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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설악산 가면 X고생이다"

by 시리우스 하우스 2009. 10. 12.

 

"요즘 설악산 가면 X고생이다"

노컷뉴스 | 입력 2009.10.12 11:45 |


[노컷뉴스 이명주 기자]

평년보다 낮은 기온으로 단풍이 빠른 속도로 산을 물들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 주말 설악산에만 6만 2천 명의 등산객이 몰려 말그대로 '북새통'을 이뤘다.

탐방로마다 가득찬 인파는 거대한 인간띠를 형성했으며, 수십 분간 옴짝달싹도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자 산을 찾은 시민들 사이에서는 불만과 항의가 쏟아지는가 하면 '돌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11일 오전 6시쯤, 봉정암에서 소청봉을 지나 비선대로 가는 길.
일찌감치 등산을 시작하려는 등반객들이 몰리면서 탐방로 초입부터 정체가 시작됐다. 철계단을 오르려는 4-5줄의 사람들은 2-3분에 한 걸음씩을 떼는 게 고작이었고, 아래로 내려오려는 사람들은 "길을 내달라"며 볼멘 소리를 냈다.

수십 분 후 소청봉에서 비선대로 다시 내려가려고 할 땐, 이미 철계단 앞에 약 100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어 다들 '웬일인가' 하는 반응을 보였다.

10여 분을 기다렸다 다시 두세 걸음을 내딛는 상황이 30여 분간 반복되자 등산객들 사이에서 서서히 동요의 조짐이 일었다.

그때 한 남성 등반객이 "설악산 오면 X고생이다"라며 고함을 질렀고, 일부에서 "옳소"라며 동감을 표하기도 했지만 이때까지는 대부분 사람들이 여유를 잃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일부 동호회 단체가 탐방로를 이탈해 계곡이 흐르는 옆길로 빠져나가자 시민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50대쯤으로 보이는 한 남성은 "계곡물 흐린다"며 "빨리 올라오라"고 소리쳤고, 또다른 등산객들은 "다함께 야유 보냅시다"라며 노골적으로 이들을 비난했다.

탐방로를 벗어난 사람들이 수분도 못 돼 길이 막히자 계곡물을 다시 넘어오는 과정에서, 남녀 수 명이 물에 빠지는 등 위험상황도 발생했다.

시민들은 "공원 자체에서 통제 해주는 사람이 왜 없냐"며 "오늘 안에 산을 내려갈 수는 있는 것이냐"며 잇따라 불만을 표시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확인 결과, "일주일 전부터 가을철 성수기대책기간을 선포하고 인터넷 홈페이지나 전화문의, 현장 주요거점 구간을 중심으로 혼잡시 유의사항 등을 공지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너무 몰리다보니 일일이 전 구간을 관리하는데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산을 찾은 사람들의 막무가내식 자연 훼손도 자행되고 있다.


원칙적으로 취사·야영이 금지됐음에도 감시하는 인력이 없자, 대청봉 인근 샘터나 대피소 등지에서 집에서 가져온 식기를 이용해 라면과 찌개, 밥 등을 끓여 먹는가 하면 약수와 계곡물을 이용해 설겆이까지 하는 등산객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또한 자신들이 먹고 간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는가 하면, 등산 중 음주행위도 서슴지 않아 등산객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ymj5757@cbs.co.kr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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