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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시장] 아웃도어 가격 왜 이리 비싸나…도소매 마진에 프리미엄까지 왕창 반영

by 시리우스 하우스 2011. 11. 2.

[아웃도어시장] 아웃도어 가격 왜 이리 비싸나…도소매 마진에 프리미엄까지 왕창 반영
매경이코노미|
입력 2011.11.02 04:05
|수정 2011.11.02 09:43
◆ 불붙은 아웃도어시장 ◆ "너무 비싸다" vs "기능성이라 그렇다" 재킷 하나에 80만원을 웃돌면서 아웃도어 제품 가격을 둘러싼 논란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소비자 인식은 '대체로 비싸다'는 쪽에 방점이 찍힌다. 매경이코노미와 마크로밀코리아 공동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90% 이상이 가격 거품을 문제 삼았다. 등산이나 캠핑 등 일반적으로 즐길 수 있는 야외 활동에 필요한 제품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반면 업체 입장에서는 기능성을 최대한 살린 고급 원단을 썼고 정상판매 비율이 높다 보니 그렇지 원가 계산을 해보면 골프, 남성정장, 숙녀복 등 타 업종에 비해 결코 비싸지 않다고 주장한다. 업체와 소비자의 의견이 분명하게 갈리는 가운데 매경이코노미는 가격 거품이 실제로 존재하는 건지 하나하나 파헤쳐봤다.





한국 오면 16만원 둔갑

미국 현지에서는 99달러(10만8900원)에 구입할 수 있는 노스페이스 벤처재킷. 한국 매장에서는 16만원을 줘야 살 수 있다. 그런데 병행수입 업체 오케이아웃도어닷컴에서는 12만9000원이면 구매가 가능하다. 캐나다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 같은 고가 제품은 차이가 더 난다. 미국에서 259달러(28만4900원)에 살 수 있는 재킷(베타AR)이 국내에서는 56만5000원에 팔린다. 오케이아웃도어닷컴에서 구매하면 10만원가량 절약할 수 있다. 이는 오케이아웃도어닷컴이 도매 마진 없이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도 아웃도어 제품 가격을 인하하기 위해 병행수입을 장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러나 국내 총판권을 가진 수입업자는 병행수입 업체가 못마땅하다. 현지 공급 업체에 병행수입 업체한테 물량을 공급하지 말라고 압력을 행사한다는 후문도 들린다.

수입 브랜드 제품이 비싼 이유는 뭘까. 수입업자가 현지 가격에 몇 배를 얹어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이다. 병행수입에는 없는 도매 마진이다. 대리점은 이 가격에 소매 마진을 추가로 붙여 판매를 한다. 문제는 제품을 수입해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도매 마진이 필요 없는 국내 브랜드도 수입 브랜드를 따라 도매 마진이 붙은 고가격을 책정한다는 것. 노스페이스처럼 해외 브랜드지만 국내에서 대부분의 물량을 생산하는 업체도 여기에 해당한다.

코오롱스포츠 관계자는 "해외보다 비싸게 가격이 형성된 이유는 아웃도어만의 문제는 아니고 국내 의류패션 유통 전반에 걸친 문제다. 하지만 이와 함께 부동산 임대료, 백화점 수수료 문제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톱모델도 아웃도어로


최근 2~3년 사이 아웃도어 광고가 많아졌다. 대기업이 진출하면서다. 유명 연예인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노스페이스는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박영석 산악인을 광고모델로 쓰다 올 초 아이돌그룹 빅뱅으로 바꿨다. K2도 아웃도어를 등산할 때만 입는 이미지에서 토털 아웃도어로 확대하면서 현빈, 원빈 등 유명 광고모델을 기용했다. 일각에서는 아웃도어 업체들이 유명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쓰면서 그 비용이 소비자가격에 전가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한다.

오케이아웃도어닷컴 관계자는 "업체들이 마케팅 비용을 많이 쓰고 있다. 이는 당연히 생산 원가에 반영이 돼서 가격이 책정된다"고 전했다.

아웃도어 업체들도 할 말은 있다. K2코리아 관계자는 "공중파 위주로 광고를 하고 있어 많이 보이니까 광고를 많이 한다고 생각하는데 전체 매출의 3~5%로 마케팅 비용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오롱스포츠 관계자는 "매출액의 2~3%, 많게는 4% 내외 이내에서 결정된다. 총 매출액의 4%는 매출 1000억원 브랜드의 경우 40억원 정도다. 옷 한 벌에 1000원 정도 가격이 전가되는 정도라 크지 않다고 본다"고 전했다.

경쟁업체들이 광고를 하는데 한 업체만 안 하면 뒤처질 수밖에 없어 어쩔 수 없이 광고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모 아웃도어 업체 관계자는 "지난 9월부터 노스페이스, K2, 블랙야크 등이 공중파 광고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도 공중파 광고를 할 수밖에 없어 10월 초부터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원빈·2PM 모델료만 7억원대


각 브랜드마다 모델료는 어느 정도를 쓰고 있을까. 코오롱스포츠는 지난해부터 이승기, 이민정을 모델로 쓰고 있다. 모델에이전시 크림캐스팅에 따르면 이승기 모델료는 7억~8억원, 이민정은 4억~5억원 선. 업계에서는 지난해 코오롱이 이승기를 모델로 기용하면서 모델료로 5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K2 모델인 원빈 모델료는 7억원대다. 아이더 모델은 이민호와 윤아로 각각 모델료는 7억원, 3억~4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야크 광고모델은 조인성이다. 1년 계약 모델료가 원빈과 비슷한 7억원대 수준이다. 네파는 아이돌그룹 2PM과 광고 계약을 맺었다. 기간은 올해 1월부터 12월까지로 모델료 약 7억원을 지급했다.

'No 세일' 전략 병행


아웃도어 업체들이 일부러 프리미엄 정책을 유지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백화점에 입점한 아웃도어 브랜드는 'No 세일' 전략을 고수한다. 노스페이스에서 가장 비싼 재킷은 89만원. 아웃도어 브랜드 중 최고 수준이다. 티셔츠는 22만원, 바지는 27만원이다. 풀세트로 착장하면 2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아웃도어 후발업체들도 고가 정책을 따라가는 건 마찬가지다. 노스페이스를 비롯한 빅3 시장점유율을 따라잡기 위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한다면서 가격을 높게 책정했다. 백화점에서 만난 박 모 씨(57)는 "등산복과 용품을 풀세트로 구입하려고 200만원 정도 예상하고 나왔다. 방풍·방수·방한 등 기능성은 있는 것 같지만 등산복 비용이 만만치 않다. 꼭 이래야 하나 싶지만 남들도 입으니까 하는 생각으로 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장우 브랜드마케팅그룹 회장은 "패션 아이템은 제품보다는 이미지를 보고 구매하기 때문에 하나의 전략으로 봐야 한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는 거품으로 볼 수 있겠지만 마케팅 측면에서 보면 시장 세분화로 브랜드를 정착시키기 위한 전략이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고가격 논란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유통채널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백화점 등 대형 유통점의 판매수수료와 숍매니저 비용을 아웃도어 제품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면 수수료 인하안 마련 등 정책적인 뒷받침을 통해 가격 인하를 국가 차원에서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더불어 업체 입장에서는 직영점에서도 백화점과 동일한 가격 정책을 펼치고 있는 부분을 개선해 백화점용, 직영점용 등 유통채널별로 아이템을 다양하게 내놓는 것도 방법이다.

업체들의 상술에 소비자들이 얼마나 현명하게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통상 아웃도어 업체들은 최고가 제품들을 소량으로 내놓는다. 기능성을 강조하지만 실상은 고가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해서다. 이용대 코오롱등산학교 교장은 "둘레길을 갈 때도 산악형 장비를 챙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업체 입장에서는 다양한 목적에 맞는 여러 가격대의 제품을 내놓고 소비자들도 자신의 처지에 맞는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지적한다.

아웃도어 원가, 과연 얼마인가
생산원가, 판매가의 4분의 1도 못 미쳐


"수요가 많다 보니 정상가 판매율이 높아 영업이익이 늘어난 거지 일부러 폭리를 취하려고 한 게 아닙니다." 조성래 컬럼비아스포츠웨어코리아 대표 설명이다. 정영훈 K2코리아 사장도 "원단 소재, 판관비 등을 감안해도 동일 가격대 골프웨어나 고급 숙녀복보다 남기는 돈이 많지 않다"고 말한다. 반면 소비자들 반응은 싸늘하다.

매경이코노미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0% 이상이 정상가의 30~40% 정도 거품이 껴 있다고 말한다.

누구 말이 맞을까. 또 가격은 어떻게 책정될까.

아웃도어 업계에서 밝히는 가격 책정 방식은 통상 생산원가의 3.5~4.5배수로 정리된다. 80만원짜리 재킷이라면 20만원이 생산원가란 말이다. 생산원가엔 다시 원단비(고어텍스 프로쉘3 레이어 기준) 3만5000~4만5000원, 원부자재비 2만~3만원, 공임 4만~5만원, 물류비 등이 포함된다. 여기에 직원 급여, 광고비, 매장 인테리어비, 운영비 등으로 10만원 정도가 책정된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30만원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왜 50만원이 더 붙을까. 이면엔 백화점 수수료가 있다. 통상 백화점 수수료는 판매가의 35% 선. 숍매니저 비용도 판매가의 10~20%를 브랜드 업체에서 지출해야 하는 게 국내 패션 유통시장의 이면이다. 아웃도어 업체 입장에서는 브랜드 사업을 전개하려면 백화점에 들어가는 게 유리하니까 이 비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것이다. 여기에 도소매 비용이 추가된다. 마진은 전체 가격의 10%대로 책정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재고가 발생하면 이익이 줄어들게 된다.

사정이 이러니 일부 아웃도어 업체들은 일부러 백화점엔 물량을 덜 갖다 두고 고객 집 근처에 있는 직영매장으로 유도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또 후발 아웃도어 업체들은 백화점에 입점하지도 않으면서 고가 정책을 쓰는 이른바 프리라이더(무임승차) 전략을 쓰기도 한다. 한편 조성래 사장은 "청바지 한 장에 수십만원 하는 것과 비교하면 생산비가 상당히 높은 데도 불구, 선두권 아웃도어 브랜드만 비싸다고 지적하는 건 문제가 있다"라고 전했다.

[박수호 기자, 김헌주 기자, 노승욱 기자, 임혜린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29호(11.11.02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