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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캠핑,기타자료/수도권 명산 30선

⑤-예봉산 ~ 적갑산 ~ 운길산 13㎞ 종주

by 시리우스 하우스 2011. 6. 24.

 

두물머리 내려보며 쉼없이 오르락내리락… 육산의 푸근함 만끽
⑤-예봉산 ~ 적갑산 ~ 운길산 13㎞ 종주
박광재기자 kj59@munhwa.com | 게재 일자 : 2011-06-10 14:33
▲ 한 여성 등산 동호인이 7일 오후 예봉산 견우봉에 올라 만세를 부르고 있다.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조안면의 예봉산 견우봉에서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남양주 = 김낙중기자 sanjoong@munhwa.com
수도권 등산 동호회의 산행일지는 지하철과 전철 노선의 확장에 따라 변한다. 개별 산행과 가족 산행을 고집하는 동호인들은 더욱 그렇다. 그 가운데 하나가 ‘수도권 전철 중앙선’의 단계적 연장이다. 중앙선은 2005년 말 서울 용산역에서 경기 남양주시 덕소역까지 복선화한 데 이어 2007년 말 팔당역까지 연장개통되면서 주변 명산을 찾는 등산객을 폭발적으로 늘렸다. 중앙선의 팔당역 개통으로 ‘산꾼’은 물론 일반 동호인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선 곳이 ‘예봉산’이다. 그리고 다시 2008년 말 남양주시 조안면의 ‘운길산’이 아예 산 이름을 역명으로 사용하면서 일대의 ‘산행지도’를 또 바꿔놓았다. 중앙선은 특히 주말에는 ‘등산열차’라 할 만큼 등산객들로 붐빈다. 주변 상권에도 큰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팔당역 인근 예봉산 입구는 2008년부터 음식점이 늘고, 등산전문점도 들어섰을 정도다. 2009년부터는 운길산역과 국수역 주변에 가게가 늘고 있다.

운길산 수종사 가는 길에는 농산물 좌판이 즐비하다. 2009년 12월 중앙선 전철이 경기 양평군 용문면까지 또다시 연장되자 인근의 ‘용문산’과 ‘백운봉’까지 수도권 등산 동호인들의 ‘번개산행’코스가 됐다. 그러나 산의 특성 때문인지 ‘용문역’을 이용하는 산행은 ‘반짝’이었다는 것이 등산 동호인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용문역’까지의 연장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등산인, 특히 주말산행인들은 여전히 ‘예봉’과 ‘운길’을 선호하고 있다.

2년여 전 서울생활을 접고 남양주시 조안면 진중리로 귀향(?), 운길산역 인근에서 음식점을 하며 예봉산·운길산을 매주 오르내린다는 홍성학(47)씨는 “지난해 중앙선이 용문역까지 개통되면서 잠깐 운길산을 찾는 등산객이 눈에 띄게 줄어들더니 올해 들어 다시 2009년 수준으로 늘어난 것 같다”면서 “요즈음에는 예전과 달리 젊은 사람들이 부쩍 늘었고, 특히 운길~적합~예봉으로 이어지는 종주 산행을 하는 등산 마니아들이 운길산과 예봉산을 즐겨 찾는 것 같다”고 일대의 산행 추이를 설명했다. 그는 또 “용문역까지의 연장 개통 직후 용문산으로 동호인들이 몰리기도 했지만 두물머리와 남·북한강의 전경을 볼 수 있는 예봉산과 운길산의 풍광 때문인지 주말 중앙선 등산객들의 70~80%는 팔당역과 운길산역을 이용한다”고 덧붙였다.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과 와부읍에 걸쳐 있는 운길산(610m)과 예봉산(683m)은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양수리)를 내려다보면서 솟아있는 산이다.

뾰족하게 두물머리로 뻗친 능내리를 사이에 두고 두 산이 마주하고 있다. 최근의 추세인 ‘종주 산행’을 나서는 사람들은 운길산역을 통해 운길산~적갑산(570m)을 거쳐 예봉산을 오른 뒤 팔당역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러나 기자는 예전에 중앙선이 개통되기 전에 ‘산꾼들’이 타곤 했던 팔당역에서 곧바로 예봉산에 올라 적갑산~오거리~운길산~수종사로 이어지는 코스를 선택했다.

이 코스는 산행 초반이 힘겹기 때문에 ‘속공’과 ‘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마니아들이 택하는 코스다. 마니아 흉내를 내고 싶기도 했지만 기자가 이 코스를 선택한 것은 산행의 마무리를 ‘수종사’에서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예봉산 일대는 서울시내에서 전철로 한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산이 깊다. 도시의 번거로움이 절로 사라진다.

팔당역에서 곧바로 예봉산으로 오를 때는 숨이 턱턱 찰 정도다. 최근 전철이 개통되면서 남양주시에서 가파르고 위험한 구간을 나무 계단으로 정비했는데 ‘자연미’가 없어진 느낌이다.

소나무가 즐비한 숲길로 접어들자 청명한 산새소리가 들려온다. 한번 휴식하고 정상까지 바로 오르니 1시간20여분. 예봉산 정상에 서면 한강 두물머리와 운길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예빈산(禮賓山)이라고도 부르는데, 옛적에는 이 산에 아름드리 나무가 많아 조선시대의 정부관서 중 손님을 맡아보던 관아인 예빈시에 나무벌채권이 있었기 때문에 예빈산으로도 불렸다고 한다. 한강을 굽어보는 전망대에서는 안개 속을 헤집어 발아래 팔당대교를 내려다보며 여유를 가져본다. 마주 보이는 검단산은 여전히 구름에 갇혀서 정상을 구분키 어렵다가 잠깐 얼굴을 비친 후 아쉬움을 남기며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리곤 한다.

곧바로 서북쪽으로 보이는 적합산으로 향했다. 예봉~적합능선을 탈 때면 ‘명상’에 젖어들 수 있을 정도로 고요하다. 숲이 우거져 낮에도 어두울 정도. 적갑산을 지나 오른편으로 굽은 길을 따라 가파르게 내려서는 길 끝에 오거리가 나온다. 운길산까지의 종주가 부담스러운 경우 오른편의 마을로 내려가면 된다. 쉼 없는 오르내림을 반복하다 먼발치의 운길산이 조금씩 가까워오면서 바윗길이 나타나고 이어 운길산 정상에 서게 된다. 수종사 방면에서 올라온 등산객들이 한데 섞여 전 구간 중에 가장 번잡스럽다.

다음은 수직하강 하듯 수종사로 향하면 된다. 종주에는 중간에 세 차례의 짧은 휴식을 포함해 5시간30분쯤 걸렸다. 코스 전반이 정비가 잘돼 있었다. 곳곳에 설치된 안내판과 쉼터도 조성이 잘 돼 있어 한눈만 팔지 않는다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종주를 마칠 수 있다. 13㎞ 안팎의 예봉~적갑~운길의 종주길은 수도권에서는 귀한 육산(肉山·산의 돌과 바위를 사람 뼈에 비유하고, 산의 흙은 사람 살과 같다는 산악인들의 해석)이다. 운길산 정상 양쪽에 약간 돌산의 형세가 있지만 그밖의 대부분 능선은 흙산이다. 그래서 무릎에도 부담을 주지 않아 ‘어르신’ 동호인들도 도전이 가능한 종주 코스다.

박광재기자 kj59@munhwa.com

공짜로 즐기는 茶공양, 등산복 차림은 통제 ?
여기, 아세요? 운길산 수종사 삼정헌
박광재기자 kj59@munhwa.com | 게재 일자 : 2011-06-10 14:33
▲ 수종사 삼정헌에서도 ‘두물머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감청색의 산빛이 높이 솟은 곳. 누각이 이 산속에 붙여 있다네.

문을 열면 강물이 들어오고요. 바윗돌 곁에 닿아 서로 의지해 (중략)

맑은 물은 천액(天液)이 흘러내리고 환한 꽃 저녘 비에 윤기가 난다.

아련히 선 곳까지 둘러보다가 눈길 돌려 향그런 초목 대하네.

비탈 골짝 저물녘 서로 합하고 구름 노을 저멀리 살짝 나누나.

즐거움에 오히려 나 홀로 서서 한 밤 더 자며 아니 돌아가고파.”

다산 정약용은 그의 시문집 제1권에서 ‘수종사에서 잠을 자며’라는 시를 통해 운길산과 수종사를 표현했다.

운길산은 수종사를 빼고 얘기할 수 없다. 다성(茶聖)으로 추앙받는 초의선사가 낙향한 다산 정약용 선생을 찾을 때면 언제나 수종사에서 차를 함께 마셨다는 기록이 전해지듯이 운길산 수종사는 차향의 산실로 유명하다.

운길산에서 철문봉∼예봉산에 이르는 능선을 ‘다산 능선’이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에는 다산의 생가와 묘가 있다.

수종사의 주무 보살 장희영(28)씨는 “세조가 금강산을 다녀오다 두물머리에서 하룻밤을 묵었는데 새벽에 이상한 종소리가 들려 잠을 깨 부근을 조사하게 하자 바위굴 속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종소리처럼 울려 나왔다고 해요. 그래서 이곳에 절을 짓고 수종(水鐘)사라고 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라고 소개했다.

당시 심었다는 50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되는 은행나무 두 그루도 수종사가 ‘고찰’임을 입증한다.

나무둘레가 7m, 높이는 40여m나 된다. 양평군 용문사 은행나무보다 수령이나 키는 작지만 모양새는 더 운치가 있다.

수종사 안에는 두물머리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조선 선종 때 서거정이 “동방절기 가운데 이만한 전망을 가진 절이 없다”고 칭송했을 만큼 수종사에서 바라보는 두물머리는 압권이다.

수종사에서는 2003년부터 대웅전 앞에 ‘삼정헌’이라는 다실을 마련, 신도들과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차 공양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 역시 운길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늘어나면서 ‘통제 아닌 통제’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장 보살의 설명이자 부탁이다.

장 보살은 “많은 분들이 산행 후 절을 찾는데, 개중에는 음주를 했거나 복장이 너무 난해(?)한 분들이 있어요. 그래서 다실 분위기를 위해 지난해부터는 등산복 차림의 손님들은 삼정헌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요. 시간도 평일에는 낮 12시에서 오후 4시까지, 주말에는 오후 5시반까지만 개방하고 있고요”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모든 등산객을 통제하는 것은 아니다. 수종사 입구와 절 안에 맛있는 약수터가 있어 등산객들의 목을 축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