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탐방] 챈들러 오우영 손미애 부부 | |
■커피에 빠진 캠핑-챈들러 오우영 손미애 부부■
캠핑 인구가 늘면서 캠퍼들 사이에서는 올바른 캠핑문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많이 나온다. 인터뷰를 통해 만나는 캠퍼들도 캠핑문화의 과도기에 대해서 자주 언급한다. 캠퍼들 사이에 감성 커피 마니아로 불리우는 챈들러 오우영, 손미애씨 부부 캠퍼 역시 캠핑 초기부터 캠핑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했었던 경험이 있다.
캠핑의 정체성을 고민하다 평소 자연을 즐겨 찾았던 챈들러 부부는 우연한 기회에 오토캠핑에 대해 알게 되었고, 즐겨 애용하던 텐트에 맞추어 여타 장비들을 마련하여 캠핑장에 나갔다. 그들은 조급하게 하지 않았다. 느긋하게 가지고 다니던 텐트를 20여분에 걸쳐 세우고 커피를 즐기곤 했다. 하루는 옆 자리에 밤늦게 들어온 가족이 무려 두 시간에 걸쳐 사이트를 구축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다음날 그 가족은 오전에는 릴랙스체어에 앉아 쉬더니만 점심을 먹은 후에 다시 두 시간여에 걸쳐 짐을 싸고 철수를 했다.
챈들러 부부는 오토캠핑에 대한 심각한 고민에 빠졌었다고 한다. 부부가 지향할 캠핑의 모습을 고민한 끝에 테마를 가지고 캠핑을 해보기로 결정한다. 장비부터 질러대는 캠핑문화가 싫었던 그에겐 주제를 가진 캠핑문화의 필요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그것은 회를 거듭할수록 반복되는 캠핑 활동을 좀 더 즐겁게 지속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다.
챈들러 부부의 캠핑 주제는 커피가 되었다. 커피와의 만남은 우연히 이루어졌다. 캠핑장에서 화로대에 익힌 군고구마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커피 생각이 났고 이후로는 커피에 대해서 심미적인 접근으로 이어졌다. 커피 맛에 관심을 두고 웹상에서 커피 정보를 이리저리 찾으면서 캠핑의 테마도 자연스럽게 커피로 귀결되었다. 커피를 그들의 캠핑 테마로 정하고 나자 캠핑장비가 체계적으로 갖춰져 나갔다. 커피색은 물론 커피 향기까지 고려하는 꼼꼼하고 감성 깊은 챈들러 부부의 취향에 맞춰져 테이블과 화로대, 타프와 텐트, 식기에서 다양한 액세서리들이 자리를 잡았다. 고민을 거듭하면서 들여놓은 장비들은 커피와 함께 그의 소중한 분신들이 되어 시간이 흐를 수록 정이 가고 애정이 깊어진단다. 이제 그는 캠핑장에서도 전문 카페의 분위기를 이끌 정도로 커피에 대한 이해가 깊은 캠퍼로 알려졌다. 누구든 챈들러의 커피를 음미한 캠퍼들은 대부분 커피에 빠지고 만다. 심지어 챈들러 때문에 캠핑장비 대신 커피 용품을 사들였다는 캠퍼들도 생겼단다.
커피의 진맛(眞味)은 여유에서 습관적으로 마시던 커피를 캠핑의 테마로 삼으면서 커피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고 자연스럽게 관련된 자료를 모으면서 챈들러 부부는 드립 커피의 세계로 빠져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챈들러 부부는 커피에 대한 지식적 측면, 특히 커피원액의 추출과 같은 기능적 부분과는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었다고 한다. 이는 캠핑과 장비에 대한 관계와 같기 때문이다. 그는 맛있게 만드는 방법보다는 맛있게 마실 수 있는 감성적 측면의 커피에 관심을 기울였다. 시간과 장소뿐 아니라 기분에 따라 커피는 그 맛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캠핑에서 커피를 음미하는데 집중하다보니 다른 음식에는 관심이 덜 가고 덜 먹게 되었다. 실제로 식재료비보다 커피 재료값이 더 많이 들 정도란다. 그렇지만 그 여운이나 기분은 전혀 다르다고 챈들러는 강조한다. 캠핑장에서 만나는 다른 캠퍼들이 음식을 만들어 와서 함께 먹자고 하는 편인데, 처음엔 그게 미안했지만 음식 대신 커피를 준비해 달라고 해서 챈들러 부부는 주로 커피와 와인을 준비해 나가곤 한단다.
캠핑장에서 이른 아침 숲에서 마시는 커피를 최고로 꼽는 그는 캠핑을 나올 때면 늘 세 종류의 원두를 준비한다. 이른 아침 숲에 내린 습기를 머금은 커피를 내려 마시고 숲을 산책하는 즐거움에 빠진다. 그렇게 그는 캠핑과 커피를 통해 내면의 여행을 즐긴다. 집에서도 커피로 하루를 시작하는데, 안지기 손미애씨가 주전자에 물을 올리면 챈들러는 원두를 갈고 딸아이는 등교 준비를 한다. 커피를 내려 마시고 챈들러와 딸이 집을 나서면 안지기는 집 안 가득 퍼진 커피향 속에서 챈들러가 내려놓은 커피를 마시며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한다고 한다. 커피는 여유가 없으면 절대 맛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커피와 함께 시작하는 하루는 늘 여유롭단다.
아내와 남편과 딸은 친구처럼 챈들러와 그의 아내는 캠퍼스 커플(C?C)이었다. 공대의 유일한 여학생이었던 아내와 다른 공대생들에 비해 유난히 감성이 풍부했던 챈들러는 서로 잘 맞는 친구였고, 그 친구 관계는 오늘에까지 계속되고 있다. 학생시절부터 사진에 관심을 가졌었기에 텐트 하나 들고 풍경을 찍으러 다녔던 챈들러와 산행을 좋아한 아내는 함께 자연을 찾아다니다가 우연히 오토캠핑을 알게 되었고 관심이 생겼던 것이다. 특목고를 다닌 딸이 기숙사생활을 했기에 정작 아이가 입시에 열중해야할 고교시절에 부부는 오히려 둘만의 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혼자 입시 공부와 씨름하는 딸에게 미안한 생각도 들어 주말 캠핑 마지막 날엔 딸의 기숙사에 들렀다가 오기도 했다고. 딸도 늘 아빠 엄마 둘만 다닌다며 삐죽거리기도 한단다.
챈들러 부부는 큰 고민거리나 대화거리가 있으면 반드시 딸을 캠핑장에 데리고 나가서 함께 얘기를 나눴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외동딸 지윤양의 진로 문제로 고민했을 때에도 가족간 의견이 달라 캠핑에서 세 사람이 대화를 했는데, 집이나 막힌 공간에서와는 달리 충분한 대화를 끝까지 할 수 있었단다. 그 긴 대화 끝에 안지기 손미애씨는 자신의 고집을 알게 되었고 또 딸의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단다. 사방 툭 트인 캠핑장에서의 대화는 집안이나 다른 공간에서와는 달리 훨씬 잘 풀렸다.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 같고 그 문제에 대해 흐지부지 끝내지 않을 수 있었다.
챈들러 부부를 만난 것은 온갖 커피 도구들이 정겹게 들어 차 있는, 커피향 가득한 나른한 오후의 카페였다. 인터뷰가 끝나고 카페를 나오면서 시간을 좀 더 낼 수 있냐고 묻더니 챈들러는 길 건너 편 분당천으로 기자를 이끌었다. 그리고 벚꽃들이 이제 막 그 화려한 꽃잎을 떨어뜨리고 있는 천변 산책로를 함께 걸었다. 그래서일까, 소년처럼 해맑고 온화한 그 미소와 강가 산책로에 떨어진 벚꽃 잎들이 맘에 여운으로 남아 돌아오는 내내 행복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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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 [11-05-12 16:47] | 임은주기자[wandervogel@campingtime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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