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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캠핑,기타자료/수도권 명산 30선

②-‘모자 쓴 부처’ 불암산

by 시리우스 하우스 2011. 6. 24.

 

거대한 암반 자일없이 한발한발… 불암산의 진짜 매력‘흠뻑’
②-‘모자 쓴 부처’ 불암산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 게재 일자 : 2011-05-20 14:10
▲ 불암산 영신바위에서는 서울 노원구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며 멀리 도봉산과 북한산까지 시야가 탁 트여 있다. 18일 암벽등반 전문가인 정대일(가운데)씨와 등반객이 영신바위를 오르고 있다. 김낙중기자 sanjoong@munhwa.com
불암산(508m)은 모자를 쓴 부처의 모습과 같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그래서인지 불암산은 그 규모에 비해 불암사 학도암 등 등 여러 사찰과 암자를 품고 있다. 불암산이 예전엔 필암산(筆岩山)과 천보산(天寶山)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필암산은 억불(抑佛)을 했던 조선시대에 고쳐 불렀던 이름이고, 천보산은 도교와 관련된 지명이다. 불암산은 유·불·선이 고루 연관된 영성적인 산이다.

불암산처럼 접근성이 좋은 근교산도 드물다. 지하철 당고개역, 상계역 등에서 편하게 갈 수 있다. 찾는 사람이 많다보니 불암산은 서울·수도권 주민들에게 아주 ‘익숙한’ 산이다. 어느 코스를 타든 3시간이면 완주할 수 있는 크지 않은 산이어서 인근 주민이 아니면 서너 번 찾고는 그만두는 것 같다. 하지만 불암산의 참맛을 모르는 탓이다.

이름에 바위 암(岩)자가 들어 있는 불암산은 거대한 암반 덩어리라고 할 수 있다. 불암산을 아주 새롭게 볼 수 있는 방법, 바로 리지산행이다. 해본 이들은 “이렇게 좋은 산이었나?”하고 스스로 깜짝 놀란단다.


◈‘불암산쫄바지’에게 배우는 리지산행 = 지난 18일 ‘불암산쫄바지’로 통하는 정대일(52)씨와 불암산 암장순례를 했다. 420고지의 헬기장 옆 천보산장을 운영하는 정씨는 불암산을 자주 찾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지킴이’면서 정연복등산학교(02―991―8849) 기술부장으로 암벽등반을 강의하고 있다. 15년 전쯤 학원을 경영하다 고도비만에 걸려 살을 빼려 불암산을 타기 시작해 지금은 아예 산속에 살며 암벽등반의 달인이 됐다. 요사이 일반화된 등산바지인 ‘쫄바지’를 몇년 전부터 자신이 입기 시작해 유행시켰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불암산은 오밀조밀한 바위가 매력적이면서도 암벽 코스가 많고 다양해 암벽등반을 배우기가 가장 좋은 산입니다. 암벽등반의 기초를 불암산에서 배우고 북한산 인수봉에서 마무리하는 게 일반적이에요.”

실제 불암산에는 노원구 중계본동 영신여고 뒤 영신바위부터 학도암 암장, 정상 부근 102암장, 하마등바위, 백바위, 당고개 불암산 넓은 마당 초소 위의 119바위, 동인암장 등 암장코스가 수두룩하다.

특히 평평하고 넓은 바위인 슬래브(slab)가 잘 발달해 리지등반의 명소로 꼽힌다. 자일을 타는 본격 암벽등반은 등산학교 등을 통해 전문적으로 교육을 이수한 뒤 할 수 있지만 리지화에만 의존하는 리지등반은 지도해주는 사람만 있으면 수월하게 배울 수 있다.

상계역 부근 불암산공원의 오른쪽으로 불암산 둘레길을 20여분 가다보면 영신바위가 나타난다. 멀리서만 보던 영신바위인데 막상 바위 하단에 서니 더 압도되는 기분이다. 초보자의 눈에는 거의 70∼80도는 돼 보이는 경사다. 하지만 아직 영신바위의 위용은 더 올라야 볼 수 있다.

“영신바위뿐만 아니라 어떤 슬래브도 길을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 난이도가 천차만별이에요. 아주 쉬운 코스를 타고 ‘영신바위 다녀왔다’고 하면 좀 우습죠. 하지만 처음에는 익숙한 사람들이 하는 걸 보고 따라하는 게 안전합니다.”

중요한 포인트는 허리를 곧게 세우고 발끝으로 타는 것이다. 보통 초보자는 미끄러질까 두려워 허리를 굽히고 엉거주춤 손을 바위에 대기 마련이다. “앞으로 엎어지면 무게중심이 뒤로 빠져서 미끄러질 우려가 더 커지지요. 허리를 곧게 세워야 바위에 수직으로 무게중심이 쏠려 미끄러지지 않습니다.”

시키는대로 해보지만 역시 두려움에 허리가 굽어진다. 하지만 천천히 오르다보니 허리를 펴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몸으로 알 것 같다. “낙엽이나 풀은 절대 밟지 말아야 합니다. 또 슬래브에 나무가 있다 해서 거기에 체중을 모두 의지했다가는 큰일 날 수도 있어요. 나무는 조금만 보조적으로 이용해야 합니다.”

드디어 영신바위 상단에 도착했다. 진땀으로 속옷이 흥건하게 젖었다. 100m는 족히 될 듯한 슬래브를 돌아보니 아찔하다. 아! 그러나 거기서 익숙한 불암산이 아니라 새로운 불암산이 보였다. 거대한 슬래브 위에 서니 시야에 거칠 것이 없다.

그곳에서 만난 중년여성 강혜영, 송주원씨는 집이 노원구 중계동이어서 매일 영신바위를 리지하는 마니아다. 영신바위를 타고 헬기장까지 갔다 하산하는 데 2시간이 걸리는데 아침 8시에 오른다고 한다. 노련함이 느껴진다.

강씨는 “처음에는 엄두가 안 나던 바위도 한번 타보면 그 다음부터는 무서움이 극복돼요. 하지만 낯선 바위를 만나면 다시 무서워지지요. 마치 인생사 같다”고 리지의 매력을 말했다. 송씨는 “바위를 타면 만나게 되는 탁 트인 조망이 너무 좋아 그냥 일반 산행은 재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쫄바지’ 정씨는 “바위를 많이 타면 바위의 기(氣)를 받아 건강해진다”면서 “불암산 아래의 관공서에도 불암산의 기를 받아 진급해 나가는 공무원이 많다”고 너스레를 피운다. 믿거나 말거나다.

◈ 불암산에서 ‘심봤다’ = 불암산은 고슴도치나 반딧불이가 나타날 정도로 식생이 좋아졌다. 불암산 부근은 미세먼지 농도가 서울시에서 가장 낮다. 그런데 등산객들에 따르면 얼마전 이 산에서 ‘산삼’을 캤다는 사람이 나왔다. 노원구청은 2008년 장뇌산삼 종자 5㎏을 불암산과 수락산에 파종했다. 물론 파종장소는 구청관계자들만 알고 있다.

2007년 북한산 등 국립공원의 입장료가 폐지되면서 등산객들이 그쪽으로 몰릴까봐 구청이 ‘작전’을 쓴 것이다. 그때부터 3∼4년이면 장뇌삼이긴 하지만 먹을 만한 산삼을 캘 수 있다고 했었다. 최근에 장뇌삼을 캤다는 사람이 나오면서 등반객들 사이에 ‘산삼찾기’가 한창이다.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이거, 아세요?… 불암산 주인은 누구? 최불암씨가‘명예산주’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 게재 일자 : 2011-05-20 14:14
불암산 주인이 누군지 아세요? 누가 이렇게 묻는다면 정답은 ‘국민 탤런트’ 최불암씨다. 이름의 ‘불암(佛岩)’과 불암산(佛岩山)의 한자가 같은 것이 계기가 돼 노원구청이 2009년 그를 불암산 명예산주(山主)로 위촉했다. 그렇다면 최불암씨의 소싯적 별명은? 불공스럽지만 ‘최불알’이었다. 이름 때문에 젊어서는 민망한 별명을 얻었지만 나중에는 산 주인까지 됐다.

서울 노원구 불암산 제6등산로인 양지초소 사거리에는 ‘불암산 명예산주 시비(詩碑)’가 세워져 있다. 당시 노원구는 국립자연사박물관 유치를 위해 각종 이벤트를 벌였는데 명예산주 위촉도 최불암씨의 명성을 빌려 도움을 받고자 했던 것이긴 했다. 그래도 이 시비는 지금 불암산의 명소가 됐다. 시비에는 최불암씨의 시 ‘불암산이여!’가 새겨져 있다.

“이름이 너무 커서 어머니한번 불러보지 못한 채/내가 광대의 길을 들어서서 염치없이 사용한/죄스러움의 세월, 영욕의 세월/그 웅장함과 은둔을 감히 모른 채/그 그늘에 몸을 붙여 살아왔습니다.//수천만대를 거쳐 노원을 안고 지켜온/큰 웅지의 품을 넘보아가며/터무니없이 불암산을 빌려 살았습니다./용서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