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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전 거 /자전거 관련..

[컬럼] 자전거로 살아가기

by 시리우스 하우스 2013. 9. 3.

[컬럼] 자전거로 살아가기
김은기의 바이오 토크토크(12)
건강한 얼굴은 굳이 비싼 화장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또한 건강은 답답한 마음만 없앤다면 반은 이룬 것이다. 거금을 들여 자전거를 구입한 이유도 같은 생각, 즉 호젓한 산길을 혼자 달려보면 탁 막힌 가슴속이 후련해 질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전거 동호회에 들었다. 이 동호회는 초보도 산길을 갈 수 있도록 한다고 하니 한번 따라가 볼까하는 호기심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동호회에는 8명의 남자와 4명의 여자가 미리 나와 있었다. 에이, 여자도 있는데 내가 못 따라갈까. 처음 가는 길에 뒤쳐져서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지 때문에 작은 체구의 여성들의 등장은 내심 나를 안심시켰다. 숨을 몰아쉬며 올라선 동네 야산의 언덕길의 끝에는, 아뿔싸, 아주 가파르게 내려가는 좁은 산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포함한 몇 명의 초보는 서로 눈치를 보며 주저하고 있었다. 그때 뒤에 따라오던 4명의 여자는 배낭에서 무릎보호대를 꺼내더니 척척 다리에 감은 다음, 주저 없이 내리막길로 달려 내려갔다. 그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고 남은 우리는 넋을 잃고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이미 4인방 여전사들은 저 아래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선택해야 했다. 하지만 나의 선택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보다 앞서 내려간 청년이 미끄러지며 구르는 것을 본 순간, 미련 없이 자전거를 끌고 걸어내려 갔다. 나는 그날 이후로 그 동호회를 그만 두었다.

이런 급경사에서의 산악자전거는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한적한 시골길이나 숲속으로 뻗어있는 오솔길을 자전거로 달려본 사람은 그 쾌감을 잊지 못하고 주말이면 자전거를 끌어낸다. 더구나 요즘은 한강을 비롯해서 전국의 강변에는 자전거길이 연결되어 있어서 차가 없는 안전한 자전거 운동을 할 수 있다. 자전거를 타는 것은 특히 여성들에게 권장하는 운동이다. 그 이유는 골다공증이다. 뼈를 이루는 물질이 빠져나가고 잘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약해지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뼈가 부러지기 전에는 증상이 없는 ‘침묵의 병’이고 여성에게는 남자의 9배나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특히 폐경이 지난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여 가뜩이나 마음이 가라앉은 그 시기에 가볍게 넘어졌는데도 다리가 골절이 된다면 심각한 우울증을 불러올 수 있다. 게다가 노인들의 경우 골다공증으로 부서진 골반은 자칫 생명을 위협한다. 실제로 겨울철 골절로 인한 노인 사망사고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뿐만 아니라 최근 의학이 발전하여 평균 수명 자체가 길어지면서 노령화 사회 속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병이다.

그렇다면 뼈가 약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100%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정상적인 사람의 경우, 출생 후 성장기를 지나 어른이 될 때까지 뼈의 대사과정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하여 삼십 대 쯤에 이르러 최대의 골밀도가 형성된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계속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매년 0.4~2%의 골밀도가 감소한다는 게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다. 하지만 막을 수 없는 것이 세월이라지만 골다공증을 피해 갈 수는 있다.

골다공증은 예방이 최고이다. 뼈가 튼튼해지는 4인방 영양소인 칼슘, 인, 단백질, 비타민 D가 많이 있는 음식을 자주 먹는 것이 기본이다. 그 중 칼슘이 제일 중요하고 가장 대표적인 식품은 우유이다. 하루 칼슘 권장량 1200mg의 절반도 못 채우는 것이 한국인에게는 우유 3잔이면 부족한 권장량을 채운다. 우유를 마시면 속이 불편해진다면 데워서 마시다보면 점점 우유섭취효소가 늘어난다. 이런 식품보다도 더 확실한 것은 운동이다. 다리에 충격을 주는 운동은 오히려 뼈를 튼튼하게 한다. 자전거 운동을 적극 권한다. 하지만 실내자전거는 시간이 지나면 실내건조대로 변하는 것이 보통이다. 한강변을 나가는 것이 최선이다. 다리운동도 도움이 되지만 탁 트인 풍경도 답답했던 우리 가슴을 바람으로 가득 채워서 기분을 풍선처럼 띄운다. 귀를 스쳐가는 공기의 소리가 들린다. ‘음, 살만한 세상이야.’
 

◆ 김은기
서울대 화공과 졸업, 미 조지아공대 박사학위 취득
현 인하대 공대 생명공학전공 교수
한국생물공학회장 역임
피부신소재 국가지정 연구실 운영 경력, 화장품학회 이사
한국과학창의재단 STS바이오 문화 사업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