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등산,캠핑,기타자료/캠핑,등산기사

'불편해서 더 즐거운' 겨울 캠핑

by 시리우스 하우스 2009. 12. 24.

 

‘불편해서 더 즐거운’ 겨울 캠핑

경향신문 
 
 
ㆍ새하얀 눈밭에 핀훈훈한 이야기꽃

눈 오는 날 캠핑 갔다. 기온은 영하에서 맴돌고, 바람조차 매서운 한겨울에 어떻게 텐트 치고 한뎃잠을 자느냐고? 캠핑을 서너번 해본 캠퍼들의 ‘로망’은 겨울 캠핑이다. 캠핑은 자연 속으로 파고드는 체험여행인데 여름은 산과 바다, 강과 계곡 어디나 시끄럽고 북새통이다. 올해 캠핑붐이 불면서 봄 가을에도 캠핑장에 사람이 몰린다. 반면 겨울 캠핑은 쉽지 않다. 아무나 도전하기 힘들다. 대신 자연과 제대로 부대낄 수 있다. 고생은 해도 값지다.

충남 보령 대천 해수욕장 인근의 나래뜰 캠핑장.

<오토캠핑 바이블>의 저자 김산환씨가 동행했다. 목적지는 충남 보령 대천 해수욕장 인근의 나래뜰 캠핑장. 김씨가 캠핑장을 골랐다. 그는 국내 캠핑뿐 아니라 미국과 캐나다 캠핑장 곳곳을 찾아다닌 캠핑 전문가다.

“겨울 캠핑은 캠핑장이 중요해요. 일단 개수대가 실내인지 아닌지, 전력 공급을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를 챙겨야 해요. 겨울 해변은 바닷바람이 많이 불어서 바람도 신경을 써야 하고….”

나래뜰은 숲 속에 들어앉은 캠핑장은 아니었다. 그래도 충남 서해안에 내린 대설로 인해 사위가 눈으로 덮여 묘한 정취를 자아냈다. 화장실도 깨끗했고 온수도 나왔다.

오후 1시부터 텐트를 설치했는데 1시간30분이 걸렸다. 겨울엔 장비도 많고, 텐트 치기도 꽤 힘들다. 손끝은 얼얼하고, 털모자 위로 김이 모락 피어오를 때쯤 겨우 ‘집’이 완성됐다. 텐트 높이는 3m나 됐다. 김씨는 외국과는 달리 한국은 유독 큰 텐트를 선호한다고 했다.

오후 4시. 처음엔 젖은 장작에 불이 잘 붙지 않아 매운 연기를 뿜어내던 화목난로가 제대로 작동했다. 불이 활활 타올랐다. 텐트 출입구를 모두 열어놨더니 함박눈이 텐트 안으로 흩날렸다. 꼭 봄날 벚꽃 같은 눈이었다. 눈오는 오후, 서해안에서 날아온 철새들이 가끔 슬프게 울어대며 텐트 위를 날아갔다. 소나무 숲에 쌓인 눈들이 가끔씩 풀썩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텐트 안이 훈훈해지자 텐트에 쌓인 눈이 미끄럼을 타듯 ‘쏴아~’ 소리를 내며 흘러내렸다.

해 짧은 겨울, 어스름녘이 되자 술 생각이 났다. 미리 가져온 와인을 한 병 땄다. ‘비냐 마요르 리베라’라는 스페인 와인. 김씨가 할인매장에서 1만6000원 안팎에 산 와인이란다. 대천 수산시장에서 3만원 주고 사온 키조개와 소라를 난로 위에 얹어놓고 문어를 삶았다.

“겨울엔 이것 저것 해먹으면 힘들어요. 설거지도 어렵고, 춥잖아요.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게 좋아요. 기름기 많은 고기보다는 간단히 삶아 먹는 게 더 나아요. 아니면 집에서 간편한 음식을 준비하든지….”

럭셔리한 호텔에서 묵고, 미슐랭스타 식당에서 밥먹는 것만 호사가 아니었다. 장작불 때며 와인 한 잔 하는 것도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호사다. 난로 위에 얹어놓은, 지글지글한 소라 하나씩 까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눈은 시도 때도 없이 내렸다. 하늘이 파래지자 삼각대에 카메라를 끼워들고 나갔다. 해진 직후 하늘이 가장 아름답다. 해가 산너머로 떨어진 후 30분 정도 뒤면 붉은 기운이 약간 섞인 파란 하늘이 펼쳐진다. 눈발을 흩날렸지만 하늘은 회색빛은 아니었다. 저녁놀이 10% 정도 스며들어 약간 보랏빛도 비치는 희한한 푸른 빛이다.

오후 7시쯤 두번째 와인을 땄다. 문어는 쫄깃했고, 키조개는 짭잘했다. 겨울밤, 텐트 속에선 별의별 소리가 다 들렸다. 겨울 숲에서 들리는 소리는 여름 숲에서 들리는 소리와는 많이 다르다. 창처럼 확 날아들어와 귀에 꽂히는 소리가 아니라 호수의 파문처럼 귀를 슬쩍 건드리고 가는 소리다. 눈이 미끄러지는 소리, 아득하게 들려오는 아이들 웃음소리, 새 소리, 뽀드득거리며 눈길을 걷는 소리…. 모든 생명들이 왕성한 여름엔 풀벌레 소리, 매미 소리, 파도 소리가 섞여 숲도 떠들썩한데, 겨울은 소리마저도 여위고 가늘다.

오후 9시쯤 할인매장에서 산 9600원짜리 마주앙 카베르네 소비뇽을 땄다. 값은 싸도 맛만 좋았다. 하기야 텐트 치고 먹는 음식은 뭐든 맛있다. 안주로 난로 위에 가래떡을 얹어 구워먹었는데 1970년대 연탄불에 석쇠를 얹어놓고 떡국떡 구워먹던 추억이 떠올랐다.

“미국에서도 이렇게 캠핑하나요?” “거긴 먹을 거 크게 신경 안써요. 거긴 캠핑장이 너무 조용해서 아빠, 하고 소리치는 아이들에게 제가 주의를 다 줄 정도였어요. 그냥 책 읽고, 쉬더라고요.”

오후 10시쯤 잠자리에 들었다. 군대에서 쓰던 야전침대에 매트 하나 깔고, 전기담요를 덮었다.

“세상 많이 좋아졌죠. 야외에서 전기담요를 다 덮고 자다니…. 진정한 캠핑은 이런 인공적인 것을 더 줄여야 하는데….”

김씨는 산악인들의 ‘비박’ 같은 캠핑을 좋아했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다. 꼭 춥게 버텨야 할 필요는 없다.

이튿날 아침식사는 따뜻한 대합 바지락 국물에 쌀 한줌 넣은 죽이었다. 텐트를 접고 올라오는 길. 라디오에서 청취자 사연이 흘러나왔다. “이렇게 추운날 화목난로 때며 캠핑하는 재미를 안 해본 사람은 몰라요.”

맞긴 맞다. 불편한데 묘하게 재밌는 게 겨울 캠핑이다.

-길잡이-
*대천 나래뜰 캠핑장은 서해안고속도로 대천IC에서 빠진다. 대천해수욕장 방면 36번 국도를 타고 가다 해수욕장과 대천항 갈림길에서 대천항으로 우회전한다. 1㎞ 정도 더 가면 오른쪽으로 대천애육원 이정표가 보인다. 대천애육원 후원회가 운영하는 것으로 수익금은 애육원 아이들을 위해 쓰인다고 한다. 캠핑장 사용료 1만5000원. 장작 반포대 5000원. 실내 개수대를 갖췄고 화장실에선 온수가 나온다. 개수대에선 온수가 안 나오므로 고무장갑을 들고 가면 좋을 듯하다. 캠핑장예약 070-8270-8765 캠핑장현장(041)933-9771

*겨울 캠핑장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전기 사용유무와 실내 개수대, 온수가 나오는지 여부다. 미리 확인해보고 가는 것이 좋다.

*겨울철에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불조심이다. 넓지 않은 실내 공간에서 잘못 불을 피우다간 화재가 날 위험이 높다. 음식은 간편식으로 설거지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게 좋다.

*코베아의 임현주씨는 “겨울 캠핑장비는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다. 텐트는 눈과 바람을 막을 수 있는 머드월 재질을 쓰는 게 좋다고 했다. 김산환씨는 “침낭은 담요형보다 미라 형이 보온력이 더 좋다”며 “1.5ℓ정도 페트병에 더운 물을 넣어 수건으로 싸서 침낭에 넣어놓으면 보온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전기를 사용할 수 있으면 전기담요 같은 것을 가져갈 수 있다.

*겨울 캠핑장비는 구입하기 전에 휴양림에서 방을 잡아놓고

겨울 캠핑을 해보고 가는 것도 좋다.


겨울에 가기 좋은 캠핑장 10선

△연천 한탄강오토캠핑장(031-833-0030) 취사장에는 전기난로, 샤워장에는 온수가 나온다. 전기는 기본.

△가평 연인산오토캠핑장(031-582-5702) 실내 취사장에 가스레인지가 설치되어 있다. 샤워장과 화장실도 청결하다.

△가평 합소오토캠핑장(031-584-7584) 캠퍼 사이에 편의시설이 완벽하기로 소문난 캠핑장. 겨울에도 예약 필수.

△가평 리스캐빈오토캠핑장(031-584-7580) 화장실만 놓고 보면 최고다. 서울~춘천 고속도로 개통으로 서울서 1시간이면 갈 수 있다.

△영월 솔밭캠프오토캠핑장(033-374-9659) 10 가족은 넉넉하게 수용하는 몽골 텐트 취사실에서 화목난로 쬐는 기분을 맛볼 수 있다.

△평창 솔섬오토캠핑장(033-333-1001) 최근 편의시설을 대거 확충, 겨울에도 쾌적한 캠핑을 할 수 있다. 휘닉스파크가 가깝다.

△태안 몽산포오토캠핑장(041-672-2971) 겨울 바다를 보면서 캠핑한다. 바람은 아늑한 솔숲이 막아준다.

△대천 나래뜰오토캠핑장(070-8270-8765) 차로 5분 거리인 대천항에서 구입한 싱싱한 해산물로 파티까지 즐길 수 있다.

△해남 땅끝오토캠핑장(061-534-0830) 한겨울에도 따뜻하다. 인근에 둘러볼 곳도 많다.

△무주 덕유산오토캠핑장(063-322-1097) 국립공원 캠핑장의 모범답안 같은 곳.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 타고 향적봉에 오르면 눈꽃구경도 할 수있다.

<오토캠핑 바이블>의 저자 김산환·최갑수씨가 추천한 겨울에 가기 좋은 캠핑장.

ⓒ 경향신문 & 경향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