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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전 거 /자전거 관련..

이용자 없는 자전거도로…불법 주정차·야적장 전락

by 시리우스 하우스 2010. 9. 29.

 

이용자 없는 자전거도로…불법 주정차·야적장 전락

 윤희일·박준철 기자
ㆍ사업 재검토 요구 여론

정부와 지자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자전거도로 사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주민들의 요구와 현장 여건 등에 근거하기보다는 실적 위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도로 철거 민원까지 = 인천시는 지난해 26억원을 들여 남동공단에 6.7㎞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었다. 기업인들은 자전거도로보다는 불법 주차가 극심한 만큼 주차장 조성을 요구했지만 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1년이 지난 지금, 자전거 이용자는 없고 차량들의 불법 주정차 지역으로 변질됐다. 심지어 각종 화물까지 쌓여 있다.

29일 인천 남동공단 내 자전거 전용도로에 차량들과 오토바이가 불법으로 주정차되어 있다. 박준철 기자

 
인천 구월동 중앙공원길은 종합터미널·백화점 등이 밀집해 있는 상습 정체 구간이다. 인천시는 지난해 차로를 줄여 자전거도로를 조성했다. 그러나 교통체증만 가중됐다. 자전거도로 이용자도 거의 없다. 교통정체에 시달리는 운전자는 물론 시민들의 민원이 발생하자 시는 올 초 재정비 공사를 벌였다. 그러나 이 지역 상인들은 최근 자전거도로 철거를 요구하는 집단 민원을 제기했다.

휴대가 가능한 접이식 자전거를 개발해 대당 10만원씩 지원하는 ‘인천도심형 자전거 보급사업’도 어렵게 됐다. 시는 150억원을 들여 15만대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예산 확보가 불확실하다. 사업을 포기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어 지난 6월 선정된 업체와 소송까지 벌여야 할 판이다.

인천시는 2013년까지 1985억원을 들여 자전거 분담률을 1.2%에서 7%로, 자전거도로를 22㎞에서 805㎞, 자전거 보급률은 16.6%에서 30%로 끌어올린다며 자전거 활성화 대책을 마련했지만 관련 예산이 삭감되고, 자전거추진단도 해체돼 물거품 위기에 놓였다.

인천시 관계자는 29일 “그동안 자전거 사업은 지난해 열린 인천세계도시축전을 홍보하기 위해 펼친 보여주기식 행정이었다”며 “이젠 생활 밀착형 자전거 정책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전국 자전거도로망 연결 사업도 비난 여론 직면 = 행안부가 2019년까지 10년 동안 1조205억원의 국비를 들여 2175㎞의 전국 자전거도로를 구축하려는 사업에 대해서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근거리 교통수단인 자전거는 도심 생활권 중심으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데 전국을 연결하는 자전거도로망은 투자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자전거는 근거리 교통수단으로 도시지역의 생활권에 도로를 먼저 깔고 나서 점차 외곽으로 나가야 하는데 해변도로나 휴전선 도로에 자전거도로를 깔아봤자 이용객은 손에 꼽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환경파괴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정부가 자전거도로를 과거 개발시대에 고속도로나 도로를 깔 때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고 지적한 뒤 “4대강 사업의 자전거도로 건설사업에 대한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전국 둘레둘레에 자전거도로를 놓는 과정에서 또다시 엄청난 환경파괴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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