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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거위털 전쟁’…다운재킷 시장 잡아라

by 시리우스 하우스 2010. 9. 15.

 

아웃도어 ‘거위털 전쟁’…다운재킷 시장 잡아라
없어서 못팔 정도로 인기
연간 매출액중 비중 높아
스포츠·캐주얼업체도 진출
한여름부터 이미 판촉전
 정세라 기자 
» 아웃도어 시장 성장 추이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웃도어 의류 1위 업체인 노스페이스는 폭염이 한창이던 지난 8월12일 거위털 다운재킷 ‘퀀텀 눕시’ 2010년 한정판을 선보였다. 이 다운재킷은 지난 2004년부터 해마다 그 해 연도 숫자만큼만 한정 판매하는 상품인데, 올해도 2010벌을 내놓아 한 달 만에 95%가 팔렸다. 8월 말까지는 폭염과 열대야에 허덕였고 9월 초에도 무더위가 이어진 가운데 한겨울 상품인 다운재킷이 불티나게 팔린 것이다.

아웃도어 업계의 ‘거위털’ 전쟁이 가을 문턱인 9월을 맞아 더욱 치열하다. 8월 불볕 아래서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모델이 다운재킷을 걸치고 ‘한여름 출시 행사’를 펼쳤을 만큼 업계의 시장 선점 경쟁은 뜨거웠다. 거위털 또는 오리털로 만드는 다운재킷은 제품 단가가 높아 아웃도어 업체의 연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지난 겨울 지독한 한파로 다운재킷을 ‘없어서 못사는’ 체험을 한 소비자들의 구매 호응도도 업계의 판매경쟁에 불을 댕겼다.

게다가 아웃도어 시장은 이제 기존 아웃도어 브랜드들만의 것이 아니다. 노스페이스, 코오롱스포츠, 케이(K)2 등 기존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프로스펙스, 르까프 등 스포츠 브랜드부터 자전거 전문 라인을 낸 빈폴 같은 캐주얼 브랜드들까지 아웃도어 시장을 넘보는 숱한 경쟁자와 다퉈야 한다.

올해 상반기 내내 시장를 뜨겁게 달군 ‘워킹화’ 열풍은, 스포츠 브랜드가 아웃도어 시장을 뚫고 들어와 트렌드를 주도한 사례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책에서 “한국인과 독일인을 빼면 순례길 도보 여행자 절반이 줄어들 것”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몇 년 새 걷기여행은 붐을 이뤘다. 스포츠 브랜드는 이런 ‘워킹(걷기)’ 열풍을 마케팅 화두로 선점해 ‘대박’을 터뜨렸다. 기존 아웃도어 브랜드들로서는 ‘워킹 마케팅’을 따라가자니 경쟁자를 도와주는 꼴이고, 방치하자니 시장을 놓치는 것이어서 곤혹스러워했다.

하반기에 들어서는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공세로 두 번째 라운드의 공이 울렸다. 다운재킷은 2~3년 새 기존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새로 키워낸 시장이다. 그러나 ‘워킹화’로 쏠쏠한 재미를 본 스포츠 브랜드들도 다운재킷 경쟁에 뒤질세라 잔뜩 고삐를 틀어쥔 모양새다.

다운재킷의 원조는 사실 ‘오리털 파카’다. 캐주얼 브랜드들이 한겨울용으로 선보였지만 ‘퉁퉁한’ 스타일이 세련되지 못해 겨울패션의 주력품목이 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기존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오리털 파카 대신에 거위털을 쓴 날렵한 초경량 다운재킷을 내놓자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몸에 착 달라붙으면서도 활동성이 좋고 따뜻한 다운재킷은 2007~2008년을 거치면서 겨울패션의 주력품목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여름엔 다운재킷 사전구매 행사를 시도해 성공적인 실적을 냈고, 혹독했던 한파 덕에 품절 선언도 잇따랐다. 코오롱스포츠와 밀레 등에선 다운재킷이 단일 품목으로 전체 매출의 10~20%를 차지했을 정도로 효자 노릇을 했다.

이러다보니 올 하반기 다운재킷 판매 격전은 일찌감치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코오롱스포츠, 케이2, 라푸마 등 기존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8~9월 사전판매 할인 행사를 지난해보다 1주일에서 보름 가량 앞당겼다. 케이2는 7월 중순부터 다운재킷을 매장에 내걸었다. 스포츠 브랜드들 역시 10월께나 하던 다운재킷 출시를 한 달 이상 앞당긴 상태다.

초도 물량 주문도 대폭 늘어났다. 사전구매를 겨냥한 1차 물량을 노스페이스는 80%, 코오롱스포츠는 30% 늘렸고, 스포츠 브랜드 화승 르까프도 50%를 확대했다. 지난 7~8월에 노스페이스, 코오롱스포츠, 케이2, 라푸마, 밀레 등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다운재킷 사전구매 할인·사은 행사로 포문을 열자, 9월 들어서는 르까프, 헤드, 케이스위스 등 스포츠 브랜드들이 관련 행사로 맞불을 놓고 있다. 화승의 전승봉 홍보팀장은 “초경량 다운재킷은 아웃도어 활동은 물론 이상한파에 유용한 일상복으로도 각광받고 있다”며 다운재킷이 스포츠·아웃도어 시장의 최대 화두가 될 것으로 확신했다.



유통업계 역시 가을 개편 경쟁에 아웃도어를 주력 선수로 내세웠다.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은 지난 9일 2300㎡ 규모로 ‘아웃도어 메가 카테고리’를 조성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부산 센텀시티점에 자전거 의류·용품 판매를 전문화한 ‘바이크 시티’를 냈고, 엘지패션은 고객들이 직접 인공암벽을 타보거나 캠핑 용품들을 시험해보고 살 수 있는 ‘인터스포츠’ 체험매장을 5000㎡ 초대형으로 선보였다.

또 아웃도어 신규 브랜드 진출 움직임도 활발하다. 제일모직 같은 대기업은 물론 캐주얼 업체 행텐코리아와 남성복 업체 파크랜드 등이 줄줄이 시장 진입을 검토하고 있어, 현재도 30여개에 이르는 아웃도어 브랜드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