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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이 어디로 도망가는게 아닌데... 무리한 경쟁 안타깝다.

by 시리우스 하우스 2009. 7. 14.

 

山이 어디로 도망가는게 아닌데… `무리한 경쟁` 안타깝다
히말라야에 꿈 묻은 고미영 대장, 8000m봉 석달만에 4개나 완등
비용 때문에 한번에 2~3개 정복

여성 산악인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나섰던 고미영 대장(41ㆍ코오롱스포츠)이 실족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가운데 무리한 기록 경쟁이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좌 완등을 놓고 선배 산악인 오은선 씨(43ㆍ블랙야크)와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지난 5월부터 8000m 이상 고봉을 단 3개월 새 4개를 완등하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했고 이 과정에서 후원사인 코오롱과 블랙야크 역시 간접적으로 경쟁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산악인 허영호 씨는 "두 여성 산악인의 경쟁적 등반이 화를 불렀다"며 "에베레스트를 3번이나 오른 (내)경험에서 봐도 무리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 "살인적 일정" vs "아니다"

= 고미영 씨와 오은선 씨 간 히말라야 경쟁은 올해 들면서 가시화했다. 농림부 공무원 출신인 고 대장은 97년 공무원직을 버리고 암벽 등반가로 활동하다 2006년 처음 히말라야 등반을 시작했다. 반면 오 대장은 93년 히말라야 원정대에 처음 참가해 8000m봉 사냥에 도전하고 있다.

기록 경쟁이 본격화한 것은 올해. 작년까지만 해도 오 대장이 9개봉, 고 대장이 7개봉으로 오 대장이 앞섰지만 올해 들면서 오 대장이 3개봉을, 고 대장이 4개봉을 잇따라 오르며 두 사람 간 격차는 1개봉으로 좁혀졌다. 고 대장이 5월에 오른 봉은 마칼루와 칸첸중가. 6월에는 다울라기리 등정까지 마친다.

지난 11일에는 낭가파르바트 정상에 오른 뒤 하산하다 변을 당한 것이다. 알피니스트(고산 등정 산악인)가 연간 오를 수 있는 8000m봉 한계점은 대략 4개 정도. 이걸 단 3개월 새 몰아서 해낸 것이다. 특히 고 대장은 등반을 시작한 지 만 3년도 안돼 11개봉을 오르는 기록을 세워 14좌를 완등하면 최단 기간(8년) 기록도 세우는 영광까지 앞두고 있었다.

블랙야크 관계자는 "오은선 씨는 고미영 씨를 한번도 경쟁자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며 "14좌 동반 등정에 흔쾌히 동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고 전했다.

◆ 후원사 경쟁도 한몫

= 후원사들 간 간접적인 마케팅 경쟁이 무리한 등정에 한몫을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고미영과 오은선 두 산악인이 세계 기록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블랙야크(동진레저) 강태선 대표가 현지에 머물며 오 대장을 지원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코오롱스포츠(FnC코오롱) 역시 최근 임직원을 현지로 급파해 고 대장을 지원하기도 했다. 물론 등반 일정은 전적으로 등반대장이 결정한다. 하지만 후원사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다. 1억원이 넘는 등정 비용을 개인이 조달하기 힘든 데다 스타가 돼야 후원을 받을 수 있어 등반대 역시 무리하게 일정을 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비용 때문에 등반 패턴이 바뀌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한 번 등정에 1억~2억원을 넘어서는 비용 때문에 후원사들은 베이스 두 곳에 머물며 한 번 등정할 때 2~3개봉을 한 번에 오르는 방식을 선호한다.

산악인 엄홍길 씨는 "비용 때문에 최근에는 산악 등정 패턴이 바뀌고 있고 이 과정에서 무리한 도전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고미영 씨 구조 작업과 관련해 코오롱스포츠는 13일 "헬리콥터를 동원해 구조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파키스탄 정부와 협조가 되지 않아 띄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ㆍ레저 전문 = 신익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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