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명의 오디오 컬렉터를 만났다. 이미 오디오라는 여행을 시작했고 이젠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한 보따리나 들려줄 수 있는 그는 오디오광이자 행복한 여행자다.
↑ 날씨 좋을 때는 베란다에 둔 의자에 앉아 음악을 듣기도 한다. 기분에 따라 스피커를 다르게 선택하는 것도 재미다.
스니커즈, m&m 초콜릿, 트윅스 그리고 반려동물 사료인 페디그리, 시저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 마즈(Mars)의 한국 지사 김광호 대표를 만났다. 그의 회사도 아니고 작업실도 아닌 집에서. 김광호 대표의 집은 오디오인지 가구인지 구분이 안 가는 꽤 멋진 빈티지 오디오로 가득 차 있었다. 거실은 물론, 아이들의 방과 부부 침실에도 오디오가 있을 정도니! 이만하면 집 안 어디에서든 빈티지 오디오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셈이다.
어린 시절 산울림의 음악을 듣고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느낀 김광호 대표는 본래 음악과 노래에 관심이 많았다. 가사가 없는 음악도 좋아했고 가사가 입혀진 노래도 좋았다. 지금 교회에서 성가대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도 다 같은 맥락에서이다. "처음엔 금성사 오디오로 음악을 들었어요. 산울림 노래를 처음 접했던 오디오고요. 음악, 소리, 기계 같은 것들이 좋아서 학교 다닐 때는 방송반에서 활동했어요. 그 후 결혼을 해 아남 오디오 세트를 처음 갖췄는데 그 당시 1백 30만원 정도 하던 오디오 세트를 20년 정도 들었죠. 빈티지 오디오를 컬렉션한 지는 4년 정도 됐네요."
빈티지 오디오에 대해 좀 안다 싶은 사람들이 보면 탄복한다는 김광호 대표의 컬렉션은 지금 어느 정도 안정화된 단계다(물론 그전에 수없이 많은 '사고 팔고'가 있었지만). 보통 오디오를 취미로 하는 남자들의 경우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아내의 강력한 반대 혹은 저항에 맞닥뜨리게 되는 데 반해 김광호 대표는 아내와 함께 오디오를 즐긴다. 아내는 오디오 얘기만 나오면 입이 귀에 걸리고, 퇴근해서 잠들 때까지 음악을 달고 사는 남편이 더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취미에 동참했다. "아내에게 많이 고마워요. 부부가 취미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죠. 그리고 여자들이 청각에 더 섬세한 것 같아요. 아내가 저보다 소리에 더 예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디오만 보면 좋아서 덥석 사려고 하는 절 이성적으로 제어해주죠. 구입할 때도 꼼꼼하게 봐주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적어요. 주위 오디오 친구들에게 아내와 함께 다니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아내와 함께 지금까지 구입해온 많은 오디오들(JBL 하크네스, 야마하 CD 플레이어, 마란츠 9 앰프, 가라드 301 턴테이블)과 가구만큼이나 조형적인 미를 뽐내는 로더 스피커, 그리고 아들 방에 있는 탄노이 스피커까지 모두 저마다 에피소드가 있다. 그중에 특히 애착이 가는 스피커는 거실 TV 양 옆을 차지하고 있는 JBL 하크네스 스피커다. 두툼한 외관만큼이나 재즈곡에 잘 어울리는 스피커. 빈티지 오디오 애호가라면 꼭 갖고 싶어하는 스피커다. 해외 출장에서 돌아오던 길, 그날로 차를 몰아 대구로 향했다. 판매자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그리고 얼른 스피커를 만나보고 싶은 마음에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데도 부부가 행복한 마음으로 운전을 했던 추억이 담긴 스피커다. 두 사람이 함께하니 추억은 두 배가 됐다. "어쩌면 오디오를 좋아한다는 것은 여행 같아요. 삶이 풍요로워지는 여행이요. 또 그 여행길에서 좋은 사람들도 만날 수 있죠." 김광호 대표는 오디오를 접하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오디오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의 작은 동호회도 그렇거니와 호주, 미국 등에도 오디오로 연을 맺는 친구들이 있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오디오라는 취미 하나로 친구로 통할 만큼 오디오의 매력은 국경과 나이를 초월한다. 오디오광인 아빠를 둔 아이들도 음악을 즐기는 것은 물론 둘째 아들은 재즈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 재즈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아들을 위해 정보를 찾는 과정에서도 음악을 통해 알게 된 이들의 도움이 있었고, 지금도 소위 '환자'라고 불리는 오디오에 심취한 이들과 소통할 수 있어 김광호 대표는 즐겁다.
그에게 언제까지 오디오와 함께할 건지 물었다. "오디오를 관리하는 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계속 듣지 않으면 안된다는 거예요. 로더 TP-1A 스피커에 꼭 맞는 OPUS45 인티앰프를 구입한 후 주로 로더 스피커로 많이 듣긴 하지만 진한 느낌의 JBL, 탄노이 스피커 등도 꾸준히 들어요.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오디오라는 취미가 끊기지 않고 지속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오디오에 따라, 어떤 음악을 듣느냐에 따라 계속 다르게 느껴지니까 지루할 틈이 없어요." 오디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동안 김광호 대표는 한 회사의 대표라는 무게를 벗어버린 행복한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음악의 힘이란 얼마나 대단한지. 모든 것이 금세 바뀌는 요즘 하나의 취미를 가지고 꾸준히 나아가는 이 여행자의 행복한 여정이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영국의 유명한 스피커인 로더. 클래식곡을 들을 때 특히 좋다.
뒤쪽으로 보이는 앰프는 로더 스피커와 궁합이 가장 잘 맞는 Opus45 인티앰프.
김광호 대표가 모든 음악을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건 산울림의 앨범이다.
유학 중인 아들의 방에 탄노이 스피커와 오디오 세트를 들여놓았다.
신진수,포토그래퍼이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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