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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캠핑 커플'인 서대호 한국투자증권 광고팀장과 부인 박영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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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꼭두새벽 골프장행에 '마누라' 바가지가 목을 조르고 모처럼 집에서 뒹굴 거리자면 아이들과 뭘 하며 시간을 보내야할지 모르겠다. 40대 '아빠'들이 이렇다.
그래도 대한민국엔 금요일 저녁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이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 자연을 찾는 '산소' 같은 아빠들이 건재하다. 서대호 한국투자증권 광고팀장은 "오토캠핑은 가족과 할 수 있는 최적의 여가활동"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는 국내 최대 오토캠핑 동호회 '캠핑하는 사람들'(cafe.daum.net/campingpeople)의 운영진을 맡고 있다. 회원수가 무려 8만4000여명에 달한다.
서 팀장이 골프가 아닌 오토캠핑 예찬론자가 된 이유는 초등학교 5학년과 3학년짜리 아들 지수와 연수 때문이다. 광고대행사 근무시절 날밤을 지세우고 야근하길 밥먹듯 했더니 어느 날인가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있는 시간을 서먹해하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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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캠핑을 즐기는 서대호 팀장의 두 아들 지수와 연수. 주말이면 부모님과 함께 전국 캠핑장을 누비는 어엿한 '오토캠퍼'다. |
"문득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기가 생각보다 길지 않다 싶었죠. 오토캠핑은 집을 자연 속으로 가져오는 것과 같은 개념이기 때문에 가족들과 함께 자연을 체험하고 음식을 해먹거나 산책을 하는 것 이외에도 집에서처럼 할 수 있는 게 많습니다."
캠핑에 나서는 서 팀장의 차엔 없는 게 없다. 거실형 텐트부터 야전침대, 에어매트,
타프(그늘막), 테이블, 침낭, 랜턴, 취사도구는 물론이고 빔 프로젝트와 노트북, 기타도 빠지지 않는다. 텐트 밖에서 영화도 보고 기타도 연주한다.
금요일 밤마다 짐을 꾸리는 게 일이다. 한정된 차 안에 각종 캠핑용품을 모두 챙겨가려니 짐을 차곡차곡 잘 쌓는 '테트리스' 기술이 필수적이다.
금요일 밤 11시. 온 가족이 집을 나서 캠핑장으로 향한다. 새벽 2시는 돼야 텐트와 캠핑용품 세팅이 끝난다. 여간 부지런하지 않고는 어림없다.
"캠핑장에선 아빠들이 제일 바쁘죠. 아무래도 집보다는 불편하기 때문에 챙겨주고 거들어야할 게 많은데다 아이들과 공차기라도 같이 해줘야 하거든요. 요즘은 캠핑장에서 돌잔치나 칠순잔치를 하는 가족들도 있어요."
캠핑장에서 만나는 캠퍼들 사이엔 반드시 지켜야할 불문율 있다. 나이, 직업, 이름을 묻지 않는 것이다. '호구조사'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끼리도 자연과 벗 삼아 스스럼없이 어울리는데 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아이들이 더 크기 전에 우리나라 이곳저곳을 많이 보여주고 콘크리트 바닥에서 벗어나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다. 아이들이 기회가 된다면 유럽을 오토캠핑으로 함께 여행하고 싶다.
"아이들이 방학 때면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친구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가끔 같은 반 친구도 캠핑에 초대해 같이 가는데 애들 친구들도 신나서 난리더군요."
서 팀장이 추천하는 계절별 최적의 오토캠핑장은 어딜까.
봄에는 전북 덕유대캠핑장에서 철쭉을 본다. 여름엔 서해안 몽산포캠핑장에서 바다를 벗한다. 가을엔 충청도 속리산의 화양구곡캠핑장이 제격이다. 겨울은 설악이다.
서 팀장의 눈엔 얼핏 사계절의 정경이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