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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공무원]① 10명 중 9명 "정년 전에 이직하고 싶다"

by 시리우스 하우스 2015. 8. 18.

 

[흔들리는 공무원]① 10명 중 9명 "정년 전에 이직하고 싶다"

  • 조선비즈 정책팀

     

     

     

    입력 : 2015.08.17 08:00 | 수정 : 2015.08.17 08:42

    “마치 한국의 고속 경제성장의 비결을 발견한 듯했다. 공무원들의 충성, 투철한 열의에 놀랐다. 대통령의 지시가 장관에 떨어지면 장관은 바로 해당 간부회의를 열고 담당 차관보, 국장, 과장, 사무관들은 그때부터 불철주야 작업에 매진하는 것이었다. 지식이나 논리보다 더 중요한 것이 헌신적 노력, 열의라는 것을 인식하게 했다.”

    구본호 전 울산대 총장은 1970년대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원장 시절 옆에서 지켜본 공무원을 이렇게 회상하며 우리가 고속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던 한 요인으로 ‘공무원의 열의와 충성’을 꼽았다. 한국이 전쟁의 아픔을 딛고 압축 성장을 하면서 빠르게 근대화될 수 있었던 데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밤낮없이 조국에 헌신했던 공무원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그랬던 공무원들이 흔들리고 있다. 대한민국 근대화의 역군들에게 세월호 사고 이후 불거진 관피아 논란은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됐다. 김영란법 통과, 공무원 연금개혁 등은 사기를 꺾었다. 공무원들이 흔들리면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난다. 국가 정책의 정교함은 떨어지고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퍼지면 경제 활력은 떨어진다. 공무원들의 현 주소를 시리즈로 알아본다. [편집자주]

    관피아 논란·김영란법·연금개혁에 “일할 맛이 안 난다”
    자존심으로 버텼던 공무원 “왜 일 하는지 모르게 됐다”

    중앙부처에서 촉망 받던 A 국장은 지난해 돌연 사표를 냈다. 사직서를 냈을 당시 주변에서 말들이 많았지만 그는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컸다”고 했다. 20년 남짓 공무원 생활을 한 A 국장이 한 달에 받았던 급여는 한 달에 400만원 후반대.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는 “자녀가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어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표를 내고 얼마 후 대기업 임원으로 재취업했다.

    중앙부처 B 과장은 올 초 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B 과장은 공무원 생활을 더 하면서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쌓으려고 했지만 기회가 오자 지원을 했고 합격과 동시에 미련 없이 사표를 냈다. 그는 “내가 있는 부처는 하루하루가 전쟁이었는데 나오니까 마음이 편하다”며 “오래전부터 공무원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예정보다 3~4년 정도 빨리 나온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흔들리는 공무원]① 10명 중 9명 "정년 전에 이직하고 싶다"
    공직을 떠나는 공무원이 늘고 있다. 민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월급을 받으면서도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으로 열심히 일했지만 작년 세월호 사고 이후 모든 공무원을 범죄 집단으로 몰아가는 사회적 분위기는 가슴 속에 큰 상처가 됐다.

    관피아(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 논란으로 재취업은 더 어려워졌고 공직자가 대가와 상관없이 한 사람에게 일정 금액 이상의 식사 대접 등을 받으면 무조건 처벌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통과되면서 자존심이 무너졌다. 인생의 마지막 버팀목으로 여겼던 공무원연금은 “막대한 세금이 투입된다”는 여론에 밀려 매월 수만~수십만원씩 줄어들게 됐다.

    한 부처의 과장은 “월급은 적은데 재취업이 어려워지면 (인사적체로) 승진은 더 늦어지는 것 아니냐”며 “연금은 깎이고 김영란법으로 공직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니 도무지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 “왜 이렇게 일해야 하나”…공직 떠나는 공무원 급증

    그래픽=박종규
    그래픽=박종규
    작년부터 관피아 논란과 김영란법 통과, 공무원 연금개혁, 세종시 이전 등의 일들이 잇따라 진행되면서 상당수 공무원이 공직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공직을 떠나고 싶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선비즈가 세종시로 이전한 14개 부처, 203명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정년 퇴임 전에 민간으로 이직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85.9%가 ‘그렇다’고 했다. 75.9%는 조건에 따라 이직한다고 했고 10%는 무조건 떠나고 싶다고 대답했다.

    올 초 공무원을 그만둔 중앙 부처의 C 과장은 “주변에 (행시 합격 후) 18년을 근무해도 과장을 못 다는 사람들이 있다. 민간 기업에서 한 직급에 20년 가까이 근무한다고 하면 어떻게 되겠냐,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승진이 너무 느리고 조직 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공무원들은 열심히 일하는데 적폐라고 비난만 한다. 공무원 연금도 공무원을 장기적으로 어떻게 끌고 갈 지를 보면서 개혁해야 하는데 무조건 뜯어 고친다고 하니 불만이 많은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흔들리는 공무원]① 10명 중 9명 "정년 전에 이직하고 싶다"
    실제 공직을 떠나는 공무원도 급증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정년 전에 그만둔 일반직 공무원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연평균 1175명에서 지난해 2932명으로 크게 늘었다. A 국장은 “보통 사람들은 돈을 많이 받거나, 명예나 권력이 있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데 공무원들은 자존심으로 일했다”며 “그런데 (관피아 논란 등으로) 그게 없어지니 공무원들이 왜 일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내부의 보이지 않는 벽에 막혀 이직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모 부처의 D 과장(부이사관)은 현재 퇴직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비(非)고시 출신인 그는 능력을 인정 받아 줄곧 주요 부서에서 근무했고 다른 비고시 공무원들의 롤모델(role model)로도 꼽히고 있지만 ‘비고시 출신’ 공무원이 계속 승진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D 과장은 이제 갓 50세를 넘겼다. 그와 같은 부처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능력을 보지 않고 간판만 보는 씁쓸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했다.

    ◆ 공무원 아빠를 부끄러워하는 아이

    [흔들리는 공무원]① 10명 중 9명 "정년 전에 이직하고 싶다"
    공무원들은 전반적으로 공무원들의 사기가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 조선비즈 설문 결과 ‘공무원의 사기가 저하됐다는 주장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무려 97.5%인 198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사기가 저하된 가장 큰 이유로는 ‘사회적 분위기 악화’가 꼽혔다. 작년 세월호 사고 이후 공무원들을 비리의 온상이라고 여기는 시선들이 늘어난 탓이다. 또 공무원 연금 개혁으로 연금액이 줄고 재취업이 힘들어지면서 사기가 꺾였다는 대답도 많았다.

    E 국장은 작년 세월호 사고 이후 가족들이 자신의 신분을 숨기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E 국장은 세월호 사고와 전혀 관련이 없는 부처에서 근무했다. 그는 “세월호 사고 이후 아들은 학교에서 아빠가 공무원이라고 말을 안 했다고 한다. 어머니도 자식이 공무원이라고 말을 안 하고 그냥 회사에 다닌다고 했다고 하시더라. 내가 무슨 죄를 지었나 싶었다”고 허탈하게 웃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공무원 중 62.6%는 다시 진로를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행정부가 가졌던 권한이 국회와 시장으로 점점 이동하면서 공무원으로서의 보람은 점점 사라지고 연금개혁, 재취업 심사 강화 등으로 민간과의 경제적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됐다. 중앙부처의 한 과장은 “과거엔 공무원이 중요했을지 몰라도 이제는 공무원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시기인 것 같다”며 “공무원들도 변하는 세상에 적응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씁쓸해 했다.

    [흔들리는 공무원]① 10명 중 9명 "정년 전에 이직하고 싶다"

     

     


    [흔들리는 공무원]② 국회·시장으로 넘어간 권력

     

     중앙부처 과장 “국회에선 가을날 길가의 낙엽만도 못해”
    다수 공무원 “국회에 권한 치중…국회도 세종으로 와야”

    지난 봄 중요한 정책을 발표한 경제부처의 A과장은 정책 설명을 위해 국회를 찾았다가 얼굴이 빨개지는 일을 겪었다. 담당 상임위의 보좌관들에게 정책을 설명하러 갔지만 보좌관들이 국장이 와서 설명하라며 A과장을 만나주지도 않은 것이다. A과장은 “과거에는 중앙부처 과장이 국가정책을 만드는 핵심이었는데 이제 여의도에서는 가을 길가에 치이는 낙엽만도 못한 존재가 됐다”며 한탄했다.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과거와 비교해 공무원들의 권한이 감소했다고 느끼고 있었다. 조선비즈가 세종시 공무원 20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3%인 169명이 ‘공무원의 권한이 과거와 비교해 많이 줄었다’고 답했다. ‘약간 줄었다’(20명)고 답한 응답자까지 합치면 93%가 권한이 과거보다 줄었다고 답한 것이다.

    그래픽=박종규
    그래픽=박종규

    실제로 과거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권한은 막강했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과장 시절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회의 결정을 뒤집은 일화를 회고록에 적었다. 그만큼 일선 공무원들의 재량권이 컸다는 말이다.

    하지만 갈수록 국회로 권력의 균형추가 넘어가면서 이런 일화는 말 그대로 추억이 됐다. 이제는 국회의 허락 없이는 정책 집행이 불가능한 지경이다. 정부가 야심차게 마련했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3년째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 담당 공무원들이 수시로 국회를 찾아 야당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언제 통과될 지 가늠조차 할 수가 없다. 중앙부처에서 근무하다 민간기업으로 옮긴 B씨는 “이전에는 법 통과 못 시키는 사무관은 바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지금은 국장이 해도 안 된다”고 했다.

    조선비즈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7%인 195명의 공무원이 ‘국회에 권한이 치중돼 있다’고 답했다. 국회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 때문에 업무에 차질이 있다고 답한 공무원이 148명(74%)이었고, 나머지 47명(23.2%)은 업무에 차질은 없지만 권한이 국회에 치중된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정부와 국회의 관계가 균형이 잘 잡혀 있다고 답하거나 국회로 권한이 더 이양돼야 한다고 답한 경우는 8명에 불과했다.

    공무원들은 세종시 이전 후에 이런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고 말한다. 국회에서 수시로 간부급 공무원들을 부르면서 업무의 비효율성이 커졌다. 국회에서 열리는 작은 행사나 간단한 회의에도 실무진보다는 간부들을 부른다. 세종시에서 정책을 만들 시간조차 없어진 것이다. 어렵게 만든 정책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거나 난도질당하는 것을 보고 상실감을 느끼는 공무원도 적지 않다.

    [흔들리는 공무원]② 국회·시장으로 넘어간 권력

    한 경제부처 국장급 공무원은 “최근에는 정책을 만들 때부터 국회에서 통과되기 어려운 정책은 제외하는 경우가 있다”며 “공무원들의 권한은 줄고 책임은 여전해 전반적으로 공무원 사회 분위기가 방어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경제부처 전직 장관은 사석에서 “국회로 권력이 넘어가다 보니 공무원들이 태업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세종시 공무원들은 그나마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회와 청와대도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특히 수시로 공무원들을 호출하는 국회가 세종시로 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130명(65%)이 국회와 청와대가 모두 내려와야 한다고 답했고, 49명(24.1%)은 국회만 내려오면 된다고 답했다. 국회, 청와대 외에 행정자치부 등 다른 행정기관도 모두 내려와야 한다는 의견과 세종시가 아니더라도 국회, 청와대, 행정기관이 한곳에 모여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변화하며 과거 정부에 쏠려있던 권한이 기업 등 민간으로 분산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계획에 따라 경제 성장이 이뤄지던 과거에는 정책을 수립하는 공무원의 역할이 중요했지만, 지금 경제 구조에서는 정부는 민간을 지원하는 조력자 역할로 물러나며 자연스럽게 공무원의 권한이 줄었다는 것이다.

    경제부처에서 국장을 지내고 물러난 C씨는 “과거 공무원들은 한 손에는 재정과 세제 등 인센티브를, 한 손에는 규제를 쥐고 우리 시장을 움직였지만 지금은 기업과 소비자의 역할이 워낙 커졌기 때문에 그만큼 공무원의 권한도 줄었다”며 “바뀐 경제구조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공무원 권한 변화로도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고용 정책만 봐도, 몇 년 전까지는 정부가 고용을 늘리는 기업에 재정을 통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펼쳤지만, 현재는 새로운 정책적 지원보다는 기업의 적극적인 고용을 호소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공무원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도 정부의 권한이 상당 부분 민간으로 이양됐음에도 현안에 대해서는 정부의 역할을 과도하게 기대한다는 것이다. 산업 규제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한 중앙 부처 과장은 “정책 설명회 등을 통해 민원을 접하다 보면, 정부 규제를 완화해 시장의 자율성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시장 조성이나 자율적으로 마련해야 할 질서 수립에 있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는 모순적인 모습이 나타난다”며 “이런 경우 공무원 역할의 한계를 느낄 때가 많다”고 말했다.

    [흔들리는 공무원]② 국회·시장으로 넘어간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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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들리는 공무원]③ 재취업길 막히고 연금은 줄고

  • 조선비즈 정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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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5.08.18 08:00 | 수정 : 2015.08.18 08:06

    취업 제한율 올 초 31.2%로 높아져…열악해 지는 처우
    연금 수만~수십만원 감소, 민간과 보수 격차 더 벌어져

    행정고시 22회에 합격해 약 30년간 공직생활을 한 A씨는 2011년에 공직을 그만두고 국책기관이 주주로 있는 한 기업의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거기서 약 3년간 대표이사 생활을 하다가 작년 말에 한 회계법인 부회장으로 재취업했다. 행정고시 23회로 2011년에 공직을 그만둔 B씨도 산하 금융공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뒤 3년 임기를 채우고 1년쯤 쉬다가 올 초 다른 금융기관으로 이직했다.

    과거 대다수의 고위 공무원들은 이처럼 퇴직 후 민간 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무원 월급이 민간보다 적어도 퇴직 후 민간 기업이나 공공기관으로 재취업하면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참고 버티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작년에 세월호 사고가 터지고 관피아(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 논란이 불거지면서 관료들의 재취업이 어려워졌고 공무원들의 사기는 크게 떨어졌다.

    ◆ 재취업 어려워지고 민간과 보수 격차는 더 벌어져

    [흔들리는 공무원]③ 재취업길 막히고 연금은 줄고
    지난해 퇴직 공직자의 취업 제한율은 평균 19.6%였다. 퇴직 공직자들은 재취업을 할 때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10명 중 8명만 취업이 됐다는 말이다. 이 비율은 올해 초에 31.2%로 뛰었다. 관피아 논란이 일면서 낙하산 인사에 대한 검증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또 올 3월부터는 공직유관단체와 비영리분야 기관 및 단체가 취업제한 기관으로 포함됐고 취업제한 기간도 퇴직 후 2년에서 3년으로 늘었다. 2급 이상 고위 공무원은 과거엔 소속 ‘부서’의 업무와 관련된 기업에만 재취업이 금지됐지만 이제는 부서와 상관 없이 소속 ‘기관’의 업무 전체와 관련된 기업에 취업할 수 없게 됐다. 세제와 예산, 공공기관 업무 등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나 상장사 공시업무, 금융 및 자본시장 업무, 회계 업무 등을 맡은 금융위원회 고위 공무원들은 퇴직 후에 사실상 민간 기업에 재취업을 하기가 불가능해졌다.

    중앙부처에서 과장을 하다가 올 초 민간으로 옮긴 C씨는 “공무원 처우가 안 좋아도 우리 선배들은 민간으로 나가는 방법 등으로 보상을 받았는데 지금은 그런 보상이 없어졌기 때문에 이직을 하고 싶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며 “능력 없는 사람의 낙하산 인사는 막아야지만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공무원을 바라보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공무원과 민간의 보수 격차는 과거보다 더 벌어졌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5급 사무관은 첫 달에 218만5400원(세전 기준)을 기본급으로 받는다. 9급 공무원의 첫 달 기본급은 128만2800원이다. 여기서 세금을 떼면 실수령액은 더 줄어든다. 상여금, 시간 외 근무수당을 추가로 받긴 하지만 민간 기업과 비교하면 여전히 적은 금액이다. 2004년 95.9%였던 공무원 보수의 민간임금 접근률은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에는 84.3%를 기록했다.

    공무원들은 민간 부문과의 임금 격차가 확대되는 것을 가장 큰 불만 요인으로 꼽기도 했다. 조선비즈가 세종시로 이전한 14개 부처, 203명의 공무원에게 ‘세종시로 이전한 것과 관계 없이 공무원이 된 걸 후회한 적이 있다면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어본 결과 53명, 26.1%가 ‘경제적 측면, 민간과의 격차 확대’를 꼽았다.

    공무원 연금 개혁으로 앞으로 받게 될 연금도 줄어들게 됐다. 지난 5월 29일 국회를 통과한 공무원 연금 개혁안에 따르면 연금 타는 나이는 60세에서 65세로 늦어지고 보험료는 늘어나는 대신 연금액은 매월 수만~수십만원씩 감소한다.

    ◆ 세종시 이전으로 경제적 부담까지 늘어

    [흔들리는 공무원]③ 재취업길 막히고 연금은 줄고
    세종시로 이전한 부처의 공무원 중 젊은 사람들은 아예 세종시로 내려온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과장급 이상 공무원들은 상당수가 자녀 교육, 아내 직장 등 다양한 이유로 기존 거주지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다. 기존 거주지에서 출퇴근 하는 공무원 중 일부는 세종시에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얻어 생활하는 탓에 경제적인 부담도 늘었다.

    14개 부처, 203명의 공무원 중 세종시로 모든 가족이 이주한 비율은 39.9%였고 세종시로 본인만 이주한 비율은 41.9%였다. 전체의 7.4%는 기존 거주지에서 매일 출퇴근을 한다고 답했다. 기존 거주지에서 출퇴근 하면서 가끔씩 공무원 임시 숙소를 이용하는 한 중앙부처 국장은 “세종시로 이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가족들이 모두 반대해 매일 출퇴근을 하고 있다”며 “하루에 4시간 이상 버스에 시달리다 보면 정말 죽을 맛”이라고 푸념했다.

    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경제적인 부담이 줄었다는 비율은 15.3%에 불과했고 66%는 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주거비 등으로 한 달에 30만~50만원을 더 쓴다는 응답이 전체의 22.7%였고 50만~70만원이 13.3%였다. 70만원에서 100만원을 더 쓰게 됐다는 비율도 8.4%였고 100만원 이상 증가한 비율도 3.4%에 달했다.

    주중에는 세종시에 마련한 오피스텔에서 생활하고 주말에만 서울로 올라간다는 한 부처의 과장은 “아무리 안 쓴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두 집 살림이다 보니 자잘하게 돈이 많이 들어간다”며 “아내가 ‘얼마나 번다고 두 집 살림을 하느냐. 집에 가져다 주는 게 뭐냐’고 타박할 때마다 기운이 빠진다”고 말했다.

    부처가 세종시로 오면서 업무 비효율은 더 늘었다. 기획재정부의 한 국장은 “올 초에 일주일에 2~3번 회의 때문에 서울로 올라가는데 부처 내에서는 출장을 많이 가는 편에 들지도 못 한다”며 “해야 할 일은 과천에 있을 때랑 비슷한데 출장 때문에 늘 시간에 쫓기다 보니 스트레스는 더 늘었다”고 말했다.

    [흔들리는 공무원]③ 재취업길 막히고 연금은 줄고

    [흔들리는 공무원]④ "세종시 이전 후 정책 역량 떨어져"

  • 조선비즈 정책팀

     

  • 입력 : 2015.08.18 08:00 | 수정 : 2015.08.18 08:34

    공무원 설문조사 결과 69.4% “과거보다 역량 떨어져”
    “잦은 출장 탓에 사무관 교육 제대로 안되는 게 문제”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무역 관련 업무를 하는 30대 초반 사무관 A 씨는 서울로 출장을 갈 때마다 술 한 잔 하자는 B 과장의 말이 부담스럽다. 일이 끝나고 기업 관계자들과 소주 한잔 하면서 업계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어야 정책을 만들 때 도움이 된다는 것인데, 다시 KTX를 타고 세종시로 돌아올 생각을 하면 몸이 무거워진다. 매번 거절하고 세종시로 돌아갈 때면 뒤통수가 따갑지만 차라리 그 시간에 집에서 책을 읽거나 동기들을 만나 맥주 한잔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


    작년 5월 정부세종청사 국무총리실 복도를 직원들이 걷고 있다.
    작년 5월 정부세종청사 국무총리실 복도를 직원들이 걷고 있다.

    B 과장의 생각은 다르다. 세종시에 틀어박혀 공무원들끼리만 만나면 본인은 편하겠지만 책상머리 정책밖에 나오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들을 소개해 주려고 자리를 애써 만들어도 사무관이 KTX 티켓을 예매했다고 대답하면 강요하기가 힘들다. B 과장은 “매일 공무원들끼리 만나 비슷한 얘기를 하다 보면 공무원 사회가 하나의 '섬'처럼 되고 갇힌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대다수 공무원은 세종시 출범 이후 정책 역량이 과거에 비해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 국회, 금융시장 등 정부를 제외한 주요 협의 기관이 여전히 서울에 있어 출장이 잦아진 영향이 컸다. 상사와 부하 간 소통이 부족해지면서 공무원 사회가 하나의 섬처럼 고립될까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 “부하 직원 얼굴 볼 시간도 없다”…무너지는 도제식 교육


    [흔들리는 공무원]④ "세종시 이전 후 정책 역량 떨어져"
    조선비즈가 세종시로 이전한 정부 부처 5급 이상 공무원 203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9.4%는 공무원들의 정책 역량이 과거보다 떨어졌다고 답했다. 이중에서 현저히 떨어졌다고 응답한 비율이 18.7%나 됐다. 30.5%는 과거와 별 차이가 없다고 대답했다.

    정책 역량이 떨어진 이유로 상사와 부하의 소통 부족(42.4%)을 꼽은 사람이 가장 많았다. 서울로 출장이 잦아지면서 같은 공간에서 업무를 할 시간이 적어졌고 자연스럽게 상사와 부하 간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공무원들은 입을 모았다.

    중앙부처의 C 국장은 올 초에 일주일에 2~3번씩 서울로 출장을 갔다. 서울에서 세종시로 출퇴근하는 그는 서울에서 오후에 회의가 있는 날이면 곧장 집으로 퇴근하는 경우가 많았다. 세종시에도 오피스텔을 얻어 놓았지만 일주일에 고작해야 1~2일만 머무른다. 그는 “올 초 공직 기강을 바로잡는다고 출장 현황을 조사했을 때 나는 우리 부처에서 상위 20%에도 들지 못했다”며 “출장이 많은 국장들은 거의 서울에 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출장이 잦다 보니 부하 직원들의 대면 보고가 많이 감소했고 자연스럽게 도제식 교육 기회도 줄었다. 기획재정부의 한 국장은 “이전엔 사무관이 올린 보고서가 미흡하면 뭐가 잘못됐는지 알려주고 고치라고 하면서 가르쳤는데 지금은 사무관이 올린 보고서를 과장이나 국장이 직접 수정해서 마무리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부처가 세종시로 내려오면서 사무관 교육이 제대로 안 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의 한 서기관은 "요즘 사무실에 앉아서 신입 사무관을 혼내면서 가르치는 사람은 거의 못 봤다"라면서 "일단 일주일에 3~4번은 서울에 출장을 가 있으니 혼내기는커녕 얼굴 보고 술 한 잔 먹을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 툭하면 부르는 국회…‘섬’이 된 세종시


    [흔들리는 공무원]④ "세종시 이전 후 정책 역량 떨어져"
    설문에 응한 공무원 중 22.7%는 국회의 잦은 호출도 공무원의 정책 역량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았다. 해양수산부의 한 과장급 공무원은 "요즘에는 국회가 거의 상설화 되는 분위기인데 일단 열리면 한 달에 절반 이상은 국회로 출근하고, 예산 시즌에는 거의 상주한다"면서 "다른 부처와 협의할 일도 많은데 국회로 왔다 갔다 하면서 생기는 비효율이 말도 못하게 크다”고 강조했다.

    최근 공무원들이 내부 자료를 카카오톡을 통해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보 유출 우려가 제기됐는데, 이 역시 잦은 출장 탓이라고 공무원들은 설명했다. 업무상 필요한 자료를 서울로 출장 간 사람에게 급하게 보낼 일이 많은데, 공무원용 SNS(바로톡)은 작동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시장과의 소통 부족(19.7%)도 심각한 문제점으로 꼽혔다. 정부는 정책을 만들기 전에 업계 관계자,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세종시로 옮긴 이후로는 그런 자리가 자연스럽게 줄었다. 부동산 정책을 만드는 한 정부 부처의 과장은 "매번 서울로 올라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업계 사람들을 세종시로 부를 수도 없으니 전화기를 붙잡고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면서 "직접 만나 얼굴을 보면서 얘기하는 것과는 접할 수 있는 정보량 자체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의 한 사무관은 “세종시가 공간적으로 일반 사회와 단절돼 있고 공무원밖에 없으니 (공무원들이) 다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고 책상 앞에서 일만 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실제로 세종시에는 공무원과 자영업자만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조선비즈 설문에 응한 공무원의 약 90%는 국회나 청와대가 세종시로 내려와야 한다고 응답했다. 64.0%는 국회와 청와대가 모두 내려와야 한다고 답했고, 24.1%는 국회만 내려오면 된다고 답변했다. 국회와 청와대 모두 내려올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8.4%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