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등산,캠핑,기타자료/수도권 명산 30선

(29) 동두천 마차산

by 시리우스 하우스 2011. 12. 16.

 

<수도권 명산 30選>수수한 산세속 호젓한 낙엽길 ‘걷는 맛’ 나네∼
(29) 동두천 마차산
문화일보|
엄주엽기자|
입력 2011.12.16 14:11
수도권의 이름난 산들을 주말에 찾으면 '앞 사람 꽁무니 보면서' 산행을 하게 된다. 그래선지 근교산 중 '수수하더라도 호젓한' 산을 묻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럴 때 추천했던 산이 동두천시 마차산(磨釵山·588.4m)이었다. 2006년에 전철 1호선 소요산역이 생기면서 동두천 소요산(587m)의 등반객들이 크게 늘었지만, 마차산은 소요산을 바로 마주하고 있으나 아직 주말에도 한적하다. 동두천역에서 소요산역에 거의 닿을 무렵 왼쪽으로 나타나는 산이 마차산이다. 동두천과 연천군 전곡읍의 경계를 가르며 솟아 있는 마차산은 전철 1호선과 3번 국도를 사이에 두고 동쪽의 소요산과 마주 보고 있다.

 


↑ 댕댕이고개에서 마차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수북한 낙엽에 잔설까지 쌓여 걷는 맛이 좋다. 14일 등반객들이 정상 직전의 오르막을 지나고 있다. 동두천=김낙중기자 sanjoong@munhwa.com

 

마차산은 그 동쪽 감악산(675m)의 지맥으로 분류된다. 백두대간의 추가령에서 갈라져 우리 국토의 허리를 가르며 남쪽으로 한강과 임진강에 이르는 산줄기가 한북정맥으로, 거기서 다시 한강봉에서 갈라져 한탄강과 임진강의 합수점인 도감포에서 끝나는 지맥을 감악지맥이라 부른다. 감악산을 지나 마차산은 그 끝에 위치한다.

경기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소요산이 기암절벽이 많아 화려하면서 다소 가파른 반면 마차산은 수수하고 호젓한 맛에 찾는다. 소요산의 명성에 가려 찾는 이가 적다는 게 장점이라고 할까. 하지만 한번 찾으면 번잡해진 소요산보다 차분한 마차산을 더 좋아하게 된다. 특히 밤골재에서 정상에 이르는 능선길은 조용하고 푹신하고 완만한 느낌이 그만이다. 사계절 어느 때 찾아도 색다른 맛을 주는 '명품길'이다. 겨울은 다소 썰렁하지만, 닿는 발길이 적다보니 가을에 떨어진 낙엽이 수북해 그걸 밟고 걷는 재미가 있다.

또 마차산 밤골계곡의 청정한 녹음 숲 사이 계류는 한여름에도 인적이 적어 일행과 하산길에 막걸리를 놓고 탁족(濯足)을 하기에 더할 데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가보니 아차! 지난여름의 수해로 본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엉망진창이 돼 있었다. 계류는 물론 예전의 등산로조차 찾을 수 없게 망가져 있어 아끼며 만나던 좋은 친구를 잃은 양 황망했다.

마차산 정상 부근에는 지금도 마차산성의 흔적이 남아 있다. 예로부터 군사요충지였음을 알 수 있으며, 지금도 정상 능선에는 드문드문 군부대가 설치한 참호가 눈에 띈다. 1950년 1월쯤 한국군도 북한의 군사동향이 심상치 않자 그들의 공격을 저지할 주방어선을 설정했는데, 이때 설정된 방어선이 주문진 남방~춘천 북방~마차산~임진강 일대를 연결하는 선이었다. 그러다보니 '마차산 전투'의 기록이 남아 있을 만큼 이곳은 치열한 격전장이었다. 마차산 계곡이 시신으로 덮일 정도였다고 전한다. 호젓한 마차산이 쓰라린 상처를 품고 있는 것이다.

소요산역에서 내려 3번 국도를 건너지 않고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소요교가 나온다. 다리를 건너 소요초교와 소망기도원을 지나 밤골재로 향하는 기도원 코스가 가장 완만하고 길게 타는 코스였다. 기도원 입구에는 골프연습장이 생겨 좀 흉물스럽다. 예전에 찾았을 때는 중간 갈림길 부근에 시원한 물맛이 일품인 약수터가 있었고, 주능선으로 붙는 밤골재로 향하는 갈림길 부근 비탈의 높은 나무에 그네를 걸어놓아 한번 흔들어보고 올랐는데, 지난여름 수해로 모두 구분할 수 없게 돼 버렸다. 계곡을 통해 밤골재나 댕댕이고개로 붙는 길은 찾지 못하게 망가졌다. 계곡에는 한창 복구공사가 진행 중이다.

따라서 밤골 입구에 있는 골프연습장에서 오른쪽 양원리 고개를 통해 길게 밤골재를 타는 수밖에 없다. 양원리 고개까지는 20분 정도 비탈을 올라야 한다. 그러면 주능선에 붙은 셈이다. 양원리 능선길 끝에 닿으면 밤골재까지는 내리막길이다. 밤골재의 이정표에는 소망기도원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을 막아놓았다. 수해 탓이다.

밤골재에서 댕댕이고개를 거쳐 마차산 정상에 이르는 길이 앞서 말한 대로 걷는 맛이 좋은 길이다. 봄에는 신록과 철쭉으로, 여름에는 시원한 녹음 터널로, 가을에는 노란 그늘막으로, 겨울에는 낙엽을 밟는 맛으로 어느 때나 좋다. 댕댕이덩굴이 많아 이름 지어진 것으로 보이는 댕댕이고개를 지나면 드문드문 군부대가 설치한 참호들이 나타난다.

마차산 정상에 서면 소요산과 동두천시가가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에는 지역 산악단체에서 세운 정상석이 있다. 정상석 뒷면에 새겨진 표비기(標碑記)에는 '마차산은 삼신 할머니(麻姑·마고)께서 주재(主宰)하시는 갈뫼(磨岳·마악)로 삼신 할머니가 수리바위에 앉아 옥비녀와 구슬을 갈고 매무새를 고치셨다는 전설에서 그 이름에 갈마(磨) 비녀차(釵)를 붙여 마차산이라 명명했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어디서 나온 유래인지 설명이 없다. 마차산은 '대동지지(大東地志)' 양주편 등에 '마차(摩嵯)'라고 표기돼 있다. 정상 수리바위의 높고 험준한 모양을 본뜬 '摩嵯'가 옳은 표기라 생각된다. 마차산 정상부의 깎아지른 바위가 수리바위다.

정상에서 직진해 늦은고개(간패고개)를 통해 더 길게 타면 감악산으로 향하게 된다. 하산은 버섯재배장 방면으로 하면 안흥교를 거쳐 동두천역으로 가게 되고, 신흥교회 방면으로 내려오면 원래 들입목인 소요초교 부근으로 닿게 된다. 신흥교회 쪽 하산이 훨씬 편하다.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수도권 명산 30選>'신록의 청정계곡' 올여름 폭우에 초토화
<수도권 명산 30選>‘신록의 청정계곡’ 올여름 폭우에 초토화
문화일보|
엄주엽기자|
지난여름 폭우에 마차산 계곡(사진)은 난리가 났었다. 7월29일 경기 북부에 퍼부은 폭우로 마차산은 산사태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이로 인해 흙더미와 나무토막 등이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암자 '도솔암'을 덮쳤고 이 암자에서 4명이 숨졌다. 좀체 언론에 등장하지 않던 마차산이 언론을 탄 것이다.

그 바람에 마차산이 자랑하던 밤골 계곡도 완전히 그 모습이 달라졌다. 소요초교를 지나 봉동마을 뒤편 기도원 쪽으로 올라가면 만나는 마차산 계곡은 녹음이 우거진 가운데 계류가 일품이었다. 여름이면 등산객들이 산을 내려와 땀을 식히는 명소였다. 또 이 계곡길을 거쳐 밤골재와 댕댕이고개로 오르는 등산로가 나 있었다. 하지만 지난 14일 찾아보니 계류는 물론 등산로의 흔적도 없다. 밑동이 빠진 나무들이 계곡을 메웠던 모양으로, 그것들을 모아놓은 것이 산더미 같다.

한창 복구공사가 진행 중인데, 단순한 복원이 아니고 거의 계곡 전체를 둘러엎다시피하고 있었다. 사태가 났던 계곡을 따라 산 정상 부근까지 돌과 흙을 넣은 자루를 쌓고 있다. 예전 약수터 부근의 두 계곡이 만나는 지점은 운동장처럼 넓어져 버렸다. 계곡에 피해가 있었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동두천시도 갈수기에 공사를 끝마칠 요량으로 공사를 서두르는 듯한데, 공사규모가 너무 큰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인명까지 앗아간 대형 사태여서 지금이라도 마무리를 제대로 해야겠지만, 계곡의 모양 자체가 완전히 바뀌는 것 같아 아쉬움도 있다. 정상 가까운 곳에서는 무너진 계곡을 쌓기 위한 돌을 장만하기 위해 주변 돌을 깨뜨리는 작업도 벌이고 있었다. 가능하면 최소한으로 공사를 해 옛 모습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마차산 계곡의 옛 모습을 다시 보기는 어렵게 됐다.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