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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고 물 건넌' 강북 5산 종주기

by 시리우스 하우스 2010. 6. 25.

 

'산 넘고 물 건넌' 강북 5산 종주기

 | 입력 2010.06.24 17:27 | 누가 봤을까?  




[오마이뉴스 유태웅 기자]
매년 6월, 낮의 길이가 가장 긴 하지 무렵이면 서울 권역 강북 5개 산을 종주한다. 불암산을 시작으로 수락산사패산, 도봉산삼각산을 차례로 종주하는 이 '연중행사'는 런다오산종주산악울트라대회다. 내가 지난 2007년 대회부터 매년 빠짐없이 참가하고 있는 '명품대회'다. 올해는 절기상 하지를 하루 앞 둔 지난 20일 열렸다.

내가 매년 이 대회에 참가하는 주된 이유는, 산악마라톤대회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대회를 핑계로 1년에 한번 정도 강북 5산을 종주하기 위해서다. 또 일반 등산동호회에서 추진하는 종주산행보다는 대회를 통해 참가하는 것이 여러모로 준비과정에서 의미가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올해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전날 내린 비로 인해 습도가 무척 높은 날씨 속에 대회가 열렸다. 오전 내내 구름과 안개가 뒤덮인 능선을 종주해야 했다. 곳곳의 바윗길은 흘러내리는 계곡물과 빗물로 인해 미끄러웠고, 일부 흙길은 진흙탕으로 질척거렸다. 한마디로 '산 넘고 물 건너' 종주한 일정이었다.

이 대회는 본격적인 우기를 앞둔 여름 한철에 열리기 때문에, 더위와 더불어 습도와의 싸움은 필수다. 여기에 13시간 제한시간 내 5개 산을 모두 종주해야 하기 때문에 육체적인 준비 과정 외에 남다른 정신적인 인내도 필요하다.





삼각산 의상봉능선. 런다5산종주산악울트라대회 마지막 구간


ⓒ 유태웅


전날 내린 비로 '산 넘고 물 건너'가 돼버린 종주

20일 새벽 3시. 5산종주 출발장소인 노원구 중계본동 104마을 복지회관 옆 공터에 대회 참가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먼저 신청자 명단을 확인받고 배번표를 받아 옷에 부착했다. 주로 마라톤 동호회에서 나온 단체 참가자들은 서로 안부와 무사 완주를 위한 격려를 나눈다.

오전 4시 정각. 배번표에 표시된 첫 번째 출발 확인란에 도장을 받은 참가자들이 출발신호와 함께 불암산 자락 능선을 오르기 시작했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비좁은 산길을 오르는 참가자들의 랜턴 불빛이 점점이 이어지는 모습은 묘한 긴장감을 안긴다.

불암산 정상을 오르는 코스는 인근 태릉선수촌 국가대표 선수들이 평소 산악달리기 훈련을 하는 곳이다. 완만한 경사와 평지가 반복되는 이 구간을 달려 오르는 사람과 초반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오르는 그룹으로 나뉘었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습도 높은 산길을 오르는 대회 참가자들


ⓒ 유태웅


불암산 정상 암릉구간을 넘어 출발한 지 45분만에 두 번째 체크포인트인 다람쥐광장에 도착하고 보니, 긴 줄이 형성되어 있다. 체크포인트에서 통과 확인 도장을 받기위해 대기하는 줄이다. 하늘은 조금씩 밝아오는데 흐린 날씨에 구름과 안개로 뒤덮인 정상에서는 산 아래 풍경을 전혀 내려다 볼 수 없다.

다람쥐광장에서 수락산으로 이어지는 덕릉고개로 내려가는 길은 전날 내린 비로 인해 무척 미끄러웠다. 내리막길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덕릉고개를 건너니 불암산 정상은 안개로 뒤덮여 그 모습을 확인할 수가 없다. 오전 5시 15분.

습도가 높아 수락산 오르막길에선 온 몸이 땀으로 젖었다. 빗물에 젖어 미끄러운 위험한 바윗길 구간은 조심스럽게 이동한다. 세 번째 체크포인트인 수락산 정상에 도착하니 오전 6시 10분. 하늘은 환하게 밝아왔지만 짙은 구름과 안개로 인해 멀리 도봉산은 자운봉과 만장봉 끝자락만 보인다.





불암산과 수락산을 잇는 덕릉고개를 넘는 5산종주 참가자들


ⓒ 유태웅


수락산 홈통바위에는 밧줄 두 개가 놓여있다. 평소에는 우회로를 이용하겠지만 시간을 다투는 대회인지라 이 아찔한 암릉구간을 밧줄을 타고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밧줄에 매달려 내려오는 참가자들 모습이 장관이다. 위험구간을 무사히 내려오니 이제부터는 안전한 능선길만 남는다.

동막골로 이동하는 이 코스는 흔히 '알바'라고 하는, 길을 잘못 드는 참가자들이 자주 발생하는 곳이다. 약 2.5km 구간엔 여러갈래 샛길이 많기 때문이다. 네 번째 체크포인트인 동막골 토끼굴에 도착하니 오전 7시 5분. 이곳부터 사패산 입구 범골까지는 의정부시 장암동 시내를 가로질러 이동하는 코스다.

아침을 맞는 시내를 통과해 사패산 범골입구에 도착해 마을 커피자판기에서 커피를 하나 빼어 마신다. 사패산을 오르는 범골에서 호암사까지 구간은 시원한 계곡가를 따라 만들어진 포장도로다. 약숫물이 나오는 곳에서 잠시 생수통에 물을 보충하고 계곡물로 얼굴과 팔 다리를 씻는다. 얼음장같은 물에 씻으니 체력이 다시 회복되는 느낌이다.

오전 8시 25분. 사패산 정상에 오르니 앞서 도착한 많은 참가자들이 넓은 바위터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작년만 해도 사패산 정상에서 탁 트인 전경을 맛볼 수 있었는데 이번엔 짙은 안개로 인해 앞을 전혀 내다볼 수가 없다.

정상에서 다섯 번째 통과 확인 도장을 받고 서둘러 다시 사패산 능선길에 접어든다. 약간의 허기가 있는 것 같아 배낭에서 준비해 온 떡을 꺼내어 먹으면서 걸었다. 이 대회에서는 '먹는 보급'도 매우 중요하다. 허기를 느끼기 전에 먹고 갈증을 느끼기 전에 물을 마셔두어야 한다. 때를 맞추지 못하면 체력고갈로 고생하는 경우가 생긴다.





짙은 구름으로 뒤덮인 사패산 정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참가자들.


ⓒ 유태웅


사패산 능선에서 도봉산 포대능선까지 이동하는 구간엔 '마의 계단' 코스가 있다. 수를 헤아릴 수 없는 탐방로 나무계단은 참가자들을 지치게 만든다. 포대능선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곳에 여섯 번째 체크포인트가 있다. 시원한 전망이 일품인 곳이다. 자운봉과 만장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통과 확인 도장을 받고 서둘러 우이암으로 향한다. 시간은 오전 9시를 넘겼다. 도봉산 신선대 부근은 아침 일찍 일요일 산행에 나선 등산객들로 붐빈다. 마주오는 등산객들은 참가자들에게 '화이팅'을 외쳐준다. 같은 방향 등산객들은 일부러 길을 비켜준다. 고마운 분들이다.

도봉산 주능선을 따라 우이암으로 오르는 계단 전망대에 일곱 번째 체크포인트가 있다. 오전 10시 5분경 도착해 통과확인 도장을 받고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지나온 능선을 되돌아 보니 도봉산 주능선과 만장봉 일대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너무도 멋진 산이다. 이런 멋진 산에서 하루를 온전히 보낸다는 것은 진정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우이암에서 원통사를 거쳐 우이동유원지 입구로 내려온다. 역시 이른 아침 등산객들로 탐방로는 붐빈다. 우이동 버스종점부근으로 내려오니 마라톤 동호회에서 나온 자원봉사자들이 참가자들을 응원하고 있다. 시원한 수박 한 쪽을 얻어 먹었다. 시간을 보니 오전 11시다.

우이동 버스종점-삼각산 위문-도선사입구까지의 아스팔트 오르막길은 정신적인 인내심을 시험하는 구간이다. 올해는 햇빛이 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게다가 간혹 삼각산에서 도로를 타고 불어오는 바람이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도선사 입구 가게에서 생수와 캔커피, 초쿄파이를 사 배낭에 넣었다. 마지막 삼각산 구간을 완주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급품이다. 여덟 번째 체크포인트인 위문까지 오르는 구간은 등산객들로 붐빈다. 함께 오르는 등산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멀리 대구에서 단체로 삼각산을 찾은 사람들도 있다.





삼각산 동장대 체크 포인트. 마라톤 동호회에서 나온 자원봉사자들이 참가자들에게 음료수 등으로 응원하고 있다.

ⓒ 유태웅


힘겹게 발걸음을 옮겨 영봉아래 하루재를 넘으니 시원한 바람이 분다. 인수봉에선 암벽등반가들이 멋진 광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백운산장에는 많은 등산객들이 휴식을 취하며 점심을 나누고 있다. 위문 체크포인트에 도착하니 시간은 낮 12시 35분. 짙은 구름과 안개로 뒤덮인 탐방로를 등산객들이 촘촘히 오르고 있다.

위문을 넘어 아홉 번째 체크포인트가 있는 삼각산 동장대로 이동한다. 암릉구간은 빗물이 계속 흘러내려 조심스럽게 이동한다. 바윗길은 미끄럽고 흙길은 질척거린다. 용암문과 옛 북한산장을 지나 대동문을 거쳐 동장대에 도착했다.

하늘에선 서서히 구름이 걷히며 따가운 햇살이 내리쬔다. 일요일 삼각산을 찾은 등산객들은 그늘진 곳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점심을 나누고 있다. 체크포인트가 있는 동장대에선 한 마라톤클럽에서 자원봉사로 나와 참가자들에게 시원한 음료와 수박을 나눠줬다.

이곳에서 아홉 번째 통과 확인 도장을 받고 산성길을 따라 보국문으로 향한다. 열 번째 체크포인트인 보국문에선 20대 젊은 대회 자원봉사자가 기념사진을 찍어줬다. 오랜 시간 기다리며 대회 참가자들을 위해 봉사하는 그들의 모습에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다.

남은 시간을 계산해 보니 완주제한시간까지는 여유가 많다. 무리할 필요가 없다. 숲 길을 따라 천천히 대남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마지막 페이스를 조절하며 열한 번째 체크포인트인 대남문을 지나 의상봉능선길로 접어든다.





나한봉에서 바라 본 삼각산 의상봉능선. 가장 멀리 보이는 곳이 마지막 체크포인트인 의상봉.

ⓒ 유태웅


청수동암문을 지나 나월봉을 앞둔 나한봉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시간을 보니 오후 2시 5분. 멀리 의상봉능선의 자태가 한눈에 들어온다. 마음을 가다듬고 증취봉과 용혈봉, 용출봉을 차례로 넘었다. 오르막길은 힘들고 내리막길은 아찔한 경사에 나무그루터기가 많아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중간에 의상봉쪽에서 외국인 단체 등산객들을 만났다. 산에서 20대 벽안의 등산객들을 보는 느낌이 묘하다. 체력적으론 뛰어날 것 같은 젊은 그들도 힘들어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마지막 열두 번째 체크포인트인 의상봉에 도착하니 시간은 오후 3시 15분.

가파른 하산길을 재촉해 오후 3시 44분경 최종 골인지점인 옛 북한산성매표소 입구에 도착해 완주를 마친다. 총 11시간 44분동안 강북 5개 산을 종주한 셈이다. 비록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여유롭기만한 날이다. 5산의 정기를 한 몸에 받은 때문일까. 기록보다는 별다른 육체적 후유증없이 대회를 마무리했다는 만족감이 들었다.





구)북한산성매표소 입구. 런다오산종주산악울트라마라톤대회 골인지점


ⓒ 유태웅


올해 제8회 런다오산종주산악울트라마라톤대회는 총 426명이 참가해 286명이 13시간 제한시간내 완주했다. 완주율은 67%. 난 내년에도 이 '명품대회'는 꼭 참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