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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평창 백룡동굴, 암흑속 5억년 세월 그 절경을 엿보다

by 시리우스 하우스 2010. 9. 28.

 

강원도 평창 백룡동굴, 암흑속 5억년 세월 그 절경을 엿보다
기사입력 2010.09.28 15:07:19 | 최종수정 2010.09.28 17:02:27   

◆ 엄홍길이 떴다 ◆

엄홍길 대장과 함께 기묘한 곳을 다녀왔습니다. 5억년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동굴. 맞습니다. 최근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는 강원도 평창 백룡동굴입니다. 이 굴 참으로 드라마틱합니다. 우선 깜깜합니다. 환경보전을 위해 일체의 조명을 꺼둡니다. 탐험이라는 것도 짜릿합니다. 탐험복에 헤드랜턴을 쓰고, 오염을 막는 장갑에, 장화까지 신고 더듬더듬 갑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절경. 평창이 숨긴 5억년 세월이 궁금하지 않습니까. 엄 대장과 함께 달려가 봅시다. 머리 부딪치지 않게 조심조심 따라오세요.

"그거 좋겠네. 동굴 탐험."

역시 딱 걸렸다. 엄홍길 대장이 먹이를 물었다. 세계 최초 히말라야 8000m 고봉 16좌 완등. 하지만 천하의 엄 대장도 두려워하는 게 있다. 바로 밀폐된 공간이다.

엄 대장이 밀폐된 공간을 두려워하는 덴 이유가 있다. 악몽의 기억은 1999년으로 거슬러간다. 장소는 히말라야 8000m급 고봉 중 하나인 칸첸중가. 하산하던 길에 눈사태에 휩쓸리면서 그만 눈에 묻혀 버린 것이다. 거꾸로 처박힌 채 한 2분쯤 흘렀을까. 그 짧은 2분은 마치 2년처럼 느껴졌단다. 그는 지금도 옅은 불빛이 있어야 잠이 깊이 든다.

오토캠핑 한다며 모기 편대의 습격에 온몸이 성하지 않았던 1박2일 오토캠핑 체험(Life & Fun 섹션 7월 29일자). 뼛속까지 공포가 엄습했던 강원도 매바위 아이언웨이에서의 암벽 체험(Life & Fun 섹션 8월 25일자). 앞선 고생을 두 배로 갚아주마. 그래서 기획한 게 동굴 탐험이다. 너무도 쉽게 그 먹이를 덥석 문 것이다.

디데이는 지난 14일. 장소는 강원도 평창 백룡동굴이다. 지난 7월 초 일반인에게 개방된 뒤 줄곧 만원사례를 이루고 있다. 백룡동굴의 매력은 사나움이다. 이곳은 그냥 보고 즐기는 굴이 아니다. 영화 인디아나존스의 숨 가쁜 장면처럼 줄곧 `탐험`이 이어진다. 우선 복장. 백룡동굴 안내소에서 특수탐험복을 빌려 입고 출발한다.

헬멧은 기본. 헤드랜턴에 특수장갑까지 끼고 바닥을 긴다(정말 긴다). 신발은 장화로 갈아 신는다. 레이싱 복장에 장화라. 우스꽝스럽지만, 동굴에 들어가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멋모른 채 웃으며 옷을 갈아입고 있는 엄 대장. 어디 그 웃음이 언제까지 가나 보자.

"자, 갑시다." 안내원의 한마디와 함께 출발. 백룡동굴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아찔한 절경이다. 그 힘들다는 `마의 철계단`을 오르면 동강을 내려다보며 또다시 데크(절벽을 타고 만들어진 철제 발판)를 타고 10분쯤 이동한다. 아래로는 까마득한 절벽. 그 아래로는 동강이, 파란 하늘빛으로 눈이 시리게 반짝인다. 그리고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는 백룡동굴.

"신 기자, 조심해야 해. 어둠에 눈이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니깐. 손 잡아줄까?" 또 나왔다. 엄 대장의 전매특허 `능글맞은 친절함`. 저기에 수많은 대원들이 넘어가 히말라야 고봉에 올랐을 게다. 그리고 안으로 진입. 백룡동굴의 전체 길이는 1875m. 제주도를 제외하면 뭍에서는 가장 긴 동굴이다. 어찌나 긴 지 3개 군을 걸친다.

동굴 초입은 평창, 중간 부분은 영월, 굴의 끝은 정선 땅이다. 코스는 A, B, C, D 4개로 나뉜다. 메인 굴은 총길이 785m의 A코스다. 제11호 태풍 `파나피`가 스쳐가면서 물이 들어 차 일단 가 볼 수 있는 곳까지 최대한 탐험하기로 결정.

동굴 안은 완전 암흑이다. 헤드랜턴과 안내원이 든 서치라이트에만 의존한 채 더듬더듬 지난다. 뭔가 불쑥 튀어나올 것만 같다. 순간, 정적을 깨는 감탄사. "햐~ 멋지다." 머리털이 주뼛 설 정도의 음산한 저음. 엄 대장의 것이다. 필히 기자를 겨냥했을 터. 두고 보자.

경악해야 할 엄 대장이 콧노래까지 부르며 즐길 정도로 동굴 안은 기기묘묘했다. 줄줄 흘러내린 꿀이 그 자리에서 언 듯 아슬아슬 붙어 있는 종유석. 캐러멜콘처럼 원을 그리며 올라 붙은 석순.

1800년대 조선시대인들이 살았던 온돌 흔적을 지나자 `첨벙` 장화가 물에 잠긴다. 쑥 괴수가 튀어나올 것 같은 잿빛 웅덩이. 백룡동굴의 천연 바닥 물에는 `화석동물` 옛새우 등 56종의 희귀 생명체가 살고 있다. 다음 코스는 `악마의 이빨`. 서치라이트를 비추자 금방이라도 타액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악마 형상의 종유석과 석순이 입을 쩍 벌리고 있다. 순간 어둠 속에서 악마가 덥석 팔을 잡는다. 악. "어때? 멋지지?" 심장이 콩알만큼 졸아드는 공포. 세상에. 사색이 된 얼굴로 고개를 돌리자 엄 대장이 능글맞게 웃고 있다.

태풍의 영향 때문일까. 의외로 바닥엔 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다. 장화를 신은 것조차 무의미할 정도. 백룡동굴은 동강 수위를 따라 물이 들어찬다. 동강 수위가 높아지면 출입은 곧바로 제한된다. 1991년 논란이 거셌던 동강댐이 예정대로 건설됐다면 필경 백룡동굴도 세상에 알려지지 못한 채 수몰되고 말았을 터다.

첨벙첨벙 물 위를 걷는데 "진입 금지"라는 가이드의 말이 이어진다. 1970년 이후 새롭게 발견된 `개구멍` 너머의 공간이 완전히 물에 잠겼다는 것. 아쉽다. 그 속에 있는, 한국에서 가장 큰 동굴 커튼과 방패형 석순, 베이컨 시트, 유석(流石)을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엄 대장에게 그간 고생한 것에 대한 `복수`를 할 기회도 없어지는데. 잠깐 이 생각을 하는데 가이드가 한마디 더 덧붙인다. 이 동굴에서만 하는 `암흑 체험`이 마지막 코스라는 것. 절호의 기회다. 암흑 체험은 이렇다. 가이드가 카운트다운을 하면 일제히 랜턴을 끈다. 완전한 암전. 절대 고요의 공간에 완전히 갇힌 느낌을 경험하는 것이다. 천하의 엄 대장을 놀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한데 카운트다운과 함께 랜턴을 끄자 이건 장난이 아니다. 털끝 하나 보이지 않는 완전한 암흑. `아~.` 탄식과 함께 절망하고 있는데, 그러니깐 뭔가 물컹한 게 또 손목을 콱 잡는다. "아악~" 기자의 비명이 끝나기도 전에 번쩍 헤드랜턴 하나가 켜지고, 그 속에 엄 대장의 얼굴이 `쑥` 나온다. 5억년 역사의 백룡동굴 안을 가득 메운 웃음소리. 또 당했다.

엄홍길 대장과 밀레 직원 여지은 씨가 백룡동굴 A코스 중간 지점을 조심스레 지나고 있다. 마치 거대한 용이 지나간 듯 둥글게 휘어진 동굴 벽을 타고 흘러내린 종유석이 신비스럽다. 삼각대와 스트로브를 활용해 저속 셔터(Canon EOS 5D Mark Ⅱ 16-35㎜ f=8, 1/8)로 촬영했다.

■ 엄홍길의 탐험 어드바이스

동굴 탐험은 위험하다. 헬멧은 필수. 특히 체온유지에 신경써야 한다. 백룡동굴은 평균 10도 안팎으로 유지된다. 습기도 많다. 당연히 방습 기능이 뛰어난 기능성 의류를 권한다. 신발 은 접지력이 좋아 쉽게 미끄러지지 않는 제품이면 좋다.

방습 제품으로는 아웃도어 전문업체 밀레(www.millet.co.kr)가 새로 선보인 `퍼포먼스 3L 고어재킷`이 필수 아이템이다. 빼어난 방수 기능에, 활동성까지 갖췄으니 편하게 모험을 즐길 수 있다. 여성용으로는 `LD 퍼포먼스 3L 고어 재킷`이 있다.

접지력이 높은 등산화 아이템으론 `온사이트 업그레이드 버전`이 좋다. 아웃솔로 `트랙스 고무`를 사용해 미끄러운 곳에선 탁월한 접지력을 자랑한다. 배낭은 `크로스퍼 36`이 몸에 딱 붙는다. 헤드랜턴은 밀레 `009X`와 `906X`라인이 베스트셀러다.

■ 백룡동굴 여행정보

-가는 길 : 중앙고속도로 주천나들목을 나와 평창방면 88번 지방도를 탄 뒤 →82번 지방도→42번 국도→미탄으로 빠지면 된다. 영동고속도로 장평나들목으로 나온 뒤 31번 국도와 42번 국도를 지나 미탄으로 나와도 된다.

-탐험 방법 : 1979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백룡동굴은 특히 관리가 엄격하다. 하루 탐방 인원은 많아야 15명 선. 하루 150명 안팎이다. 최근 새롭게 공개된 곳은 A코스, 일명 `개구멍`을 지난 뒷굴. 예약은 필수. 홈페이지(www.maha.or.kr)에서 신청하면 된다. 체험료는 어른 1만5000원(청소년 1만원)이다. 백룡동굴관리사무소 (033)334-7200

※ 매경·밀레 공동기획

[신익수 레저전문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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