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울진·포항 대게 삼국지[중앙일보] 입력 2011.03.08 00:15 / 수정 2011.03.08 00:15
경북 울진 죽변항 수협 위판장에 나온 대게들. 오전 3시에 나간 대게 잡이 배가 포구로 들어오는 9시쯤이면 위판장 바닥은 온통 붉은 대게로 뒤덮인다.
‘동해안 대게 삼국지’가 뜨겁다.대표적인 대게 산지인 경북 울진군과 영덕군, 포항시가 저마다 자기네 대게가 으뜸이라고 옥신각신 다투고 있다. 한때 울진대게와 영덕대게가 원조 타이틀을 놓고 소송까지 벌였던 ‘게들의 싸움’에 최근에는 포항도 가세해 팽팽한 정립(鼎立) 관계를 형성한 것이다. 울진에 갔더니 ‘울진 바다가 대게의 산지’라 쓰여 있고, 영덕에 갔더니 ‘영덕 대게가 진짜’라고 붙어 있다. 포항 구룡포에서는 ‘구룡포에서 대게가 가장 많이 난다’는 말을 물리도록 들었다. 울진·영덕·포항, 바다는 결국 하나인데 뭍이 다르다고 게도 다를까. 세 지역을 닷새나 돌아다니며 각 진영의 전력을 낱낱이 알아봤다.
글=김영주 기자,
# 대게 원조는 영덕
대게는 동해안 전 지역에서 잡힌다. 강원도 고성·속초·양양·강릉·동해·삼척을 거쳐 경북 울진·영덕·포항까지 다 대게를 잡는다. 그러나 영덕은 예부터 대게의 본산이었다. 교통수단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동해안에서 잡힌 대게가 뱃길로 영덕에 모였다가 내륙 지방으로 이송되면서 대게 하면 영덕이라는 지명이 자연스레 붙은 것이다. 전라도 칠산바다 굴비가 영광을 거치면 영광굴비라고 통칭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기록도 남아 있다. 고려 태조 왕건이 현재 대게원조마을로 지정된 영덕 차유마을에서 대게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 기록은 1997년 방영된 TV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 이후 찾아낸 것이다. 대게잡이 선장으로 열연한 최불암 주연의 드라마가 폭발적인 인기를 끈 이후 영덕대게가 전국구 음식으로 거듭났다. 그 과정에서 울진과 대게 원조 논쟁이 불거졌다. 울진과 영덕이 맞붙은 원조 논쟁은 결국 왕건의 기록을 발견하면서 종지부를 찍었다. 영덕의 대게 상인들은 지금도 왕건보다 최불암을 더 쳐준다.
드라마의 배경이 된 강구항은 ‘대게의 블랙홀’로 불린다. 소비량에서 단연 전국 으뜸이다. 20여 년 전 여남은 곳에 불과했던 대게 전문 식당은 현재 250곳으로 열 배 이상 늘었다. 덕분에 영덕 바다에서 조업하는 10t 남짓의 연안자망어선은 대게를 수협 위판장에 내놓지 않고 식당과 직거래한다. 이제는 더 이상 영덕산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울진·포항의 대게까지 강구항으로 몰린다. 실제 울진·포항 위판장에 가보면 강구항에서 온 수족관 트럭이 즐비하다. 다시 말해 영덕에서 먹는 대게가 울진대게고, 포항대게다.
# 울진과 포항의 반격
대게 음식점이 몰려 있는 영덕 강구항 거리 풍경.
울진군은 해안선 길이만 100km에 이른다. 죽변항을 비롯해 구산항·후포항 등 대게 어업기지가 해안을 따라 죽 포진해 있다. 그 덕에 현재 울진은 대게 어획량이 가장 많다.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달 동안 울진·영덕·포항 수협을 통한 대게 거래량은 각각 351t·67t·135t이다. 위판장에 나오지 않는 ‘임의상장제’를 통한 거래는 제외한 수치라지만, 어찌 됐든 공식 집계다. 마리당 위판가는 울진 4000∼5000원, 영덕 7000∼8000원, 포항 6000∼7000원이다. 먼 바다에서 조업하는 근해자망어선이 많은 영덕과 포항 대게가 조금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포항 구룡포항은 전국 수협 위판장 중에서 3위권 안에 드는 거대 항구다. 구룡포는 대게 말고도 과메기와 오징어도 유명하다. 그래서 포구 상인은 “상대적으로 구룡포 대게가 홀대받고 있다”고 푸념한다. 구룡포가 영덕에 대게를 공급하는 전진기기인데, 단지 홍보가 덜 돼 유명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구룡포항에는 40t 이상 근해자망어선이 18척이나 있다. 이들 큰 배는 한번 조업을 나가면 1만 마리씩 대게를 잡아온다. 큰 배가 가장 많으니, 먼 바다까지 가서 대게를 잡아오고, 그렇다 보니 큰놈도 가장 많다. 이게 포항대게의 특징이다. 양이 워낙 많아 유통 전문 상회도 많고, 택배 거래도 가장 활발하다.
# 전설의 박달대게
경매를 마친 대게를 사가는 시장 상인.
대게를 둘러싼 숱한 전설은 박달대게에서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대게 중에서도 최상품으로 왕에게 진상했던 귀품이다. 껍질이 단단하고 황금색이 돌며 속이 박달나무처럼 꽉 차 있다고 해서 박달대게라 불린다. 박달대게의 원조도 영덕으로 알려져 있다.그러나 영덕에서 대게원조마을로 지정된 차유마을 김수동(67) 이장은 “박달대게는 없다”고 못박았다. “연안에서 잡힌 놈 중에 크고 단단한 놈을 박달대게라고 하는 거라. 근데 위판장 가서 봐. 그런 놈이 한 마리라도 나오나.” 박달대게라고 따로 품종이 있는 게 아니란 얘기다.
이런 증언에도 불구하고 영덕 강구항이나 포항 구룡포항에 가면 박달대게 인증 표식을 붙인 게들이 수족관에 널려 있다. 그놈들은 실제로 크다. 몸통 크기가 10cm를 훨씬 넘고, 무게도 1kg이 훌쩍 넘어간다. 가격은 도매가가 10만원을 호가한다. 무엇보다 ‘박달’의 정체성인 단단한 갑옷을 두르고 있다. 이놈들은 20t 이상 큰 배가 영덕 해안에서 100마일 이상 떨어진 동해와 일본 바다 사이 EEZ(배타적경계수역)까지 나가서 잡아온 것이다. 구룡포에서 만난 한 대게 상인은 “먼 바다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영덕 동쪽 바다에서 잡은 것이니 박달대게가 맞다”고 주장했다.
# 현지에서 먹으려면
지도에서 맨 위에 있는 울진부터 알아보자. 영동고속도로에서 가까운 포구부터 나열하면 죽변·구산·후포에 대게 전문점이 몰려 있다. 특히 죽변항은 드라마 ‘폭풍 속으로’ 촬영장이 아직까지 남아 있어 여행지로도 손색없다. 60여 척의 대게잡이 선주 중에서 음식점을 직접 운영하는 곳은 후계자울진대게(054-783-8918)가 유일하다. 등딱지 9∼9.5cm의 작은 대게를 1만원 선에 판매한다. 택배도 가능하다.
울진 아래에 있는 영덕은 강구항과 축산항에 대게 식당이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 작은 배가 잡아온 영덕대게를 팔아 수입 대게는 없지만, 관광지가 된 강구항은 조금 비싼 편이다. 경정리·대진리에 가면 대게잡이배 선주의 가정집에서 대게를 쪄주는 곳이 많다. 대게원조마을로 알려진 차유마을(경정2리)이 대표적이다. 김수동 이장(011-9595-6039)에게 연락하면 추천받을 수 있다. 친분을 쌓아놓으면 택배 주문도 가능하다. 오는 11일부터 3일간 강구항·차유마을에서 대게 축제가 열린다.
맨 아래에 위치한 포항 구룡포엔 도매 위주 전문 상회가 많으며, 택배 거래 또한 활발하다. 음식점에서 2만원 이상에 판매되는 9.5∼10cm 중급 대게를 마리당 1만2000원 선에서 택배로 받아볼 수 있다. 산호수산(054-244-3507), 항구수산(054-744-2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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