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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공무원연금 개혁 사례와 시사점

by 시리우스 하우스 2014. 11. 27.

 

 

해외 공무원연금 개혁 사례와 시사점

송인보 공무원연금연구소 연구위원

 

 

송인보 공무원연금연구소 연구위원
송인보 공무원연금연구소 연구위원
최근 공무원연금 개혁이 본격 논의되면서 해외 공적연금 개혁 사례에 대한 소개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타국의 사례를 통해 현재 추진 중인 공무원연금 개혁의 방향을 진단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가 피상적인 내용만을 소개하거나 주장하려는 논조에 유리한 사례만 선별하여 소개하는, 이른바 견강부회(牽强附會)의 오류를 범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 글에서는 해외 공무원연금제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해 온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공무원연금제도의 유형과 특성, 최근의 개혁 동향을 객관적인 관점에서 소개해 보려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와 같이 대부분 국가에서 공무원연금제도는 국민연금보다 훨씬 앞서 도입되었다. 일반적인 공적연금제도는 1889년 독일에서 최초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오스트리아는 이미 1750년에 근대적인 공무원연금제도를 도입했고 영국이나 프랑스도 유사한 시기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공무원연금제도, 국가운영 효율성 위한 인력 양성·유지 위해 국민연금보다 앞서 도입

이처럼 일반 국민연금보다 많게는 100년 이상 앞서 도입한 이유는 당시 왕정이든 입헌군주제이든 공무원(civil servant)을 국민의 공복(公僕) 또는 국가운영의 효율성을 위한 엘리트집단으로 양성하고 유지할 필요성에서였다. 이러한 필요성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오늘날에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많은 선진 국가들은 공무원을 위한 별도의 연금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를 제도 적용방법에 따라 독립형(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다층형(미국, 일본, 영국 등), 통합형(남미, 동유럽 다수)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독립형은 우리나라와 같이 직업공무원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에게서 주로 볼 수 있는 유형으로 국민연금과 별도로 공무원연금제도를 운영한다.

다층형은 모든 국민(공무원 포함)들은 1차적으로 국민연금(1층)에 가입하고, 직업별로 각각의 직역연금(2층, 일반 근로자연금, 공무원연금 등)을 추가로 가입하는 방식이다. 여기에다가 개인연금(3층)을 자발적으로 가입토록 세제지원 또는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사용한다.

제도 적용방법 따라 독립형·다층형·통합형으로 구분

민간 근로자나 공무원 모두 두 개 이상의 연금을 의무적 또는 자발적으로 가입하고 퇴직 이후 각각의 연금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다층형 연금제도(multi-pillar system)라고 부른다.

마지막으로 통합형은 별도의 공무원연금 없이 모든 국민이 하나의 공적연금에 가입토록 하는 방식이다. 통합형은 사회통합을 위해 바람직한 것 같지만 직업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주로 경제적으로 낙후된 국가가 이 방식을 채택한 이면에는 IMF나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가 차관 제공을 조건으로 이러한 방식을 권고(강요)한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제도의 도입이 앞선 만큼 선진국의 공무원연금 개혁도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앞서 시작되었다. 1980년대 초부터 일부 국가(일본 ’86년, 미국 ’87년)에서 개혁이 추진되었으나 1990년대에 본격화됐다. 2000년 이후에는 거의 모든 국가가 연금개혁을 추진하는 상황을 맞이하였다.

그런데 눈여겨 볼만한 것은 2000년 이전까지의 공무원연금 개혁은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추진된 측면이 있다. 즉, 공무원수 감축, 인건비 억제 및 연금개혁을 패키지로 한 공공부문 축소 정책에 해당한다.

2000년 이후 공무원연금, 고령화 사회 직면…민간과 유사한 방식으로 개혁 진행

이러한 모습은 많은 선진국에서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보장제도라는 관점보다는 공무원 보수와 복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인사정책적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그 대표적인 유형에 속한다.  

그러나 2000년도 이후부터는 다른 양상도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젊은 노동인력의 감소와는 반대로 고령층에 대한 연금과 의료지출의 증대는 공·사 부문 할 것 없이 복지 지출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이른바 고령화 사회라는 인류 공통의 도전에 직면하게 되면서 민간부문에 비해 지급개시 조건이나 연금수준이 후한 공공부문 연금제도는 하향 조정되거나 민간과 유사한 방식으로의 개혁이 진행되기 시작하였다.

개혁의 특징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한 국가 내에서도 다르게 나타나는 개혁의 양상을 유형화하기는 매우 어렵다. 다만, 현행 제도의 틀을 바꾸느냐 유지하느냐에 따라 ‘구조개혁’과 ‘모수개혁’으로 구분하여 살펴볼 수 있다.

‘구조개혁’, 기존의 틀 바꿔 새로운 제도로 설계…OECD 다수 국가 실시한 방식  

먼저 ‘구조개혁(structural reform)’이란 기존의 틀을 바꾸어 새로운 제도로 설계하는 방식이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공무원에게 하나의 공무원연금제도만 적용하던 방식을 바꾸어 국민연금을 포함하여 여러 개의 연금제도에 적용을 받게 하는 다층형 제도가 대표적인 구조개혁이다.

‘계란을 한 광주리에 담지 마라’는 격언처럼 여러 개의 연금제도 적용을 통해 이직(移職)시에 연금수혜의 불이익을 받지 않고 투자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미국·일본·영국 등 OECD 다수 국가가 이러한 방식으로 개혁을 실시하였다.

다음으로 ‘모수개혁(parametric reform)’이란 기존 체제를 유지하면서 점진적인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방식이다. 주로 비용부담률의 인상, 연금지급률을 인하 및 연금수급연령연장 등이 대표적인 모수개혁 방식에 해당한다.

‘모수개혁’, 기존 체제 유지하며 점직적 추진…프랑스·독일 등 사례

이러한 사례로 프랑스는 공무원연금 기여율을 7.85%(’10년)에서 10.55%(’20년)로 점진적으로 인상하고 있다. 독일의 연방공무원 연금지급률은 40년 재직 시 퇴직 시 보수의 75%에서 71.75%로 인하하였다.

연금지급 연령을 60세에서 65세(일본, 오스트리아) 또는 67세(독일, 프랑스 등)로 인상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모수개혁은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속담처럼 조금씩 개선을 지속하다보면 궁극적으로 큰 폭의 개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이점을 지닌다.

구조개혁이든 모수개혁이든 개혁 전후에 급여나 비용부담의 급격한 변경보다는 다양한 경과조치를 마련하여 장기간 개혁이 이루어지도록 하여 개혁의 피로도를 최대한 줄여나가려는 노력이 선진국 개혁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대부분 국가, 공무원연금 그대로 유지하면서 타 공적연금과 조화 꾀해  

최근 해외 공무원연금 사례에 대한 소개도 늘어나고 있지만 잘못 전달되는 것이 있어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그 중 대표적인 오류가 ‘공적연금제도의 통합이 세계적인 추세이다’라는 주장이다. 이와는 달리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공무원연금을 그대로 유지(OECD 34개국 중 25개 국가)하면서 타 공적연금과의 조화를 꾀하고 있다.

일본이 최근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도 사실과 다르다. 일본은 이미 30년 전에 다층형 체제로 바꾸어 전 국민이 1차적으로 국민연금에 가입을 하고 근로자들은 이에 추가하여 4개의 서로 다른 직역연금(후생연금, 국가·지방 공무원연금, 사학연금)을 가입토록 하였다.

이번의 개혁은 국민연금은 그대로 두고 4개의 근로자연금을 하나로 일원화 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를 위해 민간과 공무원간의 보수, 보험료, 연금수준, 퇴직금 등을 장기간에 걸쳐 유사하게 만드는 공을 들였다. 그런 후 비로소 일원화를 시도한 매우 치밀한 프로젝트였다.

사실이기는 하나 그대로 우리 제도에 수용하기에는 어려운 사례들도 존재   

핀란드나 오스트리아가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통합을 하였다는 소개도 살펴볼 것이 더 있다. 그 나라 국민들은 보험료를 10%이상 부담(오스트리아)하거나, 공무원에 관한한 국가가 연금비용의 약 4/5(핀란드)를 부담한다는 내용도 함께 소개해 주어야 공정하다.

한편, 사실이기는 하나 이를 우리의 제도에 그대로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외국의 공무원연금은 대부분 정부가 공무원에 비해 훨씬 많은 비용을 부담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현재 정부가 보수예산의 약 10%를 연금지출 비용으로 부담하지만 독일이나 프랑스 등은 보수예산의 약 60% 정도를 부담한다.

그러나 이러한 배경에는 제도 도입 역사나 부양률(수급자수/재직자수), 경제규모 등이 서로 다르므로 이를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달리 말해, 이러한 사례를 부각하여 정부가 선진국 수준으로 공무원연금재정 부족분을 모두 부담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혁, 공무원제도 변화 속에서 이해할 필요 있어

결국 해외 사례에 대한 소개에 있어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 방식으로 특정한 사실을 들추어 우리도 이러한 개혁을 하자는 주장은 옳지 않다. 그보다는 왜 이러한 개혁을 추진했는지 배경을 살펴보고 어떠한 과정을 거쳤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보다 유용할 것이다.

또한 공무원연금 개혁을 국민연금과의 관계에서만 바라보지 말고 공무원제도의 변화 속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즉, 공무원제도의 신분제적 요소가 약해지고 민관교류가 활성화되는 추세에 맞추어 연금제도도 이를 반영하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해외 공무원연금 개혁 동향을 보다 정확히 이해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2014.11.27 송인보 공무원연금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