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지금 동해안은 대게 세상
중앙일보 | 김영주 | 입력 2011.03.08 00:17 | 수정 2011.03.08 08:02 |
[중앙일보 김영주.김성룡]
찜솥에서 김이 푹푹 나기 시작하면 비릿하면서도 고소한 대게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경북 영덕 경정2리의 한 음식집에서 잘 쪄진 대게가 식탁에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다.
3월 동해안은 대게 향으로 그윽하다. 경북 울진에서 영덕을 거쳐 포항 구룡포까지 해안선 200㎞, 포구마다 게가 판을 친다. 저잣거리마다 대게를 찌는 찜솥 위로 후끈한 김이 기둥을 이루고, 마을 어귀엔 발라먹은 게 껍데기가 더미를 이룬다. 그렇다. 진짜 대게 철이다. 3월에 꼭 맛봐야 할 제철 별미를 꼽자면 당연히 대게다.
# 3월이 '진짜 대게'의 계절
동해안 대게는 바닷속에 형성된 산줄기에서 산다. 물속 어디에 산줄기가 있을까. 울진·영덕·포항 해안선에서 동쪽으로 20마일 떨어진 바닷속에는 태백산맥과 같은 지형이 흐르고 있다. 낮은 곳은 수심 3m, 깊은 곳은 400m 남짓이다. 그러니까 400m 높이의 산이 바닷속에 솟아 있는 셈이다. 울진 사람들은 '왕돌짬'이라고 부르고, 영덕 사람들은 대륙붕이라고 한다. 대게의 먹이가 되는 해초가 많은 곳이다. 태백산맥 이쪽저쪽을 영서와 영동으로 구분하듯 바닷속 또한 20마일을 기준으로 서쪽을 연안, 동쪽을 근해로 나눈다. 여기서 나는 게도 조금씩 다르다. 동해안 포구에선 연안산 대게를 갓게, 근해에서 나는 것을 바닷게라 부른다.
갓게와 바닷게 중 어느 놈을 더 쳐줄까. 본래는 해안에서 가까운 갓게가 맛있었다. 그러나 살 찬 갓게는 이제 흔하지 않다. 남획으로 씨가 말라 연안에서 나는 살 찬 게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울진 죽변항에서 15년째 대게를 잡는 윤명수(55) 선장도 "이제 살 찬 놈은 바다(왕돌짬 너머)에나 있다"고 푸념했다. 베테랑 어부도 지금은 바닷게를 더 쳐주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갓게를 잡는다. 9t 남짓 연안자망어선이 그의 유일한 생업수단이기 때문이다. 왕돌짬 동편으로 나가 조업하는 배는 대부분 15t 이상의 큰 배다. 지난 1월 울진군 수협에서 위판된 경매가를 기준으로 갓게는 마리당 4000∼6000원, 바닷게는 8000~9000원이었다.
# 어떤 대게가 맛있을까
영덕 대게원조마을 김복식(63) 어촌계장은 "맛있는 대게는 짠맛도 아니고 단맛도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입 안에 들어갔을 때 대게 특유의 향이 싸하게 퍼지는 놈이 제대로 된 대게"라고 덧붙였다. 말하자면 '식감이 풍부하다'는 뜻일 게다. 대게를 쪄서 가위로 잘라 갈피갈피 속살을 파먹는 작업은 참으로 귀찮은 일이다. 까먹은 대게 껍데기가 웬만큼 쌓여서는 배가 부른 것도 아니다. 하지만, 대게는 먹으면 먹을수록 군침이 돈다. 김씨는 바로 그렇게 사람 애간장 녹이는 맛을 말하는 것이었다.
대게라고 해서 다 그런 맛이 나는 것은 아니다. 삶았을 때 속이 꽉 찬 대게, 다리 살이 오동통하게 차오른 놈이 바로 그런 맛을 낸다. 속이 찬 대게는 다리 마디를 똑 부러뜨려 잡아당겨도 살이 한 번에 빠져나오지 않는다. 살이 힘없이 쑥 빠지면 속이 덜 찬 물게에 가깝다.
그렇다면, 속이 꽉 찬 대게는 어디에 있을까. 김씨는 의외로 "작은 놈을 고르라"고 일러준다. 작은 놈부터 속이 찬다는 것이다. 실제로 포구 위판장에 가 보면 큰 놈일수록 물게가 더 많다. 작은 놈은 등딱지 지름이 9㎝ 남짓인 것을 이른다. 9㎝ 이하는 판매할 수 없으며, 잡는 즉시 바다로 되돌려 보내야 한다. 울진 죽변항의 경매사 김완용(56)씨도 "대게의 맛은 속이 얼마나 찼느냐가 결정하지 크기는 별로 상관없다"고 알려줬다.
포구를 돌아다니다 보면 '2마리에 1만원 10마리에 5만원'에 판매되는 게들이 있다. 대부분 물게다. 제대로 된 대게라면 이 가격에 팔 수 없다. 한 마리에 5000원이라면 수협 위판가, 그러니까 도매가격을 밑도는 가격이다. 주로 길거리에서 팔린다. 울진·영덕군은 '노점에서 판매되는 물게는 팔지도 사지도 말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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