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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설악산 흘림골

by 시리우스 하우스 2013. 8. 14.


여름의 절정에서 설악의 정수를 만나다
흘림골공원지킴터~여심폭포~등선대~용소폭포 4km



 

여심폭포 일대에서 바라본 7형제봉. 지척에 있는 듯 조망할 수 있다.

송강 정철보다 250년이나 앞서 < 관동별곡 > 을 쓴 고려의 문신 근재 안축은 '금강산은 수려하나 웅장하지 못하고, 지리산은 웅장하나 수려하지 못하지만, 설악산은 수려하고 웅장하다(金剛秀而不雄 智異雄而不秀 雪嶽秀而雄)'는 시를 남겼다. 이러한 설악의 풍광에 대한 평은 현재까지도 유효하다. 공룡능선은 2011년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실시한 우수경관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고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가봐야 할 아름다운 50선' 중 8위에 랭크되기도 하는 등 여전히 뭇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절세가경(絶世佳景)이라 불리는 설악의 정수를 몸소 느끼기 위해서는 어떤 코스를 택하는 것이 좋을까. 물론 종주코스가 설악을 제대로 둘러보는 정석이요 최고의 루트다. 하지만 시간상의 이유나 기타 개인적인 문제 등으로 종주가 힘든 사람에게는 작은 설악이라 불리는 흘림골에서 용소폭포까지의 구간이 적격이다.





만물상 중심에 우뚝 솟은 등선대에서 바라보는 조망.





산행 들머리인 흘림골공원지킴터.

안갯속에 가려진 신비의 절경

흘림골은 숲이 짙고 계곡이 깊어 늘 안개가 끼고 날씨가 흐린 것 같아 붙여진 이름이다. 이 골짜기는 점봉산의 한 능선으로 2004년에야 20년 동안의 자연휴식년제가 해제돼 일반인의 출입이 허가된 곳이다. 여심폭포, 등선대, 등선폭포, 십이폭포 등을 품고 있어 남설악 최고의 절경이라는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기암괴석과 단풍이 조화를 이루는 가을에 많은 등산객이 찾지만 코스의 상당 부분이 짱짱한 계곡을 끼고 있어 더운 한여름의 트레킹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등선대에서 내려와 등선폭로 향하는 길에서 올려다보는 기암괴석들.





등선대 이후는 내리막길이 계속된다.

한계령 휴게소에서 양양방면으로 2km 정도 내려오면 산행의 들머리인 흘림골 공원지킴터가 보인다. 입구가 도로변에 있어 자칫하면 그냥 지나치기 쉬우니 주의해야 한다. 미리 알아두어야 할 점은 주차장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 차를 세워놓을 수 있는 공간도 협소하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곳에서 시작한 산행은 용소폭포에서 마무리되기 때문에 차량운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보통 차량을 용소폭포탐방지원센터에 주차한 뒤 콜택시를 이용해 흘림골로 이동한다.

산행의 시작은 계단과 데크로 이어진 오르막길이다. 30분 정도 길을 따라 걸으면 흘림골 트레킹 구간의 첫 번째 비경인 여심폭포와 조우하게 된다. 바위와 물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모양이 여성의 은밀한 곳을 닮았다하여 여심(女深)폭포 혹은 여신(女身)폭포라 부르는 이곳은 흘러내리는 물을 받아 마시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 때문에 신혼부부들이 많이 찾았다고 전해진다.





잠시 쉬느라 벗어둔 신발에 다람쥐가 다가왔다.





흘림골의 비경중 하나인 여심폭포.





등선폭포 아래는 시원한 폭포소리를 들으며 잠시 쉬었다 가기 좋다.

수려함에 압도되는 남설악의 풍광

여심폭포 이후 등선대로 향하는 0.3km의 오르막길은 흘림골 트레킹 코스의 백미를 대면하기 위한 통과의례인 양 고된 급경사로 이어진다. 일명 깔딱고개를 넘어서면 평평한 능선을 만나고 안내판을 따라 좌측 길로 조금만 오르면 그곳이 바로 등선대(登仙臺. 1002m)다. 신선이 하늘로 올라간다는 뜻의 등선대는 만물상의 중심에 솟아올라 있어 고개를 돌릴 때마다 제각각 다른 만 가지 기암괴석을 조망할 수 있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한계령 너머의 안산~귀때기청봉~끝청~중청~대청을 잇는 서북주능까지 한 눈에 들어와 수려하고 웅장한 경치에 압도된다. 이는 흘림골 트레킹 코스를 남설악의 정수라 칭하는 데 전혀 모자람이 없는 풍광이다.





등선대에서 바라본 조망. 한계령 너머로 펼쳐진 연봉이 아름답다.





12단 12폭의 비단처럼 굽이쳐 흐르는 12폭포.

넋을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장관을 뒤로하고 등선폭포로 향한다. 등선대 이후의 코스는 대부분 데크가 설치돼 있고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등선폭포 아래에는 통나무를 잘라 만든 의자가 있어 시원한 폭포소리를 들으며 잠시 쉬었다 가기에도 좋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길은 남설악이 품고 있는 계곡과 함께 이어진다. 귓가에 쉬지 않고 울려 퍼지는 물소리는 여름 산행을 한결 시원하게 해준다. 이후 곧이어 만나게 되는 12폭포는 열두 번 굽이쳐 흐르는 모습에서 이름을 따왔다. 탐방로에서 폭포 전체를 볼 수는 없지만 각 부분의 모습만 봐도 그 아름다움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등선폭포에서 1.8km를 가면 용소폭포 삼거리에 다다르게 된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꺾어 들어가 10분가량 걸으면 트레킹의 마지막 비경인 용소폭포가 장엄한 소리로 내며 탐방객들을 맞이한다. 전설에 의하면 이 소에서 천년을 살던 이무기 두 마리가 승천하려 했으나 암놈 이무기는 준비가 안 돼 승천할 시기를 놓쳤고 결국 이곳에서 바위와 폭포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보통 흘림골공원지킴터에서 용소폭포탐방지원센터까지 3시간가량이 소요된다. 산행이 짧아 아쉽다고 느껴진다면 용소폭포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오색약수터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걸으며 주전골을 훑어보는 것도 좋겠다.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가 변해 만들어졌다는 용소폭포.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옹골찬 느낌으로 단단하게 내리꽂는 느낌이다.





산행 코스의 상당 부분에 계곡이 흐르고 있어 더운 여름 산행에 적격이다.

근재 안축이 설악을 노래한 이후 700년이 지났고 그 시간동안 많은 것들이 변했다. 길 위에는 사람이 만든 계단과 데크가 놓였다. 어디 그뿐인가. 산을 빙빙 두르는 도로도 뚫렸고 케이블카도 생겼다. 이 와중에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변하지 않았다고 우긴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하지만 또다시 700년의 세월이 흐른다 해도 설악은 보란 듯이 그 자리에서 변치 않는 수려함과 웅장함을 뽐낼 것이다. 산이 거기 있어 오른다는 말은 결국, 변치 않는 대상에 대한 헌정의 수사가 아니던가.





2006년 태풍 매미가 할퀴고 간 상처가 아직 남아있다.





용소폭포 삼거리로 가는 길.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가면 용소폭포가, 오른쪽으로 가면 오색약수가 나온다.









양양 즐겨찾기




진솔메밀국수

후끈거리는 열기가 절정인 8월. 무더운 날 생각나는 음식이 여럿 있지만 강원도의 대표 여름음식은 단연 메밀국수다. 메밀은 성질이 차 몸속의 열기를 빼내주는 역할을 한다. 다진 김치와 양념장, 김 등을 얹은 메밀국수에 취향에 따라 참기름을 더해 쓱쓱 비벼 먹다가 얼음이 동동 떠있는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부어 먹으면 또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냉면과 달리 편하게 툭툭 끊어 먹을 수 있는 면이 특징. 메밀국수 보통은 6천원 곱빼기는 7천원이다.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장산리 233-1. 033-671-0689.

글 채동우 기자|사진 김해진 기자 / eastrain@outdoo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