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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혁, '오해와 진실' 세가지

by 시리우스 하우스 2014. 11. 5.

 

공무원연금 개혁, '오해와 진실' 세가지

 

 

 
나랏님부터 시민까지, 온 나라가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시끌시끌하다. 전쟁과 같은 공무원연금 개혁의 총대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멨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월29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금년 내 처리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 개혁의 길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공무원들은 "차라리 공무원연금을 없애라"며 개혁안에 맹비난을 퍼부었고 실제 개혁안의 재정효과에 대한 의구심도 일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싼 쟁점의 오해와 진실을 짚어본다.

<쟁점1> 공무원은 세금도둑?…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이 시대 불로장생의 아이콘으로 공무원이 급부상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두고 '국민 대 공무원'의 갈등양상이 심화된 탓이다.

지난 10월29일 포털 다음의 아고라에 올라온 27년차 공무원의 "나는 공무원이다"라는 게시글은 단 하루 만에 조회 수 10만건에 육박할 정도로 주목받았다. "요즘 공무원이라는 것이 싫어졌다. 연금 깎기에 배신감을 느낀다"는 그의 하소연에 누리꾼들은 1600여개가 넘는 폭풍 댓글을 쏟아냈다.

-"공무원님들 그냥 받아들이세요. 그럼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목민관으로 각은 나오지 않나요?"(키* 님)
-"할 만큼 하셨습니까? 당신들 연금 메워주려고 우리 아빠는 오늘도 새벽부터 출근하십니다."(진* 님)
-"어서 빨리 퇴직하슈. 국민들 세금으로 댁 같은 사람 월급 줘가며 먹여 살리기 싫으니까."(길* 님)

이 같은 양상은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형평성 문제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소위 공무원연금은 '신의 연금'이라 불리는 데 반해 국민연금은 '서민연금' 혹은 '용돈연금'으로 인식되는 탓이다. 지난해 기준 공무원연금의 1인당 월평균 수령액은 219만원인 반면 국민연금의 월평균 수령액은 84만원에 그쳤다. 공무원이 일반국민에 비해 연금을 평균 2.6배나 더 받는 셈이다.

이는 공무원연금이 과거 민간근로자보다 낮은 '박봉'의 봉급을 노후에 보상해주는 등 공무원사회의 특수성이 고려된 성격이 짙다. 하지만 공무원연금이 설계된 1960대의 상황과 지금은 사뭇 다르다는 게 상당수 국민의 정서다. 그간 공무원 임금체계가 개선된 데다 공무원 특유의 고용 안정성이 부각되며 공무원연금의 '특별우대'에 반감을 표하는 국민정서가 광범위하게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단순 비교해 '하향평준화'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연금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원식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교수(한국재정학회 회장)는 "공무원연금의 급여수준을 깎기 전에 연금 만이 아니라 공무원 임금과 퇴직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갈현숙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엇보다 공무원을 '공공의 적'으로 몰아가는 분위기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공무원연금 개혁의 성공은 이미 많은 연금을 쌓은 재직공무원들이 명예롭게 양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데 있다"며 "공무원을 세금도둑(?)으로 몰아가는 분위기 속에서는 기존 공무원들이 개혁안에 선뜻 합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뉴스1 손형주 기자

 
 
<쟁점2> 누구도 만족 못하는 개혁안, 왜?

새누리당이 지난 10월27일 발표한 개혁안의 뼈대는 연금납입액(기여금)은 올리고 수령액은 삭감한다는 것이다. 보험요율은 현행 14%에서 20%로 인상된다. 반면 급여수준은 현 근로기 소득 63%(33년 가입)에서 50%(40년 가입기준)로 하향 조정된다.

'미래 공무원'인 오는 2016년 신규임용자부터 적용되는 틀은 또 다르다. 현 국민연금과 비슷한 9%의 보험요율과 40%의 급여수준(40년 가입 시)을 적용한다.

이처럼 보험료는 더 많이 내고 급여는 적어지는 구조에 공무원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지사.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은 아예 "공무원연금을 완전히 폐지하고 국민연금과 통합하라"고 초강수를 뒀다. 대신 민간수준과 같은 공무원퇴직금제도 도입, 공무원 급여 및 수당제도 전면개편을 요구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번 개혁안의 실제 재정효과에 대다수 연금전문가들이 고개를 갸웃한다는 점이다. 겉으로는 커다란 재정 절감효과를 낼 것으로 보이나 속내는 그렇지 않다는 것.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무원연금의 보험료를 올리면 공무원이 내는 보험료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국가부담액도 높아지고 연금을 깎는 대신 퇴직수당을 상향하면 추가 재정비용이 유발된다"고 지적했다.

신구 공무원에 대한 이원화도 숙고돼야 할 부분이다. 윤 연구위원은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형평성 못지 않게 신규-재직 공무원의 차별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실질적 성공은 재직공무원들의 연금혜택을 조정하는 데 달린 만큼 이들의 수급연령 조정방안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쟁점3> 공무원 빠진 공무원연금 개혁안

지난 2009년 이뤄진 공무원연금 개정은 개혁이 아닌 개악(改惡)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단 5년 만에 수많은 갈등과 고통이 수반되는 중대 개혁을 또 다시 추진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추진한 개혁은 오히려 격차만 더욱 크게 벌렸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9년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평가한 KDI보고서에는 "연금지급률을 기준으로 개혁 이전에는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급여 격차가 1.4배에 그쳤으나 2009년 개혁 이후에는 1.9배로 늘어났다"고 분석됐다.
 
이런 황당한 개혁은 이해당사자인 공무원이 개혁을 주도한 데 주요 원인이 있다. 연금개혁의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노조 대표가 다수 참여해 기득권 보호가 지나치게 강조됐다는 평가다.

반면 이번에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개혁의 전면에 나서면서 "이해당사자인 공무원이 소외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0월30일 "공무원연금 개혁은 반드시 관련 당사자와 미래를 내다보는 대타협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개혁을 서두르는 여권에 제동을 걸었다. 그는 "국민여론을 등에 업고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국회에서 군사작전 하듯 밀어붙여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제갈현숙 연구위원도 "정부가 2~3개월 내 졸속 개혁을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공무원과 시민대표들이 포함된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한 충분한 논의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