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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열내의, 겨울 산행의 신무기인가? 과장 광고인가?

by 시리우스 하우스 2011. 1. 8.
[초점] 발열내의, 겨울 산행의 신무기인가? 과장 광고인가?
아웃도어를 비롯한 의류 업계에 발열내의 출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코오롱스포츠의 경우, 2008년 아웃도어 발열내의 매출액이 7억 원가량이었으나 2009년에는 36% 증가한 9억여 원이었다. 올해는 13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발열내의를 입고 산행하는 이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코오롱스포츠 의류기획팀 손병옥 차장은 “발열 기능성 내의를 입으면 보통 옷 2벌 이상을 입은 효과가 있다”며 “옷을 더 적게 입을 수 있어 움직임이 원활해져 등산이나 겨울 스포츠에 유용하다”고 한다. 그래서 아웃도어 내의는 한번 입어본 사람은 계속 입게 된다고 설명한다.

▲ 코오롱스포츠의 발열내의.
코오롱과 트라이, 노스페이스 발열내의를 보면 모두 서모기어(THERMOGEAR) 원단을 사용했다. 즉 서모기어가 발열 역할을 하는 기능성 소재다. 서모기어는 원단 자체가 수분을 빨아들이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산행할 때 생기는 땀이나 수증기를 빨아들여 원단 안의 얇은 공기층 안에 그대로 머금고 있어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 온도 상승효과를 준다. 이 때 발생된 습기는 초극세사의 모세관 현상에 의해 밖으로 배출되어 산행 시 쾌적한 착용감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엄밀히 따지면 원단 자체로 열을 발생시킨다기보다 몸에서 나는 열을 효율적으로 가둬둠으로써 보온 효과를 얻는다고 볼 수 있다.

노스페이스는 광전자와 서모라이트라는 신소재를 추가로 사용한 발열내의를 출시했다. 서모라이트는 인비스타사에서 만든 기능성 소재다. 이들은 북극곰을 통해 원단을 만들었다고 얘기한다. 북극에서도 추위를 느끼지 않는 북극곰의 털을 분석해 보니 중공모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중공모란 중심부가 비어 있는 털의 특성을 이용해 소재를 개발한 것이다. 중심이 비어 있어 공기층이 더 두터워지므로 보온 효과가 뛰어나고 가볍다는 장점이 있다. 섬유 바깥쪽의 넓은 표면은 습기 배출을 빠르게 하기 때문에 피부의 땀을 섬유의 표면으로 신속하게 밀어 내는 장점도 있다. 면과 비교해서 50% 정도 습기 배출이 더 빠르다고 한다.

광전자(光電子)는 인간의 에너지를 이용해 보온성을 높인 기능성 소재다. 광전자 섬유가 인체에서 발산되는 원적외선을 흡수해 증폭시켜 신체로 환원함으로써 체온 밸런스와 적절한 온도를 유지시켜준다. 더 자세히 설명하면 인체에는 체온을 유지하는 특유의 방사에너지가 있는데, 광전자 섬유에 포함되어 있는 세라믹은 이 방사에너지를 흡수한다. 광전자는 흡수한 방사에너지를 증폭시켜서 몸으로 되돌려 보낸다.

 온갖 첨단 과학이 기능성 소재시장에 응용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런 신소재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 이를 광고하는 과정에서 더 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위해 강한 표현을 사용하면서 ‘발열내의’란 말이 나왔다.

발열내의의 선택은 어떤 기능성 소재를 사용했느냐가 중요하다. 발열내의 붐이 일면서 인터넷과 홈쇼핑을 통해 우후죽순으로 발열내의임을 내세우는 업체들이 늘어났다.
그러나 일반내의와 별 차이가 없는 데도 발열내의라고 무조건 식으로 광고하는 제품도 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평소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브랜드들이 발열내의임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 소재의 기능성을 강조한 노스페이스 발열내의(왼쪽). 발열기능을 광고로 소구한 트라이 히트업(오른쪽).
발열내의는 위에서 얘기한 첨단 기능성 소재를 사용했기에 하의만 5만 원이 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인터넷이나 마트에 유통되는 저가 발열내의도 많다. 저가 발열내의의 경우 캡사이신을 원료로 피부의 미세혈관을 확장시켜 혈류량을 증가시킴으로 체온을 상승시킨다고 광고한다. 체온이 몇 도 올라간다고 광고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가격은 최하 8,000원대인 경우도 있다.

캡사이신 성분은 고추에서 매운 맛을 내는 성분을 추출한 것이다. 이 성분이 피부에 무해하며 체온이 올라가는 것을 임상실험으로 확인했다고 업체 측은 얘기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다르다. 서울 당산동의 임 모 주부는 “3도 더 따뜻하기는커녕 착용감도 떨어지고 이게 뭔가 싶었다”며 “열이 나긴 나는데 내의에서 나는 게 아니라 화가 나서 열이 받더라”고 하소연했다. 임씨는 “싸니까 그냥 넘어 가지만 발열내의라는 건 과장이다”라고 저가 발열내의 착용 소감을 밝혔다.

저가 발열내의를 판매하는 마트 담당자는 캡사이신 가공 제품은 세탁 후에도 발열기능이 유지된다고 한다. 그러나 매운 맛이 나는 성분을 옷에 추출했을 때 세탁을 해도 계속 유지가 된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8,000원대 기술로 그런 경지까지 이르렀다면 박수칠 만한 일이다.

산행을 비롯한 겨울 스포츠 마니아들에게 입소문이 퍼지고 있는 소재로 유니클로 히트텍을 꼽을 수 있다. 히트텍(HEATTECH)은 유니클로와 섬유업체 도레이가 공동 개발한 신소재다. 원리는 서모기어와 흡사해, 몸에서 나는 수증기를 섬유가 흡착해 섬유 사이의 공기층에 잡아둠으로써 보온효과가 생긴다. 히트텍의 강점은 가격에 있어 상의 2만 원, 하의 2만 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발열내의를 살 때는 어떤 소재를 사용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지나치게 저렴하면 기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모든 소재들이 항균과 빠른 건조, 착용감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각각의 제품을 실제로 입고 산행해 보기 전에는 모르는 것이다.

또한 발열내의의 기능을 지나치게 맹신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고기능 소재라 해도 오래 입고 세탁을 자주하다 보면 기능성은 당연히 떨어지게 되어 있다. 동계 산행의 신무기인 발열내의, 어떤 소재를 썼는지 확인하고 입어본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선택한다면 겨울 산행이 더 행복해질 것이다.


/ 글 신준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