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마다 한맺힌 사연 분단의 아픔을 오르다 |
⑥ 고대산 |
박광재기자 kj59@munhwa.com | 게재 일자 : 2011-06-17 14:13 |
고대산(832m)은 경기도 최북단인 연천군 신탄리와 강원 철원군 경계에 있다. 산 정상의 8부 능선에 위치한 칼바위 전망대와 삼각봉 그리고 정상인 고대봉에 오르면 북녘 산하와 남측 최전방인 철원평야, 백마고지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이북 실향민들 중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또 이 일대에서 군복무를 했던 40~50대 등산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 산이기도 하다. 등산 애호가들이 고대산을 자주 찾는 이유는 또 있다. 뛰어난 전망에다 암릉이 이어지는 능선이 계속되는 등, 산행의 맛이 아기자기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수도권에서 전철과 ‘통근열차’를 이용,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도 고대산을 수도권 명산으로 꼽는 이유 중 하나다. 등산로 입구 주차장에서 고대산에 오르는 길은 세 갈래로 오른쪽부터 제1등산로, 제2등산로, 제3등산로다. 제1등산로는 완만해서 오르기가 쉬운 편이지만 코스가 좀 길다. 제2등산로는 가파른 오르막과 적벽을 이루는 능선으로 조금은 힘겹지만 가장 빨리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제3등산로는 고대산 북쪽 사면을 휘돌아 오르는 코스로 가장 길지만 완만하다. 그래서 여성 애호가들은 3코스에서 2코스로, 운동 좀 하겠다고 달려든 산악인들은 2코스-3코스를 선호한다. 지난 14일 오후 산행에서는 2코스로 올라 3코스로 하산해 보았다. 등산로 입구를 지나 돌계단을 올라서면 수만평 넓이의 낙엽송 숲길이 나온다. 낙엽송 숲을 지나 안부삼거리에서 정상까지는 2시간 정도 거리다. 해발 800m를 조금 넘는 산치고는 코스가 상당히 길고 급경사가 이어진다. 노송과 조화를 이룬 말등바위를 지나 군데군데 로프가 설치된 산길을 계속 오르다 보면 양쪽이 수십 길 절벽을 이룬 칼바위 능선을 만난다. 칼바위는 고대산에서 가장 위험한 구간이지만 절벽 양쪽에 굵은 로프로 난간이 설치돼 있어 안전하다. 칼바위 능선은 150m가량 이어진다. 칼바위 전망대에서도 철원평야가 훤히 보인다. 날씨가 화창했던 이날에는 멀리 휴전선 너머의 북쪽 고지들까지 눈에 들어왔다. 대광봉-삼각봉에 이어 고대봉 정상에 서면 동쪽으로는 철원군 동송읍이 금학산과 함께 시야에 들어온다. 북쪽으로는 6·25전쟁 때 격전지였던 백마고지와 철원평야, 그 너머로 멀리 북녘땅이 펼쳐진다. 고대봉 정상에는 새롭게 헬기장이 조성됐다. 마치 나무로 쌓은 재단같다. 정상에서 펼쳐진 철원평야와 ‘철의 삼각지(iron triangle)’를 가늠하면서 60년 전의 6·25전쟁을 반추해 본다. 정상 아래 펼쳐진 평강, 철원, 김화지역은 북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교통의 요충지로 6·25전쟁 당시 중국군과 북한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지역이다. 당시 이 일대를 ‘철의 삼각지’라고 부르게 됐다. 그 중 가장 치열하고 큰 전투가 백마고지 전투였다고 한다. ‘백마고지’란 이름은 당시 열흘간의 전투가 끝난 뒤 항공촬영을 하던 외신기자가 “포격으로 산 정상의 나무와 풀이 모두 사라져 하늘에선 백마가 누워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 붙여졌다고 한다. 1952년 10월6일부터 15일까지 한국군 9사단과 중국군 38군 3개사단은 이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모두 27만4950여발의 포탄을 퍼부으며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열흘 동안 양측은 12차례 고지 점령과 탈환을 되풀이했고, 중국군 1만여명 한국군 3500여명의 사상자를 낸 것으로 전사(戰史)에 기록돼 있다. 김일성은 이 철원평야를 뺏긴 뒤 3일간 식음을 전폐했었다는 얘기도 있다. 이렇듯 고대산 일대는 우리 현대사의 아픔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산행의 처음부터 산행의 정점에서의 조망까지 분단의 현실을 한시도 떨치지 못한다. 고대봉 정상 직전의 대광봉과 삼각봉에서는 남쪽 조망도 훌륭하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남서쪽 약 60㎞ 거리의 도봉산과 북한산이 보인다. 더 쾌청한 날에는 휴전선 너머인 개성 송악산과 천마산까지 보인다. 이따금 이곳에 오른 육순이 넘은 어르신들이 북쪽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남서쪽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토하곤 한다는데, 그들의 고향이 개성이나 황해도라고 한다. 하산은 두 코스가 있다. 다시 돌비석봉으로 되돌아와 제2코스 능선길로 내려와도 괜찮다. 그러나 고대산의 백미인 표범폭포를 보려면 제3코스로 내려서는 것이 좋다. 정상에서 북릉을 타고 5분 거리에 이르면 작은 공터가 있는 삼거리에 닿는다. 여기서 왼쪽 북서릉을 타고 1시간가량 내려가면 표범폭포에 닿는다. 그러나 본래의 제3코스는 이 삼거리에서 북릉으로 10분 더 간 곳인 부대막사 직전 삼거리에서 매바위로 이어지는 북서릉 길로 내려서는 코스가 정석이다. 매바위 방면 북서릉으로 40분가량 내려서면 매바위 직전 안부에서 왼쪽 계곡길로 내려서게 된다. 계곡길로 발길을 옮겨 5분 거리에 이른 다음, 오른쪽 급경사 길로 100m가량 내려서면 표범폭포 하단부에 닿는다. 약 100m 높이로 깎아지른 절벽인 매바위 하단부에 자리한 표범폭포는 규모가 폭 20m에 높이 30m에 달하는 수직절벽에서 하얀 포말을 뿜어내며 쏟아져 내린다. 그러나 지난 14일 산행에서는 아직 수량이 적은 탓에 적벽을 적시는 정도의 물길이었다. 장마가 지나고 나야 장관을 이룰 것같다. 표범폭포에서 다시 본계곡길로 올라온 다음, 남서쪽 협곡으로 이어지는 계곡길로 15분가량 걸어 빠져나오면 고대산 주차장에 닿는다. 고대산행은 어느 코스를 타든 왕복 7.5㎞ 정도로 4시간30분 정도를 잡아야 한다. 박광재기자 kj59@munhwa.com 코스 ▲1코스:주차장~큰골~고대산 정상(3.65㎞) ▲2코스:주차장~칼바위~고대산 정상(3.20㎞) ▲3코스: 군부대자리~폭포~고대산 정상(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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