천원, 장작 1만원
시설: 화장실 3개소, 식수대, 전기사용가능, 매점, 샤워실 이용가능.
가는 길/
경기도 남양주시 오남읍 팔현리 20번지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하거나 오남저수지 또는 팔현유원지를 찾아가면 된다. 47번 국도에서 383번 지방도로를 따라 오남리로 간다. ‘팔현유원지’이정표를 따라 팔현리로 들어가면 된다. 갈림길이 많은 곳이라 내비게이션이 없는 경우 동네 주민을 통해 물어보는 것이 제일 쉽다. 대중교통으로는 청량리, 잠실, 강변역에서 오남리행 버스를 타고 오남리 동부아파트에서 내리면 된다. 정류장에서 캠핑장까지는 4km정도 들어가야 한다.
잣 / 팔현캠핑장은 잣나무가 많다. 원래 잣나무와 밤나무가 섞인 산인데 올해는 밤이 많이 열리지 않았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툭, 툭’ 소리를 내며 잣이 떨어진다. 떨어진 잣을 주워가는 것은 주인아주머니도 괜찮다고 했다. / 이다일기자
물고기/ 캠핑장에 가면 무엇을 해야하는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특히 아이들은 자연의 무엇을 가지고도 놀이로 만들어낸다. 작은 개울에서 송사리를 잡아 보여준다. 주변 캠퍼들과도 친해지고 다른 집 아이들과 어울려 논다. / 이다일기자
화장실/ 팔현캠핑장에는 3곳의 화장실이 있다. 2곳은 반듯한 건물로 지어졌지만 산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간이화장실만 있다. 예전 한강공원에 놓여있던 화장실정도 되니 야생을 즐기러 온 사람이라면 그리 불편하지 않다. / 이다일기자
숲속캠핑/ 팔현캠핑장의 묘미는 숲에 있다. 울창한 숲에 들어가서 곳곳에 텐트를 친다. 특별히 구역이 지정돼 있지 않으므로 서로 피해가 없도록 조심하면 된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는 해먹을 걸어 시원한 낮잠을 즐겨도 좋다. / 이다일기자
물길을 건너 / 팔현캠핑장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장점으로 꼽힌다. 편의시설이 없어 불편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게 좋다는 캠퍼들도 많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얕은 개울을 건너야 한다. 승용차도 지날 수 있을 정도라 차가 지나가면 아이들은 물놀이를 한다. / 이다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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