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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캠핑,기타자료/한국의 캠핑장

[한국의 캠핑장]겨울 파도를 감싼 은빛 모래, 부안 고사포 야영장

by 시리우스 하우스 2011. 9. 8.

 

[한국의 캠핑장]겨울 파도를 감싼 은빛 모래, 부안 고사포 야영장

디지털뉴스팀 이윤정기자 yyj@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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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만금 공사로 떠들썩한 변산반도에 유독 평화로운 해수욕장이 있습니다. 고운 모래를 안은 고사포해수욕장은 주말마다 늠름한 소나무 숲 속으로 캠핑객을 맞이합니다.

    겨울 파도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변산반도의 은빛 모래가 으르렁 포효하는 바다에 몸을 움츠립니다. 겨울이 한껏 내려앉은 지난 주말 전북 부안 고사포해수욕장을 찾았습니다. 길이 2km의 우아한 송림이 바닷바람을 막아섰지만 겨울의 기세를 막기에는 버거워 보입니다. 바람과 추위가 힘자랑을 하는 거친 날씨. 이런 악천후 속에 겨울바다를 마주보고 10여동의 텐트가 자리를 틀었습니다. 고사포는 호락호락 쉽게 겨울밤을 내주지 않았지만 바닷바람을 이겨낸 텐트 안에서는 웃음소리가 퍼졌습니다.
소중해서 숨기고픈 절경, 고사포

고사포 야영장은 새하얀 모래사장과 늠름한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곳이다. /이윤정기자

 

전북 부안 고사포는 변산해수욕장에서 격포로 가는 해안선의 중간 지점에 있습니다. 인파가 몰리는 관광지가 양옆에 포진해 있지만 고사포는 인근 해수욕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우선 해수욕장 입구부터 소박합니다. ‘고사포’ 표지판을 따라 큰 입구로 올라가면 원광대학교 수련원이 나옵니다. 널찍한 주차장이 있지만 이곳은 고사포해수욕장 주차장이 아닙니다. 수련원 옆 펜션 왼쪽으로 난 좁은 길이 고사포 야영장으로 들어가는 길입니다.

길을 따라 올라서면 소나무 숲이 펼쳐집니다. 거센 파도 소리를 흡수라도 할 것처럼 소나무 숲이 늠름하게 바다 앞을 지킵니다. 넉넉하게 간격을 유지하고 있는 소나무 사이사이로 텐트가 자리했습니다. 숲을 걸어 나가면 바로 새하얀 모래벌판이 바다를 머금습니다. 고사포에서 가족과 함께 캠핑을 하고 있던 김진태씨는 “고사포의 아침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습니다. 잠에서 깨 텐트 밖으로 나가면 시야에 온통 송림과 바다뿐이에요. 이런 곳이 또 없죠”라고 말합니다. 한 캠핑객은 고사포가 언론에 노출되는 게 싫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아까워서 숨기고픈 절경이라는 거죠.

겨울 바닷바람에 도전하다

겨울 바닷가 캠핑은 쉽지 않다. 특히 방향을 바꿔가며 불어대는 해풍 때문에 텐트를 치는 것부터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이윤정기자


고사포는 빼어난 절경을 간직하고 있지만 겨울 바닷바람은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닙니다. 몇 팀은 거센 바람에 누워버리는 텐트를 마주하자 일찌감치 포기하고 자리를 떴습니다. 튼튼히 가족을 지켜줄 것만 같던 타프는 밤새 바람에 시달리다 찢어지고야 말았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텐트 펙을 다시 박는 진풍경이 연출됐습니다. 인터넷 동호회 ‘캠핑 퍼스트’ 전주방에서 고사포로 함께 캠핑을 나선 4팀도 간밤의 바람에 녹초가 됐습니다. 서로의 자동차로 해풍을 막으며 밤을 지새운 덕에 캠핑객들은 아침이 되자 가족처럼 가까워졌습니다.

캠핑객 김한규씨는 “날씨가 궂을 때는 가족의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예측할 수 없는 자연의 힘에 겸손해질 줄도 알아야 해요”라며 주의를 당부합니다. 캠핑을 계획했더라도 위험을 느낀다면 과감히 철수하기를 권고합니다. 김씨는 “바닷바람의 방향은 쉽게 예측하기 어려워요. 텐트를 칠 때는 폴을 세우기 전에 펙부터 박으면 도움이 됩니다. 텐트를 세우고 나서 다시 펙을 단단하게 박는 거죠”라고 조언합니다. 김진태씨는 “평소 텐트 사이트를 선택할 때 지형지물이 없는 탁 트인 공간을 선호한다면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바람을 막아 줄 공간을 선택하세요. 바람 부는 쪽에 자동차를 두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라고 말합니다.

값없이 머무르는 절경 야영장

바다가 보이는 풍경/ 텐트 안에서 겨울 바다를 본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투명 창을 마련해 바로 바다가 보이도록 꾸민 텐트 안에서 아이들이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윤정기자


고사포 야영장은 변산반도국립공원에서 관리합니다. 취사장과 화장실이 항상 깨끗한 이유입니다. 야영장 이용도 무료입니다. 때문에 캠핑객은 고사포에 올 때마다 미안함을 느낀다고 합니다. 트위터 아이디 @zzangddoly를 사용하는 캠핑객은 “무료로 이용하는 만큼 더 깨끗하게 머물렀으면 좋겠어요. 와서 먹고 놀고 쓰레기만 만들고 가는 것이 아니라 캠핑 문화 덕에 고사포 지역경제가 좀 살아났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라고 말합니다. 값없이 머무르지만 고사포는 인공적인 것을 전혀 섞지 않은 날것의 풍광을 선사합니다. 초등학생 송현지양(10)은 “고사포에서 야영 하니까 자연학습을 온 느낌이에요. 소나무 숲도 예쁘고 바다가 한눈에 보여서 참 좋아요”라고 말했습니다.

캠핑tip. 겨울 바닷가에서 야영하기



겨울에는 추위도 문제지만 바람도 큰 적이 됩니다. 텐트를 치는 것 자체가 힘이 듭니다. 우선 캠핑을 하기 전에 판단을 잘 내려야 합니다. 텐트의 풍압과 내수압을 체크해 궂은 날씨에도 야영을 할 수 있는지 결정해야 합니다. 텐트를 치기로 결정했으면 폴을 조립하기 전에 펙부터 박아서 텐트를 지면에 고정시켜 놓는 것이 좋습니다. 대충 사이트를 구축해놓고 텐트의 모양을 잡으면서 펙을 다시 단단하게 박습니다. 바닷가에 텐트를 칠 때는 30cm가 넘는 긴 펙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모래 깊숙이 펙을 박아야하기 때문입니다. 바람이 심할 경우에는 텐트를 고정하는 스트링도 펙과 함께 지면에 묻는 것이 좋습니다. 야영 중에 기상이 악화돼 안전에 위협을 느끼면 즉시 철수하는 것이 좋습니다. 텐트는 폴을 분리해 몸체를 가라앉힌 뒤 무거운 물체로 받혀놓고 날이 밝으면 텐트를 철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겨울 바닷가에서 캠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초보일 경우 야영을 많이 경험한 캠핑객과 함께 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는 길/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부안읍내에서 변산을 경유하는 격포행 부안여객(063-582-6363)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부안읍내에서 고사포 송림해수욕장까지 40분 정도 소요된다. 버스는 3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차를 몰고 올 경우 서해안고속도로 부안IC(30번국도)로 나와 변산반도 해안도로를 따라 내려오면 고사포해수욕장 표지판이 보인다. 원광대학교 수련원 입구로 들어가면 안 되고 펜션 왼쪽으로 나 있는 길로 올라가야 야영장이 나온다. 내비게이션에는 ‘전북 부안군 변산면 운산리 고사포 441-7’을 입력하면 된다.

추가정보/
고사포야영장은 국립공원 내 위치해 있지만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사유지다. 야영장 이용은 현재 무료이나 시설 이용료 등은 지불해야 한다. 사유지이므로 이용에 제한을 받을 수도 있다. 취사장과 화장실은 변산반도국립공원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깨끗한 편이다. 샤워장은 여름에만 사용가능하다. 전기는 사용할 수 없다. 전기를 사용하려면 인근 펜션에 돈을 지불하고 사용해야 한다. 전기 사용료가 1박에 1만5000원이다. 겨울철에는 바닷바람이 거세기 때문에 사이트 구축에 유의해야 한다.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걷기 여행을 즐긴다면 변산반도 마실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새만금전시관에서 시작해 서두터~대항리패총~팔각정~변산해수욕장~사망마을~노리목~원광대학교 수련원~고사포해수욕장~하섬전방대~반월마을~적벽강~수성당~격포해수욕장~채석강으로 이어지는 약17km의 길이다.


겨울 바닷바람에 맞서다/ 고사포야영장 모습. 바다와 모래사장을 바라보고 소나무 숲이 들어섰다. 텐트를 열고 나오면 인공적인 것은 눈에 띄지 않는다. 날것의 자연을 그대로 맛볼 수 있다. /이윤정기자



겨울 텐트 치기/ 바다가 보이도록 투명 창을 마련한 텐트가 바닷바람을 막아섰다. 네이버 카페 ‘캠핑 퍼스트’ 전주방에서 온 캠핑객의 텐트인데 아침에는 고사포 캠핑객들의 사랑방이 됐다. /이윤정기자



하섬/ 고사포해수욕장에 서면 하섬이 보인다. 고사포에서 바닷길로 약 2km에 위치한 하섬은 간조가 되면 수심 약 9m의 바다가 2~3일 동안 너비 약 20m, 길이 2km로 갈라져 바닷길을 드러낸다. /이윤정기자



고사포의 캠핑카/ 캠핑동호회에서 아이디 ‘토지’로 활동하는 캠핑객은 야영을 위해 캠핑카를 마련했다. 캠핑카 바깥에는 스크린 타프를 따로 설치해 거실로 활용한다. /이윤정기자



캠핑카 내부/ 아담한 캠핑카 내부에는 없는 것이 없다. 아늑한 침실부터 부엌과 화장실까지 그야말로 움직이는 집이다. /이윤정기자



캠핑은 살아있는 학습장/ 부모님과 한 달에 두 번씩 캠핑을 다닌다는 송현지양(10). 아버지가 커피를 내리는 모습을 신기한 듯 바라본다. “고사포에서 야영을 하니 마치 자연학습을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윤정기자



서재를 옮긴 듯한 / 전문 캠퍼 김한규씨의 텐트 안은 마치 서재를 옮긴 듯한 모습이다. 손때 묻은 야영장비가 각을 맞춰 정돈돼 있다. /이윤정기자



캠핑객의 머리맡/ 김한규씨의 야전침대 머리맡은 마치 잘 정돈된 침실을 연상케 한다. 그때그때 필요한 물건이 질서정연하게 놓여 있다. /이윤정기자



바람을 막아선 자동차/ 밤새 바람이 거세지는가 싶더니 타프가 찢어지는 사고가 속속 발생했다. 지혜로운 캠퍼들은 자동차로 바람을 막아서며 바닷바람을 이겨냈다. /이윤정기자



고사포야영장 입구/ 고사포 야영장은 입구부터 소박하다. 인근 관광지로 유명한 해수욕장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윤정기자



취사장/ 고사포 야영장은 무료 이용인데도 취사장과 화장실이 깨끗하다. 변산반도국립공원에서 직접 관리하기 때문이다. /이윤정기자



송림과 파도의 노래/ 고사포 야영장은 전북 태안의 몽산포 해수욕장과 느낌이 비슷하다. 몽산포해수욕장을 축소한 듯한 느낌이 드는데 아늑해서 조용히 캠핑하기기에는 더 좋다. /이윤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