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칠맛·고소함…꽉찬 속살 맛보러 '대게의 고장' 울진에 가다
입력시간 | 2014.02.11 09:32 | 강경록 기자 rock@
경북 울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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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포항의 겨울은 제철 맞은 울진대게로 분주하다. 올 3월까지 후포항의 귀한 손님은 뭐니 뭐니 해도 대게다. 덩달아 어부들의 손놀림도 바빠졌다. 후포항 푸른바다의 옷자락을 걷어 올리는 듯 하다. 동해 일출이 어둠의 휘장을 채 걷기도 전인 새벽 3시, 대게잡이의 본산인 후포항에는 작게는 3t부터 크게는 6t에 이르는 대게잡이 자망어선이 비릿한 해무를 뒤로 한 채 삼삼오오 떼 지어 뭍을 떠난다.
이른 새벽 후포항 새벽 포구의 시린 바람이 옷깃을 파고든다. 날이 밝아오자 항구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갈매기 떼를 몰고 다니는 어선들과 좌판에서 회를 손질해 주는 아주머니들의 재빠른 손놀림, 짭조름한 바다 냄새와 생선 비린내 등이 어우러져 건강하고 활기찬 느낌이다.
위판장도 들썩이기 시작했다. 대게 위판 풍경은 이색적이다. 아무 때나 볼 수 없다. 대게를 연중 어획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 산란기 포획 금지기간이 있고, 바다날씨가 나쁘면 배는 출항하지 않는다. 지역에 따라 금어기가 약간씩 다르지만 보통 대게 산란기인 5월 말에서 11월 말까지는 대게를 잡지 않고 12월에서 3월까지 넉 달 동안만 대게를 잡는다.
밤새도록 바다와 씨름하며 건져 올린 대게들이 어느새 일렬종대로 늘어서 있다. 경매를 준비하는 아낙네의 손길이 바빠지는 순간이다. 경매사의 사이렌 소리와 함께 경매는 시작된다. 경매사와 어부들의 눈빛에 생기가 돈다. 부지런히 희망가격을 내미는 어부들의 거친 손길에선 삶의 고단함과 엄숙함이 동시에 묻어난다. 경매사의 구성진 목소리와 손길에 가격이 매겨지고, 낙찰 은 상인들은 잽싸게 대게를 활어차에 싣고 목적지로 향한다. 바다와 벗 삼다 어느새 머리에 서리가 내린 이들은 경매를 끝내고 헛헛한 눈길로 바다를 쳐다보다가 다시 바다로 향한다. 삶은 그렇게 반복된다. 후포항의 아침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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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의 앞자리는 늘 ‘영덕’ 차지였다. 영덕이 울진보다 대게의 명산지로 알려진 것은 1930년대. 교통수단이 원활하지 않던 당시, 대도시에 해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교통이 편리한 영덕으로 중간 집하돼 반출됐던 덕분이다. 이후 영덕의 지명을 사용해 영덕대게로 불렸다. 급기야 최근에는 대게의 원조를 놓고 울진과 영덕이 뜨겁게 논쟁하고 있다. 생물인 대게에 굳이 원조를 따지자면 울진이다. 적어도 기록에 따르면 그렇단다. 16세기 인문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자해(紫蟹)라고 표기된 대게가 평해군과 울진현의 특산품으로 나와 있다. 조선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이산해(1539~1609)도 이곳으로 귀양 왔다가 대게가 많다고 해서 해포(蟹浦)라는 이름을 지어줬다고 전해진다.
후포항 부근의 거일마을이 이를 증명한다. ‘거일’이라는 마을이름도 ‘게일’에서 왔다. 이곳 사람들은 ‘게’를 ‘기’ 또는 ‘거’라고도 불렀다. 예전에는 거일사람 모두가 대게잡이를 했다. 쌀이 부족해 쌀밥을 먹지 못했던 시절에도 대게로 배를 채웠을 만큼 대게잡이가 활발했다. “거일 개는 돈을 물고 다닌다”는 말은 당시 이 마을의 대게잡이가 어느 정도로 활발했는지를 의미하는 대표적인 말. 당시 후포항은 거일에서 모두 운영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수입이 높았다고 한다. 대게가 많이 잡히는 기간에는 선원 1인이 하루조업을 나가서 100마리의 대게를 수협에 위판할 정도였다고. 이제는 추억이 돼버린 과거의 영화는 2003년 울진대게 유래비를 통해서만 어렴풋이 기억될 뿐이다.
그렇다면 거일마을엔 왜 대게가 많이 잡혔던 것일까. 후포항 앞바다에 우리나라서 가장 좋은 대게어장이 있기 때문. 후포 바닷속에 왕돌초로 불리는 거대한 암초가 있는데, 이 암초 부근이 대게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한다. 왕돌초의 넓이는 동서 21㎞, 남북 53㎞ 정도 된다. 쉽게 생각해서 바닷속의 산이라고 여기면 된다. 봉우리가 3개 솟아 있으며 수심이 가장 얕은 곳이 5m 정도, 바깥쪽 깊은 곳은 500~600m 정도다. 이 왕돌초 근처에서 대게잡이가 이뤄지는데 영덕의 배도, 울진의 배도 이곳에 와서 게를 잡는다. 그중 울진의 배가 대게를 가장 많이 잡아오는 것이다. 다만 대게 앞에 영덕이라는 두 글자가 붙으면 가격이 조금 더 비쌀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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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포항이 있는 후포리는 세 가지 맛이 있는 고장이라고 한다. 첫째는 푸른 청정 망망대해와 대게 경매 풍경으로 눈이 즐거운 ‘눈맛’, 둘째는 낚싯대 드리우고 고기 한 마리 잡으면 손이 즐거운 ‘손맛’, 마지막은 금방 쪄 김이 무럭무럭 오르는 뜨끈뜨끈한 대게다리를 쭉 찢어 한입 물 때 담백한 그 맛에 취한다는 ‘입맛’이 바로 그것이다.
대게의 ‘입맛’을 가장 잘 즐기는 방법은 찜통에 통째 쪄내는 것이다. 이는 대게의 특징과도 연관이 있다. 대게는 열을 가할수록 살이 질겨지고 짠맛이 강해져 단순한 요리법이 맞다. 그래서인지 대게찜엔 양념이 따로 없다. 대게의 살 자체가 지닌 바닷물로도 충분히 간이 맞기 때문이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싱싱한 대게를 골라 표면에 붙어 있는 이물질을 제거한 후 찜통에서 약 20분간 쪄내고 약 5분간 뜸을 들이면 끝난다. 이때 조심해야 할 것은 대게를 뒤집은 채 삶아야 한다는 것. 대게의 등껍질이 위로 가게 삶으면 속에서 찬물이 빠져나와 맛이 없어진다. 대게찜을 전문으로 파는 가게에서는 삶기 전에 뜨거운 증기를 대게에 씌워 기절시킨다. 이는 대게를 많이 넣고 찔 때 뜨거운 증기가 들어가기 전에 서로 부딪쳐 다리가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다리가 떨어지면 이 속에서 역시 물이 나와 찐 대게가 맛이 없어진다.
먹는 법도 간단하다. 뜨거운 대게를 잡고 다리 가운데를 가위로 살짝 흠집 내 쭉 잡아당기면 쫄깃한 속살이 그대로 드러난다. 입안에 넣으면 씹을 사이도 없이 그대로 빨려 들어간다. 쫀득하면서도 고소해 뒷맛까지 개운하다.
이외에도 대게를 좀더 알뜰하게 먹는 방법이 있다. 보통 대게 다리의 맨 끝 부분은 살이 없어 잘 먹지 않고 버리게 되는데, 이를 알뜰하게 모아서 된장찌개나 라면을 끓일 때 넣으면 국물 맛이 좋다. 바다에서 대게를 잡는 과정에서 떨어진 다리들은 따로 모아서 라면 또는 각종 찌개를 끓이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직접 대게를 고를 땐 손으로 눌렀을 때 단단한 것이 좋다. 물렁물렁한 것은 살 대신 물이 차 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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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풍기IC·영주IC → 36번 국도 → 울진 → 후포항 한마음광장
▷동해고속도로 동해IC → 7번 국도 → 울진 → 후포항 한마음광장
△맛집
▷왕돌회수산 : 대게·붉은대게. 울진군 후포면 후포리 1056. 054-788-4959
▷후계자울진대게센타 : 대게·붉은대게. 울진군 죽변면 죽변리 10-79. 054-783-8918
▷정훈이네횟집 : 물회. 울진군 죽변면 죽변리 32-9. 054-782-7919
△동해 최고의 별미 맛보러 오세요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
대게의 원조 울진은 매년 울진대게축제를 연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대게 생산량과 우수한 품질을 홍보하기 위해 2000년부터 개최하고 있다. 올해도 2월 28일부터 3월 2일까지 ‘2014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가 후포항에서 열린다. 울진군에서 주최하고, 울진대게 축제집행위원회와 경북 해양바이오산업연구원이 주관한다. 올해에도 울진군은 싱싱한 대게와 붉은대게를 공짜로 관광객들에게 나눠준다. 한 사람 당 대략 반 마리 정도씩이다. 4인 가족이면 2마리인 셈. 한 가족이 오순도순 먹기에 부족함이 없다. 주최측은 올해에 지난해보다 제공하는 양을 두 배 정도로 대폭 확대했다고 귀띔한다. 이렇게 멋진 프로그램을 모르고 지나칠 수는 없으니 축제장 도착과 동시에 무료시식 시간을 체크하는 건 필수다. 이외에도, 대게 빨리먹기, 게살 발라내기, 대게국수 빨리먹기 등의 이벤트도 수시로 열린다. 울진대게와붉은대게축제집행위원회 054-787-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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