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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브랜드 10년'의 승자는

by 시리우스 하우스 2010. 2. 1.

 

[CoverStory]‘아파트 브랜드 10년’ 승자는

한경비즈니스 | 입력 2010.02.01 10:12 | 누가 봤을까?  




A 씨는 10년 만에 만난 친구와 포장마차에서 안주 몇 개를 시켜놓고 정답게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다. 몇 순배가 오갔을까.

"그래, 지금 사는 곳은 어디냐?"라는 친구의 물음에 A 씨는 '공덕동 삼성래미안'이라고 대답한다.

"와~ 좋은 데 사네."
이 같은 대화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일 것이다.
여기서 관전 포인트는 A 씨의 집이 공덕동에 있는 삼성아파트가 아니라 삼성래미안이라는 점이다. 아파트가 특정 상품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0년간 우리가 모르는 사이 달라진 커다란 변화다.

국내 주택 시장에 브랜드가 본격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입 10년 만에 브랜드는 국내 아파트 시장의 한 축으로 성장했으며 지역 주민들의 커뮤니티를 결정하는 요인이 됐다.

여기서 국내 주택 시장을 간단히 살펴보자. 우리나라에 최초로 건설된 민간 아파트는 1958년 종암아파트로 알려져 있다. 이후 1964년 단지식으로는 최초로 마포아파트가 들어섰으며 1966년 도심정비사업이 본격화되면서 동대문·홍제동·돈암동아파트 등이 차례로 건설됐다. 당시만 하더라도 아파트는 늘 지역명과 함께했다.

1970년대 정부가 민간 주택 사업을 육성하기 시작하면서 압구정·여의도·잠실·반포동 일대에 대규모 아파트촌이 건설되는데, 이때 등장한 아파트는 기업명이 주로 사용됐다. 1975년 현대건설이 '현대아파트'라는 브랜드를 처음 사용했고 GS건설의 전신인 럭키건설은 1980년 '럭키아파트'라는 이름으로 주택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주택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시대였기 때문에 'OO동 OO아파트'식의 마케팅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지역명과 기업명이 혼합돼 사용된 것은 1990년대 분당·일산 등 수도권 5대 신도시가 조성되면서부터다. 1989년 LG수지아파트나 1990년 삼성건설이 시공한 보라매 삼성아파트도 지역과 기업명이 혼합된 경우다.

그러던 국내 주택 시장에 브랜드가 탄생하기 시작한 것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부터다.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대형 건설사들이 줄도산하자 정부가 부랴부랴 분양가 자율화를 도입하면서 아파트 브랜드 시대가 개막됐다. 분양가 자율화는 국내 주택 시장의 평면·마감재 수준을 일순간에 끌어올렸으며 이때 건설사들이 차별화 차원에서 앞 다퉈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 바로 브랜드다.

IMF 이후 아파트 상품화 현상 뚜렷
주택 시장에 브랜드가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가 있다. 우선 브랜드가 도입되면서 건설사들이 수요층을 분석하고 여기에 맞는 마케팅 기법을 도입하기 시작한 것이 종전과 비교해 볼 때 달라진 모습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입주민 커뮤니티로 이어지면서 아파트를 단순한 주거 공간에서 지역 주민 생활공간의 중심으로 키운 원동력으로 평가된다. 건설사들이 자사 아파트 브랜드 파워를 높이기 위해 생활편의시설, 상업시설 등 부대시설 확충에 노력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로 볼 수 있다. 브랜드 도입은 신혼부부·독신자·고령자 등 다양한 계층의 주택이 개발되도록 만든 요인이기도 하다.

10년이 지난 지금 아파트 브랜드는 주택의 구매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됐다. 지난 2004년 아파트 브랜드와 주택 구매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LG경제연구원의 '아파트 시장에서의 고객 만족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아파트를 고를 때 소비자들은 브랜드(25.6%)를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18.9%), 투자 가치(11.1%)보다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은 브랜드가 아파트 구매에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잘 설명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브랜드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을 보증하는 수단이지만 동시에 사회적 신분의 상징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는 결국 가격 프리미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잘 만든 브랜드 하나가 잘 지은 10개 아파트보다 낫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등장할 정도로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도는 시간이 갈수록 높아지는 모습이다. 비슷한 위치에 비슷한 가구 수라고 하더라고 유명 건설사의 아파트 브랜드가 걸렸느냐에 따라 집값의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유명 브랜드일수록 법원 경매시장에서 고가 낙찰로 이어지고 있는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이 브랜드에 쏟아 붓는 마케팅 비용도 상당하다. 시민 단체 등으로부터 고가 분양가의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현재로선 이 같은 기조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건설사별 경쟁이 치열해지면 브랜드 마케팅에 들어가는 비용은 지금보다 훨씬 커지게 마련이다.

송창섭 기자 realso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