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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잔뜩 낀 유명 아웃도어 용품

by 시리우스 하우스 2010. 10. 21.

 

거품 잔뜩 낀 유명 아웃도어 용품

저가의 비슷한 소재 안 쓰고 업체들 비싼 고어텍스 선호
기능 추가 값 턱없이 부풀려 소비자 “브랜드 거품” 지적

경향신문 | 김주현 기자 | 입력 2010.10.20 22:08

10년 동안 주말마다 전국 명산을 찾는 직장인 장모씨(41)는 최근 등산복을 사러 갔다가 화들짝 놀랐다. 등산복을 제대로 갖추려면 최소 500만원은 들여야 했다. 등산 마니아답게 "기왕이면 좋은 것으로 맞추자"는 생각에서 무리를 했지만 후회 막급이다.

아웃도어 용품의 가격 거품이 심각한 상황이다. 레저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아웃도어 용품 수요가 늘고 있지만 개당 수십만~100만원을 웃도는 가격 앞에 수요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내는 이미 전 세계 아웃도어 '명품'의 안방이 된 지 오래다. 문제는 터무니 없는 가격 구조다. 기능성을 앞세워 부르는 게 값이다.

아웃도어 용품의 가격 거품은 대형 마트의 아웃도어 할인판매에서 그 실상을 손쉽게 알 수 있다.

최근 아웃도어 할인행사를 열고 있는 홈플러스에서 등산 재킷, 바지, 티셔츠, 배낭, 등산화, 모자, 스틱, 장갑 등 등산복을 세트로 구입하는 데 28만5400원이 든다. 국내 아웃도어 1위 브랜드인 노스페이스의 신상품인 남성용 재킷(77만원) 하나의 절반값에 불과하다. 최근 국내에 진출한 스포츠 멀티숍인 인터스포츠에서 파는 등산복 세트의 최저가는 72만6000원이다.

대형마트의 아웃도어 할인율이 최대 50%에 이르는 것은 그만큼 가격 거품이 심하다는 방증이다. 홈플러스는 시중에서 18만~25만원하는 아웃도어 브랜드의 배낭과 비슷한 제품을 1만3000원에 내놓고 1주일새 4000만원어치를 팔았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메이저 브랜드는 세일에 부정적이어서 실속형 기능성 제품 위주로 저렴하게 내놨다"고 말했다. 아웃도어 업계는 값이 비싼 사실은 인정하지만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항변한다. 비슷한 기능의 제품으로 보이지만 원단의 기능성이 달라 가격차를 부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 곧이 곧대로 믿기는 힘들다. 국내에 고어텍스 원단을 공급하는 고어코리아는 전문가용~일반용에 이르기까지 4가지 원단을 공급한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은 대부분 필요이상으로 값비싼 전문가용이나 준전문가용을 사용하며 가격을 올려 받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사한 기능을 가진 소재가 널려 있지만 굳이 비싼 돈을 주고 고어 텍스를 고집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 근교 산을 가는 소비자들에게 히말라야 등반에나 어울릴 제품을 권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에서 팔고 있는 등산화 밑창의 대명사가 된 '비브람창'이 대표적인 사례다. 비브람창을 채용한 운동화는 유럽의 완만한 지형에서 장기간 트레킹하는 데는 좋지만 화강암지대가 많은 국내에서는 암벽을 탈 때 미끄러질 위험성이 크다고 한다. 그러나 아웃도어 업체들은 굳이 비브람창을 깔고 고어텍스 원단을 고집한다. 결국 개당 5만원이면 충분한 등산화 값이 20만원 이상으로 껑충 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남자 상의 한 벌에 고어텍스 원단이 2.7야드 정도 들어가는데 원단값만 12만~13만원 선"이라며 "여기에 방수지퍼, 통기성을 강화한 '멀티자가드' 기능을 붙여 원가의 3배 정도에 판다"고 귀띔했다. 10만원짜리 제품의 원가는 3만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아웃도어 용품점 직원은 "20개가 넘는 아웃도어 브랜드가 난립하다 보니 대부분 업체들이 미리 재고 처분을 감안해 가격에 웃돈을 얹어 판다"며 "아웃도어가 인기를 끌면서 스판덱스 원단에 방수·방풍 기능을 얹어 값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2006년 처음 1조원을 돌파한 뒤 지난해에는 2조2000억원으로 커졌다. 올해는 3조원대 매출이 예상될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아웃도어 시장의 빅5인 노스페이스, 코오롱스포츠, 컬럼비아, K2, 블랙야크는 올해 매출(예상)이 1조5000억원으로 시장의 5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웃도어가 인기를 끌면서 휠라나 언더우드 같은 기존 의류 업체들도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었다.

< 김주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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