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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캠핑,기타자료/수도권 명산 30선

④-‘명물 바위순례’ 수락산

by 시리우스 하우스 2011. 6. 24.

 

물개·탱크·독수리·비너스… ‘별난 암릉찾기’ 지루할 틈 없네
④-‘명물 바위순례’ 수락산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 게재 일자 : 2011-06-03 14:08
▲ 암벽동호회 ‘APEX’ 회원들이 지난 1일 오후 수락산 ‘하강바위’에서 암벽등반을 하고 있다. 김낙중기자 sanjoong@munhwa.com
이성계가 한양에 도읍터를 잡는다는 소식을 듣고 원래 금강산의 봉우리였던 ‘수락’과 ‘불암’이 한양의 남산이 되고자 한걸음에 달려왔으나 ‘산 같지도 않은’ 산이 벌써 자리를 잡고 있었다. 둘은 돌아가지 못하고 지금 그 자리에 한양을 등지고 앉았다. 수락산과 불암산에 얽힌 전설이다.

조선조에는 수락산의 산세가 한양을 등지고 앉은 형국이어서 ‘반역산’으로 보았다고 한다.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을 참살하자 김시습이 세상을 등지고 숨어든 데도 수락산이었다.

그래서인지 수락산은 서울의 북한산이나 도봉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는 와중에 전국 100대 명산에도 못드는 푸대접을 받았다. 지금이야 수락산의 서울 쪽인 마들 들녘에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차 그나마 주민들의 대접을 받고 있지만. ‘반역산’ 운운하는 데 대해 허튼소리라는 비판도 있다. 수락산과 불암산의 주변에 동구릉, 태릉 등 왕가의 무덤이 많은 것이 그 반증이라는 것이다. 원래 ‘수락(水落)’으로 산의 동편자락 금류동 계곡에 폭포가 많아 그리 지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 명물 바위순례

수락산은 규모는 작지만 계곡길과 다양한 능선, 암반을 고루 즐길 수 있는 아기자기한 산이다. ‘명물’이라고 할 만큼 재미있는 바위들이 많다. 수락산은 장암역과 수락산역, 마들역, 상계역, 당고개역 등을 통해 오를 수 있어 서울에서 가장 접근성이 편한 산이다. ‘명물 바위순례’를 하자면 수락산역에서 내려 수락골관리사무소∼새광장∼깔딱고개∼철모바위를 거쳐 정상을 둘러본 뒤 도솔봉까지 거치는 코스가 가장 제격이다. 1일 수락산을 찾았을 때도 이 코스를 택했다.

신선교를 지나자마자 제일 먼저 오른쪽으로 만나는 바위가 물개바위다. 삐죽하게 생긴 물개다. 계곡이 끝날 즈음에 깔딱고개가 나온다. 어느 산이나 같은 이름의 고개가 있지만 수락산 깔딱고개는 만만치 않다. 특히 독수리바위 암반은 철로프가 설치돼 있지만 상당히 가파르다. 겨울에는 눈이라도 쌓여있으면 다른 길을 택하는 게 좋다. 독수리 암장 꼭대기에 독수리바위가 있다. 자주 올랐어도 어느 바위를 독수리바위로 부르는지는 잘 모르겠다. 꼭대기에 손가락 모양의 바위가 있는데 그것을 가리키는 것 같기도 하고….

바로 이곳이 마들 들녘을 비롯해 서울시내 전체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전망지다. 왼쪽으로 불암산, 오른쪽으로 사패-도봉-삼각산이 빙 둘러쳐진 서울시내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좀 더 가파르게 계단길을 오르면 오른편으로 마치 거대한 배낭 모양의 배낭바위를 만난다. 그 너머에서 보면 배낭바위 옆에 미륵바위가 나란히 있다.

철모바위까지 오르면 정상능선에 오른 것이다. 주봉 옆 철모바위는 꼭 철모를 뒤집어 놓은 형상이다. 수락산 주변은 6·25 때 격전지였다.

주변에 탱크바위도 있는데 그런 역사의 아픔과 관련지어 사람들이 이름을 붙인 것 같다. 철모바위 옆에는 예나 지금이나 막걸리를 파는 노점이 있다. 여기쯤 숨가쁘게 오르면 입안이 바짝 마르기 마련이어서 한잔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주인장은 하산을 위해 취할 정도로 술을 팔진 않는다.

정상 반대편 능선길로 내려오다 보면 코끼리바위와 유명한 암벽등반 코스인 하강바위를 만나고 이어 치마바위를 지나 도솔봉에 이르게 된다. 도솔봉 조금 못미쳐서 지나온 치마바위 쪽을 돌아보면 수락산에서 놓칠 수 없는 ‘비너스바위’(위 사진)를 가장 잘 볼 수 있다. ‘여성바위’라고도 부르는데 가서 보면 왜 그런지 알 수 있다. 보통 도솔봉 못미처에는 처음 만난 등산객들이 비너스바위를 바라보면서 ‘진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앉아 있다.

◆ 수락산 역사 순례

장암역에서 바로 오르는 석림사 계곡은 매월당 김시습(1435~1493)이 1455년 수양대군이 단종을 내쫓고 왕위를 찬탈했다는 소식을 듣고 책을 불살라 버린 후 숨어들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 서계 박세당(1629~1703)은 김시습의 뜻을 이어 이곳에 청절사를 짓고 실학 연구와 후학을 가르치며 일생을 보냈다. 박세당 고택이 지금도 남아 관리되고 있다. 원래는 큰 저택이었으나 6·25때 소실돼 사랑채만 남아있다.

또 벽운동계곡으로도 불리는 수락골에는 조선 영조 때 노론의 영수였으며 사도세자의 장인이었던 홍봉한(1713~1778)이 지은 우우당(友于堂)이 남아있다. 사도세자의 비극에 깊이 관여된 인물이다. 수락산과 불암산을 잇는 덕릉고개에는 선조의 생부인 덕흥대원군의 묘역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의정부 별내면 쪽에서 오르다 만나는 내원암은 정조의 왕세자인 순조의 탄생을 기원한 기도처였다는 전설이 전한다. 도솔봉 아래의 용굴암은 1882년 임오군란 당시 명성황후 민씨가 여주 지방으로 피신하면서 이곳에 들러 치성을 드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수도권 명산 30選-산에서 만난 사람들>
암벽 누비는 60대… “스릴 즐기면 어려져”
암벽동호회 ‘APEX’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 게재 일자 : 2011-06-03 14:06
▲ 암벽동호회 ‘APEX’회원들이 ‘하강바위’아래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낙중기자
“예순 넘어 암벽등반을 시작해 인생을 다시 사는 느낌이에요.”

지난 1일 수락산을 등반하며 하강바위에서 자일을 타는 5명의 남녀와 마주쳤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오버행’(돌출된 바위)의 하강바위를 탈 정도이니 모두 ‘쌩쌩해’ 보였지만 ‘연세’는 만만치 않아 보였다. 여쭈어 보니 모두 60세 이상이다. ‘헐∼’소리가 절로 난다. 장비를 꾸리고 있었지만 사진을 위해 다시 한번 오버행 하강을 부탁했더니 흔쾌히 짐을 풀고 시범을 보여주었다.

60대로 구성된 남녀 암벽동호회인 ‘APEX산악회’ 회원들이다. 산악회 대장 강경선(62·서울 구로구 개봉동)씨는 근 30년 동안 등산을 해온 전문가급 수준. 코레일에 근무하면서 일부러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업무를 자청해 쉴 때마다 등산을 다녔고 전국에 안 가본 산이 드물 정도란다. 자연스럽게 암벽에도 관심이 갔다.

“2005년 산악회를 만들면서 마침 부산에서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렸는데 그 이름을 따 ‘APEX’로 이름을 지었어요. ‘정상’이나 ‘꼭짓점’이라는 의미도 있어서 산악회 이름으로 정했지요.”

당시에는 50대가 주축이었지만 이제는 모두 60대가 됐다. 처음에는 일반 산행을 주로 했으나 점점 암벽등반에도 관심을 갖게 돼 장비를 갖추고 수락산을 비롯해 북한산 인수봉, 도봉산 오봉 등을 주로 다닌다.

“여성 회원들이 처음엔 암벽등반을 겁내지만 한 번 해보면 남자들보다 더 좋아해요. 요즘엔 장비가 잘 만들어져 전혀 위험하지 않습니다.”

이날 수락산 산행도 오버행 하강에 자신감이 없는 현병려(여·65·오른쪽 끝) 회원의 지도를 위해 찾은 것이란다. 암벽은 배운 지 1년 정도 됐다는 현씨는 “발이 닿을 때는 괜찮은데 오버행에서 발이 떨어지면 겁이 나 자세가 흐트러지게 된다”며 “오늘 자신감을 얻었다”며 활짝 웃는다. 현씨는 “골프나 테니스도 해보았지만 60이 넘어 시작한 암벽이 최고”라면서 “한껏 스릴을 느끼고 나면 나이가 어려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