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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에 미치거나 쇼핑에 빠지거나

by 시리우스 하우스 2012. 4. 27.

요즘 대세 남자들의 2가지 라이프스타일

40, 50대 남성들에게 이제 캠핑은 새로운 ‘낭만’이 되고 있다. 아웃도어뿐만 아니라 최근 캠핑에 눈뜬 남성이 늘면서 관련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제품 협찬 및 촬영 협조콜맨코리아


쇼핑이라면 질색하던 한국 남자들이 변했다. 열심히 일해서 집안의 생계를 책임진다는 ‘생산자’ 역할에 충실하던 남자들이 자신의 취미와 관심사를 찾아 ‘소비자’의 역할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20, 30대는 결혼 적령기까지 늦춰가면서 자신을 가꾸는 것에 아낌없이 투자한다. 하루 종일 쇼핑하는 것도 즐긴다. 40, 50대는 아웃도어와 캠핑 등 취미생활에 눈을 뜨며 지갑을 여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취미생활을 공유하고, 쇼핑 정보를 나누는 인터넷 카페도 적지 않다.

그래서 요즘 아웃도어, 명품, 화장품, 액세서리 브랜드들은 온통 ‘남심(男心) 잡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주요 백화점에서는 남성고객 비중이 30%를 넘어서고 있다. 회사에서도 아웃도어 인터넷 쇼핑몰을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쇼핑을 하는 ‘김 대리’ ‘이 과장’이 적지 않다. 일만 알던 한국 남자들, 왜 쇼핑에 눈을 뜨게 됐을까.


최창원 이노션 월드와이드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연구소 차장은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부담이 없는 독신 남성들이 자기 자신을 위한 소비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런 트렌드가 점차 확산돼 주류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자이너 최범석 씨는 “이제 막 남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캠핑에 빠진 ‘아저씨’

회사원 최준용 씨(39)는 1, 2주일에 한 번씩 캠핑을 떠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아내와 중학생 초등학생 자녀 등 가족과 함께 떠나는 캠핑여행이 가장 즐겁다. 최 씨는 2005년 집에서 어릴 적 아버지가 쓰시던 낡은 텐트를 발견하고 ‘나도 아이들과 야외에서 텐트 치고 추억을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캠핑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가족과 유대감을 쌓는 게 좋아 캠핑용품 업체에서 운영하는 캠핑교육을 다니고 전문제품도 하나둘 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가 캠핑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아빠’로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운전을 하고 텐트를 치는 전 과정에서 아빠가 주체가 된다는 얘기다. 최 씨는 “아이들이 아빠는 ‘뭐든지 잘하는 사람’으로 보고 평소에도 ‘아빠 이것 좀 해줘’라며 부탁도 자주 한다”고 말했다.

무섭게 치솟던 아웃도어 의류의 성장세가 주춤한 사이 캠핑이 새로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캠핑용품 브랜드 콜맨에 따르면 국내 캠핑 인구는 100만 명으로 추산되며 올해는 12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 각지의 오토캠핑장 수는 500개가 넘었고,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시장도 2009년 1000억 원대에서 지난해 3000억 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이 같은 급성장 배경에는 어린 자녀를 둔 ‘아저씨’가 자리하고 있다. ‘이왕이면 고급 제품이 좋다’는 사회 분위기 탓에 200만∼500만 원어치 풀세트를 한꺼번에 사는 사람도 적지 않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회사원 이모 씨(43)도 올 초 약 300만 원을 주고 캠핑용품을 마련했다. 직장 동료들이 ‘아들이 중학생이 되기 전에 자주 다녀야 한다’고 해 급히 산 것이다. 그는 “평소 가족과 백화점에 가거나 여행을 가면 짐꾼이나 운전사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며 “하지만 캠핑을 가보니 아내와 아들에게 아빠의 중요성을 느끼게 해줄 수 있어 좋았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돈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요즘 캠핑을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야생 체험’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집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세컨드 하우스’ 개념의 텐트가 인기다. 야영의 느낌은 주지만 몸은 편한 캠핑인 셈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나’를 찾는 남자들, 신상 구하러 백화점 돌고 캠핑장비에 돈 펑펑▼


 ‘꽃’이 되고픈 남자가 늘고 있다. 쇼핑과 패션에 빠진 남성이 급증하면서 백화점의 남성패션 매출 신장률도 여성을 웃돌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제품 협찬 및 촬영 협조=비주컴(시스템옴므, 커스텀멜로우, 몽삭, 코치넬리, 페이유에, 그라픽플라스틱, 라코스테워치by갤러리어클락, 닉슨워치by갤러리어클락), 헤어 및 메이크업=마리의정원, 모델=장진승(에스팀)

거실과 침실로 공간이 나뉘어 있는 텐트도 많다. 콜맨 관계자는 “한국 캠프족들은 유독 사계절 캠핑을 좋아해 겨울에도 쓸 수 있는 ‘웨더마스터 투룸 하우스’ 텐트를 선보였더니 시판 한 달 만에 연간 목표 판매량의 40%가 팔렸다”고 말했다. 코오롱스포츠는 텐트의 침실공간을 성인 4인을 기준으로 설계했다. 코오롱 관계자는 “캠핑이 1년 내내 인기 있는 레저로 자리 잡으면서 가을겨울에는 실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텐트 거실 공간도 점차 넓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캠핑을 더 재밌고 편하게 즐기기 위한 다양한 캠핑용품도 필수다. 밤에 텐트 안에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울 때에는 실내등이 필요하다. 겨울에 몸을 따뜻하게 해줄 침낭, 압력밥솥, 코펠, 키친테이블 등 조리용품도 챙기는 것이 좋다.

캠핑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프리미엄 상품으로 한꺼번에 구비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콜맨 관계자는 “캠핑 입문자들은 자신의 캠핑 스타일과 예산을 먼저 고려해 필수 장비를 산 뒤 경험을 해가며 필요에 따라 추가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업체들이 운영하는 캠핑스쿨에 참여하거나 구매가이드 등을 챙겨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패션에 올인 ‘오빠들’


 재킷과 점퍼를 겸용할 수 있는 ‘워크웨어(workwear)’로 멋을 낸 모습. 의상 및 신발=커스텀멜로우, 가방=코치넬리

“남자가 왜 꽃을 찾는 ‘벌’이어야 하죠? 이젠 남자도 꽃이 되는 시대예요.”

회사원 김은규 씨(31)에게 쇼핑은 즐거운 사냥과 같다. 옷을 사러 쇼핑몰에 나서면 열량이 높은 ‘모카커피’로 끼니를 때워가며 하루 종일 돌아다닌다.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가 많아져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핏’을 찾기도 쉬워졌다. 최근에는 장마철에 대비해 고무 부츠를 ‘득템’했다. 김 씨는 향수도 좋아한다. 다른 사람들은 ‘내 향기’를 어떻게 느낄까 궁금해 하나둘씩 사다 보니 화장대에 15개가 생겼다.

김 씨는 “쇼핑과 패션을 좋아한다고 여성스러운 것이 아니다. 남성성이 강한 향수를 좋아하고, 스타일도 남성적인 편”이라며 “취업이 쉽지 않고, 취업을 해도 미래가 불안한 요즘 20, 30대 남자들은 자기에게 집중하는 게 제일 안정적인 ‘투자’임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월급의 40%를 자신을 꾸미고 수집품을 모으는 데 쓴다고 했다.

요즘 김 씨처럼 패션에 관심이 많은 남성들을 찾기 어렵지 않다. 실제로 지난달 롯데백화점 남성 패션 매출 신장률은 11.8%로 여성 패션 매출 신장률 6.2%와 전점 매출 신장률인 7.8%를 훨씬 웃도는 수치를 보였다. 남성들이 패션에 ‘올인’하면서 스타일도 여러 갈래로 진화하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직장인’ 스타일은 ‘댄디 룩’이다. 정형화된 슈트 스타일에서 벗어나 좀 더 몸에 붙는 핏과 다양한 색깔,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주는 비즈니스 스타일이다. 재킷 안에 셔츠 대신 라운드 티셔츠를 입거나 넥타이 대신에 스카프로 포인트를 주는 식이다. 여기에 알이 동그란 ‘해리포터’ 안경을 쓰고 배낭을 메면 ‘유행의 정석’을 따르게 된다.

‘힙스터 룩’도 있다. 힙스터는 대중의 유행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고유한 패션을 따르는 부류를 말한다. 이들은 유행하지 않는 비주류 패션을 찾으러 다니며 오히려 유행을 만들어 낸다. 힙스터 룩은 직장인 남성들의 유니폼 같은 베이지, 네이비 재킷을 피해간다. 19세기 노동자를 연상케 하는 서스펜더(멜빵)와 모자, 강렬한 컬러 등으로 개성을 표출한다. 도심 속에서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나타난 ‘시티 스포츠 룩’도 눈에 띈다.

남다르게 보이고 싶어 하는 남성들은 액세서리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팔찌를 차는 남자들이 늘면서 롯데백화점 서울 중구 소공동 본점 팔찌 매장인 ‘블레또’의 3월 매출이 지난해 12월 대비 3배 늘었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팔찌 종류도 30여 종에 이른다.

부토니에르도 최근 들어 많이 찾는 아이템 중 하나다. 구두도 쉽게 볼 수 있는 로퍼 스타일이나 끈을 묶는 스타일에서 벗어나 가죽 스트랩이 달린 ‘몽크’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 롯데백화점 본점 구두 편집매장인 ‘슈갤러리’에서 판매하는 구두 20여 종 중 몽크 스타일이 20%를 차지할 정도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남성의 바지 길이가 짧아지면서 잘 눈에 띄지 않는 구두에까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