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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 아래서, 불편을 즐기고 자연을 누려라

by 시리우스 하우스 2009. 7. 23.

 

그늘 아래서, 불편을 즐기고 자연을 누려라

글 최병준기자 | 사진 김산환 제공 bj@kyunghyang.com경향신문
  • ㆍ초보캠퍼를 위한 전문가 3인의 조언

    올해 가장 주목할 만한 여행트렌드는 캠핑이다. 경기 침체로 여행산업 역시 전반적인 타격을 받았지만 캠핑장비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늘었다. 과거 캠핑은 ‘콘도 구하기 힘들어 텐트 치고 자는 노숙형’이었지만 요즘 오토캠핑은 테이블에 의자, 그릴, 타프(그늘막)까지 갖추는 게 보통이다. 오토캠핑을 ‘럭셔리’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자연친화적인 여행법임에는 틀림없다. 캠핑을 시작하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최근 <오토캠핑 바이블>을 쓴 여행작가 김산환씨, <잇츠 캠핑>을 쓴 성연재씨, 월간 오토캠핑 편집장 홍혜선씨 등 전문가들로부터 초보캠퍼를 위한 조언을 들어봤다.

경기 가평 산장국민관광지 캠핑장을 찾은 여행객이 나무 그늘 아래서 책을 읽고 있다. | 사진제공 김산환


1. 오토캠핑과 캠핑은 뭐가 다른가?

김산환씨는 오토캠핑과 캠핑은 접근방법부터 다르다고 했다. 산악인들의 캠핑은 등반이 목적이기 때문에 장비가 가벼워야 하지만 오토캠핑은 한 자리에 머무는 정주형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장비도 다르고, 노는 법도 다르다. 캠핑문화도 틀리다고 했다. 6개월 동안 미국 캠핑여행을 했던 김씨는 “미국의 캠핑장은 너무 조용해서 이름을 부를 때도 목소리를 낮춰야 한다”며 “우리는 먹는데 정신이 팔려있다”고 했다. 오토캠핑장에서 기타 치고 밤새 술판 벌이는 것은 캠핑이 아니다. 오토캠핑장의 경우 오후 11시 이후엔 강제소등을 하는 곳도 많다.

2. 그럼 장비는 어떻게 사나?

홍혜선씨는 “초보자라면 일단 집에 있는 텐트, 코펠과 랜턴, 블루스타(버너)만 있어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다만 의자와 테이블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캠핑과 야영은 다르단다. 김산환씨는 “집에 있는 것이라면 모르지만 원터치 텐트의 경우 오토캠핑에는 별 쓸모가 없다. 펼 때는 쉬울지 몰라도 개는 것은 힘들다”고 했다. 바닷가에서 흔히 쓰는 그늘텐트는 안될까. 김씨는 “그늘텐트은 모기장이 없어 힘들다는 것도 알아두어야 한다”고 했다. 텐트를 구입할 때 산악용 텐트는 6인용을 사면 4명이 쓰지만 오토캠핑용은 사람수에 맞게 넉넉하다고 했다. 다만 테이블은 6인용짜리가 4인용 정도로 보면 된단다. 김씨는 “요즘 텐트의 경우 생활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리빙쉘이 있고, 주거공간이 따로 있는 것도 있다”며 “처음부터 비싼 텐트를 고르지 말고 오토캠핑장을 따라가서 다른 캠퍼들을 보면 저절로 어떤 장비가 필요한지 알게 된다”고 덧붙였다. 텐트를 살 때는 겨울에도 오토캠핑을 즐길 거냐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동호회에 가입하면 유명브랜드와 비슷한 장비를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요령도 알게 된다고 했다. 성연재씨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포털의 캠핑사이트를 이용할 것을 권했다. 먼저 게시판에 물어보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성씨는 필수장비로 텐트와 타프, 테이블, 매트 정도를 꼽았다.

3. 캠핑장을 고를 때 주의해야 할 점은?

김산환씨는 “여름에는 그늘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개인적으로 자연휴양림이 좋다고 했다. 일단 자연휴양림의 경우 “차와 텐트와의 거리가 멀어서 불편한 점이 있긴 하지만 요즘 자연휴양림의 경우 캠핑을 할 수 있도록 개조하는 곳도 있다”고 했다. 또 “일부 야영장은 나무데크 위에 텐트를 치게 해놓는데 오토캠핑용과 맞지 않게 규모가 작은 곳이 많다”며 데크 사이즈도 미리 문의해보면 좋다고 말했다. 성연재씨는 “한여름의 경우 바다보다는 강이, 강보다는 계곡이 훨씬 낫다”고 했다. 성씨는 “계곡의 경우 볕이 잘 들지 않아 평균 온도가 바깥 온도와 10도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시원하다”며 계곡캠핑을 권했다. 홍혜선씨 역시 “야영 하면 바닷가를 생각하지만 오토캠퍼들은 주로 계곡이 1순위”라고 말했다. 홍씨는 “겨울에는 불이라도 땔 수 있지만 여름에는 냉방을 할 순 없다”고 말했다. 홍씨는 “오토캠핑장이 많은 서해안의 경우 모기도 많고 더위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4.캠핑장은 불편하지 않은가?

물론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홍혜선씨는 “양양의 법흥사 계곡이나 봉평의 솔섬 같이 온수샤워장을 갖춘 캠핑장이 늘고 있다”며 “이를 챙겨두면 편리하다”고 했다. 초보자들이 캐러밴이나 트레일러 등을 이용한 캠핑을 선호하지만 한여름에는 예약이 별따기라며 오히려 펜션 단지가 가까운 지역 캠핑장을 이용하면 불편할 경우 숙소를 옮길 수도 있다고 했다. 김산환씨는 “요즘 캠핑장 주변에는 하나로마트 등 큰 가게가 있어 굳이 음식준비를 많이 할 필요가 없다”며 “현지에서 필요한 것을 소량씩 구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성씨는 “요즘 오토캠핑장은 전기가 있어 선풍기 등을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온수샤워장은 물론, 세탁기까지 갖춘 곳이 있다”고 했다. 음식준비에 대해선 김씨와는 생각이 달랐다. 양파, 파, 당근 등을 요리하기 좋게 썰어서 지퍼백에 담아가면 일을 덜 수 있단다.

5. 캠핑하면 김치찌개와 삼겹살만 떠오른다.

홍혜선씨는 “여름에 열을 많이 쓰는 음식을 하게 되면 덥고 지친다”며 “프라이팬을 이용한 간단한 음식도 많다”고 했다. 또 “삼겹살 구이 대신에 해물구이, 파인애플이나 바나나 구이 등 다양한 캠핑 요리가 많다”며 “캠핑 요리 책도 많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씨는 “아웃도어 요리는 미리 재료를 다듬어서 준비해 가면 편리하다”고 했다. 삼겹살에 지친 캠퍼들을 위해 샤슬릭을 추천했다.

샤슬릭은 원래 러시아 요리. 적당히 썬 돼지고기에 토마토와 양파, 레몬을 넣고 하루 정도 잰 뒤에 쇠꼬챙이에 꿰어 모닥불에 은근히 익혀 먹으면 베스트 쿡이란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했다.

<글 최병준기자 | 사진 김산환 제공 b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