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좋은 길>한강 낀 네 개의 공원 15㎞… 해 저물면 노을 속으로 한 걸음씩
(1)서울 월드컵공원 순환길 문화일보 엄주엽기자 입력 2012.03.02 14:11춘삼월(春三月)이 왔다. 이번 주를 고비로 추위가 한풀 꺾였다. 꽃샘추위가 남았다 해도, 이미 바람 속에 스며든 봄기운을 가리지는 못한다. 새봄을 맞아 한겨울 동안 진행했던 '엔조이 겨울레포츠'를 끝내고 이번 주부터 '걷기 좋은 길'을 같은 지면에 연재한다. 요즘은 '걷기'가 대세다. 요즘 사람들이 죽어라 집중하는 살 빼기에 달리기보다 걷기가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걷기는 부상의 위험도 적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슬로 라이프'의 여유를 제공해준다. 길에는 항상 역사가 있고 그에 따른 이야기가 있다. 주로 수도권의 걷기 좋은 길을 찾아 그 길의 역사와 현재의 모습을 상세히 소개한다.
올해는 봄꽃이 피는 시기가 예년보다 좀 늦는다고 한다. 서울의 경우 개나리와 진달래는 예년보다 5~7일 정도 늦은 4월2일과 5일쯤 개화할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쓰레기더미 난지도가 상전벽해를 이룬 서울 마포구 성산동 월드컵공원도 아직 '겨울 모드' 그대로다.
1일 찾은 월드컵공원은 짧게 잘린 누런 억새와 금잔디로 적적한 멋을 풍겼다. 조금 지나면 봄색을 띠면서 찾아오는 사람들로 붐빌 것이다.
요즘은 '월드컵공원 순환길'로 마포구가 정비해 놓았다. 제대로 한 바퀴 돌자면 15~17㎞ 남짓 돼 우습게 볼 수 없다. 4시간~4시간30분 코스로 뻐근하다. 자신에게 맞게 중간에 코스를 짧게 가져갈 수 있다. 보통 월드컵경기장역~매봉산~난지천공원~하늘공원∼노을공원~메타세쿼이아길~평화의공원~월드컵경기장역의 순으로 돌게 되는데 순서를 바꾸어도 좋다. 코스도 편하고 좋지만 네 개의 공원을 즐길 수 있고, 한강과 서울 서부지역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다.
◆기억 속의 난지도
월드컵공원을 소개하자면 난지도(蘭芝島)를 빼놓을 수 없다. '난지'는 은은한 향기를 지닌 난초(蘭草)와 지초(芝草)를 아우르는 말이다. 철따라 온갖 꽃이 만발해 '꽃섬'이라 불리기도 했고 철새 수십만 마리가 겨울을 나기 위해 날아들어 '문섬(門島)'이라고도 불렸다. 지금은 거의 잊어졌지만, 난지도는 한국전쟁 이후 한동안 전쟁고아들의 보금자리였다. 일제강점기부터 기독교청년운동에 매진했던 현동완(1899~1963) YMCA 총무가 1953년 난지도에 '보이즈 타운(Boys Town)'이라 불린 전쟁고아 집단촌을 만들었다. 소년들이 시장(市長)을 뽑고 자체의 은행권을 발행하는 등 유토피아적 소년 자치도시였다. 하지만 현동완 총무가 1963년 별세하면서 그 꿈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곳의 소년들은 결정적으로 1969년 물난리로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그러다가 1978년 3월부터 난지도는 1000만 서울시민의 쓰레기장으로 돌변했다. 무려 15년 동안이나 서울이라는 대도시가 뱉어내는 과욕과 허영의 찌꺼기를 꾸역꾸역 받아내 높이 100여m 가까이에 이르는 두 개의 거대한 쓰레기산으로 변했다. 약 272만㎡(82만3000평)의 땅에 무려 9200만t의 폐기물이 매립됐다. 애물단지로 변한 난지도는 2002년 한일월드컵이 유치되고 상암에 주경기장 건설이 계획되면서 현재의 공원으로 다시 변신하게 됐다.
◆ 국내 최대 인공공원
월드컵공원은 쓰레기더미이긴 해도 인공물로 건설된 국내 최대의 공원임에는 틀림없다. 가까운 월드컵경기장역을 이용하는 게 접근하는 데 편리하다. 보통 월드컵경기장역 2번이나 3번 출구로 나와 매봉산을 거쳐 공원으로 넘어가는 게 요즘 인기 있는 코스다. 역의 출구에서 나오면 사모정이라는 작은 팔각정이 보이는데 그 옆으로 매봉산을 오르는 길이 나 있다. 오르는 데 10분이면 족한 작은 야산이다. 이 지역은 조선시대 이후에 야동(冶洞) 혹은 풀무골로 불렸다는데, 엽전을 주조하던 대장간들이 있었다고 전한다.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마을이 해체됐다. 지금은 구청에서 이곳에 풀무골대장간을 하나 볼거리로 지어 놓았다.
매봉산을 20분 정도 빙 돌아 도로를 건너면 난지천공원 입구가 나온다. 난지천공원은 쓰레기 침출수가 상암 신도시로 흘러들지 않도록 만들어 놓은 8만9000평의 자연스러운 복개지 공원이다. 이곳에는 연못과 광장, 운동시설 등이 갖춰져 인근 주민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난지천공원 입구에서 바로 직진하면 하늘공원이 나온다. 높이 98m의 하늘공원은 노을공원과 함께 월드컵공원의 주공원이다. 이곳이 노을공원에 이어 두번째로 만들어진 쓰레기산이었고 그 면적은 5만8000평에 달한다. 널찍한 초지가 일품이며 조망이 좋아 한강은 물론 북한산의 서부가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곳이다. 하늘공원에는 특이한 전망대가 있는데, 미술가 임옥상의 설치미술 '하늘을 담는 그릇'이다. 하늘공원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조형물이다.
하늘공원의 끝 부분에 노을공원으로 넘어가는 계단이 나온다. 노을공원은 처음 생겼던 매립지로 상단부가 10만3000평에 달한다. 한강 뒤로 서해 노을을 볼 수 있는 곳이어서 이름을 노을공원으로 지었다. 문화예술공원으로 조성돼 조각공원, 전망덱 등이 있고 넓은 잔디밭에 야영장이 설치돼 있다. 노을공원은 고라니, 삵, 너구리 등 야생동물이 살고 있는 서울의 생태 보고이기도 하다. 노을공원을 거쳐 메타세쿼이아길과 평화의공원을 둘러 오는 것으로 월드컵공원 순환길이 끝난다. 평이하지만 길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은 코스다.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 네 개의 공원과 한강
올해는 봄꽃이 피는 시기가 예년보다 좀 늦는다고 한다. 서울의 경우 개나리와 진달래는 예년보다 5~7일 정도 늦은 4월2일과 5일쯤 개화할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쓰레기더미 난지도가 상전벽해를 이룬 서울 마포구 성산동 월드컵공원도 아직 '겨울 모드' 그대로다.
1일 찾은 월드컵공원은 짧게 잘린 누런 억새와 금잔디로 적적한 멋을 풍겼다. 조금 지나면 봄색을 띠면서 찾아오는 사람들로 붐빌 것이다.
↑ 1일 하늘공원의 조형물인 ‘하늘을 담은 그릇’에 올라 바라본 하늘공원과 한강의 전경이다. 하늘공원은 광활한 억새 초지가 펼쳐져 있고 가을에는 억새축제가 열린다. 오른쪽 굴뚝은 월드컵공원에 묻혀 있는 쓰레기 더미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모으는 자원회수시설이다. 김낙중기자 sanjoong@munhwa.com
◆기억 속의 난지도
월드컵공원을 소개하자면 난지도(蘭芝島)를 빼놓을 수 없다. '난지'는 은은한 향기를 지닌 난초(蘭草)와 지초(芝草)를 아우르는 말이다. 철따라 온갖 꽃이 만발해 '꽃섬'이라 불리기도 했고 철새 수십만 마리가 겨울을 나기 위해 날아들어 '문섬(門島)'이라고도 불렸다. 지금은 거의 잊어졌지만, 난지도는 한국전쟁 이후 한동안 전쟁고아들의 보금자리였다. 일제강점기부터 기독교청년운동에 매진했던 현동완(1899~1963) YMCA 총무가 1953년 난지도에 '보이즈 타운(Boys Town)'이라 불린 전쟁고아 집단촌을 만들었다. 소년들이 시장(市長)을 뽑고 자체의 은행권을 발행하는 등 유토피아적 소년 자치도시였다. 하지만 현동완 총무가 1963년 별세하면서 그 꿈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곳의 소년들은 결정적으로 1969년 물난리로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그러다가 1978년 3월부터 난지도는 1000만 서울시민의 쓰레기장으로 돌변했다. 무려 15년 동안이나 서울이라는 대도시가 뱉어내는 과욕과 허영의 찌꺼기를 꾸역꾸역 받아내 높이 100여m 가까이에 이르는 두 개의 거대한 쓰레기산으로 변했다. 약 272만㎡(82만3000평)의 땅에 무려 9200만t의 폐기물이 매립됐다. 애물단지로 변한 난지도는 2002년 한일월드컵이 유치되고 상암에 주경기장 건설이 계획되면서 현재의 공원으로 다시 변신하게 됐다.
◆ 국내 최대 인공공원
월드컵공원은 쓰레기더미이긴 해도 인공물로 건설된 국내 최대의 공원임에는 틀림없다. 가까운 월드컵경기장역을 이용하는 게 접근하는 데 편리하다. 보통 월드컵경기장역 2번이나 3번 출구로 나와 매봉산을 거쳐 공원으로 넘어가는 게 요즘 인기 있는 코스다. 역의 출구에서 나오면 사모정이라는 작은 팔각정이 보이는데 그 옆으로 매봉산을 오르는 길이 나 있다. 오르는 데 10분이면 족한 작은 야산이다. 이 지역은 조선시대 이후에 야동(冶洞) 혹은 풀무골로 불렸다는데, 엽전을 주조하던 대장간들이 있었다고 전한다.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마을이 해체됐다. 지금은 구청에서 이곳에 풀무골대장간을 하나 볼거리로 지어 놓았다.
매봉산을 20분 정도 빙 돌아 도로를 건너면 난지천공원 입구가 나온다. 난지천공원은 쓰레기 침출수가 상암 신도시로 흘러들지 않도록 만들어 놓은 8만9000평의 자연스러운 복개지 공원이다. 이곳에는 연못과 광장, 운동시설 등이 갖춰져 인근 주민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난지천공원 입구에서 바로 직진하면 하늘공원이 나온다. 높이 98m의 하늘공원은 노을공원과 함께 월드컵공원의 주공원이다. 이곳이 노을공원에 이어 두번째로 만들어진 쓰레기산이었고 그 면적은 5만8000평에 달한다. 널찍한 초지가 일품이며 조망이 좋아 한강은 물론 북한산의 서부가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곳이다. 하늘공원에는 특이한 전망대가 있는데, 미술가 임옥상의 설치미술 '하늘을 담는 그릇'이다. 하늘공원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조형물이다.
하늘공원의 끝 부분에 노을공원으로 넘어가는 계단이 나온다. 노을공원은 처음 생겼던 매립지로 상단부가 10만3000평에 달한다. 한강 뒤로 서해 노을을 볼 수 있는 곳이어서 이름을 노을공원으로 지었다. 문화예술공원으로 조성돼 조각공원, 전망덱 등이 있고 넓은 잔디밭에 야영장이 설치돼 있다. 노을공원은 고라니, 삵, 너구리 등 야생동물이 살고 있는 서울의 생태 보고이기도 하다. 노을공원을 거쳐 메타세쿼이아길과 평화의공원을 둘러 오는 것으로 월드컵공원 순환길이 끝난다. 평이하지만 길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은 코스다.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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