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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캠핑,기타자료/수도권 명산 30선

(16) 북한산 14성문 종주

by 시리우스 하우스 2011. 8. 27.

 

<수도권 명산 30選>호란 상처 덮고 쌓은 ‘천혜 요새’… 숙종의 기개 따라 걷다

(16) 북한산 14성문 종주

문화일보 | 엄주엽기자 | 입력 2011.08.26 14:41 | 수정 2011.08.26 14:51

 

징글맞던 비가 멈추고 바람도 하루가 다르게 선선해진다. 추석 연휴쯤 북한산 14성문 종주를 계획해 볼 만하다. 북한산 성문순례는 근래 생겨난 게 아니다. 일제강점기였던 1939년 10월28일자 동아일보에는 '북한산성 일순(一巡), 하이킹 코스 소개'라는 길고 자세한 기사가 실려 있다.

지금 북한산은 등반로가 너무 많이 생겨 문제지만, 당시만 해도 북한산은 '깊고' '험한' 산이어서 산성을 따라가는 게 거의 유일한 '환(環)종주'코스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 북한산이란 이름은 북한산성에서 나온 것이다. 북한(北漢)은 ‘한강 이북’이란 의미의 고유명사다. 따라서 ‘북한-산성(山城)’이지 ‘북한산-성’이 아니다. 북한산이란 이름은 숙종 당시에는 없었고 삼각산이라 불리다가 북한산성이 지어진 뒤 나온 이름이다. 지난 24일 등반객들이 대성문과 대동문 사이 성곽길을 걷고 있다. 김낙중기자 sanjoong@munhwa.com

기사를 보면, 북한산성 순례 자체보다 교통편이 없어 들입목까지 가는 게 힘들었던 모양이다. 들입목인 우이동과 구파발을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길게 설명하고 있어 웃음이 나온다.

북한산성이 지금처럼 정비된 것은 1990년대 후반이 돼서다. 이전에는 성문 하나, 산성 한 곳 성한 데가 없었다. 성문 기와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초석과 기단석은 흩어져 있었다.

이를 두고 신문들이 심심하면 사진과 함께 '조지는' 기사를 쓰곤 했다. 지금은 없어진 은평구 진관외동 기자촌에 사는 기자들이 휴일마다 북한산에 올랐으니 '북한산성 훼손' 기사가 툭하면 터져 나온 것이다. 참고로, 북한산 성곽과 성문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아니라 문화재청에서 유지·보수를 하고 있다.

북한산성은 한양을 지키는 도성(都城)의 일부가 아니다. 유사시에 왕이 도성을 버리고 피란하는 행궁(行宮)을 지키기 위해 지어진 산성이다. 즉 정묘·병자 두 호란(胡亂)때 강화도와 남한산성으로 혼비백산하며 피해 농성(籠城)했던 경험에서 쌓은 성이다.

14성문 중 대성문은 여차하면 바로 경복궁에서 북악산을 거쳐 형제봉능선으로 넘어와 북한산 행궁으로 통하는 문이었다. 왕이 드나들 문이다 보니 대성문이 성문 중 가장 크다.

백제시대부터 산성을 쌓았다는 북한산성의 지금 모습은 조선 숙종 37년(1711년)에 완성됐다. 숙종·영조 때 인물로 북한산성을 쌓는 데 기여한 승려인 성능이 지은 '북한지(北漢誌)'에는 "성문(城門)은 14개다"라고 기록돼 있다. 이 중 유실된 수문지(문수문)를 제외하고 13개가 남아 있다.

문루(門樓)가 있는 성문으로는 대서문 중성문 대남문 대동문 대성문 북문 등 6개, 암문(暗門)으로는 가사당암문 부왕동암문 청수동암문 보국문 용암문 위문 서암문 등 7개가 있다. '암문'은 후미진 곳에 만든 비상출입구로 문루가 없다.

들입목은 북한산성 입구에서 오르는 대서문(大西門)으로 하는 게 편하다. 대서문은 북한산성 4개 방위의 성문 중 서쪽을 대표하며 북한산성의 정문이다. 지금의 문루는 1958년 경기도지사였던 최헌길의 주도로 복원됐고 현판은 이승만 대통령이 쓴 것이다.

산성 안의 북한동 주민들이 대대로 이용했던 애환이 깃든 성문이다. 중성문(中城門)은 북한동계곡길로 다시 20분 정도 올라가면 나타난다. 문루는 1998년에 복원된 것으로, 산성의 한가운데 있다 해서 '중(中)'자가 붙었지만, 북한산성 입구 쪽이 적이 공격하기가 쉬워 대서문과 함께 '두 번 지킨다'는 의미의 '중성문(重城門)'이라고도 전한다.

의상봉과 용출봉 사이 가사당(袈娑堂)암문으로 가기 위해서는 왔던 길을 5분 정도 되돌아 나와 국녕사(國寧寺) 입구 좁은 길로 들어서야 한다. 가파른 길을 20여분 오르면 의상능선상에 가사당암문이 보인다. 여기서 부왕동(扶旺洞)암문까지는 용출봉 용혈봉 증취봉 등 의상능선의 절경을 즐길 수 있는 길이자 '산성종주' 중에 가장 험한 코스이기도 하다.

나월봉과 증취봉 사이에 있는 부왕동암문은 '북한지'에 소남문(小南門)으로 기록돼 있다. 여기서 청수동암문까지는 40분 정도 걸린다.

청수동암문은 비봉능선에서 넘어올 경우 거쳐야 하는 '깔딱고개' 위에 위치해 있다. 여기서 대남문(大南門)까지는 5분 정도면 도착한다. 문수봉 오른쪽에 있는 대남문은 예전에는 '문수봉암문'으로 불렸다.

대남문부터 백운대만경대 사이의 안부에 위치한 위문(衛門)까지는 산성능선으로 불리는 비교적 평탄한 길로 두 시간이면 넉넉히 주파할 수 있다. 제일 먼저 만나는 대성문(大成門)은 앞서 말한 대로 성문 가운데 가장 크다.

그다음, 암문인 보국문(補國門)은 원래 동암문(東暗門)으로 불렸으나 그 아래 있는 사찰인 보국사의 이름을 따 보국문으로 바뀌었다.

대동문(大東門)은 동쪽 방위를 대표하는 큰 문으로 1993년에 복원된 것이다. 이어 용암문(龍岩門)은 북한산대피소 부근의 용암봉에 위치하며 옛적에는 '용암봉암문'으로 불렸다.

북한산성 성문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위문'도 원래 이름은 '백운봉(白雲峯)암문'이었다. 암문 중에 유일하게 '위문'으로 불리는데, 일제강점기부터 그렇게 불려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제부터 대서문 방향으로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20여분을 내려오다 상운사로 올라가는 오른쪽 길로 들어서야 한다. 다시 20여분을 오르면 북문(北門)이 나온다.

원효봉과 영취봉 사이의 안부에 있는 북문은 현재 문루가 유실된 상태다. 방위를 대표하는 네 개 문 중에 북문만 '대(大)'자를 앞에 붙이지 않았는데, 이는 원래 북쪽 방위를 홀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쓸쓸해 보인다.

여기서 원효봉을 넘어 20분 정도 내려가다가 서암문(西暗門)을 만난다. 시구문(屍軀門)으로 불리는데 산성에서 죽은 사람들을 이 문을 통해 내보냈다고 한다. 마지막은 수문(水門)으로 기록돼 있는 '수문지'로 1915년 8월 폭우로 완전히 유실됐다.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코스>

▲ 산성탐방안내소~대서문~중성문~가사당암문~부왕동암문~청수동암문~대남문~대성문~보국문~대동문~용암문~위문~북문~서암문(시구문)~수문지~산성탐방안내소(총 8 ~ 9시간 소요)

<수도권 명산 30選>여기 아세요? 북한洞 가게터 말끔히 치워져… 비경 되찾은 북한산성 계곡

문화일보 | 엄주엽기자 | 입력 2011.08.26 14:41

 

북한산 14성문 종주를 위해 지난 24일 모처럼 북한산성 입구를 통해 북한동을 찾았다가 달라진 모습에 깜짝 놀랐다. '북한동'하면 낯설지만, 대서문을 지나 북한산성계곡(사진) 주변 마을, 흔히 산성마을로도 불린 이 지역의 행정지명이 경기 고양시 덕양구 북한동이다. 이곳의 술과 파전 등을 팔던 가게를 옮기는 공사가 끝나 계곡이 제 모습을 찾았다.

북한동계곡이 이렇게 넓었던가? 그동안 가게들에 가려 보이지 않던 계곡이 모습을 드러내니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번 여름 비가 많다 보니 계곡물도 풍성하다. 대서문에서 무량사를 지나 만나는 가게터도 가게들이 사라지니 그렇게 넓어 보일 수가 없다. 이곳에 나무덱으로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는데 넓고 시원한 계곡이 한눈에 들어온다. 장사를 하다 떠난 사람들이야 안됐지만, 한편으로 그동안 이 좋은 계곡을 모두 차지하고 가려서 음식을 팔아 주는 손님들한테만 보여주었다고 생각하니 슬며시 부아가 날 정도다.

하지만 북한동은 짧게 잡아도 300년 역사가 깃든 동네다. 백제시대 개루왕 5년(132년)에 북한산성을 쌓았다는 기록이 있으니 어쩌면 2000년 가까이 된 동네일지도 모른다. 숙종 때 북한산성이 완공되고 군사들이 상주하면서 마을이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최근까지 55가구가 장사를 하며 살았고 올해 초 이전이 완료돼 북한동계곡이 제 모습을 찾게 된 것이다. 가게들은 대개 북한산성 입구에 지어진 새 건물로 이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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