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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캠핑-캠핑매니아의 장소선택과 방법.

by 시리우스 하우스 2014. 1. 6.

 

한겨울 설산에서 즐기는 캠핑 노하우

미니멀캠핑(Minimal Camping)은 배낭 하나를 채울 만큼의 장비만 꾸려 떠나는 최소한의 캠핑을 말한다. 자동차에 무거운 캠핑 장비를 미어 터질 듯 싣고 떠나는 오토캠핑과는 반대되는 개념의 캠핑이다. 최소의 장비라 해서 오토캠핑에 비해 수월할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모든 장비를 직접 짊어지고 차가 닿지 않는 산 속에 들어가서 캠핑을 하기에, 장비선택과 캠핑방법에 있어 오히려 더 많은 노하우가 필요하다.


백패킹(backpacking) 역시 1박 이상 배낭을 메고 하는 여행이라는 점에서 미니멀캠핑과 비슷하지만 훨씬 포괄적인 의미라고 볼 수 있다. 비박은 텐트를 치지 않고 산에서 1박 한다는 점에서 텐트를 치는 미니멀캠핑과 완전히 다르다. 전통적인 야영산행과 미니멀캠핑도 차이가 있다. 전통적인 야영산행은 산행이 주고 야영은 그 과정의 일부다. 또 일반 산행처럼 정상을 오르는 코스로 1박 이상을 이어간다. 이에 반해 미니멀 캠핑은 산에서 야영하는 것이 주목적이며 정상을 오르는 데 중점을 두지 않는다. 가령 주차장에서 걸어서 1시간 거리에 야영 터가 있다면 야영만 하고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수도권의 백패킹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가평이나 양평의 산에 가보면 야영만 하고 바로 하산하는 이들이 많다.



	마산봉 헬기장에서 미니멀캠핑을 즐기는 사람들.
▲ 마산봉 헬기장에서 미니멀캠핑을 즐기는 사람들. 겨울산에서의 야영은 많은 장비와 노하우를 필요로 한다. / 사진 염동우 기자

미니멀캠핑의 방법을 얘기하기 전에 먼저 짚어야 할 것은 ‘자연보호’다. 야영을 하게 되면 당일산행보다 훨씬 많은 쓰레기가 배출되고 인근 식생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자연의 깊숙한 곳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는 것이니 만큼 흔적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쓰레기를 되가져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음식물 쓰레기를 남기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 국과 찌개를 만들 때 물을 인원수에 비해 빠듯하게 잡도록 하고, 남은 국물이나 찌꺼기는 휴지나 키친타월 등을 이용해 닦아낸 다음 쓰레기봉투에 담아 내려가도록 해야 한다. 자연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자연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우선이다.


능선에서 자느냐, 숲속에서 자느냐


장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베테랑일수록 장소를 중요시 여긴다. 어떤 장소를 택하는가에 따라 산행의 난이도가 결정되는 것은 물론, 잠자리가 장급 여관 같은 곳인지 칠성급 호텔 못지않은 곳인지가 결정된다. 똑같은 텐트라도 자연미 넘치는 곳에서 자면 호텔 스위트룸 부럽지 않다는 뜻이다.


마니아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은 숲 속과 능선의 트인 곳이다. 숲 속의 경우 완만하고 계곡이나 샘이 가까워 식수를 구하기 쉬운 곳에 텐트를 친다. 숲 속이라 화려한 야경은 없지만 비교적 바람이 덜해 아늑하고 싱싱한 피톤치드를 실컷 마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능선의 야영지는 전망데크와 헬기장 같은 곳이 대표적이다. 넓고 평탄해 텐트 치기도 좋고 사방으로 트여 있어 일몰과 일출, 야경 등 화려한 경치를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반면 능선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계곡에서 먼 경우가 많아 식수를 짊어지고 가야 하며, 능선 특유의 칼바람을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


요즘은 능선이든 숲이든 주차장에서 1~2시간 이내에 갈 수 있는 가까운 장소를 선호하는 편이다. 미니멀 캠핑은 대형 배낭을 메야 하기에 대중교통보다는 승용차로 움직이는 이들이 많다. 그러므로 산행 코스도 원점회귀로 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야영이 불법? 법규 현실 못 따라 와


마니아들은 야영장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하거나 알려 주기 꺼리는 편이다. 국립공원을 비롯한 공원지역은 지정된 야영장이 아니면 야영이 불법이며, 이외의 산림지역에서 야영은 가능하지만 화기를 사용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법의 잣대로 엄밀히 따지면 그렇지만 실상은 국립공원을 제외한 나머지 산림에서는 일반적으로 야영이 이뤄지고 있다. 국립공원 이외의 산림에서 이에 대한 단속이나 벌금을 매기는 경우는 드문 편이라 야영객 스스로 자연보호 의식과 화기 사용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미니멀캠핑 마니아인 서울시산악연맹 김태환 이사는 “자연을 벗 삼아 걷고 야영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데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처럼 백패킹 허가증을 발급하거나 최소한의 취사가 가능하도록 법규를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뜻을 밝혔다.


적설기의 산은 평소와 다른 산


출발에 앞서 일기예보를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야영지의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 데에도 충실해야 한다. 무엇보다 겨울 산은 적설량에 따라 모든 준비와 일정이 달라진다. 적설량이 많으면 1km를 가는 데 몇 시간이 걸릴 수도 있으므로, 적설기의 미니멀캠핑은 다른 계절과 달리 생각하고 장비를 준비해야 한다. 게다가 무거운 야영장비를 짊어졌다면 속도가 훨씬 더딜 수 있으므로 적설기에는 평소보다 여유롭게 산행 스케줄을 짜야 한다. 또 예상 막영지 외에도 하룻밤 지낼 수 있는 야영지가 또 있는지 경험자나 지형도 판독을 통해 확인해 두도록 한다.


가벼운 음식 준비해야


겨울에는 샘이 얼었을 수도 있으므로 동결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물이 부족하다면 물이 적게 들어가는 메뉴로 식단을 짜는 게 바람직하다. 쌀이나 야채는 미리 씻어서 지퍼백 등에 담아 가야 하며 장과 양념류 역시 필요한 만큼만 준비해 짐이 무거워지지 않게 해야 한다. 야영식품으로 유용한 이지밥(www.easybab.co.kr) 같은 가벼운 즉석조리식품도 권할 만하다. 



	1 텐트와 플라이 등 미니멀캠핑 장비를 제대로 세팅한 모습. 2 모닥불을 즐기고 싶다면 미니 화로대를 구비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로 해야 한다. 3 매트리스를 깔고 침낭을 펴고 따뜻한 물을 수통에 담아 넣어두면 침낭이 따뜻해진다. 4 어둠을 밝힐 가벼운 배터리램프. 5 장비 리스트를 만들어두면 빠뜨리는 품목 없이 배낭을 쌀 수 있다. 6 90리터 대형배낭에 캠핑 장비를 모두 패킹한 모습. 7 밤을 밝힐 가스 램프. 산에서는 어둠을 밝힐 기본 조명이 필요하다.
▲ 1 텐트와 플라이 등 미니멀캠핑 장비를 제대로 세팅한 모습. 2 모닥불을 즐기고 싶다면 미니 화로대를 구비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로 해야 한다. 3 매트리스를 깔고 침낭을 펴고 따뜻한 물을 수통에 담아 넣어두면 침낭이 따뜻해진다. 4 어둠을 밝힐 가벼운 배터리램프. 5 장비 리스트를 만들어두면 빠뜨리는 품목 없이 배낭을 쌀 수 있다. 6 90리터 대형배낭에 캠핑 장비를 모두 패킹한 모습. 7 밤을 밝힐 가스 램프. 산에서는 어둠을 밝힐 기본 조명이 필요하다.

언 땅보다 눈 쌓인 곳에 텐트 쳐라


텐트를 칠 때는 얼어붙은 땅바닥보다는 두텁게 눈이 쌓인 곳이 오히려 냉기가 덜 올라온다. 텐트 안에 있더라도 체감온도는 바람이 세질수록 떨어진다. 계곡의 경우 바람골을 피하고, 능선의 경우 바람이 몰아치는 등날에서 약간 내려선 위치가 좋다.


눈사태 위험 지역은 당연히 피해야 한다. 눈사태 사고 다발지역인 설악산 죽음의 계곡이나 토왕골 같은 곳은 계곡 상단이 슬로프나 협곡을 이루고 있어 엄청난 양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곳이다. 따라서 급사면 기슭이나 협곡 같은 곳은 피해야 한다.


눈밭에 텐트 치기 전, 바닥 다져라


눈밭에 텐트를 치면 사람들의 온기에 의해 눈밭이 주저앉거나 녹아내리기 마련이다. 따라서 텐트를 세우기에 앞서 눈밭이 평평하면서도 가벼운 충격에 푹푹 꺼져들지 않도록 잘 다져야 한다. 눈밭을 다질 때는 우선 주변의 눈을 끌어 모아 평탄하게 한 다음 발로 밟아 다진다. 눈삽이 있다면 훨씬 효과적으로 눈을 펼칠 수 있다. 여럿이서 어깨동무한 채 이리저리 오가거나 빙글빙글 돌면서 눈을 다지면 훨씬 효과적이고 빠르다.


플라이는 눈과 돌로 고정하라


본체를 치고 플라이를 땅에 닿을 정도로 당겨 친다 하더라도 바람이 불면 펄럭이기 마련이다. 펄럭이는 소리도 시끄럽지만 바람이 들어와 보온 효과가 떨어진다. 또 눈밭에서 길이가 짧은 팩은 꽂아 고정시키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플라이 가장자리를 돌로 눌러놓거나 눈으로 덮는 것이 좋다. 눈톱이나 칼을 이용해 눈 벽돌을 만들어 텐트 주변을 빙 둘러쌓으면 바람에 텐트 플라이가 펄럭이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보온에도 매우 효과적이다. 돌멩이나 눈덩이로 눌러놓은 플라이를 이튿날 걷을 때는 살살 털어야 한다. 한밤에 습기를 먹은 채 얼어붙은 플라이는 조금만 힘을 줘도 찢어질 위험이 있다.


등산화와 장비는 텐트 안에 넣는다


텐트를 완성하면 얼어붙을 수 있는 모든 식량과 장비를 안에 집어넣는다. 물이나 과일 같은 것은 밖에 내놓으면 얼어붙어 먹을 수 없게 된다. 배낭도 마찬가지. 눈을 완전히 털어낸 다음 텐트 안 발이나 머리 쪽에 두면 추위와 바람을 막을 수 있다. 등산화도 텐트 안에 넣어야 한다. 자고 일어났을 때 가장 곤혹스러운 것 중 하나가 등산화가 얼어 있는 것이다. 눈이 얼어붙은 등산화의 경우 비닐로 감싼 다음 침낭 안에 넣고 자고 일어나면 마르지는 않더라도 녹아 있어 신는 데 불편함은 피할 수 있다. 스패츠 역시 마찬가지다. 스패츠를 밖에 내놓으면 이튿날 지퍼가 얼어붙어 사용하는 데 애를 먹을 수 있다. 눈을 털어내고 비닐에 집어넣은 다음 텐트 안에 넣어둔다.


텐트나 옷을 찢거나 몸을 다치게 할 위험이 있는 아이젠이나 스틱 같은 장비는 텐트 본체와 플라이 사이에 넣어둔다. 밖에 내놓았다가 한밤중 내린 눈에 묻혀 찾기 어려울 수도 있고, 눈이 얼어붙어 사용하는 데 한동안 애를 먹을 수도 있다.


정돈이 잘될수록 안락하다


텐트 안은 정돈이 잘될수록 같은 공간이라도 쾌적하고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다. 텐트 안에서 취사할 경우 바닥에 취사용 매트 등을 깔아야 한다. 눈을 녹여 식수로 사용할 경우, 커다란 비닐봉투나 서브색 같은 데 깨끗한 눈을 퍼 담아 텐트 문 입구에 놔둔다. 눈을 코펠에 퍼 담을 때는 텐트 밖에서 하는 게 텐트 바닥을 덜 젖게 한다. 쓰레기봉투도 입구에 두고 젖거나 지저분한 것은 바로바로 집어넣도록 한다.


버너 켜놓고 잠들면 질식사 우려


겨울 야영 시 텐트 안에서 버너를 켜는 것은 위험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아무리 비싼 텐트라 해도 불에 잘 타는 화학섬유일 뿐이다. 특히 휘발유버너는 주의해야 한다. 춥다고 버너를 켜놓고 잠들었다가 질식사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또 텐트 안에서 취사하면 습기를 많이 배출하게 되어 내부벽에 물기가 어리는 결로현상이 촉진된다. 심하게 추운 경우가 아니라면 취사는 밖에서 하고 텐트 안에 들여놓을 때는 버너 밑에 받침을 놓아야 한다.


캠핑 시 지켜야 할 것들


돌로 주위를 두르고 나무를 태워 불을 밝히는 캠프파이어는 낭만적이지만, 식생에 영향을 미치므로 비상시가 아니면 자제해야 한다. 과거 버너가 발달하지 못한 시절의 유물이다. 정 캠프파이어를 하고 싶다면 캠핑용 화로대를 사용해 지면에 직접 불을 피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음식을 먹은 후 코펠이나 식기는 계곡에서 세척해선 안 된다. 끓인 물로 헹궈 휴지로 물기와 기름기를 제거한 후 집에 가서 세척해야 한다. 가장 예민하고 중요한 것이 수질 오염이므로 세제로 설거지하거나 비누 등으로 세수와 양치질을 하는 것은 금물이다. 산에 있는 동안은 물티슈나 치실을 이용하고 산에서는 자신의 청결보다 자연의 청결에 신경 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캠핑을 마치고 떠날 때는 흔적을 남기지 않아야 떳떳하게 하산할 수 있다.


미니멀캠핑 입문자를 위해


적설기의 겨울산은 미니멀캠핑 입문자들에게 위험한 면이 있다. 눈 쌓인 산을 오르는 것도 힘든데 평소보다 훨씬 무거운 대형배낭까지 메야 하기 때문이다. 입문자들은 바로 겨울 미니멀캠핑에 나서기보다 일련의 체험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자연휴양림 야영데크에서의 미니멀캠핑이 권할 만하다. 짧은 거리이지만 짐을 메고 이동하며 무게를 가늠할 수 있고, 영하의 날씨에 침낭은 충분히 따뜻한지, 텐트는 어떻게 쳐야 바람이 덜 스며드는지 등 사소한 부분을 안전하게 체험할 수 있다. 한겨울에는 자연휴양림의 야영데크 이용객이 적은 편이므로 비교적 호젓한 분위기에서 깊은 산중에 들어온 듯한 체험을 할 수도 있다.


 
“국산 장비 기능면에서 모자람 없어”

배낭


미니멀캠핑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는 텐트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굳이 우선순위를 따지면 배낭이 한 수 위다. 춥지만 않다면 침낭만으로도 산에서 잘 수 있지만 배낭이 없으면 많은 장비를 효율적으로 메고 오를 수 없다. 미니멀캠핑도 산행에 기반을 두고 있기에 많은 짐을 담을 수 있는 대형배낭이 중요하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큰 침낭이 필요하고 두꺼운 옷이 필요하듯 이를 담을 배낭도 커야 한다. 최소 65리터 이상은 돼야 하며 100리터에 육박하는 배낭을 메는 이들도 많다. 다만 배낭이 커질수록 가격도 비싸므로 경험자들을 따라 다니며 야영을 체험해 본 후 자신의 체력과 스타일에 맞는 배낭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1 써미트 메간(MEGONE) 70리터 배낭. 정가 29만 5,000원. 2 아크테릭스 알트라(ALTRA) 85리터 배낭. 정가 69만 원.
▲ 1 써미트 메간(MEGONE) 70리터 배낭. 정가 29만 5,000원. 2 아크테릭스 알트라(ALTRA) 85리터 배낭. 정가 69만 원.

배낭 무게는 체중의 15~20% 정도가 신체에 무리가 없다. 지나치게 무거우면 골격에 압박을 가해 등 뒤 흉부와 허리뼈에 굴곡 변화를 유발하고, 심하면 허리디스크를 발생시킨다. 그러므로 배낭을 메고 캠핑을 갈 때는 무게가 가벼운 것 위주로 최소한의 장비를 준비해야 한다. 대형배낭을 잘 메는 비결은 등에 배낭 등판을 밀착시키는 것 외에 허리벨트의 역할이 중요하다. 허리벨트를 적절히 잘 조여 주면 배낭의 하중을 어깨와 허리, 골반으로 분산시켜줘 훨씬 편한 산행이 가능하다.


요즘 판매되는 대부분의 대형배낭은 등판 조절 기능이 있다. 등판과 멜빵이 일체형이라 프레임을 통해 멜빵과 등판을 상하로 조절할 수 있다. 이 기능을 통해 배낭의 높낮이를 자신의 키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배낭을 꾸릴 때는 침낭이나 옷가지 등 가벼운 것은 아래에 넣고 무거운 것은 위에 넣되 가급적 등판에 붙여야 체감 하중을 줄일 수 있다. 무거운 물건이 배낭 아래쪽이나 등 바깥에 있으면 배낭이 뒤로 당기는 힘을 받게 되어 불편하고 힘이 많이 든다. 대형배낭은 개개인에 따라 선호도가 큰 차이를 보이므로 무조건 특정 브랜드의 배낭을 선호하기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배낭을 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경험자들의 조언을 구하거나 배낭을 바꿔 메어 보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25년 동안 등산장비 전문매장을 운영해 온 장비전문가 김광규(에코로바 부평점장)씨는 그레고리, 오스프리, 아크테릭스 같은 수입 대형배낭이 많이 팔린다고 한다. 국산 중에서는 써미트, 솔트랙, 레이백 등을 선호한다. 그가 뽑은 베스트셀러 제품은 그레고리 105리터 데날리프로이며 동계용 배낭으로 가장 많이 쓴다고 한다. 오랫동안 산에 다닌 사람들은 70~80리터대로 낮춰 짐을 줄이는 추세라고 한다. 정가는 100만 원이 넘는 것이 많지만 매장에서 세일할 때 구매하면 훨씬 저렴하게 살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전반적으로 대형배낭은 해외브랜드가 50만~80만 원대가, 국산이 20만~50만 원대가 많다.


텐트


좋은 텐트는 보온이 잘되고, 방수 통풍이 좋아 쾌적하며, 튼튼해야 한다. 또 얼마나 빠르고 쉽게 텐트를 칠 수 있는가 하는 설치의 편이성도 감안해야 한다. 쾌적한 캠핑을 위해서는 공간이 널찍한 텐트가 좋겠지만 무게와 부피 때문에 휴대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가벼우면서도 단열·방풍 효과가 큰 텐트를 선택해야 한다.


텐트 구입 시에는 디자인과 실내공간만 보지 말고 원단의 종류와 무게, 방수투습 기능에 주목해야 한다. 통풍성과 방수투습 기능이 취약하면 자고 일어났을 때 텐트 천장은 물론 침낭이 젖어 보온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1 블랙다이아몬드 아와니 2~3인용 텐트. 정가 116만 원. 2 제로그램 파피용 라이트2 2인용 텐트. 정가 39만 원.
▲ 1 블랙다이아몬드 아와니 2~3인용 텐트. 정가 116만 원. 2 제로그램 파피용 라이트2 2인용 텐트. 정가 39만 원.

텐트 무게는 몇 인용을 가져가느냐에 따라 다르다. 짐이 많은 겨울에는 2인용을 혼자 쓰거나 2~3인용을 두 명이 쓰는 경우가 많다. 1~2인용 텐트는 성인 두 명이 들어가면 꽉 차는 경우가 많아 배낭과 장비까지 들여 놓으면 끼어 자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1~2인용이든 2~3인용이든 무게는 2~3kg을 넘지 않아야 좋다. 텐트 천은 바닥과 플라이 재질을 살펴야 한다. 방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쓰이는 천은 가는 나일론사를 촘촘하게 짠 고밀도 원단으로 질기면서도 부드러운 립스톱(Ripstop), 타프타(Taffeta), 옥스퍼드(Oxford)가 있다. 이 중에서 가장 고급 소재인 립스톱은 수많은 사각 조각 형태로 직조되어 천이 찢어지더라도 일부분에 그치고 만다.


텐트 바닥은 내수압을 체크한다. 바닥천은 한기나 습기를 차단시키기 위해 원단에 방수가공(PU)을 한다. 방수처리를 두껍게 할수록 방수효과는 그만큼 높아진다. 그러나 염료의 무게와 텐트의 무게는 비례하므로 내수압이 높다고 무조건 환영할 일은 못 된다. 보통 텐트 바닥의 내수압은 1500m/m 정도다. 히말라야 같은 극한지방에서 장기간 사용하려면 4000m/m 이상은 되어야 한다. 텐트 바닥에 돗자리를 깔면 방수성을 훨씬 높일 수 있어 국내산에서는 한겨울에도 1500m/m의 내수압으로 충분하다.


플라이는 방수와 내구성이 중요하므로 강풍에도 찢어지지 않는 질긴 천을 사용한다. 185T 이상의 타프타나 립수톱을 사용하는데 여기에 방수 코팅이 되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동계용 텐트는 플라이가 본체를 완전히 덮어 바람을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


폴대의 재질과 성능도 중요하다. 카본 같은 첨단 소재는 무척 가볍지만 한겨울 능선의 강풍을 버티기엔 약하다는 동호인들의 얘기처럼, 지나치게 가벼운 것만 선호하면 잃는 부분도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그러므로 경험자들의 조언을 통해 자신에게 알맞은 적당한 무게의, 적당한 텐트를 택해야 한다. 


김광규 점장은 해외브랜드는 블랙다이아몬드와 MSR, 국산은 코베아, 에코로바, 반포텐트, 제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라고 한다. 해외브랜드의 텐트는 질식사할 우려가 있다 해서 플라이가 땅에 닿지 않도록 나오는데, 국내 브랜드는 플라이가 땅에 닿도록 나온다. 통풍구가 있기에 질식의 우려가 없고 바닥에 닿아야 바람을 제대로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점장은 “요즘은 정확히 어떤 텐트가 가장 많이 팔린다고 통계를 내기가 어렵다”고 한다. 인터넷 캠핑 카페에서 공동구매를 많이 하는데 직접 공장에 의뢰하기 때문이다. 브랜드와 매장 입장에서는 불이익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어떤 카페들은 가짜 원단과 재료를 써서 문제가 된 적이 있어 무조건 신뢰하기는 어렵다.


그는 “백 패킹용 텐트는 2인용이 가장 많이 팔리며 국산은 40만~50만 원대, 수입은 50만~100만 원대에 이른다”고 한다. 더불어 “상표를 중요시 여기는 사람들은 지나치게 해외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요즘은 국산과 수입품이 품질에 있어 큰 차이가 없다”고 조언한다. 가격 대비 성능을 비교하면 국산이 더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침낭


침낭이 얼마나 따뜻한가는 보온재의 양과 복구력(fill power)에 따라 결정된다. 대개 침낭은 여름용, 3계절용, 겨울용(고산 원정용)으로 구분한다. 침낭의 보온력, 무게, 가격은 주로 보온재의 종류와 양에 따라 결정된다. 보통 거위털(goose down)과 오리털(duck down)을 많이 쓰는데, 거위털의 가격이 더 비싸다. 천연 우모는 따뜻하면서도 복원력이 뛰어나지만 비싸고 물기에 약하다. 합성솜은 습기에 강하고, 물기를 먹어도 보온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지만 무겁고 부피가 크다.


우모만큼 중요한 것이 겉감의 소재다. 겉감이 좋지 않으면 우모털이 잘 빠져 자고 일어날 때마다 흰 털이 몸에 덕지덕지 붙는 일이 생기며, 침낭의 부피도 점점 줄어들게 된다. 겉감은 방수 투습 원단이 좋으며 아니면 침낭커버나 침낭내피로 보완한다. 침낭커버는 비박 시 많이 쓰이지만 텐트가 있더라도 침낭이 부실한 경우에 보완책으로 쓰기도 한다. 침낭은 자기 키보다 30cm 이상 길어야 적당한데 지퍼, 목, 어깨 부위를 보온 튜브로 보강한 것이 좋다.



	다나 골드 익스페디션 구스다운 1400g 침낭. 정가 98만 원. 2 제로그램 촐라체 SE1100 구스다운 1100g 침낭. 정가 87만 원.
▲ 다나 골드 익스페디션 구스다운 1400g 침낭. 정가 98만 원. 2 제로그램 촐라체 SE1100 구스다운 1100g 침낭. 정가 87만 원.

가장 일반적인 동계용 침낭은 다리 쪽으로 점점 좁아지고, 당김끈으로 얼굴을 가릴 수 있는 후드가 달린 머미형(mummy type)이다. 우리 몸에서 체열이 제일 많이 빠져 나가는 부위가 머리이므로 침낭의 후드는 필수적이다. 침낭 안에 얇은 내피를 따로 준비하면 더 따뜻한 밤을 보낼 수 있으며 침낭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내피를 비롯해 옷을 너무 많이 껴입고 침낭 안에 들어가면 자는 동안 몸에서 나온 습기가 빠져나가지 못해 축축해진다. 얼굴 부위도 침낭 후드로 완전히 막으면 호흡으로 생긴 습기가 빠져나가지 못해 침낭 안이 습해진다. 추운 날에는 끓인 물을 수통에 담아 침낭의 발 부위에 넣고 자기도 한다.


집에서 평소 침낭을 보관할 때는 커다란 그물주머니에 넣어 습기를 피하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부풀려 두는 것이 좋다. 침낭을 젖은 상태나 돌돌 말아서 싸둔 채 보관하면 침낭의 수명과 보온성이 떨어진다.


김광규 점장은 1,300~1,500g의 침낭을 가장 많이 찾는다고 한다. 침낭의 경우 수입 브랜드는 폭이 좁아 불편하지만 국산은 침낭 안에서 몸을 뒤척여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공간이 넓다고 한다. 그래서 국산 침낭이 한국 사람에게 편안하다고 조언한다. ‘다나’가 가장 유명한 국산 브랜드지만 지금은 가격이 상당히 올랐으며 그 외의 국산 침낭으로 준우가 많이 팔리고 제로그램 같은 작은 업체들도 약진하고 있다고 한다. 가격은 국산 1,300g 기준 50만~100만 원대, 수입 1,300g 기준 150만 원대다. 


매트리스


매트리스는 바닥의 냉기를 차단하는 데 꼭 필요한 장비다.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발포 스펀지형 매트리스다. 발포 스펀지형은 저렴하고 내구성이 좋은 것이 최대 장점이다. 산봉우리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능선의 모양을 본딴 빨래판 형태의 매트리스가 가장 일반적인데 미국 케스케이드사가 개발한 리지 레스트(ridge rest)이다. 처음 이 제품이 나왔을 당시 이 디자인은 매트리스의 냉기 차단 기능에 혁신을 가져왔다. 올록볼록 골진 매트리스 위에 침낭을 깔았을 때 생기는 빈 공간에 공기층이 형성되어 따뜻한 공기가 움직이지 못하게 됨으로써 보온과 냉기 차단 효과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원리다.



	1 스노우라인 에어매트리스 디럭스 75. 정가 12만 원. 2 한솔상사 릿지매트 동계용. 정가 3만 원.
▲ 1 스노우라인 에어매트리스 디럭스 75. 정가 12만 원. 2 한솔상사 릿지매트 동계용. 정가 3만 원.

발포 스펀지형 매트리스보다 냉기 차단효과가 뛰어난 것이 에어매트리스다. 에어매트리스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공기층을 둬 냉기 차단 효과가 더 높다. 매트리스를 펼치면 밸브를 통해 저절로 일정량의 공기가 주입된다. 그러나 한겨울에 입으로 불어서 부풀리면 내부에 습기가 차서 안쪽이 얼어붙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일반 매트리스에 비해 무겁고 가격이 월등히 비싸며 날카로운 것에 의해 구멍이 나기 쉽다. 에어매트리스는 공기 흡입구를 열어놓고 펴서 보관하는 것이 오래 쓸 수 있는 방법이다.


‘지(Z) 레스트’는 길이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병풍을 접듯 매트리스를 일정 간격으로 접을 수 있다. 휴식을 취할 때는 세 번을 접어 짧게 만들면 된다. 또 일반 매트리스를 말아서 보관하는 것과는 달리 접을 수 있어 수납이 편리하다. 매트리스는 잠잘 때는 침대 대용으로, 짐 정리할 때는 장비를 풀어놓는 받침대로, 산행 중 휴식할 때는 방석 대용으로 다용도로 쓰인다.


코펠


‘코펠’은 삶는 도구 혹은 끓이는 도구를 뜻하는 독일어 ‘코헤르(Kocher)’의 잘못 보급된 표기이다. 영어로는 ‘쿠킹세트(Cooking Set)’가 맞지만 잘 쓰이지 않는다. 이미 ‘코펠’로 정착되었지만 알아둘 필요가 있다.


코펠의 모양은 사각형과 원형이 있지만 주종은 원형이다. 재질은 알루미늄에서 스테인리스스틸, 티타늄 등이 있다. 알루미늄 코펠은 열전도는 우수하지만 쉽게 찌그러지고 긁히며 일정기간 사용하면 부식하는 등 강도나 위생상의 한계를 지니고 있다. 스테인리스스틸 코펠은 이런 단점을 극복해 주지만 무거운 것이 흠이다.



	1 스노우라인 알루미늄 코펠 3종 세트. 정가 6만 1,000원. 2 스노우라인 티타늄 캠핑 포트 세트. 19만 5,000원.
▲ 1 스노우라인 알루미늄 코펠 3종 세트. 정가 6만 1,000원. 2 스노우라인 티타늄 캠핑 포트 세트. 19만 5,000원.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스틸의 단점을 모두 극복한 것이 티타늄 코펠이다. 티타늄은 알루미늄보다 가벼우면서 쇠에 비견될 정도로 단단하다. 또 쉽게 부식되지 않으며 금속성 특유의 냄새도 없어 위생적인데 이런 장점 덕분에 최근에는 티타늄 스푼세트나 시에라 컵도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티타늄은 가격이 비싸고 열전도율이 떨어져 밥을 지을 때 알루미늄만큼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단점이다.


특히 알루미늄 재질의 코펠은 세척할 때 주의해야 한다. 음식물이 눌러 붙었다 하여 무리하게 긁어내면 코팅이나 피막이 손상되기 쉽다. 물에 담가두었다 스펀지나 부드러운 수세미에  중성세제를 묻혀 닦는다. 산에서 모래나 나뭇잎으로 문질러 세척하면 피막에 손상이 가니 이는 금물이다.


코펠을 고를 땐 평소 캠핑을 가는 인원수에 따라 적당한 크기를 선택해야 한다. 코펠 안에 주전자, 그릇, 주걱, 국자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산행 중에 모두 다 필요한 것이 아니므로 밥과 찌개용 이외에는 대부분 빼놓는 것이 좋다. 무게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 식기는 코펠 뚜껑이나 개인용 시에라컵을 사용한다.


버너


연료에 따라 가스버너와 휘발유버너가 있다. 일반적으로 가스버너가 많이 쓰인다. 가스버너는 연료통의 결합 형태에 따라 두 종류로 구분된다. 가스통과 본체를 직접 결합한 일체형 가스버너는 부피가 작고 가벼워 미니멀 캠핑용으로 인기가 높다. 본체와 가스통이 긴 호스로 연결된 호스형 가스버너는 일체형에 비해 부피는 크지만 안정성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일체형 버너는 작고 가벼운 게 최대 장점이다. 그러나 무게 중심이 높아 안정감이 떨어지고 바닥이 고르지 못한 지형에서 사용할 때 무거운 코펠을 올려놓으면 약간의 충격에도 넘어질 위험이 크다. 또 최고화력으로 장시간 사용할 경우 열기가 버너 본체를 타고 가스통으로 전달될 수 있다. 반면 호스형은 일체형의 이러한 단점의 거의 대부분을 커버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덩치가 크고 일체형에 비해 무겁다.



	1 소토(SOTO) SOD-371 무카(MUCA) 휘발유 버너. 정가 29만 5,000원. 2 SOD-371 무카(MUCA) 연료통과 분리해 접은 형태. 3 코베아 캠프1 호스 스토브. 정가 7만 2,000원. 4 코베아 캠프56 티타늄 스토브. 정가 5만 8,000원.
▲ 1 소토(SOTO) SOD-371 무카(MUCA) 휘발유 버너. 정가 29만 5,000원. 2 SOD-371 무카(MUCA) 연료통과 분리해 접은 형태. 3 코베아 캠프1 호스 스토브. 정가 7만 2,000원. 4 코베아 캠프56 티타늄 스토브. 정가 5만 8,000원.

가스통이 분리되어 있는 호스형은 겨울에 미지근하게 데워진 물에 가스통을 담가두면 여름철에 버금가는 화력을 얻을 수 있다. 가스통을 불에 직접 가열하는 것은 폭발 위험이 있기 때문에 금물이다.


가스버너는 자동점화장치가 달려 있어 라이터 없이도 불을 붙일 수 있다. 그러나 점화기는 물에 젖으면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며 고장도 잦다. 따라서 가스버너를 사용하더라도 반드시 라이터를 챙겨둬야 한다. 가스버너의 다리 자체가 바람막이 역할을 하는 제품도 있으나, 너무 많은 기능을 동시에 갖춘 것일수록 잔고장과 성능저하 가능성이 높다.


휘발유버너는 한겨울 강추위에서 유용하다. 가스버너의 경우 최근에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기온이 지나치게 내려가면 가스가 얼어 사용이 어렵다. 이에 반해 혹한의 영하에서도 작동되고 연료비도 가스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며 화력이 좋아 3인 이상의 대량 취사에 알맞은 장점이 있다. 그러나 부피가 크고 무거운 것이 흠이다. 휘발유버너 사용 시에는 연료를 3분의 2가량만 넣어 연료를 압축해 분사시킬 수 있도록 공기가 있어야 하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휘발유는 가연성이 높은 물질인 만큼 예비량을 가지고 다닐 때는 연료전용 용기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김광규 점장은 “요즘은 겨울에도 가스버너를 많이 쓰는 추세”라며 코베아가 가장 대표적인 국산 브랜드로 3만~8만 원대라고 한다. 해외 브랜드는 MSR과 소토 등이 있는데, MSR이 국내에 유명해진 계기가 ‘MSR 리액터’ 제품 때문일 정도로 한때 붐이었다고 한다. 해외 가스버너는 20만 원대다.


그는 인터넷 카페 공동구매 제품이 타 브랜드의 장점을 잘 모방하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임에도 제품 질이 상당히 발전했다고 한다. 애프터서비스의 경우 요즘은 브랜드를 따지지 않고 해주는 장비 전문업체들이 있어 AS의 걱정도 없다고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과거보다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장비를 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터넷 댓글 정보를 지나치게 맹신해선 안 된다”며 “꼭 구입하지 않더라도 매장에 들러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보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서울시산악연맹 김태환 이사
겨울엔 바람 덜 부는 숲 속에서, 여름엔 모기 없는 능선에서 캠핑

	김태환 서울시산악연맹 이사가 자신의 미니멀캠핑 장비를 세팅해 소개하고 있다.
▲ 김태환 서울시산악연맹 이사가 자신의 미니멀캠핑 장비를 세팅해 소개하고 있다. 오랜 캠핑을 통해 하나씩 구입한 장비들이 모여 지금에 이르렀다.

혹시 야간산행으로 불암산 정상에 갔는데 인기척이 느껴진다면 김태환(52)씨일 수도 있다. 1992년 원로산악인 김영도 선생을 만나며 등산을 시작한 그는 불암산 정상에서 솔로비박을 즐긴다. 17년 동안 불암산 자락인 중계동에 살면서 마음이 심란할 때면 늘 정상 한켠의 바위 테라스에 올라 비박을 하곤 했다. 화려한 도시의 야경을 산에서 보면 복잡한 마음이 정리된다고 한다.


“자연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


미니멀캠핑을 시작한 건 2001년 예티산악회의 조재문 대장을 만나면서부터다. 그를 따라다니며 야영 노하우를 얻고 비박의 재미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비박과 미니멀캠핑을 즐긴 그는 암벽등반을 배우고자 2005년 한국등산학교를 수료하면서 많은 산악인들과 친분을 쌓게 됐다. 학생장으로 등산학교를 수료하고 총동문회 활동을 하다 서울시산악연맹과 연이 닿게 되었고 현재 일반등산 이사를 맡고 있다.


그는 미니멀캠핑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일명 ‘폼 나는 산악인’으로 통한다. 등산복과 장비 모두 깔끔한 것을 좋아하며 장비를 살 때는 비싸더라도 가장 좋은 것을 사는 것이 그의 방식이다. 그가 한창 야영을 다니던 시절에는 매 주말 캠핑을 떠났고 어쩌다 쉬는 국경일에는 새로운 야영 터를 찾으러 산을 다녔다.


그는 “요즘의 오토캠핑은 전혀 자연과 가깝지 않다”고 한다. 캠핑장이 시끄럽기도 하지만 종일 움직이지 않고 계속 고기를 구워 먹기만 하고, 집에 와도 캠핑 짐 정리할 것이 산더미라 결국 부부싸움을 유발한다고 설명한다. 산 속에 들어가야 할 수 있는 미니멀캠핑이야말로 “자연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이라 단언한다.


깔끔한 미니멀캠퍼 김태환 이사의 캠핑 노하우를 듣기 위해 그의 모산이라 할 수 있는 불암산을 찾았다. 잠깐 걸어오르자 거짓말처럼 온화한 숲 속에 평평한 야영 터가 있다. 배낭을 풀고 장비를 꺼내 설치한다. 그의 캠핑 장비를 지금부터 소개한다.


그의 배낭은 그레고리 90리터 펠리세이드다. 6년 전 구입했으며 짐을 많이 넣어도 허리 쪽으로 하중 분산이 잘되어 편하다. 그는 겨울 미니멀캠핑을 나서려면 최소한 80리터 배낭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60리터 이하의 배낭은 1,500g의 겨울용 침낭만 넣어도 반 이상의 공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국산배낭 중에서는 ‘솔트랙’과 ‘서미트’가 가격과 품질 면에서 합리적이라고 조언한다.



	취사용 화기. 휘발유버너와 코펠 거치대, 플래포트 판코펠, 휘발유통, 알루미늄 코펠이다. 플래포트 판코펠은 은박지처럼 생겼지만 음식을 조리하고 고기를 굽는 데 용이해 무게의 부담을 덜어 준다.
▲ 취사용 화기. 휘발유버너와 코펠 거치대, 플래포트 판코펠, 휘발유통, 알루미늄 코펠이다. 플래포트 판코펠은 은박지처럼 생겼지만 음식을 조리하고 고기를 굽는 데 용이해 무게의 부담을 덜어 준다. 실제 화기 사용시에는 바닥의 낙엽을 치우는 등 산불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미니멀캠핑을 호화롭게 만드는 그만의 장비들.
▲ 미니멀캠핑을 호화롭게 만드는 그만의 장비들. 솔로캠핑용 테이블과 블루투스 스피커, 다용도 예비배터리, 원두커피를 내리는 기구, 스위스칼, 수통, 라이터 등이다.

디팩 사용하면 배낭 각 살릴 수 있어


마니아들은 캠퍼들이 대형배낭을 싼 모습만 봐도 초보자인지 베테랑인지 가늠한다. 깔끔하게 각이 잡힌 배낭은 보기에도 좋고 멨을 때 하중 분산도 잘된다. 그러나 짐이 반듯한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서 깔끔하게 배낭을 싸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서 디팩(D-Pack)을 사용해서 정리한다. 알파벳 D모양의 가벼운 가방에 잔잔한 짐을 담아 배낭에 넣으면 정리도 수월하고 깔끔한 배낭 모양이 나온다.


겨울철에는 에어매트리스보다 스펀지형 매트리스를 권한다. 스펀지형 중에서도 두꺼운 동계용을 추천한다. 그는 “에어매트리스를 펴면 공기가 자동으로 70%는 들어가지만 나머지 30%는 입으로 불어넣어야 하는데 입김이나 침에 의해 입구가 얼어버릴 수도 있다”고 한다.


캠핑 장비는 캐나다 브랜드인 인테그랄디자인(Integral Designs) 제품이 많다. 지인인 전 한국등산학교 강사 이상록씨가 국내수입을 하고 있어 할인가에 구매했다. 인테그랄디자인의 타프는 가벼운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큼직하면서도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볍다. 텐트 역시 인테그랄디자인 제품으로 1~2인용 동계용 텐트다. 특징은 원단이 두꺼워 보온효과가 뛰어나고 결로 현상이 없다. 단점은 2kg이 넘을 정도로 비교적 무겁고 처음에는 텐트 치기가 쉽지 않으며 고가라는 점이다. 텐트를 칠 때는 바닥에 그라운드시트를 깔아야 냉기를 차단하고 텐트를 깨끗하게 오래 쓸 수 있다.


침낭은 예티 구스다운 1,500g을 사용한다. 7년 됐지만 여전히 따뜻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추울수록 침낭 안에 들어갈 때 옷을 벗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러 겹 옷을 입으면 몸에서 나온 습기가 배어 눅눅해지며, 옷을 벗어야 체온이 침낭 안을 메워 보온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한다. 텐트를 치면 우선 침낭을 꺼내 펴고 끓인 물을 수통에 담아 침낭 안에 넣어 둔다. 그렇게 해두면 침낭 안이 훈훈해져 잘 때쯤이면 따끈따끈하다. 그러나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다. 1,500g 정도면 히말라야 원정에 적합한 것이므로 다운 양이 더 적고 저렴한 국산 침낭으로도 충분하다고 한다. 국산 침낭 중에서는 다나와 준우 침낭을 권한다.


침낭 속에는 침낭 내피인 침낭라이너를 사용한다. 실크 소재의 라이너가 땀을 흡수해 침낭을 세탁할 필요 없이 청결한 상태로 유지시켜 준다. 베개는 바람을 불어넣는 에어 주입 방식이다. 한쪽 면은 매트 특유의 비닐 면이고 반대쪽은 담요 형태인 매트를 텐트 앞 전실에 깔면 음식을 먹거나 조리 시 바닥이 따뜻해 유용하다.



	장비만 모을 것이 아니라 기본 체력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김태환 이사.
▲ 장비만 모을 것이 아니라 기본 체력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김태환 이사. 동계용 캠핑장비는 아무리 가벼운 것들이라 해도 꾸려 보면 15kg이 넘기 십상이다.

가스와 휘발유 버너 각각 준비해


버너는 휘발유와 가스버너를 각각 하나씩 가지고 다닌다. 둘 중 하나가 안 될 경우를 대비해서다. 신속하게 물을 끓일 수 있다고 알려진 MSR사의 리액터 가스스토브와 콜맨442 버너를 사용한다. 고기를 굽는 등 음식을 할 땐 ‘플래포트 판코펠’을 사용한다. 얼핏 보면 그냥 은박지 같지만 프라이팬 역할을 거뜬히 해내며 열전도가 빠르고 가볍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이 아니라 여러 번 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솔로캠핑용 테이블로 미스테리월(Mystery Wall)의 스테인리스스틸 제품을 쓴다. 버너 받침대 등 다용도로 쓸 수 있고 가볍다. 조명은 코베아 가스램프와 배터리램프를 쓴다. 1~2인용 화로대로 모닥불의 낭만을 즐기기도 하고, 블루투스 스피커로 분위기를 내기도 한다. 배낭에 든 그의 캠핑용품 가격을 모두 계산해 보면 무척 고가다. 한 번에 다 산 것이 아니고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사 모아 왔다고 설명한다.


그는 여유가 된다면 좋은 장비를 사면 좋겠지만, 브랜드에 따라 워낙 가격 차이가 커서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기능과 가격대의 장비를 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조언한다. 주변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평소 어떤 일행들과 같이 다니느냐에 따라 장비가 달라진다고 한다.


그가 미니멀캠핑에 빠지게 된 것은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테리어 회사인 윤비디자인에서 전무이사로 근무하는 그는, 호주로 가족을 보내고 11년째 기러기아빠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야영을 갈 때 혼자 가거나 가까운 사람 2명과 함께 간다. 인원이 3명을 넘어가면 얘기도 분산되고 시끄럽다고 한다.


캠핑 장소로 여름에는 모기가 없는 능선을, 겨울에는 바람이 덜 부는 숲에서 자는 것을 추천한다. 김태환 이사는 “가벼운 장비를 준비하고 짐을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미니멀캠핑을 하려면 기본적인 자기 체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