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내려보며 쉼없이 오르락내리락… 육산의 푸근함 만끽 |
⑤-예봉산 ~ 적갑산 ~ 운길산 13㎞ 종주 |
박광재기자 kj59@munhwa.com | 게재 일자 : 2011-06-10 14:33 |
수도권 등산 동호회의 산행일지는 지하철과 전철 노선의 확장에 따라 변한다. 개별 산행과 가족 산행을 고집하는 동호인들은 더욱 그렇다. 그 가운데 하나가 ‘수도권 전철 중앙선’의 단계적 연장이다. 중앙선은 2005년 말 서울 용산역에서 경기 남양주시 덕소역까지 복선화한 데 이어 2007년 말 팔당역까지 연장개통되면서 주변 명산을 찾는 등산객을 폭발적으로 늘렸다. 중앙선의 팔당역 개통으로 ‘산꾼’은 물론 일반 동호인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선 곳이 ‘예봉산’이다. 그리고 다시 2008년 말 남양주시 조안면의 ‘운길산’이 아예 산 이름을 역명으로 사용하면서 일대의 ‘산행지도’를 또 바꿔놓았다. 중앙선은 특히 주말에는 ‘등산열차’라 할 만큼 등산객들로 붐빈다. 주변 상권에도 큰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팔당역 인근 예봉산 입구는 2008년부터 음식점이 늘고, 등산전문점도 들어섰을 정도다. 2009년부터는 운길산역과 국수역 주변에 가게가 늘고 있다. 운길산 수종사 가는 길에는 농산물 좌판이 즐비하다. 2009년 12월 중앙선 전철이 경기 양평군 용문면까지 또다시 연장되자 인근의 ‘용문산’과 ‘백운봉’까지 수도권 등산 동호인들의 ‘번개산행’코스가 됐다. 그러나 산의 특성 때문인지 ‘용문역’을 이용하는 산행은 ‘반짝’이었다는 것이 등산 동호인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용문역’까지의 연장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등산인, 특히 주말산행인들은 여전히 ‘예봉’과 ‘운길’을 선호하고 있다. 2년여 전 서울생활을 접고 남양주시 조안면 진중리로 귀향(?), 운길산역 인근에서 음식점을 하며 예봉산·운길산을 매주 오르내린다는 홍성학(47)씨는 “지난해 중앙선이 용문역까지 개통되면서 잠깐 운길산을 찾는 등산객이 눈에 띄게 줄어들더니 올해 들어 다시 2009년 수준으로 늘어난 것 같다”면서 “요즈음에는 예전과 달리 젊은 사람들이 부쩍 늘었고, 특히 운길~적합~예봉으로 이어지는 종주 산행을 하는 등산 마니아들이 운길산과 예봉산을 즐겨 찾는 것 같다”고 일대의 산행 추이를 설명했다. 그는 또 “용문역까지의 연장 개통 직후 용문산으로 동호인들이 몰리기도 했지만 두물머리와 남·북한강의 전경을 볼 수 있는 예봉산과 운길산의 풍광 때문인지 주말 중앙선 등산객들의 70~80%는 팔당역과 운길산역을 이용한다”고 덧붙였다.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과 와부읍에 걸쳐 있는 운길산(610m)과 예봉산(683m)은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양수리)를 내려다보면서 솟아있는 산이다. 뾰족하게 두물머리로 뻗친 능내리를 사이에 두고 두 산이 마주하고 있다. 최근의 추세인 ‘종주 산행’을 나서는 사람들은 운길산역을 통해 운길산~적갑산(570m)을 거쳐 예봉산을 오른 뒤 팔당역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러나 기자는 예전에 중앙선이 개통되기 전에 ‘산꾼들’이 타곤 했던 팔당역에서 곧바로 예봉산에 올라 적갑산~오거리~운길산~수종사로 이어지는 코스를 선택했다. 이 코스는 산행 초반이 힘겹기 때문에 ‘속공’과 ‘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마니아들이 택하는 코스다. 마니아 흉내를 내고 싶기도 했지만 기자가 이 코스를 선택한 것은 산행의 마무리를 ‘수종사’에서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예봉산 일대는 서울시내에서 전철로 한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산이 깊다. 도시의 번거로움이 절로 사라진다. 팔당역에서 곧바로 예봉산으로 오를 때는 숨이 턱턱 찰 정도다. 최근 전철이 개통되면서 남양주시에서 가파르고 위험한 구간을 나무 계단으로 정비했는데 ‘자연미’가 없어진 느낌이다. 소나무가 즐비한 숲길로 접어들자 청명한 산새소리가 들려온다. 한번 휴식하고 정상까지 바로 오르니 1시간20여분. 예봉산 정상에 서면 한강 두물머리와 운길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예빈산(禮賓山)이라고도 부르는데, 옛적에는 이 산에 아름드리 나무가 많아 조선시대의 정부관서 중 손님을 맡아보던 관아인 예빈시에 나무벌채권이 있었기 때문에 예빈산으로도 불렸다고 한다. 한강을 굽어보는 전망대에서는 안개 속을 헤집어 발아래 팔당대교를 내려다보며 여유를 가져본다. 마주 보이는 검단산은 여전히 구름에 갇혀서 정상을 구분키 어렵다가 잠깐 얼굴을 비친 후 아쉬움을 남기며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리곤 한다. 곧바로 서북쪽으로 보이는 적합산으로 향했다. 예봉~적합능선을 탈 때면 ‘명상’에 젖어들 수 있을 정도로 고요하다. 숲이 우거져 낮에도 어두울 정도. 적갑산을 지나 오른편으로 굽은 길을 따라 가파르게 내려서는 길 끝에 오거리가 나온다. 운길산까지의 종주가 부담스러운 경우 오른편의 마을로 내려가면 된다. 쉼 없는 오르내림을 반복하다 먼발치의 운길산이 조금씩 가까워오면서 바윗길이 나타나고 이어 운길산 정상에 서게 된다. 수종사 방면에서 올라온 등산객들이 한데 섞여 전 구간 중에 가장 번잡스럽다. 다음은 수직하강 하듯 수종사로 향하면 된다. 종주에는 중간에 세 차례의 짧은 휴식을 포함해 5시간30분쯤 걸렸다. 코스 전반이 정비가 잘돼 있었다. 곳곳에 설치된 안내판과 쉼터도 조성이 잘 돼 있어 한눈만 팔지 않는다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종주를 마칠 수 있다. 13㎞ 안팎의 예봉~적갑~운길의 종주길은 수도권에서는 귀한 육산(肉山·산의 돌과 바위를 사람 뼈에 비유하고, 산의 흙은 사람 살과 같다는 산악인들의 해석)이다. 운길산 정상 양쪽에 약간 돌산의 형세가 있지만 그밖의 대부분 능선은 흙산이다. 그래서 무릎에도 부담을 주지 않아 ‘어르신’ 동호인들도 도전이 가능한 종주 코스다. 박광재기자 kj59@munhw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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