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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전 거 /자전거 관련..

'法없이' 달리는 자전거…"사고나면 큰 일 나요"

by 시리우스 하우스 2011. 10. 14.

'法없이' 달리는 자전거…"사고나면 큰 일 나요"

한국경제 | 입력 2011.10.14 18:31


안전사고 해마다 느는데 과속 등 단속 규정 없어
사고 관련 보험도 '허술'
정부, 뒤늦게 의견 수렴


14일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조안리 남한강 자전거길.헬멧과 고글을 착용하고 자전거를 모는 동호인들이 줄지어 행진하는 가운데 이따금씩 일부 자전거들이 도보로 표시된 쪽으로 넘어와 속도가 느린 자전거를 추월했다. 도보로 걸으며 한강의 경치를 즐기던 관람객들은 자전거가 지나갈 때마다 놀라거나 잠시 걸음을 멈추는 등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폭 4.5m인 남한강 자전거길은 3등분해서 두 방향으로 자전거가 다닌다. 자전거도로와 보행로 사이에 가드레일이 없어 걷는 사람과 자전거가 뒤섞이는 경우가 많다. 마을 주민들은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자전거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면 부딪칠까봐 겁난다"고 말했다.

◆자전거 속도 규제 시급

인천부터 부산까지 자전거길이 내달 말 완전 개통하면 자전거 이용이 활성화되는 것과 함께 자전거에 의한 사고 우려도 커진다. 특히 자전거 속도는 규제할 수 있는 관계법령이 없어 단속이 불가능하다.

이석한 양평경찰서 생활안전과장(경감)은 "자전거 사고를 낼 경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라 처리할 수 있지만 현재 도로교통법에는 자전거 속도 단속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자전거도로에 제한속도 시속 20㎞ 속도판을 설치하고 있지만 자치단체 조례에 근거할 것일 뿐 경찰의 단속 대상은 아니다.

일반적인 자전거 속도는 시속 15~20㎞ 정도지만 내리막길에서는 25㎞ 이상이다. 경주용으로도 쓰이는 '로드바이크(사이클)'는 평지에서도 25㎞를 쉽게 넘어 사고 위험이 높다. 2008년부터 지난 8월 말까지 한강공원의 전체 안전사고 1064건 가운데 자전거 관련이 775건으로 73%를 차지할 정도다.

◆자전거 이용자 안전도 방치 수준

자전거 이용자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도 높다. 옛 중앙선 철로를 따라 만들어진 남한강 자전거길의 경우 골짜기로 이어진 길도 있고 마을 진입로와 겹치기도 하면서 안전사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눈이 내린 뒤 비탈진 곳이 위험지역이다.

자전거 사고에 대비하는 보험도 주요 보장내용이 빠져 있어 자전거 애호가들로부터 외면당한다. 삼성화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보험사가 대물과 대인 보상을 제외한 상품을 팔고 있다. 자전거보험 가입자가 사고를 내면 본인만 치료되고 부상을 입힌 상대방이나 자전거에 대해서는 보장이 안 된다. 모두 보장하려면 연간 최대 15만원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자전거 보험 가입 건수가 2009년 1만27279건에서 2010년 7833건으로 1년 사이 55% 감소한 까닭이기도 하다.

◆정부 의견수렴 나서

사고 위험에 대한 우려가 높자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최근 의견수렴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속도 규제를 위해서는 도로교통법에 단속 근거를 만드는 것 외에도 고려할 사항이 많다. 우선 이용자들 자신이 속도를 파악할 수 있도록 자전거에도 자동차처럼 속도계를 부착해야 한다. 단속을 위해서는 오토바이처럼 번호판을 달아야 식별이 가능하다. 감시카메라를 자전거에 맞게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 적잖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얘기다.

이삼걸 행안부 제2차관은 "비용이 들더라도 속도를 규제해야 한다면 법적으로 도입해야 하겠지만 국민 정서상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며 "속도가 빠른 사이클에 대해서만 우선 적용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양주=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