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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폭탄 국민연금] (2) 50대 가입자, 40년 연금 붓고 月 125만원 수령

by 시리우스 하우스 2011. 6. 8.

[시한폭탄 국민연금] (2) 50대 가입자, 40년 연금 붓고 月 125만원 수령

한국경제 | 입력 2011.06.07 18:30  


20대 새내기 직장인, 은퇴 시점엔 기금 바닥
(2) '세대간 착취'가 문제다
後세대에 큰 짐 떠안기면서 現세대 노후 생활비 보장
지금은 월 소득의 9% 연금 보험료로 내지만 後세대는 30~40% 낼 수도


올해 스물다섯 살인 김정인 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했다. 그는 매달 11만원이 국민연금 보험료로 월급에서 공제된다. 직장가입자인 그는 회사에서도 11만원을 내기 때문에 매달 22만원을 납입하는 셈이다. 국민연금 홈페이지의 예상연금 모의계산법(연 임금상승률 3% 가정)에 따르면 그는 40년간 연금을 납입한 뒤 2052년부터 국민연금을 받게 된다. 현재 가치를 기준으로 매달 91만원가량을 받는다. 80세 사망을 가정할 경우 낸 돈의 총액(약 1억3000만원)에 비해 받아가는 돈(1억6400만원,현재 가치 기준)은 25%가량 많은 정도다. 김씨는 이 돈을 죽을 때까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당연히 믿고 있다. 하지만 김씨가 국민연금을 수령할 나이가 되면 기금의 잔액은 바닥난다.

◆쌓인 돈 다 떨어지면…

정부는 2007년 국민연금의 재정을 추계할 당시 적립금이 고갈되는 시기를 2060년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급속히 진행되는 저출산 · 고령화와 물가상승,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투자환경 변화 등으로 인해 고갈 시기는 2050년으로 10년가량 앞당겨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완전 고갈되면 김씨는 어떻게 될까.

정부는 적립금이 고갈되면 '세금'이나 '건강보험'과 같은 부과식(pay as you go)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이 경우 가입자들이 내야 하는 보험료는 현재(소득의 9%)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난다. 예컨대 김씨의 자녀들은 김씨처럼 월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내는 것이 아니라 소득의 30~40%를 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본질은 '세대 간 착취'

1988년 국민연금이 처음 도입될 때 가입한 이상호 씨(59)는 내후년부터 죽을 때까지 매년 월 125만원(현재 가치 기준)씩 받는다. 이씨가 80세에 사망한다고 가정하면 그는 총 3억원을 받게 된다. 그가 그간 낸 돈(현재 가치 기준 약 7500만원)의 4배에 달한다. 그가 가입할 무렵 정부는 국민연금에 가입하면 소득의 9%(보험료율)를 내고 61세부터 평균소득의 70%(소득대체율)를 받을 수 있다고 홍보했다. 이후 두 차례의 개혁을 거쳐 소득대체율은 60%로 조정됐고,2028년부터는 40%로 낮춰질 예정이지만,김씨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씨의 수명이 길어질수록 이런 격차는 훨씬 심해진다. 두 사람의 기대수명을 100세로 가정한다면 김씨는 낸 돈의 약 2.94배(3억8290만원),이씨는 8배(6억원)를 받게 된다. 최성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국민연금은 젊은층의 노후 대비 자금을 헐어 쓰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다단계 금융사기' 안 돼야

먼저 투자한 사람이 과도하게 높은 수익률로 돈을 찾아가고,앞사람의 높은 투자수익률을 보고 뒤늦게 투자한 사람들은 펀드가 청산돼 돈을 날리게 되는 것을 '다단계 금융사기'라 부른다. 국가가 미래 세대에 큰 짐을 떠안기면서 지금 세대의 노후생활비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선 똑같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두 가지로 보고 있다. 지금의 건강보험이나 노령연금처럼 현재 세대가 노인 세대를 부양하는 '부과식'으로 전면 전환하거나,개인연금처럼 각자 적립한 돈을 나중에 찾아가는 '적립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부담은 늘어나겠지만 후세대에 가서 '세금폭탄'이 터지거나 '연금청산'의 고통을 안겨주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2) 後세대 돈 끌어쓰는 `수정 적립식`…낸 돈만큼 돌려받는 구조로 가야

입력: 2011-06-07 17:12 / 수정: 2011-06-07 22:22
(2) '세대간 착취'가 문제다
국민연금의 재원을 충당하는 방법에는 적립식(reserve-financed 또는 fully funded method)과 부과식(pay as you go)이 있다.

적립식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를 투자해 나중에 연금으로 돌려주는 제도다. 자신이 낸 돈을 나중에 돌려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인구구조 변화에 관련이 없다. 반면 부과식은 세금처럼 매년 낸 보험료로 은퇴자에게 연금을 나눠주는 방식이다. 1세대가 2세대로부터 노후연금을 지원받고,2세대는 3세대에게서 노후연금을 지원받는 식으로 가게 된다.

한국의 국민연금은 처음에는 적립식으로 가다가 나중에는 부과식으로 전환하는 '수정 적립식'을 채택하고 있다. 지금의 노인 세대를 부양하지 않고,나중에 가서 자신들이 노인이 되면 젊은 세대로부터 부양을 받겠다는 것이다. 납부한 보험료보다 더 많은 연금을 타려다 보니 생긴 현상이다.

국민연금을 지금부터라도 부과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방식으로는 덜 내고 더 받는 현 세대는 유리하지만 갈수록 기금이 고갈되면서 후세대에 엄청난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며 "먼저 보험수지를 맞춰놓은 뒤 부과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낸 돈만큼만 받아가는 적립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경제정보센터 소장은 "부과식은 현재 일하는 사람이 노인을 먹여 살리는 구조인데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젊은 세대의 부담이 몇 배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선진국에서 실패한 제도로 판명이 난 부과식을 가장 빨리 늙어가는 한국에 적용하겠다는 것은 후세대에 대한 범죄 행위"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호황기에 부과식으로 국민연금 제도를 바꿨던 독일과 스웨덴이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적립식으로 일부 전환했고,미국도 연금 개혁안에 유사한 내용을 포함시켰다는 설명이다.

문 소장은 "2060년 연금 고갈에 대비해 부과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전에 받을 만큼 돈을 내는 구조로 연금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